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8화
울산 삼산동의 일식집.
대칸이 약속된 장소에 도착하자, 종업원이 그를 알아보고 말했다.
“대칸 감독님이시죠? 이쪽으로 오시죠.”
대칸은 종업원의 안내를 받아서 안쪽 방으로 들어갔다.
“대칸 감독님, 정말 오래간만입니다.”
그 방에는 정기홍 사장을 비롯한 김성일 단장과 최진호 감독이 있었다.
대칸이 들어오자, 음식이 나오기 시작했다.
“많이 늦은 시간이지만, 저녁을 드시면서 이야기를 하시죠.”
정기홍 사장은 웃으면서 대칸에게 음식을 권유했고, 네 사람은 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누었다.
“웨스트 릴링 FC, FA 컵 우승과 유로파 리그 우승 정말 축하드립니다. 덕분에 저도 많이 기분 좋습니다.”
대칸 감독과 스폰 계약을 체결했던 정기홍 사장은 제대로 스폰 효과를 뽑았다. 웨스트 릴링이 유명해지면서 감독인 대칸이 타고 다니는 자사 자동차가 언론에 여러 번 나왔던 것이다.
그리고 그 차의 유럽 판매량이 증가한 것을 보면, 효과가 있는 것으로 H 자동차에서 판단하였다.
“이번에 CX와 엄청난 메인 스폰 계약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구단 스폰서는 제 영역이 아니라서…….”
대칸이 이와 관련된 말을 더 안 하려고 하였다. 하지만, 정기홍 사장은 계속 이야기를 꺼내었다.
“구단의 서브 스폰도 다른 자동차 회사가 있어서 안 되는데, 정말 아쉬운데, 방법이 없을까요?”
그리고 이 순간, 대칸은 머리에 번개가 살짝 내렸다. 좋은 방법이 떠오른 것이다.
대칸은 잠시 생각을 정리하고, 정기홍 사장에게 말했다.
“사장님, 그러면 개인 스폰서로 선수를 키워보시죠.”
“개인 스폰서요?”
대칸은 정기홍 사장에게 노인찬의 사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였다.
“CX의 메인 광고 모델이 누구죠?”
“노인찬 선수요?”
노인찬은 화제성이 매우 좋은 선수였다.
일반인으로 살고 있다가 희망 FC에 선발되어 훈련을 받았다. 그리고 대칸의 눈에 띄어 웨스트 릴링에 영입되어 임대로 벨기에 리그에서 성장하다가, 프리미어 리거까지 되었다.
아마추어 축구 선수들, 아니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좋아하는 신데렐라 스토리였다.
CX는 이런 노인찬 선수를 영입할 때부터 주급을 지원하는 등의 여러 가지 인연이 있었고, 자연스럽게 개인 스폰서 계약까지 이어졌다.
그래서, 지금은 CX의 대표적인 메인 광고 모델까지 된 것이다.
“저희 구단은 선수의 개인 스폰서 계약에 대해 적극적으로 지원합니다.”
웨스트 릴링 FC는 구단 스폰서의 영향력을 줄이면서까지 선수 개인 스폰서에 대한 지원을 많이 해주는 편이다. 주급이 적은 대신에 좋은 개인 스폰서를 받도록 지원하는 것이었다.
“그러니, 어린 선수들과 개인 스폰서 계약을 체결하시고, 그들의 미래에 투자해 보시죠?”
대칸의 말에 정기홍 사장은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의견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문제는…….”
예상되는 말이었다. 문제는 투자할 선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현재, 웨스트 릴링에는 세 명의 한국인 선수가 있다.
이가람 선수는 이미 슈퍼스타였다. 대한민국 국가 대표였으며, EPL에서 인정받는 윙백이었다. 당연히 엄청난 개인 스폰서들이 다수 있었다. 지금 H 자동차가 들어갈 구석이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노인찬 선수와 배성진 선수는 CX와 단독 개인 스폰서 계약을 체결하고 있어서 H 자동차와 계약을 할 수 없었다.
“계약할 선수가 없다고 생각하시죠? 그러면, 계약할 만한 선수를 만드시죠?”
“네?”
대칸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욕망을 드러냈다.
“울산 FC에 제가 키워볼 만한 선수가 있더군요. 그 선수를 저희 팀으로 이적시키시고, 장기 스폰 계약 맺으셔서 미래를 보시죠.”
