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1화
* * *
1월 7일 에미레이트 스타디움.
[아~ 이번 경기 아쉽네요.]
[네, 정말 웨스트 릴링의 입장에서는 아쉽습니다.]
조슈아 해설은 경기를 마친 에미레이트 스타디움을 보면서 아쉬움을 표현하였다.
[이번 프리미어 리그 22차전… 웨스트 릴링 FC와 아스날 FC의 경기는 양 팀에게 모두 중요한 경기였습니다. 웨스트 릴링은 다시 1위 경쟁을 위한 시발점이라고 평가하였고, 아스날도 아직 1위를 포기하지 않은 상황이거든요!]
[하지만, 경기 결과는 1:1입니다.]
[네, 아스날은 홈에서 웨스트 릴링을 못 잡은 것이 아쉬울 겁니다. 웨스트 릴링도 에드워드 선수가 독감으로 결장한 것이 아쉽겠네요. 그리고…….]
조슈아 해설의 말이 끝나지 않았지만, 레이첼은 자신의 모니터에 있던 경기 중계 화면을 꺼버렸다.
“하…….”
오늘도 아쉬운 무승부를 거두면서, 대칸과 팀의 분위기가 안 좋을 거라는 생각에 그녀는 그저 안타까운 마음만 들었다. 그리고 다시 업무에 집중하려고 했는데.
띠리리리~ 띠리리리~
이 타이밍에 사무실 전화기가 울렸다.
“아담 단장님?”
- 네, 레이첼 씨. 샤흐타르에서 니토 선수에 대한 공식 오퍼 왔습니다. 그리고 이적할 예정이니, 그 팀에서 원하는 니토 선수 정보 모두 제공하세요.
결국, FC 샤흐타르 도네츠크에서 니토 안드레슨을 영입하고 싶다는 공식적인 오퍼를 보냈다.
총액은 아담이 말했던 100억(750만 유로)! 대신에 최초 50억(375만 유로) 지불에 나머지 50억(375만 유로)은 3년에 걸쳐서 분할 납부하는 조건이었다.
대칸이 허락했기 때문에 아담 단장은 니토의 이적을 거의 확정하고 일을 진행시켰고, 레이첼도 이런 상황을 알고 있었다.
“네, 알겠습니다.”
- 그리고, 내일 14시에는 프리드리히 선수와 면담이 있습니다. 대칸 감독님과 함께 단장실로 오셔서 참석해 주세요.
“네!”
그렇게 아담 단장과 전화를 끊었다.
레이첼은 다른 직원들이 퇴근한 저녁 시간까지 구단에 남아있었다. 그리고 대칸이 피곤한 모습으로 구단에 복귀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감독님, 오셨어요?”
“아… 레이첼…….”
대칸은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구단에 아직 있었네요?”
“네, 감독님 저녁 안 드셨죠? 집에 가서 같이 먹죠?”
레이첼의 따뜻한 말에 대칸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이 늦은 시간에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레이첼이 만들어 준 저녁을 먹고서는 대칸이 배가 든든해서 기분 좋게 말했다.
“레이첼! 잘 먹었어요. 너무 맛있네요.”
대칸이 뿌듯하게 포만감과 행복감을 표시하자, 레이첼도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가볍게 디저트를 먹으며 대화를 나누었다.
“감독님, 오늘 니토 선수 공식 오퍼 왔습니다.”
“그래요? 샤흐타르에서 100억(750만 유로)을 준비했나 봐요?”
“네, 분할 납부긴 하지만 총액 100억(750만 유로)을 만들어서 제안했더라고요.”
레이첼의 말에 대칸은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니토의 이적은 예상했던 일이다.
“그리고, 프리드리히 선수의 이적도 아담 단장님은 심각하게 고민하고 계신 것 같아요. 내일 14시에 선수 면담이 있어서 저랑 감독님도 들어오라고 하던데요?”
“하… 그래요?”
