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화
【 겨울 이적 시장 - 7 】
고요한 아침.
레이첼이 자고 있던 침대에서 눈을 뜨면서 깨어났다.
“아함~”
그녀는 가볍게 하품을 하면서 침대에서 일어났는데, 그녀의 옆에는 죽은 듯이 자고 있는 대칸이 있었다.
어제 있었던, FA 컵 3라운드 스토크 시티와의 경기에서 승리하긴 했지만, 최근 웨스트 릴링 FC는 많은 패배를 기록하면서 대칸의 마음고생이 심했다. 그래서 간만에 승리를 거두고 맥주를 한 캔 마시고 푹 자고 있는 대칸을 레이첼은 한참 동안 보았다.
“오늘은 조금이라도 늦잠 자세요.”
그러고는 그녀는 그의 뺨을 한번 쓰다듬고 일어났다.
계속되는 시즌으로 인하여 스트레스와 피로가 누적되는 것은 선수들만이 아니라 감독과 코치들도 마찬가지였다. 대칸도 레이첼이 안 깨우자, 햇빛이 침대로 강하게 들어오는 정오가 되어서야 잠에서 깨어났다.
“음… 음?”
너무 늦게 일어나자, 대칸이 깜짝 놀라서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다급하게 출근 준비를 하기 위해서 침실에서 나왔는데,
“아…….”
레이첼이 적어놓고 간 쪽지를 보고서는 대칸은 살짝 웃었다.
- 감독님, 푹 주무시고 오세요. 오늘 늦게 출근한다고 아담 단장님과 플램 수석 코치님에게 말해놓을게요.
레이첼은 미리 그가 늦잠을 편히 잘 수 있도록 조치를 해놓았던 것이다.
대칸은 여유롭게 출근 준비를 하고 구단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구단 사무실은 난장판이었다.
“네! 웨스트 릴링입니다. 어떤 선수 문의하신다고요?”
“아, 네… 아, 네… 아, 네… 알겠습니다! 단장님께 확인받고 연락드리겠습니다.”
“임대 가능 여부 문의시라고요? 자세한 말씀 주시면 구단 보드진과 대화하고 연락드리겠습니다.”
겨울 이적 시장! 지금은 겨울 이적 시장 기간이었고, 스카우트 팀을 통해서 각 구단에서 선수들에 대한 문의가 계속 오고 있었다.
대칸이 감독실에 들어가서 10분도 안 되어 보고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뮌헨에서 프리드리히 선수에 대한 문의가 있습니다.”
“비야레알에서 우리 구단의 공식적인 방출 명단을 요구합니다.”
“유벤투스에서 마르크 선수에 대한 이적 여부를 물어보았습니다.”
“리그 1과 챔피언십 소속의 많은 팀으로부터 임대 문의가 있습니다.”
대칸은 짧은 보고는 전화로 받고, 자세한 보고는 보고서로 읽으며 겨울 이적 시장 상황을 확인하기 시작하였다.
대칸이 다른 팀의 요구 사항을 모두 확인하고 나서는 전화기를 들었다.
- 네, 감독님 레이첼입니다.
“수석 스카우트님, 잠시 제 방으로 와주시겠어요?”
대칸이 호출하자, 레이첼은 바로 감독실로 들어왔다.
레이첼이 들어오자, 대칸은 그녀를 보면서 웃었다.
“왜? 아침에 안 깨우고 나갔어요?”
“…그냥요.”
레이첼의 머뭇거리는 대답에 대칸은 그녀가 귀엽게 보였다.
“어떤 마음으로 안 깨우셨는지 알겠는데, 그래도 다음에는 그냥 깨워줘요.”
“네.”
그렇게 아침 일을 정리하고 대칸은 바로 업무에 들어갔다.
대칸은 자신이 작성한 선수 리스트를 레이첼에게 건네며 말했다.
“이번 겨울 이적 시장에서 이 리스트에 적힌 선수들의 움직임 확인해 주세요.”
레이첼은 리스트에 적힌 선수들을 보고선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외부로 유출 안 되도록 제가 직접 모니터링하겠습니다.”
