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무 : 네...
미토코 : .........
오사무 : .........
미토코 : .........
오사무 : .........
미토코 : 이제, 끝?
오사무 : 으음...
미토코 : 그럼, 잘 ㅈ...
오사무 : 내일부터 신학기지?
미토코 : 에...?
아, 응, 그런데, 그게 왜?
오사무 : 아, 으음, 그게...
미토코 : .........
오사무 : 진급, 축하해.
미토코 : 고마워.
오사무 : 이제 수험생이네.
내일부터 삼학년.
미토코 : ...3학년이 모두 수험생은 아니야.
오사무 : 진학 안해?
미토코 : 글쎄.
오사무 : .........
미토코 : ...왜?
오사무 : 개학했는데,
그렇게 무모한 겹치기 알바를 계속할 생각?
미토코 : 무모하지 않으니까.
오사무 : 계속할 거구나...
미토코 : 그야, 무모하지 않으니까...
무모하다...
아니, 그런 근무 형태로 학교를 제대로 다닐 수 있을 리가 없다.
설령 다닐 시간만이라도 확보할 수 있다 하더라도,
예습복습은 커녕, 숙제할 시간조차 없다.
그보다 근본적으로 수업을 들을 체력조차 있을지 없을지.
오사무 : 그렇게 많은 숫자의 알바, 학교측 허가 못 받을 것 같은데?
미토코 : ...어떻게든, 할거야.
오사무 : 어떻게라니, 어떻게?
교칙 위반?
미토코 : 으...
오사무 : 그리고 지각과 조퇴, 결석을 반복하려고?
분명 선생님이나 친구들도 걱정할거야.
미토코 : 읏...!
오사무 : 아니면, 학교 가는 거, 그만둘거야?
내가 일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넌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
미토코 : ...시끄럽네.
진지한 그녀가 가장 싫어하는 표현을 골라,
하나하나 던져본다.
오사무 : 별로 큰 소리 안냈는데?
지금은 심야니까.
미토코 : 그런 뜻이 아냐!
그녀가 내 우물쭈물하는 태도에 화가 난다면,
지금 아주 끝까지 화나게 할 것이다.
미토코 : 그런 건, 알고 있어.
전부, 얘기 안해도 아는 얘기인 걸...
오사무 : 알고는 있지만, 잘 안되지?
노력은 하지만, 돌아오는 게 없지?
미토코 : 시끄러웟!
오사무 : ...이웃한테 민폐라고?
지금은 심야니까.
미토코 : ~으!
거기다 결정타로, 말꼬리를 잡고 늘어진다.
어른스러운 이 아이를,
애들 싸움에 끌어들이기 위해.
미토코 : ...어쩔 수 없잖아.
어떻게 할 수가 없잖아.
오사무 : 그렇지, 어쩔 수 없지.
왜냐하면 넌, 원래대로라면,
학생이고, 피보호자고, 피부양가족, 이니까.
미토코 : 왜 그렇게 거들먹거려.
마마한테 차인 주제에...
오사무 : 나는...차였다고는 생각지 않아.
미토코 : ...에?
자, 준비는 다 됐다.
오사무 : 나는, 그 사람한테 구원받았어.
나는, 그녀가 보인 약점을 이용할 뿐.
오사무 : 살아갈 활력을 잃고,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았던 나에게,
따뜻한 커피와, 따뜻한 마음을 주었어.
진심과 속임수가 뒤섞인,
스스로도 얼마나 믿고 있는지 모르는 말들을 사용한, 승부.
오사무 : 설령 지금 여기에 없어돠, 나에게 있어선 소중한 사람이야.
아직 포기할 수 없어.
미토코 : 리스토라 씨...
노력하지 않은 내가,
부자유스러운 생활을 강요당하는 건 어쩔 수 없다.
오사무 : 그러니까 집주인...아니, 미토코짱.
호노카씨의 딸인 네가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건,
나에게 있어선 슬픈 일이야.
그렇지만, 한계점까지 노력하고 있는 이 아이에게,
나이에 걸맞은 생활을, 포기하게 하고 싶진 않다.
오사무 : 분명 나는, 무직에다, 편식하고, 불운의 제왕이고,
무엇보다, 지금까지 네 인생하고 전혀 관계없는 사람이었어.
오사무 : 하지만 나는, 아무리 미덥지 못해도, 아무리 한심해 보여도,
사회적으로는 너보다 여러 가지로 융통성이 있는 [어른]이야.
오사무 : 따라서, 어른인 나는...
혹시라도, 조금은 너에게 힘이 되어줄지도 몰라.
미토코 : .........
오사무 : 응, 미토코짱? 아주 조금만이라도 좋아.
그냥 속는셈친다고 해도 좋아.
...그래도, 나에게 기대해주지 않겠어?
애들 싸움에 끌어들였으면,
다음은, 어른의 흥정 수법을 이용한다.
오사무 : 친구가...될 수 없을까?
미토코 : 친구...
