소설리스트

17화 (17/87)

마츠루 : 에~! 저 말인가요!?

미토코 : .........

린코 : 아주 이해하기 쉬운 인과응보의 실례를 보는 기분이 든다...

(딩동댕동---)

미토코 : ...하아

스포츠맨 계열의 남학생 : 히노사카

미토코 : ...이번엔 너야?

         나 좀 내버려둬라, 집에 가게.

약간 막무가내인 남학생 : 난 믿고 있다고.

                         넌, 다른애들이 생각하는 것 같은 여자가 아니라는 걸.

미토코 : 믿고 있으면 굳이 말하려 오지마.

         자기 가슴속에서 신념으로 타오르라고.

조금 경박스러워 보이기도 하는 남학생 : 그럼 마음에 둔 사람이 알 수가 없잖아?

                                       남자는 말없이, 그딴 건 구닥다리라고.

                                       앞으로는 점점 어필을 해야지.

미토코 : 그런 건 도를 넘으면 사람 짜증나게 한다고.

         세계의 경찰처럼.

한풀 꺾여도 지지않는 남학생 : 그럼, 내성적인 남자쪽이 취향? 히노사카는.

                              아무말도 없이 우물쭈물거리며 고민하는 그런 거 말야?

미토코 : ...너무 싫어, 현재.

"이거다"하며 공격해오는 남학생 : 그치!? 역시 서로 통하네, 우리들.

                                 그런데 말야, 내일 일요일인데,

                                 우연히 나한테 영화 티켓이 2장...

미토코 : ...오제키

성이 오제키라고 판명된 남학생 : ㅇ, 어?

미토코 : 잘가.

         [다음 월요일]에 봐.

(드르르륵)

실은 이 녀석이 츠요시였던 남학생 : 아...

린코 : 맨날맨날 허탕치느라 고생한다.

츠요시 : 하세가와...

마츠루 : (작은 소리로)저, 저기, 츠요시 군...

츠요시 : 있잖아, 그 얘기 진짜야?

         히노사카가, 그...

린코 : 믿고 있는 거 아니었어?

마츠루 : (작은 소리로)저기, 아쉽겠다.

         영화 티켓, 모처럼 구했는데.

츠요시 : 히노사카는 믿지만,

         이상한 남자쪽은 신용할 수 없으니까.

린코 : 우와, 궤변.

마츠루 : (작은 소리로)아, 하지만 그냥 놔두면 아깝잖아?

         그리고 혼자서 가도, 한 장이 남아 버리잖아?

츠요시 : 아무려면 어때? 

         야, 알려줘?

린코 : 아니...실은 나도 아직 거기까지는 말이지...

마츠루 : (작은 소리로)그래서, 그래서 말야, 좀 제안할 게 있는데...

츠요시 : 뭐야 도움이 안되네.

         너, 히노사카랑 제일 친하잖아?

린코 : 그래서, 말인데...

       내일에라도 친구의 우정을 재확인하러 갈까 생각중인데?

츠요시 : ...히가시하기모리 공원에서 만나기로 하면 되냐?

마츠루 : 에...?

린코 : 일단은 10시 예정인데 말야,

       여자는 여러 가지 준비가 필요하니까.

츠요시 : 알았어, 올 때까지 기다린다고.

마츠루 : 지, 진짜?

         아, 하지만 난 지각 같은 거 안한다고?

         응, 반드시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츠요시 : 아! 큰일, 지금 당장 연습 시합하러 원정 가야 돼!

         그럼, 내일 봐~!

린코 : 응~, 수고하라고

마츠루 : 으, 응!

         내일, 약속이야!

린코 : .........

마츠루 : ...(하으)

린코 : ...마츠루

마츠루 : 에? 왜, 왜, 린코짱?

린코 :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너한테 하나, 안타까운 사실을 전해줘야만 해.

마츠루 : 에? 에? 무슨 소리!?

.........

(철컥)

오사무 : 다녀왔습니다...

카야 : 응...수고했어.

오사무 : 힘드네요...흐으~

카야 : .........

오사무 : 아~...안되겠네 이 신발.

         어디 구멍이라도 뚫렸나?

카야 : .........

오사무 : 어떡하지...이 이상은 한도액.........?

         왜 그러세요? 아마기 씨?

카야 : 에? 아, 아...그래.

       신입 씨 얼굴을 보고 있었던 것 뿐.