“그리고 외부에서 간 보는 정도로 우리 팀 선수들을 이적시킬 생각 없습니다. 그러니, 스카우트 팀을 통해서 들어오는 이적 여부나 요청은 다 무시하세요. 구단의 공식적인 이적 요청만 받는다고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네.”
그 외에 대칸이 말하는 몇 가지 이야기를 듣고 레이첼은 감독실에서 나왔다.
감독실에서 나온 레이첼이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대칸이 준 리스트를 보면서 작게 한숨을 쉬었다.
“하… 이 선수들 다 확인하려면 오늘도 야근을 한참 해야겠네.”
그리고 그녀가 일을 하려고 할 때, 한 명의 수습 스카우트가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팀장님, 다름이 아니라… 마인츠 구단에서 이런 식으로 방출 선수 명단을 안 주면 섭섭하다고.”
“하. 답답하네요. 우리 팀 정말로 방출 명단이 없다고요. 그러니, 더 물어보면 무시하세요.”
그런데 다른 수습 스카우트도 그녀에게 와서는 말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니클라스 선수 임대 문의 건에 대한 답변 부탁한다고 하는데요.”
“감독님께서 딱 잘라주셨습니다. 스카우트 팀에서 공식적인 답변은 없다고 말하세요. 만약 임대하고 싶으면 정해진 기간과 금액을 정확히 정해서 공식적인 요청만 검토한다고 합니다.”
간을 보는 것 같은 요청도 모두 무시하라고 전달하였다.
그렇게 수습 스카우트들의 업무를 도와주면서 대칸이 지시한 일을 하느라, 레이첼은 점심도 먹지 않고 일을 하고 있었는데, 오후에는 아담 단장의 호출이 있었다.
“레이첼 씨, 단장실로 와주세요.”
“네.”
아담의 호출을 받은 레이첼이 단장실에 들어가자, 그 안에는 니토 안드레슨 선수와 그의 에이전트가 아담 단장, 윌리엄 운영 팀장, 대칸 감독과 같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니토 선수는 적극적으로 고향 팀의 복귀를 원하고 있습니다.”
에이전트의 말에 니토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수석 코치이셨던 디프 코치님이 감독직에 오르시면서 제가 필요하다고 연락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샤흐타르 도네츠크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니토는 자신의 에이전트와 함께 고향 팀으로 복귀하고 싶었다.
그는 예전 팀이었던 샤흐타르에서 전 감독의 눈에 벗어나서 출전을 못 했던 시기가 있었다. 그 시련과도 같던 시기에 웨스트 릴링 FC의 영입 제안이 왔었고, 그래서 웨스트 릴링으로 와서 재능을 만개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샤흐타르는 전 감독이 성적을 못 내고 자진 사퇴하자, 새로운 감독을 임명하였는데, 그가 팀의 수석 코치 출신이라서 예전에 있었던 니토의 복귀를 구단 보드진에게 요구하게 된 것이다.
아담 단장은 니토와 그의 스카우트의 요구 사항을 듣고서는 그의 이적에 대해서 대칸과 대화를 나누었는데,
‘니토 선수요?’
니토 안드레슨(23살, 수비수-윙백, 416/433)
기술 152/163, 정신 154/157, 신체 110/113
사실, 대칸의 입장에서 니토 선수는 무난한 로테이션급 선수였지만, 포텐셜이 낮아서 장기적으로 팀에 자리가 없는 선수였다. 이번 시즌이 시작하기 전의 여름 이적 시장 때, 다른 팀으로 이적시키는 것을 고려했던 선수 중에 한 명이었던 것이다.
‘좋은 값을 받는다면 보내도 괜찮습니다.’
대칸의 의견을 들은 아담은 니토와 그의 에이전트와 함께 면담을 진행하게 된 것이다.
니토와 에이전트의 의견을 들은 아담은 생각과는 다른 말을 먼저 하였다.
“일단 우리 팀의 바쁜 일정과 향후 스케줄을 생각하면, 니토 선수를 보내드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만약 샤흐타르에서 적극적으로 니토 선수를 영입하고 싶다면 고민해 볼 만하죠.”
