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화 (8/87)

.........

오사무 : 후아아아아~...졸려.

         매일밤 같이 어울렸으니.

아나운스 : 16번선, 노조미 46호 신오오사카 행, 이제 출발하겠습니다.

           출입문이 닫히오니 주의해 주십시오.

오사무 : 엇.

.........

키헤 : ...정말로 괜찮은가?

미토코 : 뭐가요?

키헤 : 뭐라니, 그야 당연하잖은가.

       다음달 낼 세금 문제 말야.

미토코 : 으~, 어떻게 되지 않을까?

         .........읏차

키헤 : ...역시 어린 주인한테는,

       이 빨래줄은 너무 높지 않나?

미토코 : 그렇지 않아. 

         옛날부터 이 높이였으니.

키헤 : 하지만, 전에는...

미토코 : 영감님도 집세 내줬으니,

         정말로 괜찮을 거라고...아마도.

키헤 : 응? 아, 늦어서 미안했네.

       지난달엔 돈 쓸데가 좀 많아서.

미토코 : 으으응(아니), 이 정도라면 딱 좋아.

         영감님은 2개월치 이상 밀린적이 없으니.

키헤 : ...듣고 있나, 쿠마 씨?

(드르륵)

요시노리 : 아니, 전혀.

키헤 : ...그럼 어째서 일부러 창문까지 열면서 대답할까.

요시노리 : 걱정마, 조만간에 1년치 한꺼번에 줄테니까.

           엑서스도 올라가고 있으니,         

           내가 조금만 신경쓰면...

키헤 : 하루종일 집에 틀어박혀서 뭘 하고 있는지.

       예전의 쿠마씨는 그러지 않았다고.

요시노리 : 그건 그렇고...

           리스토라, 지금쯤엔 열차 안이겠지?

미토코 : ...그렇지 않나?

         정오쯤에 신간센 타고 돌아간다고 했으니.

키헤 : 그렇게 사람 좋고 기가 약하고 운이 없으니,

       앞으로 잘 해나갈련지 그 양반은.

요시노리 : [아무나 잘 믿고, 어리버리하면서 참견하기 좋아하는]이 빠져 있다고.

미토코 : 정말 말이지...

         남을 걱정하기 전에,

         먼저 자기부터 어떻게 해야지.

키헤 : ...소주인에 대해선 빡빡하네.

요시노리 : 그렇게 미토코짱이 계속해서 차갑게 구니까 말야...

           리스토라, 실은 여기에...

미토코 : 여기는 자신의 일조차 제대로 못하는 세입자를

         몇 명이고 데리고 있을 여유는 없습니다.

요시노리 : 아무리 그 녀석이 완전 구제불능이라고 해도,

           한 명 정도는 괜찮을텐데.

미토코&키헤 : .........하아

요시노리 : 뭐야 그 한심하다는 듯한 반응은?

           다들 그렇게나 리스토라가 싫어?

           난 꽤 마음에 들었는데 말이지.

키헤 : 질린다.

미토코 : 응, 질렸다.

요시노리 : 아~...증말 다들 쌀쌀맞게.........

           아앗!?

키헤 : 모야 이상한 소릴 지르고?

요시노리 : 큰일이야...한 판 벌어졌네...

키헤 : 축제라, 좋지.

       지금쯤이라면 우에노 공원인가?

요시노리 : 아니라고, 내 블로그가 불타오르고 있다고!

           코멘트란에 난리가 났다고!

키헤 : 음음, 화재와 싸움은 에도의 꽃이라고들 했으니.

미토코 : ...뭐 하는 거야 대체?

.........

오사무 : ...우와

포장된 호일을 뜯으니, 거기에는 심플하면서도

형형색색의 재료가 들어가 있는 샌드위치.

베이컨, 양상치, 토마토, 참치, 달걀, 기타등등.

피자 소스를 바른데다 치즈까지 얹혀있어 식욕을 돋웠다.

거기다, 다른 한쪽에는, 꽉꽉 채워져 있는 반찬.

달걀 시금치 국, 비엔나 소시지. 마카로니 샐러드, 미트볼,

정어리 마리네, 브로콜리.

...그리고, 고로께.

겉모습도, 영양의 밸런스도, 양도 두 말할 나위없는,

정말로 정성이 담긴 도시락.

오사무 : ...고마워

요 1년 넘게, 이렇게 [차가우면서 따뜻한 식사]는,

입에 댄 적도 없기에, 자연스럽게 얼굴이 일그러진다.

이대로 그냥 먹어버리기엔 아깝고,

먹게 되면 먹을수록, 내 얼굴은 더욱 꼴사납게 일그러질 것 같아,

분명, 옆자리 사람이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겠지만.

오사무 : 잘 먹겠습니다.

그래도 힘차게 손을 맞잡고,

깊이 고개를 숙이고, 플라스틱 포크를 잡는다.