프리드리히 이적에 대해서는 대칸은 강하게 반대하지는 않았지만, 이적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살짝 냈었다.
하지만, 아담은 400억(3.000만 유로)이라면 구단을 위해, 선수를 위해! 보내줘야 한다고 강력하게 의견을 주장하였고, 구단 운영진들도 경제적인 논리로 동의하였다.
“뭐, 상황이 이렇게 되었으니, 프리드리히 선수와 직접 이야기를 해봐야겠네요.”
대칸도 내일 면담을 통해서 이적이 결정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선수 이적에 대한 문제는 두 선수에게만 영향을 주지 않았다. 팀 전체에 영향을 끼친 것이다.
“문제는 감독님, 이번 니토 선수의 이적과 프리드리히 선수의 일로 선수들이 약간 동요하는 것 같던데요?”
레이첼의 말에 대칸의 표정이 약간 심각해졌다.
“네, 저도 알고 있습니다.”
이번 시즌 웨스트 릴링 FC는 로테이션급 선수들이 잘 버텨줘서 유로파 리그를 비롯한 컵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었고, 프리미어 리그에서도 상위권 싸움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많은 선수들에게 이적 요청이 있었는데, 대칸이 모조리 막고 있었던 것이다.
불만이 있는 선수들의 생각은 다 비슷했다. 웨스트 릴링에서 적은 주급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더 좋은 팀으로 이적하여 많은 주급을 받으면서 경기에서 뛰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도 이 타이밍에 추가적인 이탈은 안 됩니다.”
대칸의 말에 레이첼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중요한 시즌 도중에 많은 선수의 이탈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아~ 그런데, 제가 알아보라고 한 선수들은 어떤가요?”
대칸의 질문에 레이첼의 표정도 별로였다.
“예상하셨겠지만, 벌써 다른 팀과 계약하는 선수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대칸이 레이첼에게 알아보라고 한 선수들은 모두가 FA 미아들이었다. 저번 시즌에 FA가 되었는데, 여름 이적 시장 기간 동안에 계약을 못해서 미아가 되었던 선수들! 그들의 상황에 대해서 레이첼이 체크한 것이다.
그런데, 대칸이 볼만하다고 생각한 선수들은 겨울 이적 시장에 다른 팀들이 대부분 데려갔다.
“그래도, 모르니까… 남은 선수들 계속 확인해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두 사람은 디저트를 먹으면서도 이번 시즌 웨스트 릴링에 대한 이야기만 계속하였다.
다음 날 14시, 미팅 룸.
미팅 룸에는 프리드리히와 그의 에이전트가 미리 와서 자리에 앉아 있었다.
“프리드리히 선수, 아직 결정 안 하셨나요? 제가 확실하게 말씀드리지만 웨스트 릴링 FC의 구단 성향을 보면, 특별하게 좋은 재계약 제안을 없을 겁니다. 그러니 이적하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해보시죠?”
에이전트의 질문에 프리드리히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그러고는 말했다.
“네, 이적 방향으로 협상하시죠.”
그리고 그 타이밍에 바로 미팅 룸의 문이 열리면서 아담 단장과 윌리엄 운영 팀장, 대칸 감독 그리고 레이첼 수석 스카우트까지 안으로 들어왔다.
방 안에 있는 사람들은 가볍게 인사를 주고받고서는 본론에 들어갔다.
“프리드리히 선수에게 먼저 말씀드렸지만, PSG에서 프리드리히 선수의 영입을 원하고 있습니다.”
프리드리히와 그의 에이전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저희는 구단 내부적으로 검토하는 과정인데, 프리드리히 선수의 의견도 듣고 싶어서 오늘 만남을 추진한 것입니다.”
윌리엄 운영 팀장의 말에 프리드리히의 에이전트는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
“일단, 구단에서 배려해 주셔서 이런 자리를 만들어 주신 점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대형 에이전시 소속의 에이전트인 그는 일단 공손하게 인사부터 하고 대화를 시작하였다.