아담이 좋게 말했지만, 돈이 중요하다는 것을 표현하였고, 니토의 에이전트는 바로 알아듣고 말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제 정보통을 통해서 들었을 때에 샤흐타르에서는 50억(375만 유로) 정도를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웨스트 릴링 FC가 니토 선수를 영입하는 데 사용한 이적료가 3억(22.5만 유로)이니, 충분히 이득이라고 생각됩니다.”
샤흐타르가 우크라이나 최고의 클럽이라는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서 공격적인 영입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영입을 위해 50억(375만 유로)을 준비한 상태였다.
“그건 절대 아니죠. 50억(375만 유로)이라는 헐값에는 절대 니토 선수를 보내드릴 수가 없습니다. 니토 선수의 최저 이적료는 100억(750만 유로)입니다. 이것도 니토 선수를 배려한 최저 가격입니다.”
하지만, 아담의 입장에서는 만족스러운 가격이 아니었다. 23세라는 어린 나이에 잠재력이 남아있는 416이라는 능력치의 선수, 현재 니토의 적절한 몸값은 최소 100억(750만 유로)이었다.
“후… 3억(22.5만 유로)에 영입한 선수를 30배도 넘게 받고 돌려보내시려고 그러시나요?”
에이전트의 말에 아담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으면서 말했다.
“저희가 3억(22.5만 유로)에 영입했지만,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키웠습니다. 그래서 지금 니토 선수의 가치가 올라간 것이기 때문에 정당한 금액을 책정한 것뿐입니다.”
아담의 말처럼, 웨스트 릴링 FC는 지속적으로 구단 시설에 투자하고 있었다. 그래서 EPL에서도 최고 레벨의 훈련 시설에 의료 시설을 가지고 있었고, 코치나 스태프의 수도 다른 구단과 비교해서 훨씬 많은 수를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대칸의 감독 스킬과 축구 매니저의 시설 버프를 받아서 선수들이 건강하고 빠르게 성장이 가능했기 때문에, 니토를 비롯한 유망주들의 가치가 올라간 것은 웨스트 릴링 FC라는 구단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아담의 말에 니토의 에이전트는 살짝 한숨을 쉬고서는 말했다.
“그럼, 제가 직접 샤흐타르 단장님을 찾아뵙고 웨스트 릴링 FC의 이적에 대한 이야기를 진행해도 될까요?”
샤흐타르와 공식적으로 접촉할 권리를 달라는 에이전트의 말에 아담은 고민하는 척을 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니토 선수를 보내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선수 본인이 복귀하고 싶어 하는 경우이니… 허락해 드리죠. 저희가 만족할 수준의 계약이라면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니토와 그의 에이전트가 단장실에서 나갔다. 그리고 아담은 남은 사람들과 간단하게 대화를 나누었다.
“대칸 감독님, 100억(750만 유로)이면 충분하죠?”
“네, 충분합니다.”
대칸이 생각하는 니토의 몸값으로 100억(750만 유로)은 충분했다.
“윌리엄 운영 팀장님은 샤흐타르의 공식적인 반응에 대응해 주세요. 필요하다면 홍보 팀과 대화를 해서 언론 플레이를 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말씀하신 사항에 대해서 준비하겠습니다.”
100억(750만 유로) 규모의 이적을 윌리엄 운영 팀장은 준비하였다.
“레이첼 수석 스카우트님께는 중요한 부탁을 드리겠습니다. 샤흐타르의 반응을 체크해 주세요. 니토 선수의 에이전트가 중간에서 장난질하지 않도록 크로스 체크가 꼭 필요합니다.”
“네. 수시로 확인하겠습니다.”
니토의 에이전트에게 접촉할 권리를 주었지만, 중간에서 교묘한 말장난으로 장난치는 에이전트들이 워낙 많았기 때문에, 그로 인해 생기는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레이첼에게 확인하라고 지시하였다.