대칸의 제안에 정기홍 사장은 웃었고, 김성일 단장은 미묘한 표정을… 최진호 감독은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심재훈 선수, 아주 좋은 재능을 가지고 있더군요. 저희 구단에서 영입하겠습니다.”
심재훈이라는 이름에 김성일 단장은 팀에 그런 선수가 있는지 생각을 하였고, 최진호 감독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감독님? 심재훈 선수가 저희 팀에 있나요?”
“네, U-18팀의 최고 유망주입니다. 현재 저희 팀과 준프로 계약으로 있습니다.”
두 사람의 대화에 정기홍 사장은 여전히 웃으며 말했다.
“허허허, 저희 팀에 좋은 선수가 있었군요. 김성일 단장님? 이적 가능할까요?”
김성일 단장이 머뭇거렸다. 유망주를 그냥 헌납하는 기분이었던 것이다. 그러자, 최진호 감독이 담담하게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사장님, 죄송하지만… 이 선수 정말 좋은 유망주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 팀 최고의 유망주입니다. 유소년 코치들이 모두 칭찬하는 선수고, 청소년 국가 대표이기도 합니다. 아마, 국가 대표에도 무난하게 승선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 정도 재능의 선수입니다.”
대칸이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하였다.
“최진호 감독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심재현 선수, 제가 판단하기에도 몇 년 후에 국가 대표가 될 정도의 인재입니다. 그래서 제가 데려가고 싶은 겁니다.”
그러고는 김성일 단장에게 말했다.
“저희가 정식으로 이적료 5억(37.5만 유로)을 지불하고 데려가겠습니다.”
5억(37.5만 유로)이면 K 리그에서 준 국가 대표 선수 수준의 이적료 수준이었다. 준프로 선수 영입을 위해 지불하는 금액으로 생각하면, 충분한 금액이었다.
대칸이 이적료까지 언급하자, 최진호 감독은 안타까운 표정이 되었고, 김성일 단장은 웃으면서 정기홍 사장에게 보고하였다.
“이적료까지 지급한다고 하니, 아주 좋은 이적이 될 것 같습니다. 구단 홍보나 이미지에도 좋을 것 같습니다.”
“허허허 그렇군요. 그럼, 이적하도록 하고, 대신에 보내기 전에 저랑 자리를 한번 주선해 주십시오. 개인 스폰서 계약 체결하고 보내야겠네요.”
그렇게 분위기가 좋게 흘러가자, 대칸은 자연스럽게 아직 아무런 계약이 없었던 강한울 선수까지 언급하면서 도의적인 이적 허락을 받아내었다. 그렇게 두 선수의 영입에 대한 울산의 확답을 받을 수가 있게 되었다.
* * *
다음 날 오전, 도쿄 국제공항에 대칸이 극비리에 입국하였다. 그리고 조용히 혼자서 출국장으로 나와서는 택시로 이동하여 바로 탑승하였다.
“네, 손님 어디로 모실까요?”
“도쿄 국립 경기장으로 가주세요.”
대칸은 바로 도쿄 국립 경기장으로 이동하였다.
도쿄 국립 경기장.
대칸이 라커룸에 도착하자, 플램 수석 코치와 케빈 전술 코치가 반겨주었다.
“감독님, 오셨군요.”
“잘 오셨습니다. 마침, 오늘 경기 선발 선수들 검토하던 중이었습니다.”
FW : 오사마 샤리아(498/476)
LWF : 나사로 오돈(471/465), RWF : 마이클 그린우드(456/453)
MF : 로카 파스트(461/453)―딜런 덱스터(485/465)
DM : 안셀모 피사니(440/479)
LWB : 론 윌서(447/421), RWB : 예세 요로넨(469/473)
DF : 아펠레스 네이토 올리버즈(448/475)―잭 윌서(460/431)
GK : 디비드 토비(474/449)
이번 경기는 아시아 투어에서 유일하게 선발 선수에 대한 옵션이 계약되어 있는 친선경기였다. 일본 축구 협회에서 주전급 선수들이 적어도 다섯 명 이상 출전해 줬으면 좋겠다고 하였던 것이다.
그래서 일부러 경기에 출전시키지 않았던 오사마, 나사로, 로카, 안셀모, 윌서 형제와 디비드 토비 골키퍼까지 이 경기에 출전하게 되었다.
“그런데 에드워드는 어떻게 할까요?”
여기에 일본 축협에서 에드워드의 출전을 강력하게 원했지만, 벤자민 기획 팀장은 협상 때 ‘팀 사정에 따라 달라질 것 같다, 가능하면 출전시키겠다.’ 정도로 언급하고 정리하였다. 그래서 꼭 참여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었다.