“제가 프리드리히 선수의 입장을 말씀드리자면, 일단 프리드리히 선수는 PSG로 가고 싶어 합니다.”
그냥 바로 직접적인 선수의 입장을 던지는 프리드리히의 에이전트였다.
“웨스트 릴링에서도 고민할 정도로 PSG의 제안은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프리드리히 선수의 입장에서도 PSG로 이적하는 것은 매력적이네요.”
그의 말에 아담 단장은 고개를 끄덕였고, 그런 분위기에 에이전트의 말이 이어졌다.
“게다가 PSG 상황을 확인해 보니, 프리드리히 선수가 바로 주전으로 뛸 수 있는 상황입니다.”
이것도 사실이었다. PSG의 주전 윙어가 이탈하면서 어리고 유망한 윙어를 찾았는데, 양발을 다 잘 사용하고 24세라 아직은 어린 편에 속하는 프리드리히가 선택된 것이다.
PSG에서는 프리드리히는 성장 가능성이 있는 즉전감으로 판단하였다.
“무엇보다 프리드리히 선수가 웨스트 릴링에서 준주전급 선수로 뛰고 있지만, 그래도 400억(3,000만 유로)이라는 금액이면 비즈니스 측면에서 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이렇게 에이전트는 짧지만 간결하게 프리드리히의 의견과 유리한 이유에 대한 말을 하였다.
프리드리히의 에이전트가 빠른 시간에 모든 의견을 다 말하였다. 그러자, 아담 단장은 큰 부분에 있어서 더 물어볼 것이 없었다.
“이렇게 솔직하게 말씀해 주시니… 이 정도면 충분하겠네요.”
아담 단장의 말에 프리드리히의 에이전트가 웃었고, 자연스럽게 두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희는 웨스트 릴링 FC의 좋은 결단을 기다리겠습니다.”
“네, 나가셔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가시죠.”
윌리엄 운영 팀장이 일어나서 두 사람을 배웅해 주었다.
그리고 미팅 룸에 남은 아담과 대칸 그리고 레이첼이 다음 대화를 잠시 진행하였다.
“감독님, 프리드리히 선수의 의견 들으셨죠?”
“네. 가고 싶다고 하네요.”
“보내시죠?”
아담의 질문에 대칸은 한참 입을 닫았다. 그리고 대칸은 자신의 앞에 있던 커피를 모두 마시고서야 입을 열었다.
“네, 이렇게 되었으니… 단장님의 뜻대로 하시죠.”
대칸의 허락이 떨어지자, 아담이 웃으면서 일어났다. 그러고는 대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좋은 선택 하셨습니다.”
그리고 먼저 밖으로 나가자, 대칸도 한숨을 쉬면서 레이첼에게 말했다.
“레이첼… 아무래도, 다른 선수들도 확인해 주셔야겠네요. 선수 두 명이 이탈했으니, 최소한 한 명이라도 충원을 해야 합니다.”
레이첼은 대칸이 새로운 선수 영입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 * *
1월 11일.
삐삐삑~
심판이 종료 휘슬을 불자, 웨스트 릴링 구단 사무실에서는 모두 환호하였다.
“나이스!”
“이겼습니다!”
“아주 잘했어요!”
“노리치는 잡아야죠!”
사무실에 있는 직원들은 당연히 웨스트 릴링 FC의 승리에 환호하였다. 프리미어 리그 23라운드 노리치 시티와의 대결에서 손쉬운 승리를 거둔 것이다. 그리고 레이첼도 컴퓨터로 중계를 보다가 대칸의 얼굴이 화면에 나오자 혼잣말을 하였다.
“후… 감독님, 오늘은 다행히 이기셨네요.”
오래간만에 대칸이 그라운드에서 웃는 모습에 레이첼도 마음이 편해졌다.
띠리리리~ 띠리리리~
레이첼의 전화기가 울렸다.
‘이 타이밍… 혹시?’
레이첼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화를 받았는데,
- 레이첼 스카우트님 그간 잘 지내셨나요? PSG 수석 스카우트 이그넨 카미스키입니다.