자리로 돌아온 레이첼은 자신의 팀원 목록을 보면서 잠시 생각했다. 그러고는 소회의실로 들어가서는 신민호 스카우트와 로니 스카우트를 불렀다.
“두 사람에게 극비 임무를 부여하겠어요.”
레이첼의 말에 두 사람은 진지한 표정으로 그녀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현재, 니토 안드레슨 선수의 이적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러니, 신은 니토 선수의 에이전트에 대한 조사 부탁드립니다.”
레이첼의 말에 신민호 스카우트는 메모를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로니는 샤흐타르 도네츠크와 컨택 포인트가 있지? 구단 분위기 확인해 주고, 니토 선수에게 얼마나 돈을 쓸 수 있는지 잘 확인해 줘. 에이전트가 다른 이상한 말을 하는지도 확인하고!”
로니도 자신의 임무를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업무는 다른 사람에게는 절대 발설하면 안 되는 업무입니다. 그리고 특별한 점이 있으면 바로 저한테 보고하세요.”
“네!”
그렇게 레이첼의 지시를 받아서 스카우트들과 일을 시작하였다.
자리로 돌아온 레이첼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일을 지시했으니, 두 사람이 해오는 일에 대해서 정리해서 특이점을 보고하면 되었다. 그런데…….
띠리리리~ 띠리리리~
레이첼의 사무실 전화기가 울렸다. 그런데, 이 전화기의 소리가 유독 요란한 느낌……. 레이첼은 묘한 느낌을 받으면서 전화를 받았다.
“웨스트 릴링 FC의 수석 스카우트 레이첼입니다.”
- 안녕하세요. 저는 PSG 수석 스카우트 이그넨 카미스키입니다.
PSG… 파리 생제르맹 FC, 프랑스 리그 1의 원 톱이라 평가받으며 호시탐탐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노리는 강팀이다. 이런 팀의 수석 스카우트의 전화가 온 것이다.
“아, 네. 무슨 일로 전화 주셨나요?”
두 사람은 공식적으로 친분이 없는 관계였다. 그러다 보니, 레이첼은 불안한 마음에 말을 먼저 꺼내었다.
- 하하하! 성격이 급하시네요. 바로 일을 이야기하자고 하시다니……. 그러면 저도 바로 본론을 말하죠.
레이첼은 컴퓨터로 메모를 준비하면서 전화에 집중하였다.
- 선수에 대한 정보 요청드립니다. 저희 팀에서는 프리드리히 시만스키 선수의 영입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선수 관련 정보를 먼저 받았으면 합니다.
“프리드리히 선수요? 저희 구단은 공식적으로 선수들을 이적시킬 생각이 없습니다. 그러니, 선수 관련 정보 제공도 하지 않고 있는 상태입니다. 공식적인 이적 요청을 하시면 이후에 단장님의 지시에 따라 선수 정보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그래요? 후회하실 건데요? 저희 구단에서 프리드리히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서 못해도 400억(3,000만 유로)의 이적료를 준비하고 있는데요?
400억(3,000만 유로)이라는 말에 레이첼은 살짝 놀랐다.
“400억(3,000만 유로)이요?”
- 네, 웨스트 릴링 FC에서 프리드리히 선수를 잘 키운 것을 인정합니다. 그리고 그 선수의 능력도 인정하고요. 그래서 400억(3,000만 유로) 규모의 이적을 추진하려고 합니다.
레이첼은 최대한 침착함을 유지하면서 대답하였다.
“그래도 공식적인 요청이 아니라서 스카우트 팀의 권한으로는 정보를 드릴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윗선에 보고하고 다시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네, 대신에 저희 팀 상황이 급하다 보니… 언제 상황이 변할지가 모릅니다. 그러니 빠르게 답변 부탁드리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레이첼은 바로 감독실로 달려갔다. 그리고 문을 열고 들어가서 대칸에게 외쳤다.
“감독님, 빅딜 제안이 비공식적으로 들어왔습니다. PSG에서 프리드리히 선수를 400억(3,000만 유로) 규모에! 영입을 고려하고 있다고 합니다.”
레이첼의 예상하지 못한 보고에 대칸도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