우선은...바싹 튀겨진 고로께부터...

미토코 : .........

미토코 : 음~...

분타로 : ...어라?

미토코 : 으!

         .........어서와, 야스나가 군.

분타로 : 다녀왔어.

         ...뭐 해?

미토코 : 여긴 내 집인데요?

분타로 : 그야 그렇지만 말야...

         혹시, 낮에 집에 온 이후 계속 여기 있는 거?

미토코 : 별로-.

분타로 : 그거 미묘하게 대답이 안되는디요...

미토코 : 뭐야?

분타로 : 오늘 알바는?

미토코 : 가끔은 괜찮잖아?

분타로 : 그거 미묘하게 대답이 안되는디요...

미토코 : 뭐야?

분타로 : ...낮이랑 비교해서 까탈스러운거 아냐?

미토코 : 그치만, 벌써 저녁이잖아.

         뭐 하고 있는 거야 대체...

분타로 : 그러니까 그거 미묘하게...읏!?

미토코 : .........

분타로 : 아주 완벽한 대답입니당.

         그냥 완전히 세계의 진리를 밝힌 듯이!

미토코 : 아무것도 모르면서...

분타로 : 아~ 난 아직 미숙한 놈이니까요!

         그럼 나중에~

(드르륵)

미토코 : 역시, 내가 잘못 보지 않았어.

         ...그런 굼벵이, 처음 봤어.

분타로 : 저 안좋은 공기...드디어 터졌나?

미토코 : 벌써 오래전이 터졌다고!

분타로 : 아니, 귀 너무 밝다고, 여기 사람들...

.........

미토코 : 하아...

미토코 : 설마...알아채지 못했나?

미토코 : 그런식으로 입만 살았으니까 리스토라 당하는 거야...

미토코 : 누구한테 기대라고?

         누구 보고 기대하라고?

         누가 어른이라고?

미토코 : 누가...친구라고?

미토코 : 힘이 되어 주겠다고...그랬잖아...흑

미토코 : 이제 날이 저문다고...리스토...!?

미토코 : 아...

미토코 : 윽!

오사무 : 하아, 하아, 하아...

히가시하기모리역에서 도보로 10분.

역앞의 시끄러움이, 급히 뛰는 동안에,

순식간에 사라지는 주택가.

눈앞 전신주의 지명이, 히가시하기모리 3가로 바꼈다.

이제는 이 길을 똑바로 달려가면 된다.

10번지...20번지...그리고...있다!

미토코 : 생각보다 빨리 왔네...아하하하하

오사무 : ㄴ, 너, 너어어어!

         무슨짓을 하는 거야!?

분노와 함께 쥐어짜낸 내 목소리는,

역시, 엄청난 삑사리였다.

미토코 : 아하하하하...얼굴, 시뻘게?

히가시하기모리 3가 24번지라는 주소에 있었던 건,

[테라스하우스 히노사카]라는 낡은 표찰.

히가시하기모리 3가 24번지라는 주소에 있었던 건,

...남의 얼굴을 보고, 깔깔웃는 소녀.

오사무 : 이런 건...비겁하잖아.

         난, 이것만은 안된다고 했지?

내가 쥐고 있는 건 편지.

그녀가, 아침에, 넣어뒀던 것.

샌드위치와 반찬이 든 도시락.

양도 맛도, 아주 만족스러운 점심.

미토코 : 전부 다 먹었지?

         남기거나 하면 용서 안해?

오사무 : 라이스(rice) 고로께가 뭐야!

...그렇다, 단 하나를 빼고는.

미토코 : 정말로 못 먹는구나, 밥.

         난 그냥 눈치 못채고 먹을 줄 알았는데.

오사무 : 냄새도 맛도 알알이 씹히는 식감도 전부 안된다니까...

         부탁이니까 이것만은 놀리지 말아줘.

         3년 동안 노력해도 극복할 수 없었으니까.

미토코 : 놀리라고 한 건 그쪽인데, 말이 좀 심하네.

오사무 : 그, 그 전에, 할 말이 있잖아?

미토코 : ...뭔데?

여전히, 싱글싱글 웃는 얼굴로 올려다본다.

그 표정은, 모든 법칙을 알고 있다는 눈치다.

그렇지만 변함없이 자기 먼저 카드를 꺼내려고 하지 않는다.

이렇게 어린데, 술수가 교묘한 아이다.

...내가 파멸적으로 어설픈 것 뿐일지도 모르지만.

오사무 : 이거, 받아.

그럼 나는, 우직하게 나아갈 뿐.

미토코 : 뭐야, 이거?

왼쪽 주머니에 넣었던 손을 빼고,

그녀의 눈앞에 들이민다.

오사무 : 어른의, 힘.

미토코 : 아...

오사무 : 안...확인해봐.

