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화 (6/87)

미토코 : .........

약간 움찔했다.

정말로 주제넘은 소리라는 건 알고 있다.

오사무 : 그래서, 네가 무리하고 있다고.

         전부 짊어지고 있다고.

그리고 내가 아무 힘도 될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

오사무 : 혹시, 모두들 너무 걱정하는 게 아닌가 생각했지만,

         아까의 네 모습을 보고 정말이라는 걸 알았어.

하지만 바이트에서 집에 돌아오는 아주 잠깐의 시간도 참지 못하고,

공원에서 잠들어 버리는 그녀를 본 이상은,

그냥 이대로 떠날 수는 없어서.

오사무 : 너 같은 나이에, 혼자서 살는 건 둘째치고,

         아파트를 꾸려 나가다니 정말 말도 안돼.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자신에 대해서 제쳐두면 제쳐둘수록,

괜한 분노가 치밀어올라.

그렇게나 좋아했던 그 사람이, 싫어지려 하기에.

오사무 : 실종 신고...하자.

         잠시 동안 친척한테라도 신세를 지고 말야.

         혼자서 고생하지 말고, 차분히 엄마를 기다리자?

미토코 : ..........

오사무 : 만약 타인한테 신세지고 싶지 않다고 하면,

         적어도 저곳을 처분하는 것만이라도...

미토코 : .........

오사무 : 이제 혼자서 저 아파트를 유지하는 건 불가능해.

         똑똑한 너라면, 충분히 알고도 남지?

미토코 : ...(스읍)

오사무 : ...어때?

최후의 한모금을 삼킨 후에도,

그녀...히노사카 미토코는, 잠시 아무말도 없는 상태로.

하지만 내 말에 감명을 받아 눈을 반짝거리지는 않고,

그렇다고 내 말에 고민하는 눈치도 아니었다.

단지 담담하게,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냉정하게, 무감동에, 기쁨도, 슬픔도 없이.

미토코 : 저기 말야...

오사무 : 역시, 너무 주제넘은 말이었나?

미토코 : 남 걱정하기 전에, 취직부터 해.

오사무 : 할거야!

         ...조만간

무심결에 삑사리가 났다.

평소 목소리를 크게 내는 건 익숙치 않기에.

내 말이 전해지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화려하게 무시당했다는 건, 적지 않은 쇼크를 받았다.

미토코 : [난 괜찮아]라든가, [걱정하지마]같은 말을 할 생각도 없어.

         왜냐하면, 리스토라씨는 관계자가 아니니까.

오사무 : 하지만 난, 호노카씨와...

미토코 : 마마한테 당신은 아무것도 아니었어.

         관계있다고 생각하지 않은 거잖아?

오사무 : 으...

미토코 : 그러니까, 진심이든 농담이든,

         쓸데없는 참견은 하지 말도록.

어제의, 약간 말이 거칠고 행동이 앞서지만,

마음 저편의 부드러움을 항간 보여줬던 그녀는 모습을 감추고.

미토코 : 그러지 않으면...

         마마처럼, 자신이 전혀 그럴 생각이 없어도,

         결과적으로 남을 배신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오사무 : 그 말은...

거기에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은,

그렇지만 지금까지의 상황에 어울리는, 담담한 태도를 보이는,

다른 하나의 그녀가 있었다.

미토코 : 으음~...커피, 잘 마셨어.

         덕분에 잠이 깼어. 고마워.

오사무 : 아...

그렇게 일방적으로 결론짓더니,

그녀는 그대로 자전거에 올라탄다.

미토코 : 그럼, 간다.

그리고 그 뒤에는, 말을 잇지 못하고,

홀로 공원에 우두커니 서있는 나만이 남겨졌다.

.........

(콰광~, 볼링핀 쓰러지는 소리)

요시노리 : 좋앗, 펀치 아웃!

분타로 : 아니 잠깐잠깐잠깐! 말도 안돼 이거!

         쿠마짱 처음부터 5연속 가터였잖아!

요시노리 : 비법이 있다고. 잘 들어? 이렇게 하는 거야.

           방향키를 순서대로 상, 상, 하, 하, 좌, 우, 좌, 우로 누른 후에...

분타로 : 없으니까, 이 게임에 그런 명령어 없으니까.

키헤 : 자 그럼, 이제 남은 건 핫짱의 마지막 프레임이네. 

       에~ 어디보자, 지금까지 스코어가 113대 103이네,

       스페어를 처리하지 못하면 쿠마씨의 승리야...흥분되는 구만.

분타로 : ㅈ, 젠장~ 낙승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절체절명의 대핀치로 변하냐.

         여기서 잘못했다간 연체 5개월...집중, 집중.

