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5화 (15/87)

.........

미토코 : 기다렸어...리스토라...

오사무 : ㅂ, 반말...!?

         ("씨"를 안붙였다는 의미)

내가 시노미야 학교에 도착했을 때...

거기에는 문앞에 버티고 선, 사람 불러오는 당번인 히노사카...

가 아닌 미토코짱.

...자칫하면 시계에서 놓쳐 지나칠뻔했던 사실은,

무덤까지 가져가야 한다.

미토코 : 아까 아파트에 전화해서,

         영감님한테 다 들었어...

오사무 : 미, 미토코짱, 영감님은 널 걱정해서...

미토코 : 전부, 당신의 얄팍한 생각이라고?

오사무 : 에에에에에에!?

또 인가요?...또 함정에 빠트린 건가요 여러분...

미토코 :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도대체 일은 어떡하고?

오사무 : 아, 그건 걱정마.

         외근 신청해서 승인 받았으니까.

현재 직속 상사인 아마기 씨한테.

미토코 : 그런 문제가 아니잖아!

오사무 : 아니, 그치만 방금, 일에 대해서 물어서...

미토코 : 그러니까 말끝마다 중얼중얼거리지마!

오사무 : ㅈ, 죄송합니다...

미토코 : 증말,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걸핏하면 사과하지마]라는 말이 바로 튀어나오지 않는 걸 보면,

아무래도 미토코짱은, 우리들의 이번 소행을,

[사죄할 필요는 없을 정도의 나쁜짓]이라고 인식하는 것 같다.

미토코 : 리스토라씨가 마마의 내연남이고,

         나는 친부모자식 관계처럼 화목하다고?

         그런 엉터리가 통할 리가 없잖아?

오사무 : 주, 주제넘을지는 모르겠지만, 미토코짱과 나는, 사이가 좋다고 보는데.

         그야, 부모자식이라고 하기에는 어폐가 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미토코 : 어폐가 심해!

         그리고 주제넘다는 표현이 미묘하게 틀려!

         (상대방에 비해 자신을 많이 낮추는 표현이죠)

여학생1 : 무슨 얘기하고 있을까 저기?

          왠지 시리어스한 분위기...

오사무 : 지금의 힘관계를 생각해보면 전혀 잘못되지 않은 듯한 기분도...

         헛, 죄송합니다 더이상 중얼거리지 않을게요!

여학생2 : 저건 히노사카 선배 아냐?

          있잖아, 3학년에다, 조례할 때 항상 맨 앞에 있는...

미토코 : 아~ 진짜, 왜 이런 말도 안되는 작전을 생각해냈을까.

         아무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자, 리스토라 씨, 빨리 돌아가. 뒷일은 내가 어떻게든 할 테니까.

여학생1 : 에~, 3학년!?

          신입생 아니구나...

미토코 : 거기 시끄러워!

여학생1&2 : 히얏!?

오사무 : 어떻게든 한다니...

미토코 : 어떻게든은 어떻게든이라고.

         통장 가지고 도망쳤다든가, 바람피우다 걸려서 쫓겨났다든가,

         변명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잖아.

...더더욱 자신의 입장을 악화시켜서 어쩔 작정인가.

그리고...

오사무 : 그렇게 우리 작전이 마음에 안 들어?

미토코 : 마음에 들고 아니고의 문제가 아니고 말야...

오사무 : 그러면, 넌 어떡할 생각이었어?

미토코 : 에...?

미토코짱은 중요한 부분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고개를 돌리고 있다.

오사무 : 간담회 통지를 계속해서 무시해서,

         언젠가는 선생님이 포기해주기를 기다리는 거야?

미토코 친구1 : 토코...?

               교문앞에서 뭐하고 있는 거야, 쟤.

미토코 : 그, 그건...근데, 도대체 왜 그런 걸 알고 있는 거야?

         설마, 내 앞으로 온 편지, 멋대로 읽은 거야!?

미토코 친구2 : 상대방은, 누구지?

               아무리 봐도 사회인이지?

오사무 : 봉투에도 들어있지 않은 프린트였으니까 말야.

         우체통을 보면, 누구든지 볼 수 있어.

미토코 친구1 : ㅇ, 응...

               여러 의미로 전혀 어울리지 않는데.

미토코 : .........

발견한 건 영감님이지만,

나도 같은 상황이었다면, 아마 같은 일을 했을 것이다.

개인 정보라든가, 기밀이라든가, 최근에는 여러 가지로 복잡해졌지만,

그래도 테라스하우스 히노사카의 사람들은,

괜한 참견이라는 공통점으로 묶여 있기에.

그건 세입자도 주인도, 단 한 명의 예외도 없이.

..뭐, 그후, 멋대로 회신을 써서 학교에 보낸 건,

꽤 중대한 룰 위반이지만,

그거에 대해선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아 진심으로 안도하고 있다는 건 비밀.

