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를 풀어야...
아니, 별로 오해 같은 게 아니니까 풀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어떻게 해서 기분만이라도 풀어줘야.
오사무 : 저기, 이번 일에 대해서는,
실로 유감을 표합니다라고 말하면
전혀 성의가 보이지 않으니까 다시 말하면...저기...
그렇지 않으면 나는, 여기에 있을 목적을 잃어 버린다.
간신히 붙잡은 자신의 존재 가치를,
다시 잃어 버리게 되니까.
미토코 : 별로 뭐...
그렇지만...
미토코 : 그렇게 떨지 않아도 돼.
감정적으로 반응해서, 여기를 나가라고 하지는 않을 테니까.
오사무 : 아...
미코토짱의 도량은,
내 도량에 비해서도, 감동적일 정도로 넓었다.
미토코 : 엑스표한테도 여러 가지 사정이 있었을 테고,
사정도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탓하는 건, 좀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오사무 : 미, 미토코짱...
그래서 나는, 그, 몸은 작지만,
마음은 너무나도 넓은, 나보다 꽤 많이 어린 믿음직한 여자애를...
미토코 : 단지, 혐오감이 들 뿐.
오사무 : .........에?
미토코 : 그렇게나 예쁜 부인을 버리고, 마마를 스토킹하고,
자기는 그렇게 무책임한 주제에, 날 지켜준다는둥,
그런 건 최악이라고 생각할 뿐이니까.
오사무 : 에에에에에에!?
미토코 : 그럼, 잘 갔다와.
엑스표가 돌아올 쯤이면 난 자고 있을 테니까.
어젯밤처럼 노크 같은 거 하지마, 그럼.
(드르르륵, 쾅!)
오사무 : 아...
미토코 : 아앗, 또 부서졌네~!?
진짜~ 뭐야~!
.........
오사무 : 또 다시...사고쳤다.
미움받는 건 당연하다.
민감한 나이인 미토코짱에게 있어,
내 이력은 엄청난 혐오감을 갖게하기에 충분하고도 넘을 정도로
용서할 수 없는 게 분명하니까...
그래서 지금까지, 숨겨왔던 거니까...
어른이란, 지저분하구나...
아니, 나만 그런 건지도 모르겠지만.
오사무 : 하아...
생각처럼 잘 안되네.
예정대로라면 어제, 난 미토코짱의 [임시 보호자]로서,
그녀의 바람을 이룰 수 있는 도움을 줬어야했다.
그게 뚜껑이 열리니 모든 게 정반대...
분명 미토코짱의 [담임]은, 그녀를 그 장소에
이대로 놔두는 걸 허락하지 않겠지.
그 정도는 안다.
뭐니해도 2년간, 같이 살아...
오사무 : 아...
히메오 : 이전보다 10분 늦었네.
서두르지 않으면 지각 아닌가?
(철컥)
오사무 : ...에?
히메오 : 계속 있기 불편해지진 않았나?
그런 비밀이 발각된 지금에 와서는.
오사무 : 어, 어째서...그걸?
히메오 : 간단하지...
히노사카 미토코한테 당신의 비밀을 알려준 건,
다름아닌 나니까.
오사무 : 뭐...!?
이상하다고는 생각했다.
내가, 그녀...아사미와 재회하자마자,
미토코짱이 우리들의 과거 관계를 정확하게 파악해,
나에게 철퇴를 내리칠 수 있었던 이유.
거기에 풍부한 정보량을 가진 제3자가 개입했다는 건,
불을 보듯 뻔했다.
너무 많은 일이 있었던 탓에,
지금까지 그 생각을 못했지만.
히메오 : 여러 가지로 난처하게 됐네...
히노사카 집안의 사정은 결국 학교측에 발각.
분명 곧바로 합당한 조치를 취하겠지.
오사무 : 으...
히메오 : 덤으로 거기에 사는 사람은, 교육상 상당히 좋지 않은
과거를 가져서, 혼자사는 토코ㅉ...
여학생과 한지붕 아래에서 생활 같은 게 세상에 인정받으리라고는...
너무 당연한 정론에, 반론을 하지 못하고 고개숙이고 만다.
지금은 무슨 말을 해도 변명으로 들리겠지.
히메오 : 자 그럼...여기서 전에 제안했던 내용에 대해 얘기하고 싶은데?
오사무 : 제안...이라뇨
[...나가주실 수 있을까요? 그래요, 일주일 이내로]
확실히...
테라스하우스 히노사카의 위기도 밝혀졌고, 집주인의 신뢰도 잃은
지금의 나에게 있어선, 아주 현실적인 제안이라고 할 수 있다.