오사무 : 몇 번이고 따귀 때려도 좋아. 그야 친구니까 화내는 거지.
오사무 : 그렇지만 가끔은, 같이 웃고, 기대주고,
...장난치거나 할 수는 없을까?
미토코 : .........
그녀...히노사카 미토코의 눈동자가, 그제야 나를 똑바로 바라본다.
오사무 : .........
그래서 나도, 어둠 속에서 아주 작게 빛나는 그녀의 눈동자를,
진지하게 내려다...바라본다.
미토코 : .........
그 시선이, 갑자기 부드럽게 풀어진다.
입가가 부드럽게 벌어진다.
미토코 : 리스토라 씨.
오사무 : 에...?
그런, 실은 1초도 되지 않는,
그렇지만 확실한 고민의 후.
미토코 : 잘자.
오사무 : 에...
(철컥)
오사무 : 아...
그녀는, 또 다시,
내 손을, 잡아주지 않았다.
.........
......
...
키헤 : .........
요시노리 : .........
분타로 : .........
(다다다다..., 집에서 나가는 소리)
.........
오사무 : 다 됐다...
이불을 개고, 옷을 갈아입고,
집을 정리하니, 이제 곧 아침 8시.
요 일주일간, 여기서 생활하게 된 후,
이런 시간대에 일어나있는 사람은 없다는 건 이미 파악.
세입자 모두가 일어나는 건,
몇 시에 잤든 오후 넘어.
인근에서 가장 부지런하다는 평판의 집주인은,
평상시대로라면 신문 배달을 끝내고 도시락 가게의 준비에 한창.
그렇지만, 오늘부터는...
오사무 : 시업식, 인가.
원래대로라면, [집주인]이 [미토코짱]으로 돌아가는,
경계선이 되는 날일 터.
그녀는 제대로 학교에 갔으려나?
며칠 전에 준비해둔 교복을 입었으려나?
오사무 : .........
이제 그만 생각하자.
나는 그 아이를 설득시키지 못했으니까.
(철컥)
오사무 : 아...
4호실을 여니, 뭔가가 문에 부딪치는, 가벼운 소리가 들린다.
문 앞에 있는 작은 봉투.
그것과, 붙어 있는 메모.
오사무 : 이거...
다시 말하지만,
이런 시간대에 일어나 있을 사람은 없다.
그렇지만 이 시간보다 이전에 활동을 시작하는 사람은 있다.
오사무 : 집주인, 씨
[전철 안에서 먹어.
샌드위치라면 먹을 수 있지?]
급하게 썼지만, 그녀다운, 정중하고, 딱딱해보이는 필적.
그리고...
오사무 : 아...
[추신. 제법 기뻤어. 고마워]
약간의 예감과 함께, 메모를 뒤집으니,
거기에는 작은, 아주 작은 글자가,
자그맣게, 구석에 적혀 있었다.
오사무 : ...미안해.
결국, 항상 받기만 할 뿐으로,
아무것도 돌려주지 못했다.
그녀는 나에게,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헛돌고 말았다.
겨우 1주일로는 무리였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조금이라도 신뢰 관계를 쌓을 수 없었던 건,
생각했던 것보다도, 꽤 타격이 크다.
(드르르륵)
오사무 : 신세...많이 졌습니다.
일주일 동안, 완전히 눈에 익숙해진 풍경에,
깊이 고개를 숙이고, 이별을 고한다.
미안, 힘이 없어서.
믿음직스러운 아저씨 모습을 보이지 못해서, 정말로, 미안.
.........
......
...
(끼익~)
분타로 : 어라, 어서와~
미토코 : 다녀왔어.
오늘은 일찍 일어났네. 지금부터 리허설?
분타로 : 아니, 간만에 학교.
주인 언니야말로, 벌써 돌아온 거?
미토코 : 그야 오늘은 개학식 뿐이니까.
분타로 : 아, 그런가...학교 제대로 갔구나.
미토코 : 학생이니까요.
분타로 : 리스토라의 얘기를 들어서?
미토코 : 설마.
분타로 : 가버렸네, 그 녀석.
미토코 : 그러네.
분타로 : 조금 더 비실댈까 했는데,
중요한 부분에서 끈덕지네.
미토코 : ...그러네
분타로 : 게다가 집세집세하며 시끄러웠으니.
주인 언니도 업무를 침해받아 좀 짜증났을 거야.
미토코 : 그러네, 방해자가 사라졌으니까,
오랜만에 직무에 충실해져볼까.
그래서, 언제 낼거...야...
분타로 : (멀리서)에~ 뭐라고? 멀리 떨어져서 잘 안 들리는데~!
미토코 : (작은 목소리로)...차 조심해.
분타로 : 아, 자해공갈이라는 방법도 있었구나.
그럼 갔다올게~!
미토코 : .........하아
분타로 : 이봐 리스토라, 당신, 그렇게 미움받고 있는 것 같진 않네.
...끝까지 보답받진 못하네.
오사무 : 흐, 흐, 흐...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