오사무 : 그런 것보다도, 문득 생각이 났는데요,

         어째서 이 게임기 살 돈으로 집세를...

분타로 : 집중하고 있으니까 잡음은 안들려~!

         으랴아아아아아~!

(콰광~)

분타로 : 과연.........아아아아아~!?

요시노리 : 좋아 승리!

           이걸로 연체 4개월!

키헤 : 이 중요한 순간에 7-10 스플릿이라니...

       너도 참 피곤하구만.

분타로 : 이런...마지막 순간에 이렇게 뒤집히다니...못났네~

요시노리 : 자, 빨리 던지라고. 뭣하면 내가 비법을 알려줄까?

           방향키 상, 하, 좌, 우를 동시에 눌러서 말야...

분타로 : ...저기 리스토라. 내기하지 않을래?

         여기서 내가 스페어를 처리하면 상금 5개월 분이라는 걸로 말야.

오사무 : 어째서 내가!?

분타로 : 부탁해!

         당신의 초절정인 재수없음을 나에게도 나눠줘!

오사무 : 그러니까, 당신들의 집세 전쟁에 날 끌어들이지 말아요.

         그리고 나한테 자꾸 재수없다, 재수없다 하지 마세요.

         계속 들으면 정말로 재수가 없을 것 같다고요.

분타로 : 에~, 그렇게 말하는 건 좀 아니지 않나~?

         이렇게 리스토라의 송별회를 성대하게 하고 있는데...

오사무 : 그러면 어째서 주인공을 봉으로 삼으려고 하나요.

...그렇다, 송별회.

여기에 와서, 벌써 5일째의 밤.

집주인의 말을 빌리면, [언제까지 있을 거야]라는,

순식간에 지난 며칠간의, 마지막 날.

분타로 : 좀전까지의 흥분 상태가 거짓말처럼 회장은 싸늘하게...

         그리고 세계의 운명은 이 남자의 오른손에 달려있다...

요시노리 : 야, 안 하냐?

겨우 며칠로, 이런, 잠시라도 정신을 놓으면

한없이 뜯어먹을 것 같은 사람들이라도,

이별이 서운하게 느껴졌다.

그렇게까지, 이 [자칭] 테라스하우스에

적응이 되어버린 내가 있다.

그렇지만...

[왜냐하면, 리스토라씨는 관계자가 아니니까]

오사무 : .........

요시노리 : 이걸로 3승 1패...훗.

           그럼 다음 시합은, 영감하고 리스토라.

오사무 : 아...전 이제 그만할게요.

키헤 : 뭐야, 소주인, 농담하지 말라고.

       아직 초저녁이잖아.

오사무 : 아뇨, 내일 일찍 출발하려고요.

요시노리 : 좀 더 편하게 있어도 되는데.

           한 일년정도.

분타로 : 그래그래, 집세도 안내고 5일이나 있었으니.

         은근슬쩍 눌러 앉아도 아무도 뭐라 안한다고.

오사무 : 분명 집주인한테 얻어 맞을 거예요.

키헤 : 뭘 걱정이야.

       왜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신, 어린 주인이 마음에 들어하고 있으니.

       따귀 좀 맞으면 어때, 그냥 이대로 눌러있어.

오사무 : 그건 아무래도 제 사회인으로써의 지위가...

애당초 내가 나한테 잘해줬던 건,

결코 마음에 들어서가 아니라,

곤란한 상황에 놓은 사람을 그냥 내버려둘 수 없는 그녀의 좋은 인간성 때문이기에.

무엇보다, 나보다 한참 어린 여자애한테

계속 따귀 맞는 건 슬프다.

요시노리 : 그런가...좀 서운한 걸.

오사무 :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내가 없어도 이 사람들은 아주 즐겁게 지낼 것 같지만,

그걸 입밖으로 내기에는 영감님이 [풍류를 모른다]고 싫어할 것 같아서.

분타로 : 이제 어떡할거야?

오사무 : 일단 집에 돌아가서, 앞으로의 일을 차근히 생각해볼까하고.

요시노리 : [그대로 집에 틀어박힌다]에 3개월분.

분타로 : 좋아 승부다.

         [평생 틀어박힌다]에 반년분.

키헤 : 어이 이봐, 그럼 내기가 안 되잖아. 어쩔 수 없군.

       좋아, 나도 남자다. 전부 받아주지.

       [사회 복귀 불가능]에 일년분은 어때!

오사무 : .........여러분도, 집세는 제때 내시라구요?

         자신들의 살 곳이 없어질지도 모른다고요?

이 5일 동안으로, 나도 제법 받아치게 될 정도로는

정신적으로 단련된 것 같다.