“일단 선발은 안 들어갑니다. 후반전에 에드워드 컨디션 보고 결정하겠습니다.”
그렇게 선발 선수들이 결정되었다.
오늘 도쿄 국립 경기장에서 있는 웨스트 릴링 FC와 일본 J리그 올스타의 경기는 벤자민 기획 팀장이 이번 아시아 투어에서 가장 공들인 친선경기였다.
일본 축구 협회가 참여한 이벤트로 J리그의 모든 팀이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일곱 개 팀에서 주요 선수들을 선발하여 참여하였다.
그리고 이날 경기 표는 모두 매진되었다. 68,000개의 표가 완벽하게 팔린 것이다.
그러다 보니, 경기 시작 전부터 도쿄 국립 경기장에서는 웨스트 릴링 FC와 일본 축구 협회가 준비한 다양한 친선경기 이벤트가 열리고 있었다.
♪♪♬~ ♬~ ♩♩♩~
일본 유명 록 밴드를 초청하여 경연이 그라운드에서 펼쳐지고 있었고.
“에드워드 선수, 반갑습니다. NHK 방송입니다. 먼저, 일본에 방문하신 소감을 말씀해 주시죠.”
경기장 내부의 기자회견장에는 일본 유명 TV 방송사인 NHK에서 주도하는 방송에 에드워드가 출연하여 인터뷰를 하였다.
“줄 서세요. 다들 차례대로 이동하세요.”
웨스트 릴링 FC의 선수들 중에서 오늘 선발 선수들과 에드워드가 아닌 주요 선수들과 J리그 올스타 선수들은 경기장 내부에 마련된 행사장에서 오늘 경기를 관람하는 사람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었다.
“뽑기 이벤트 중입니다. 관람권 보여주시면, 무료로 참가하실 수 있습니다. 상품으로 웨스트 릴링 FC 유니폼과 응원 도구 드립니다.”
“퀴즈 이벤트가 있습니다. J리그 선수에 관한 퀴즈를 푸시면 상품 드립니다. 유명 선수 사인이 되어있는 축구화도 상품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맥주 시음 이벤트 참가하세요. 관람권 한 장당 한 잔을 무료로 드립니다.”
그 외에도 작은 이벤트들이 도쿄 국립 경기장에서 열리고 있었고, 다들 친선경기를 하나의 작은 축제로 즐기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오후 일곱 시.
경기 시작 시간이 되자, 경기장에 있는 다양한 이벤트를 즐기던 모든 관중들이 좌석에 앉았다. 그리고 양 팀의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자리 잡았다.
삐삑~
심판의 휘슬로 웨스트 릴링 FC와 J리그 올스타 간의 경기가 시작되었다.
오사마, 나사로, 로카, 딜런, 안셀로 그리고 윌서 형제까지 투입된 경기다. 어지간한 프리미어 리그 팀도 쉽게 이길 멤버들이다 보니, J리그 올스타였지만, 경기의 분위기는 압도적이었다.
[오사마 선수! 와… 멋집니다. 정말 멋진 슛이었습니다.]
[나사로 선수, 정말 거칩니다. 그런데, 정교해요! 몸의 움직임은 거친데, 어떻게 발로는 저렇게 정교하게 공을 다룹니까? 대단해요.]
[로카 선수! 역시 대단합니다. 레알 시절부터 정말 뛰어난 선수였는데, 웨스트 릴링에서도 주요 선수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안셀모 피사니, 정말 여유롭습니다. 마치, 그라운드에 누워서 자도 괜찮을 것 같은 느낌이에요. 여유로운 플레이를 선보여 줍니다.]
[윌서 형제, 프리미어 리그에서 어린데 수비 잘하는 선수들로 평가받고 있죠. 오늘도 철벽 수비입니다.]
경기 내도록 선수들은 J리그 올스타들을 압도하며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럼에도 경기장의 많은 관중들은… 뭔가를 아쉬워했다.
하프타임.
벤자민 기획 팀장이 조심스럽게 라커룸에 들어왔다. 그러고는 대칸에게 가서는 눈치를 보다가 입을 열었다.
“감독님? 혹시… 에드워드 선수는…….”