미토코 친구2 : 어, 어, 어떻게 된 일일까?

               서, 설마...ㅇ, ㅇ, 원...

미토코 : 아니니까. 말도 안되니까!

오사무 : 내 말을 들어.

미토코 : 으...

오사무 : 응, 미토코짱.

         조금은, 어른의 얄팍한 지혜에 기대해볼 생각은 없어?

미토코 : 리스토라 씨...

오사무 : 이래봬도 다 같이 생각해봤어.

         너의 [테라스하우스 히노사카에서 엄마를 기다린다]라는 바람을,

         어떻게 하면 유지시킬 수 있는지.

미토코 친구2 : 그, 그렇, 그렇지만 말야...

               츠요시 군, 이 일 알고 있을까?

미토코 : .........

미토코 친구1 : 그 녀석은 지금 부활동 중이잖아.

               ...알았다면 지금쯤 난리 났겠지.

오사무 : 있잖아, 미토코짱...

미토코 : 리스토라...씨...

오사무 : ...츠요시 군은, 남친?

미토코 : 아아아 진짜!

.........

......

...

오사무 : .........좋아!

미토코짱이 다시 매어준 넥타이는,

목에 딱 맞아, 정신까지도 바로 잡혔다.

방과후의, 거의 학생이 없는 복도.

그래도 지나가는 2, 3명은 내 얼굴을 의아하게

바라보고는 지나가지만, 지금은 신경쓸 상황이 아니다.

결국, 그 후에도 자전거 보관대로 장소를 바꿔,

계속해서 설득하고, 설득당하고 했지만...

[자, 항상 얘기했듯...허리 쭉 피고!

 얼굴은 똑바로 상대를 본다!]

[또렷하게 말해. 하지만 낮은 목소리로 말해]

[평소처럼, 갑작스럽게 열변을 토하는 것도 금지.

 실패하면 꼴사나우니까]

[아, 그리고...]

[조심해, 우리 담임, 엄청난 미인이라고?]

마지막에는, 미소지으며 장난쳐주었다.

나를, 보내줬다.

오사무 : 3학년...D반, 이랬지.

눈 앞...딱 머리 높이에 있는 건, 그야말로 [3-D]의 간판.

틀림없다, 여기다.

.........

(똑똑)

오사무 : 실례합니다, 히노사카 미토코의 보호자로...

코우노선생 : 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어서 들어오세요.

오사무 : .........?

         실례, 합니다...

어딘가서 들은듯한...?

(드르르륵)

(부르르르릉........철컥)

히메오 : 토코짱!

         다행이다, 찾았다...

미토코 : 히, 히메오 언니?

         어째서 여기를...?

히메오 : 찾고 있었어...

         사태가 한시가 급해서,

         가만 있을 수가 없어서...

미토코 : ㄷ, 대체, 뭐가 뭔지...

히메오 : 토, 토코짱...안돼,

         그 남자랑 가까이하면 안돼!

미토코 : ㅇ, 앵?

히메오 : 다행이다...정말로 빨리 알게 돼서 다행이야...

         서둘러 귀국하길 잘했어.

미토코 : 저기...무슨 얘긴지 전혀 모르겠는데요.

히메오 : 토코짱네로 숨어 들어온,

         새로운 세입자, 그 남자 말인데...

미토코 : 리스토라 씨?

         그 사람이라면 지금, 보호자 면담하러 학교 안에...

히메오 : ㅇ, 이 무슨...

         여기까지 파고드리라고는...

미토코 : 저, 저기...혹시,

         그 사람이 무슨 잘못이라도 저질렀나요?

히메오 : 토코짱...

미토코 : 그렇다면 죄송합니다!

         리스토라씨의 실수는, 집주인인 저의...

히메오 : 아니야, 그게 아니라고...넌 속고 있다고.

         그 남자는 안돼. 엄청난 악마야!

         여자의 마음을 갖고 노는, 최악의 남자라고!

미토코 : 자, 잠깐만...악마라니...앵?

         리스토라씨는, 그냥 손이 많이가는 세입자로...

히메오 : 엑스표라고!

         2년 전에 이혼했어!

         (이혼하면 호적에 엑스표가 그어진다네요)

         

미토코 : ..........................네?

(드르르르륵)

코오노선생 : .........

오사무 : .........

코오노선생 : ...오사무?

오사무 : ...아사미...?

(저벅저벅...)

미토코 : .........

히메오 : 4년 전, 24세일 때, 그 남자...요시무라 오사무는,

         사귀던 애인하고 졸업과 동시에 결혼했어.

히메오 : 하지만, 그 결혼 생활은 오래가지 못했어.

         결혼하고 2년 후, 그러니까 2년 전이네.

         결국, 두 사람은 파국을 맞이했어.

히메오 : 원인은...거기까진 모르겠어.