오사무 : 보고 있었을 뿐이라뇨...

확실히, 그냥 멍하니 내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일주일동안 봐와,

이제는 익숙해졌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지.

카야 : ...오늘 외근은 어땠어?

       조금은 성과가 있었어?

오사무 : 에? 아, 뭐, 있기는 있지요.

         우선, 이제야 메이커로부터 납품 받은 곳이 2군데.

         납기 연장으로 손을 써준 곳이 8군데...

카야 : 그 상태에서 그렇게까지 한 게 대단하다니까.

       이젠 거의 라인이 멈...아니, 아무것도 아냐.

오사무 : .........그렇게 말씀해주시면 감사합니다.

그러니까 신경쓰지 말라고.

카야 : 그럼, 퇴근할까?

       자, 고생했어...

오사무 : 아, 저는 아직 할 일이 남아 있어서,

         먼저 가시죠.

카야 : ...토요일이라고? 오늘.

오사무 : 아...혹시, 토요일은 오전 근무이었나요?

         그렇다면 죄송합니다, 저 때문에 퇴근이 늦어져서.

카야 : 아니...사실은, 토요일은 휴무.

오사무 : 에엣...아, 호, 혹시...

         제가 오늘 나온다고 해서, 아마기씨도...?

카야 : 음~.........뭐, 그렇지.

오사무 : 죄, 죄송합니다!

어제 근무중에 자리를 비운 일도 있어,

오늘은 늦게까지 잔업을 하려고 했는데,

설마, 그게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리라고는...

그러고 보니, 밖에서 들렀던 거래처도, 아무도 없거나,

담장자가 아닌 사람만 나와 있다든가,

대화가 안됐던 상황도 꽤 있었지.

오사무 : 나는, 아니 저는, 분위기 파악을 잘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래서 자주 사람들한테 핀잔을 들었는데, 역시 또...

카야 : 됐어, 됐어.

       왠지 예상을 훨씬 뛰어넘어 일하는 것 같으니 말야.

       어째~서 그렇게 열심인지는 모르겠지만.

오사무 : 아, 그게, 그건...

         진정한, 사회 복귀를 위한 첫 걸음이니까요...

카야 : 사회 복귀...라고?

       처음부터 썩 괜찮은 사회인이었던 것 같은데?

       차분...하진 않지만, 당당...하지도 않지만.

오사무 : ...정말 그 말이 딱으로.

카야 : 아~, 하지만, 사과하는 건 특기지?

       완전 전문가 수준. 그 키에 잘도 그렇게까지 저자세를 잡을 수 있네?

오사무 : 아니, 그건...죄송합니다.

카야 : 그런가, 또 서비스 잔업인가.

       ...같이 술이라도 한 잔 할까 생각했었는데.

오사무 : 열쇠...보관 장소만 알려주겠습니까?

         수고하셨습니다, 아마기 씨.

카야 : 으, 응...수고했어.

오사무 : 그리고, 앞으로는 저 기다리지 않아도 괜찮으니까요.

         지금가지 폐를 끼쳐서 죄송했습니다.

카야 : .........

오사무 : ...자 그럼, 조금만 더 힘내자!

남은 건, 납품서가 5건, 발주서가 13건,

사과 메일이 22건에, 신규 제안 자료 작성에, 그리고...

오사무 : ...아침까지 집에 갈 수 있을까?

뭐, 하나하나 정리해 나갈 수밖에 없는 이유로.

.........

(지글지글~~~)

(탁)

히메오 : 좋았어~ 다 됐다, 다 됐다~!

         자, 테이블 위에 좀 치워줘~

미토코 : 네~!

히메오 : 자, 어떠려나...?

         맛은 둘째치고, 겉보기에는 맛있어 보이지?

미토코 : 먹기 전부터 맛을 포기하지 말라고요~

히메오 : 아하하...그럼, 먹어볼까요?

미토코 : 응, 고마워 히메오 언니.

         여러 가지로 귀찮게 해서.

히메오 : 괜찮아. 토코짱 예전부터 우리집에 있으면 불편해하는 것 같았으니.

         무리하게 불러서, 나야말로 미안했어.

미토코 : 하지만, 그 대신에 히메오 언니가 우리집에서 밥 만들어준다고 했을 땐 놀랐어...

         요리 같은 거 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 걸.

히메오 : 왜 이래...나도 남들처럼

         가정과의 수업 정도는 들었어요~다.