에드워드의 출전을 약속한 것은 아니었지만, 일본 축구 협회 관계자들은 에드워드의 출전을 원했고, 경기에 참여한 J리그 선수들도 에드워드와 그라운드에서 같이 뛰고 싶어 했다. 게다가, 경기장에 가득 찬 68,000명의 관중들도 에드워드의 플레이를 보길 원했다.
벤자민 기획 팀장의 말에 대칸은 에드워드를 불렀다.
“에드워드, 벌써 두 경기 연속으로 나왔으니, 너의 의사에 따르겠다. 오늘 경기 나갈래? 후반에 20분 가능하겠어?”
대칸의 질문에 에드워드는 쿨하게 대답했다.
“분위기를 보니까 모두가 저를 원하는 것 맞죠?”
전반전 경기 도중에 전광판에 몇 번이나 에드워드의 모습이 나왔었다. 그래서 에드워드는 당연히 분위기를 알고 있었다.
“후반전에는 나가겠습니다. 어차피, 20분이면 이번에 나온 세 경기 플레이 타임을 다 합해도 한 경기에 불과하네요.”
그렇게, 에드워드는 쉽게 출전을 승낙하였다.
후반 25분.
웨스트 릴링 FC가 3:2로 J리그 올스타를 이기고 있는 상황. 스코어는 3:2였는데, 분위기는 웨스트 릴링이 장악한 상태였다. 하지만, 경기장의 모든 관중들은 이 상황에서 단 한 명에게 집중하고 있었다. 그리고 대칸이 지시했다.
“에드워드, 몸 풀어라. 30분에 투입이다.”
“네.”
에드워드가 일어나서, 입고 있던 재킷을 벗고 몸을 풀기 시작했다.
[에드워드 선수가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재킷을 벗고 준비하는 것 같습니다.]
[역시, 에드워드 선수가 마지막에 투입되네요. 경기장에 오신 분들은 프리미어 리그 최고의 선수 플레이를 직접 보실 수가 있게 되었습니다.]
“오~”
“에드워드~ 에드워드~ 에드워드~”
관중들도 신나서 에드워드를 연호하였다. 그리고 후반 30분에 에드워드가 교체로 그라운드에 투입되었다.
[에드워드 선수, 오사마 선수와 교체로 경기장에 들어갑니다.]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너무 기대됩니다. 한국에서의 친선경기에서도 월드 클래스의 모습을 보여주었거든요.]
모두의 기대 속에 에드워드가 경기에 투입되었다. 그리고 단 5분 후에!
[에드워드 선수가 공을 잡았습니다.]
하프라인 부근까지 내려온 에드워드가 직접 공을 잡았다. 그리고 앞에 있는 J리그 올스타 수비수는 네 명, 그럼에도 에드워드는 뛰기 시작했다.
[에드워드 선수 달립니다.]
에드워드는 그림 같았다. 아니, 그냥 그림을 노리고 공을 빼앗길 것을 각오하고 돌파를 시도하였다.
타… 타탁!
[레인보우 플립! 에드워드 선수의 트레이드마크인 레인보우 플립입니다!]
촤악!
[태클을 가볍게 피합니다. 그런데, 스피드가 줄지 않습니다.]
퍽!
[아~ 강력한 몸싸움에도 버팁니다. 강한 선수입니다.]
그리고 골대 앞까지 도착해서는 아주 강력한 슛 모션을 보여주었다.
[료스케 골키퍼~]
골키퍼가 달려 나와서 몸을 날렸지만, 그것까지 페인트였다. 에드워드는 유연한 몸놀림으로 자세를 바꿔서는 골키퍼까지 제쳤다. 그러고는 빈 골대에 가볍게 공을 차서 넣었다.
철렁~
[와~ 역시 월드 클래스~ 판타지 스타입니다! 에드워드! 경기장 절반을 달려서 수비수들을 제치고 골을 넣습니다.]
[말로 표현할 수가 없을 정도로 대단하군요! J리그의 최상급 수비수들을 모두 제치고서는 골을 보여줍니다.]
골을 성공시킨 에드워드는 가볍게 세리머니를 하였다. 그런 그의 모습에 관중들은 환호했다.
“와~”
“꺄악~”
경기장은 함성으로 가득 찼다. 특히, 여자들의 함성이 매우 컸다. 미청년인 에드워드는 일본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았는데, 그런 그가 아주 환상적인 플레이를 보여주었던 것이다.
그리고 에드워드는 남은 20분 동안에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일본 팬들에게 팬 서비스를 해주었다.
그렇게 웨스트 릴링의 아시아 투어가 종료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