역시나, 걸려온 PSG의 연락에 레이첼이 웃으며 말했다.
“네, 무슨 일이시죠? 저희가 가지고 있는 프리드리히 선수에 대한 모든 정보는 다 드렸는데요?”
- 하하하… 선수끼리 왜 그러십니까? 구단 분위기 물어보려고 전화드렸죠.
사실, 구단마다 스카우트들의 업무 범위는 천차만별이었다. 선수에 대한 평가라는 가장 기본적인 업무만 하는 곳이 있다면, 선수 이적과 관련된 업무까지 담당하는 곳도 있었고, 다른 구단의 정보를 수집하거나 시장 정보, 선수의 성향과 소문까지도 조사하는 곳도 있었다.
운영 팀에서 하는 일의 영역과 비슷했지만, 선수들에 대해서 조사하면서 자연스럽게 이런 정보를 얻게 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 레이첼 수석 스카우트님과 저도 서로서로 도와가며 일하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그냥 웨스트 릴링의 분위기 정도만 말씀해 주시죠.
PSG의 수석 스카우트인 이그넨은 친분이라는 포장으로 웨스트 릴링 FC의 정보를 살짝 빼내고 싶었던 것이다.
구단이 이적을 시키고 싶어 하는 선수라면 이적료를 적게 주고 데려갈 수가 있고, 이적을 원치 않는다면 제대로 된 돈을 지급하고 데려와야 하는 것이 현실!
이런 현실에서 구단의 분위기만 잘 읽어도 협상을 통해 이득을 더 볼 수 있었고, 이런 부분을 잘 알아오는 것도 스카우트의 능력이었다.
하지만, 이그넨은 상대를 잘못 선택했다.
“흠… 말하면 안 되는데…….”
- 하~ 왜 이러세요. 잘 아시면서! 이 빚은 언젠가 한번 갚겠습니다.
그리고 레이첼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무래도, 저희 감독님이 프리드리히 선수를 너무 좋아해서… 안 보내실 것 같던데요?”
- 오호… 그런가요?
“네, 아무래도 400억(3,000만 유로)이면 힘들지 않을까 싶네요.”
레이첼의 부정적인 말에 이그넨은 잠시 고민하더니 바로 답을 하였다.
- 네, 알겠습니다. 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들어가세요.”
그리고 레이첼은 전화를 끊었다.
이그넨 수석 스카우트가 레이첼의 말을 100%로 믿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 참고할 것이며 실제 선수를 아끼는 대칸 감독의 성향을 분석한다면 신뢰도가 있다고 판단할 가능성도 높았다.
그러면, 프리드리히를 영입하기 위해서는 PSG가 돈을 더 사용하게 될 가능성도 증가하게 될 것이다.
레이첼이 만족스럽게 전화를 마치고 다시 업무에 집중하였다. FA 선수들의 움직임에 대해서 모든 정보들을 정리하고 있을 때…….
“팀장님, 보고드릴 것이 있습니다.”
카데나 스카우트가 레이첼에게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무슨 일이에요?”
“맨시티에서 선수 정보 하나를 달라고 합니다.”
“하… 카데나 스카우트까지 수습처럼 왜 그래요? 우리 팀 공식적인 입장 알고 있잖아요. 이적 선수 없다. 그리고 스카우트 팀에서 관련 정보 주지 않는다!”
“그런데… 그 금액 때문에 보고는 해야 할 것 같아서요.”
금액이라는 말 때문에 레이첼은 한번 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선수를 얼마 정도로 생각하고 있나요?”
“칼슨 선수를 250억(1,875만 유로)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고 합니다.”
여기서 생각지도 못한 이름이 튀어나왔다.
“칼슨 선수를 250억(1,875만 유로)에 영입한다고요?”
그의 말에 레이첼은 오늘도 야근을 하면서 관련 보고서를 빠르게 작성해야겠다는 생각을 바로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