         일 때문이라든가 사생활 문제든가, 여러 사정이 있었겠지.

히메오 : 하지만 말야, 하나 말할 수 있는 건...

         그 남자는 최소한 한 여성을 불행하게 했어...

         그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야.

히메오 : 그런데...그것만이 아니었어.

         조사하는 동안에 더욱 엄청난 사실이 밝혀졌어.

히메오 : 헤어진 아내 말인데...

         이혼 후, 생활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일을 시작했어.

히메오 : 원래 교육학부 출신이라서,

         교원 면허를 갖고 있던 게 다행이었지.

         2년 전, 어느 학교의 교사로 발령받았어.

히메오 : 직업, 교사.

         결혼 당시의 이름을 요시무라 아사미.

         그리고 현재는 옛날 성을 따 코우노라고 해서...

히메오 : 그래...

         너희 반, 3학년 D반의 담임인,

         코우노 아사미 선생, 그 사람...!

아사미 : .........

오사무 : .........

아사미 : 여기서...뭐하고 있는 거야?

오사무 : 그, 그쪽이야말로, 어째서 여기에...?

아사미 : 나는...그, 지금은 이곳의 교사를...

(드르르륵)

미토코 : 으!

오사무 : ...아

아사미 : 히, 히노사카 양!?

오사무 : 에? 에? 에?

         미, 미토코짜...?

(짝!)

아사미 : 에?

오사무 : 아...

미토코 : .........으으

제3화 우리집으로 왕~

분타로 : 이건 너무 충격적인데...

요시노리 : 이야, 그러게 말야.

분타로 : 나...난 리스토라는 동정인줄 알았는데 말야.

요시노리 : 그 소리냐...

키헤 : 어이어이 실례되는 소리 하면 안된다고.

       [일어서면 청죽(靑竹), 앉으면 참억새, 걷는 모습은 버드나무]라고 할 정도로

       반해버릴 정도의 색남이잖아.

요시노리 : 미안한데 영감.

           그게 뭐가 사랑받는다는 표현인지 잘 모르겠어.

분타로 : 그런데...주인 언니의 담임 선생이

         리스토라의 전처라고...황당하지 않아?

         무슨 만화 같은 전개 아냐?

요시노리 : 아니, 그 표현은 만화 이외의 창작물에 대한 실례야.

분타로 : 에? 그래?

요시노리 : 잘 들어? 라노베, 아니메, 게임...이 세상에는 이러한

           우연주의의 얘기가 무수하게 존재해. 이번 같은 흔해빠진 전개를,

           만화 특유의 문화로 결정지어 다른 모체를 인정하지 않는 건 사고 정지야.

분타로 : 무슨 말인지 모르는 데 더해서,

         애당초 나는 그런 거 안본다고.

요시노리 : 너도 일년내내 한가한 대학생이라면,

           그 정도의 오타쿠 취미는 익혀둬.

           언젠가 도움이 되는 날이 올 거라고.

분타로 : 그 표현은 나 이외, 극히 일부의 대학생에게

         실례가 아닐까나.

요시노리 : 예를 들면, 세상에는 방금 네가 말한 [만화]의 부분을,

           [어떤 레이팅의 PC게임]에 이식하려는 움직임도 조금씩 보이고 있다고.

           (레이팅이란 "등급" 정도의 의미)

분타로 : 아, 그거라면 나도 들은 적이 있어.

         분명, 그걸...

키헤 : 우연주의라는 건 인정(人情) 만담에서도 자주 등장하지.

       쿠마씨가 말하는 건 너무 전문적이어서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고 전혀.

분타로 : 그런데 지금 몇 시?

요시노리 : 으음...7신데.

키헤 : 8문, 9문, 10문...

       (만담의 패러디라는군요...;;)

분타로 : 흐아...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그럼, 슬슬 잘까.

(드르르륵)

오사무 : 아...

미토코 : .........

내 출근 시간과, 미토코짱이 신문 배달에서 돌아오는 시간은,

겹칠 확률이 꽤 높다.

오사무 : ㅇ, 여, 안녕...

미토코 : .........

예전에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맞춘 것도 같았지만,

오늘은.........완전 우연이겠지.

오사무 : 저, 저기 말야...미토코짱.

미토코 : .........

어제의 "그일"이후,

입도 뻥긋 안했으니.

집에 오고나서, 미토코짱의 방을 몇 번 두드려봤지만,

그때마다 베개가 문에 부딪치는 소리만이 들려왔고.

오사무 : 그, 그, 어제일은...

미토코 : 뭐야 엑스표.

오사무 : 에에에에에에에에!?

별명이 바꼈다~!?

게다가 이제는 [씨]도 떼어버렸다...

뭐, 그야 어쩔 수 없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미토코 : 후우...

오사무 : 저, 저기 말야, 미토코짱.

         조금만 얘기할 수 없을까?

         5분, 아니 3분이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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