거기에는, 작지 않은, 갈색 봉투.

약간의 매직으로 바꿔놓은 포장.

그리고 내용물도, 가치를 조금 줄여,

형태를 극적으로 변화시켜...

미토코 : ...은하질점(銀河質店)?

         (전당포 이름인 듯)

오사무 : ...그 아래!

전당표도 들어가있는 채였다...

미토코 : 아...

오사무 : 30만이야...

         4호실, 이걸로 어떻게 들어갈 수 없을까?

그 사람의 탄생석인 에메랄드가,

게다가 플라티너 반지와 세공되어 있던 다이아몬드가...

사람의 위와 아래를 유통하는 30명의 후쿠자와 선생으로 바뀌어 있었다.

(만엔짜리 지폐의 인물을 가리키는듯)

미토코 : 너무 많아...

오사무 : 그럼 남는 건 보증금으로.

         내가 나갈 때 필요 경비를 빼고 돌려줘.

미토코 : .........

오사무 : 자꾸 얘기하는 거지만...

         친구, 될 수 있을까?

될 수 있다.

왜냐하면, 그녀는 아까 나를 놀려댔으니까.

미토코 : 돈은 우정을 망친다고?

오사무 : 친구에게 돈을 빌려준 경우에는 버렸다고 생각해라.

         ...실천할 자신, 있는데?

나를 골탕먹였으니까.

미토코 : 나는...

         집세 체납당하면 버렸다고 생각하기 어려운데.

오사무 : 어떻게 해도 안되려나?

         방이 다 찼나?

내 반응을 보고 싶어했으니까.

미토코 : .........

오사무 : .........

미토코 : ...아하하...아하하하하

오사무 : 아하하...

내가 화내기를...

움직이기를 [기대]했으니까.

미토코 : 리스토라 씨...당신, 바보야.

오사무 : 그래서 리스토라당했지요.

미토코 : ...납득이 가.

따라서, 그렇게 완고했던 그녀는,

그 태도를 깨긋이 바꾼다.

그건, 이번일에 있어서는,

내가 정답을 맞췄기 때문, 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몇 번이고 잘못해도, 참을성 있게 기다려준 이 아이는,

역시, 그 사람의 딸이구나라고 생각하는 건...

너무 지나친 생각일까, 아니면...

미토코 : 그럼, 빨리 4호실로 모두 불러 환영회할까?

         마리X 카X 대회!

오사무 : ...하는구나, 정말로.

미토코 : 게임기는 없으니까 다른 사람들한테 빌리겠지만 말야.

오사무 : 나도 마찬가지야. 마음이 맞네.

미토코 : 자, 가자?

안녕, 나의 세컨드 러브.

안녕, 내 막노동 3개월치.

오사무 : 앞으로 잘 부탁해.

         집주...미코토 ㅇ..........미코토짱.

그리고, 나의, 실제로 1년만의,

인생의 목적과 함께 나아가는 새로운 생활이, 시작된다.

미토코 : 응! ...리스토라 씨.

.........빨리 재취업하고 말겠다는 맹세에 담아.

오월 초순

호우에이상회사장 : 호오, 예전에는 카마타 상사에?

오사무 : ㅇ, 예. 5년 정도 몸담고 있었습니다.

사장 : 우리 같은 데랑은 달리 대기업이 아닌가요!

       작년, 불미스러운 소문으로 조금 시끄러웠지만,

       지금은 완벽하게 부활했으니.

오사무 : 그, 그 정도까지는...아, 아뇨,

         모두들 열심히 일하고, 우수한 분들이셨지만.

사장 : 그렇지요, 우리 같은 곳이랑은 달리,

       일류 대학 출신의 우수한 인재들 투성이니까요.

       ...그러고 보니, 요시무라씨도 야츠하시셨나요?

오사무 : 저, 저는 그렇게...

사장 : 야츠하시에 카마타라...엘리트의 길을 달려오셨군요.

       ...그런데 어째서 카마타를 나와서 우리 회사를?

오사무 : 에...그, 그건...

사장 : 혹시, 건강상의 문제라든가?

       듣기에는 거긴 격무에 시달린다든데.

오사무 : 에? 아!

         ㅁ, 맞스.........으!?

미토코 : 병이라든가, 그런 네거티브한 거짓말은 하지말 것.

         그럴거면 그냥 솔직하게 "정리해고 됐습니다"쪽이 훨씬 나아.

사장 : 최근에는 멘탈적인 부분에서 쓰러지는 사람도 많으니까요.

       우리도 회사가 작은 탓에 한 사람, 한 사람의 업무량은 상당한 편으로...

오사무 : 아, 아뇨, 아닙니다! 일이 많은 건 익숙해져 있습니다.

         체력도 기력도 자신 있습니다!

사장 : 호오, 그렇습니까.

       학교 다닐 땐 뭔가 스포츠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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