히메오 : 아, 난 그쪽 상황을 보고 가격을 깎거나하진 않아.
아니 오히려...그래, 당장 내일이라도 나가면 2배를 주지.
나쁘지 않은 제안이라고 생각하는데, 어떨지?
나쁘지 않은 게 아니라,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너무나도 매력적인 얘기인게 당연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상한 생각은 더 커진다.
오사무 : 하나만, 질문해도 될까요?
히메오 : 뭔데?
(왜 저곳을 노리는 건가요?)
(당신의 목적을 모르겠어요) ===
오사무 : 당신의 목적이 뭔지, 전혀 모르겠어요.
히메오 : 이런.
내 눈앞에서 부잣집 아가씨 행세를 하고 있는 그녀는,
아주 살짝, 눈썹을 움직였다.
그 표정은, 내가 한 말이 의외여서 놀랐다고라도,
논점을 빗나가서 질렸다고도 볼 수 잇는 미묘한 모습이어서.
오사무 : 당신 아버지의 회사, 소문은 많이 들었습니다.
그, 그렇게 큰 기업치고는 좀 과격하다고도...
히메오 : 흐음?
오사무 : 그래서, 그 소문들을 종합해서 생각해보면,
당신이 하고 있는 교섭은, 사와시마 부동산치고는
너무 느슨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 그게 최대의 위화감.
표현은 좋지 않지만, 피도 눈물도 없는 악덕 부동산 업체의 수법으로써는,
너무 느슨한 면이 있다.
오사무 : 솔직히, 조건이 너무 좋아요.
뭐니해도 우리는, 이렇게 말하는 것도 좀 그렇지만 불량 세입자입니다.
쫓아낼 구실따위, 얼마든지 있을 거예요.
세입자에 대한 보상, 세대주에 대한 케어, 그리고 이번 얘기.
냉철한 말투와는 반대로, 점점 흘러 나오는 달콤한 말들.
무슨 교묘한 함정이 놓여있어, 섣불리 받아들였다간,
금새 땅을 빼앗겨, 무일푼으로 내쫓기다든가,
그런 기척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뭐니해도 세입자들은, 나를 포함, 전부 무일푼.
그리고...
오사무 : 하나만 더...
왜 미토코짱한테는, 그렇게 잘 대해주는 겁니까?
히메오 : .........
이 사람은, 홀로 남겨져 힘들어하고 있는 미토코짱 앞에 나타나,
겉모습 뿐이라고 해도, 사실상 그녀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
그리고, 그렇게나 감이 좋고, 머리좋은 아이가,
본심을 숨기고 집근하는 어른에게 불온한 감정을 느끼지 못할 리가 없다.
...라는 느낌이 든다.
다른 세입자들에 대한 [너그러움]과,
미토코짱에 대한 [상냥함]은,
본질적으로 내용이 틀리다.
우리들에게는, 주저없이 돈을 보여주는 것에 비해,
그녀에게는, 돈이 아닌 행동을 보이고 있다.
자주 대화를 해서 신뢰를 얻고, 위기를 알게 되자 여기로 날아와,
비싸지는 않지만 사람을 기쁘게 할 선물을 가져와서.
누굴 속이기 위해 그렇게까지 한다고 하면...
그 사람은 일류 부동산 업자가 아니라, 일류 사기꾼이다.
오사무 : 저는 당신이 단지 땅을 위해서 이렇게 행동하는 것처럼은
절대 보이지 않아요. 뭔가 다른...
히메오 : 미안한데...
오사무 : 에..?
중간부터, 내 얘기를 흘려듣듯이,
창문을 열고 바깥의 공기를 들이마신 그녀는...
히메오 : 여기서 내려주겠어?
여기서부턴 걸어가. 사사키.
사사키 : 네, 알겠습니다.
오사무 : .........
마지막까지 표정도 태도도 바꾸지 않고,
나와의 대화를 끝냈다.
(철컥)
(주변에선 불우이웃을 돕기 위한 모금 운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도움을 구하고 있음)
히메오 : 미안해, 회사까지 바래다주지 못해서.
오사무 : 아니요, 역까지만으로 충분합니다.
감사합니다.
내 말의 어떤 부분이 신경에 거슬렸을까.
사와시마 히메오씨는, 더이상 나와 대화할 생각이 없는 듯했다.
히메오 : 마지막으로 하나만 충고하지.
오사무 : 사와시마 씨...?
히메오 : 쓸데없는데에 참견하지 말도록.
...이제 좀 기억하지?
오사무 : .........
히메오 : 잘 이해했으려나?
아니면, 기후말로 하지 않으면 이해 못하나?