키헤 : 걱정말라고. 난 원래 돈 쌓아두고 사는 사람 아니니까 말이야.

       다음주에는 연금이 들어올거야.

분타로 : 나도, 가끔씩은 학교에 얼굴 디밀어야지.

         아직 돈 안빌린 "친구"라면 잔뜩 있으니까.

요시노리 : 나도, 어제부터 톱페이지에

           은근슬쩍 어필리에이트 걸어 놨으니까.

          (어필리에이트는 링크 걸어주고 약간의 수입받는 것을 의미하는 듯)

오사무 : ? 그런가요? 그러면 다행이고.

뭐가 괜찮다는 건지 이해가 잘 안가는 내용도 있었지만,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이 아파트를 걱정하고 있는 것 같다.

따라서 나는, 아주 조금 안심하고,

뒤를 돌아보지 않고, 이곳을 떠날 수가...

...있을 정도로 긍정적인 성격이라면,

지금쯤 이미 새로운 직장을 구해서 멀쩡하게 생활하고 있을 거라고.

오사무 : 으음...

그런 이유로, 집주인의 방 앞에서

우물쭈물거리는 내가 있다.

모든 세입자는, 송별회에 그녀를 초대했지만,

내일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그렇지만 그걸 이상하다든가 야박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왜냐하면, 저 아이가 새벽 3시에 일어나 신문 배달을 하는 것을,

이곳의 사람들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에.

오사무 : 저기...저기...

그것 뿐만이 아니다...

지난주부터 시작된 도시락 가게에 더해,

어제부터는 편의점 알바까지 시작하고 말았다.

그녀는, 엄청난 기세로 나를 노려보더니,

첫날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손놀림으로 레지스터를 조작하고,

마지막으로 봉투안에 캔 커피와 검을 쑤셔 넣었다.

먹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입장에서 보면 초콜릿 쪽이 좋았지만,

그걸 말하면 또 따귀를 맞을 것이라는 사실은,

아무러한 나라도 이해하고 있었다.

오사무 : ...어떡하지.

매일 아침,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니, 새벽부터 저녁까지,

어떻게 봐도 체력이 남아돌지는 않아 보이는 그녀가,

쉴 틈도 없이 계속 일한다면 어떻게 될지...

(철컥)

그걸 생각하니, 이제 슬슬 날이 바뀌려는 시간에,

이 문을 노크하는 건, 엄청난 악행처럼 여겨졌다.

그리고 아마, 아무리 세게 노크하더라도,

알아차릴 가능성은 아주 낮았다.

오사무 : 역시 비상식적이야.

         ...포기할까.

미토코 : 이제 좀 알아보지.

오사무 : 우와우우우...?

크게 소리를 지르다가, 밤중이기에 중간부터 작게 줄인다.

미토코 : 변함없이 당연하다는 듯이 무례하네.

         키가 좀 크다고 우쭐대기는.

오사무 : 미, 미안, 죄송합니다...

         그, 그치만 별로 우쭐대는 건.

         그리고, 내 키가 큰 건 유전적으로...

미토코 : 뭐야, (내가 키가 작은게)마마 때문이라는 거야?

오사무 : 에? ...............아앗!

         아, 아뇨, 절대 그렇지는...후천적인 겁니다, 제 탓입니다.

확실히 호노카씨는, 이렇게 작지는 않았다.

.........

역시 난 본질적으로 무례한 인간인 걸까?

미토코 : 그래서, 무슨 볼일?

         난 졸리니까, 빨리 끝내.

오사무 : ㅈ, 죄, 죄송합니다...

라고 말하며, 평상시처럼, 딱 부러지는 말투로 나를 재촉한다.

...정말로 졸린 걸까?

오사무 : 저기...내일, 여길 나가려고.

미토코 : 응, 들었어.

오사무 : 그...이번에는 엄청난 신세를 져서...아니,

         엄청난 폐를 끼쳐서...아니,

         여러 가지로 무례한 짓을 해서.

미토코 : 진짜 말이지.

오사무 : .........죄송합니다.

미토코 : 농담.

         나도 여러 가지로 말 막해서 미안.

         ...왠지 리스토라씨는, 보고 있으면 성질이 나서.

오사무 : ..................면목 없습니다.

미토코 : 아하하, 이걸로 둘 다 똑같은 거지.

         ...그럼 잘 지내. 꼭 일 찾아?

오사무 : ㄴ, 네...

나이 차라든가, 신장 차라든가, 그런 걸 초월해서,

난 깊이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일]이라는 그 말의,

그녀가 하는 말의 설득력이...

미토코 : 배웅은 못 하지만...힘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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