미토코 : ...그것뿐?

히메오 : 그럼, 잘 먹겠습니다~!

미토코 : 에? 아, 잘 먹겠습니다...

         그, 그치만, 에? 괜찮아...?

히메오 : .........응!

         이거 맛있네!

미토코 : 그거, 밥.

히메오 : 아주 잘 익혔네!

미토코 : 전자 밥솥!

히메오 : 쌀씻기도 완벽!

미토코 : 반찬 먹자.

         히메오 언니가 만든 레바니라 볶음.

(레바는 "liver", 즉 동물의 간, 니라는 부추를 의미합니다)

히메오 : 자, 그런 이유로, 자, 토코짱

미토코 : ㅇ, 으음~.........잘 먹겠습니다!

.........

......

...

미토코 : 있잖아...이건 당연한 거지만,

         부추는 다 같은 길이로 해.

히메오 : 흠흠

미토코 : 그리고, 레바(간)는 피를 다 빼고, 밑간을 해서...

히메오 : 밑간이 뭐야?

         (소금이나 간장으로 미리 하는 간)

미토코 : ...다음에 자세하게 설명할게.

         그래서, 녹말을 묻히고, 처음에 어느 정도 볶은 후에...

히메오 : 귀찮네, 꽤.

         겨우 레바니라 주제에 건방진.

미토코 : 히메오 언니~

히메오 : 아~, 그치만 있잖아,

         밥이랑 같이 먹으면 좀 먹을만 하다고?

         응응, 맛있다 이거.

미토코 : 정말...

히메오 : 음~, 여기다가 간장이란 소금, 후추를......

         아, 봐, 많이 좋았다고, 자~

미토코 : 응, 먹을만 하네 충분히. 아하하...

히메오 : 어때~?

         나도 한다면 하는 사람이라고?

미토코 : 그렇다고 해둘까...

         응응, 이게 히메오 언니의 맛이라는 걸로.

히메오 : ...아~, 근데 역시 일본의 쌀은 맛있어.

         여기 돌아와서 살이 좀 쪘어.

미토코 : ..........

히메오 : 그쪽에서는 자극이 강한 요리만 있어서 말야.

         생활한지 일주일만에 쌀이 그리워졌다니까.

미토코 : 그렇지...맛있지, 밥.

히메오 : ? 왜 그래?

         실은 별로 입에 맞지 않았어?

미토코 : 으, 으으응(아니), 그런 게 아냐.

         그런 게, 아니지만...

히메오 : 토코짱...?

미토코 : 단지 말야...

         이런 맛있는 걸, 전혀 먹지 못하는 사람도 있구나 해서.

         그렇게 생각하니 왠지 좀 불쌍해져서.

히메오 : 그건...

미토코 : 강압적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야.

         그야말로, 이쪽의 일방적인 정의감 같은 걸로.

히메오 : .........

미토코 : 그러고 보니, 오늘 아침, 좀 심한 소리를 한 것 같네.

         또, 저질렀다...

히메오 : 그건 어쩔 수 없어...

         그 사람은 토코짱한테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이 아파트로 숨어 들어왔으니까.

미토코 : 으으응(아니), 거짓말은 하지 않았어.

         단지 말하지 않았던 것 뿐이야.

         그리고...분명 말할 수 없었을 거야.

히메오 : 해야할 말을 하지 않는 것도 엄청난 거짓말이야.

         그렇게 면죄부를 가진 것처럼 보이는 만큼,

         더 질나쁜 거짓말...

미토코 : 그렇다고는 해도, 그런 성격인 걸.

         분명 본인은 속으로 많이 고민했을 거야.

히메오 : .........으

미토코 : 아, 미안해.

         히메오 언니, 리스토라 씨에 대해 잘 모르는데,

         이상한 얘기만 해서.

히메오 : (작은 소리로)...알고 있어.

         성장 과정, 학력, 성격, 취미, 특기...

         전부 45페이지 분량의 정보라면 말이지.

미토코 : 에?

히메오 : 아무것도 아냐.

         자, 어서 먹자.

         식어버리면 더 맛없어지는 건 확실하니까.

미토코 : 으...빨리 먹어야.

히메오 : (작은 소리로)역시 그 남자는 배제하는 편이 좋겠어...

미토코 : 에?

히메오 : 우와~, 이 피냄새~!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