오사무 : 별로 차이 없잖아요, 나고야 사투리랑...
히메오 : ...왜 여기에 나고야가 나와?
오사무 : 원래 파르코가 생긴 건,
나고야보다 그쪽이 먼저였으니까요...
히메오 : 그쪽 파르코는 이미 없어졌잖아!
(파르코는 일종의 백화점이라네요)
아무리 부정하려해도...
우리에게 그곳의 피가 흐르고 있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다.
.........
(어, 어라, 어떡하지...누가, 누가 좀......어느순간 보니까 모금함에 들어가 있었어...)
오사무 : 자 그럼...
많은 일이 있었지만, 오늘로 즐겁...지만은 않았던, 이번주도 끝.
지금부터가 내 진정한 승부...
미토코짱에게 미움받지 않기 위해, 그 곳에서 쫓겨나지 않기 위해,
그리고...그녀에게, 난 다시 일어섰다고, 말할 수 있도록 되기 위해서.
...다시 일어서면, 어때, 라고 말할 수 있을까?
한 번, 배신했던 상대에게.
오사무 : 아무튼 지금은 일하자 일!
오늘은 평상시의 새우등에 대한 주의는 없었지만,
자발적으로 등을 꼿꼿이 피고 개찰구로 향한다.
...그런데, 오늘은 아침부터 역앞이 이상하게 시끄럽군.
.........
마츠루 : 저기 말야, 린코짱...
린코 : 왜?
마츠루 : 오늘, 아침부터 이상하게 시끄럽지 않아?
린코 : 아, 그거 말야...
아사미 : 으, 으음...그러니까 말야...
그, 여기 각도를 구하는데 가장 간단한 방법은...
여학생1 : ㅁ, 말도 안돼...미토코가?
여학생2 : 교실에서 갑자기 선생님 남편 따귀를 때렸대.
그리고 그대로 아무말도 없이 돌아가 버렸대.
여학생3 : 자, 잠깐 기다려봐? 무슨 소린지 모르겠어.
히노사카랑 코우노 남편은 대체 어떤 관계야?
여학생1 : ㅂ, 불륜? 아수라장? 과도!?
여학생4 : 아니, 내가 들은 얘기로는 말야,
미토코의 양아빠한테 선생님이 손을 대서,
그것 때문에 엄마가 집을 나갔다든가...
여학생1 : 어느쪽이든 아수라장? 식칼!?
아사미 : 그러니까, 그...보조선이 말야...2개 정도 말야...
어디로 이어졌는지 알면, 이미 답이 나왔다고 봐도 무방한데...
남학생1 : 의외네...
그, 반장보다도 더 반장다운 히노사카의 상대가,
어떻게봐도 20은 넘었을 것 같은 리만풍이라니 말야.
남학생2 : 사람은 겉모습만으로는 모른다고나 할까...
수험 공부 같은 걸로 스트레스가 쌓였던 건가?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연상남의 테크닉에 푹 빠져서...?
남학생1 : 야야 어떡하냐 츠요시?
너 완전 선수 뺏긴 거 아냐?
남학생2 : ...허, 자고 있네.
린코 : 네가 이상한 소문을 교실에 퍼트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마츠루 : 에~? 린코짱도 안 말렸잖아~
아사미 : 그, 그러면, 이 문제를 누가...저기...
린코 : 그건 그렇고...
오늘 아침 네 얘기를 들었을 땐,
항상하는 허튼 소리로 알았는데...
마츠루 : 하, 항상이라니 뭐야~!
린코 : 하지만, 코우노의 저 모습을 보면,
확실히 보통일은 아닌 것 같은 분위기가...
마츠루 : 이번에는 틀림없다니까.
그때 마침 농구부가 교실 앞에서 달리고 있었대나봐.
(벌떡)
미토코 : ...선생님
아사미 : ㅎ, 하읏!?
ㅇ, 왜 그래? 히, 히...히노사카 양.
미토코 : 주변이 시끄러워서 선생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아요.
조용히 하도록 주의를 주든가, 평소처럼
좀 더 큰소리로 똑바로 말해주세요.
아사미 : 에? ㅇ, 아.........미안해.
앞으로 조심할게요.
미토코 : ...후우
마츠루 : ...토코짱쪽은 아무렇지 않네?
린코 : ...그런가?
마츠루 : 응, 항상 이 정도의 말은 하잖아.
린코 : 나한테는, 평상시에 더해,
깊고 조용한 분노가 숨어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아사미 : 그럼, 여기를...오늘은 12일이니까,
여자 출석 번호 12번...히노.........
오늘은 취향을 바꿔 13번으로 하죠. 혼다 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