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화
* * *
“아악!”
웨스트 릴링 구단 건물 2층에 있는 체력 단련실에는 선수들의 곡소리가 넘치고 있었다.
“더! 조금 더 참고 하라고. 이 순간을 위해 여태까지 고생한 거야.”
“악!”
“하나만 더!”
모든 코치들이 선수들에게 달라붙어서 강력한 육체 단련을 시켰다. 그리고 선수들은 구슬땀을 흘리며 고통을 참아가면서 훈련에 임하였다.
김종일 수석 코치가 바쁘게 선수 개개인의 훈련 상태를 확인하면서 돌아다닐 때, 체력 단련실의 입구로 대칸이 들어왔다.
“감독님 오셨군요. 어디서 놀다 오셨습니까?”
김종일 코치의 말에 대칸이 질색하면서 대답했다.
“하… 코치님, 제가 선수 영입 때문에 얼마나 바쁜데… 그렇게 말씀하시면 서운합니다.”
김종일 코치는 농담이라면서 대칸을 달래었고, 대칸은 돌아다니면서 훈련받는 선수들을 살펴보았다.
‘역시 게리 주장.’
축구 매니저가 업데이트된 이후에 처음 본 게리 주장에게는 스킬이 있었다.
게리 워커(27살, 미드필더, 340/350)
기술 107/113, 정신 145/148, 신체 88/89
스킬 : 프로 정신(R), 설명 : 모든 정신 능력치가 1 상승합니다.
주장인 게리에게는 그에게 어울리는 프로 정신이라는 스킬이 있었다. 게리도 능력치에 비해서 다른 선수들보다 더 잘해주었던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대칸은 혹시나 하는 생각에 라이언과 대니얼도 살펴보았지만… 둘에게는 특별한 스킬은 없었다. 뭐, 기본적으로 포텐이 400 가까이 되는 선수들이니 아쉽기는 했지만 문제는 전혀 없었다.
“알피 선수는 합류해서 문제가 없나요?”
대칸의 질문에 김종일 코치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아무런 문제 없습니다. 코치들의 지시에 잘 따르고 열심히 훈련에 임하고 있습니다.”
“버나드랑 비교하면?”
“전반적으로 모든 것이 비슷합니다. 포지션까지 겹치니…….”
알피가 리즈 유소년 구단에 계속 있었다면, 대칸은 다른 구역에서 운동하는 아치를 보면서, 아마 아치처럼 구단을 나올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그리고 아치를 보니, 리즈 유소년 감독인 조쉬가 했던 말이 기억난다.
‘미안하고 안타까운 선수입니다. 제가 조금만 더 제대로 가르쳤다면…….’
지금의 아치는 많이 삐뚤어진 선수였다. 조쉬 감독이 발전이 늦어져서 포기하라는 말을 해서 화가 나서 관두었고, 본인의 한계를 인정하지 못해서 계속해서 앞을 향해 달리기만 하는 선수였다.
대칸은 자신의 팀에 속해있다면 조금은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다는 생각으로 아치를 일단 키워볼 생각이었다.
“신체 훈련은 이제 내일로 끝나죠?”
“네. 감독님께서 지시하신 2주간의 집중 신체 단련 기간이 내일이면 종료됩니다. 선수들도 내일만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대칸이 선수들에게 일제히 2주 동안 집중적으로 신체 훈련을 시킨 것에는 숨겨진 의도가 하나 있었다. 그것은 대칸의 새로운 감독 스킬로 인하여 모든 선수들의 신체적 능력이 1씩 상승하는데, 그것을 선수들과 코치들에게 이해시키기 위해서였다.
“아마, 분명히 모든 선수들이 훈련 성과에 대해서 만족할 것입니다.”
대칸의 말에 김종일 코치는 ‘선수들이 열심히 했으니 좋은 결과가 있을 것입니다.’라고 대답을 하였다.
대칸이 훈련하는 선수들을 살펴보고서는 김종일 수석 코치와 함께 3층에 있는 회의실로 이동하였다.
“신체 훈련이 끝나고 나서, 선수들의 다음 훈련 진행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김종일 코치는 이미 훈련 계획은 만들어진 상태라면서, 자신의 자리에 가서 작성된 훈련 계획 보고서를 가지고 왔다. 그리고 앞으로 훈련을 시키는 기준에 대해서 정리해 놓았다.
대칸이 김종일 코치의 보고서를 읽자, 축구 매니저의 훈련 기능에서는 역시나 쉽게 보고서의 내용을 정리해 주었다.
훈련은 오전과 오후로 나누어 진행하게 되는데, 기술 훈련과 신체 훈련, 그리고 전술 단체 훈련으로 나누어서 번갈아 가며 진행할 예정이었다.
특히, 기술 훈련이나 신체 훈련이 추가적으로 필요한 선수들은 전술 단체 훈련에서 제외하고 기술, 신체 훈련을 하는 일정으로 계획이 작성되어 있었다.
기술 훈련은 공격과 수비로 구분하여 수비는 김종일 코치와 매튜 플레잉 코치, 공격은 새로운 루카스 바너 코치와 이삭 플레잉 코치가 담당하였다.
그리고 신체 훈련은 차승진 코치 그리고 수습 코치들이 중심이 되어 선수별 맞춤형 스케줄을 짜서 개인별 트레이닝을 추진하는 내용이었다.
마지막으로 골키퍼들은 새롭게 영입한 잭 크로프트 골키퍼 코치가 주도하여 따로 훈련을 진행할 것이라 말하였다.
훈련 내용에 따라 최종적으로 각 선수별 훈련 리스트도 대칸이 축구 매니저를 통해서 확인이 가능하였다. 대부분 선수들의 스케줄이 신체 훈련 비율이 살짝 높았다.
“흠… 아무래도 신체 훈련에 좀 무게를 두셨네요.”
“잠깐 보셨는데 벌써 그 부분을 바로 캐치하셨네요. 아무래도, 우리 팀에 기존에 있던 선수들도 신체적인 부분의 훈련이 지속적으로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며, 새롭게 영입된 선수들도 신체적인 능력이 부족한 선수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신체 훈련에 조금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대칸은 고개를 끄덕이고서는 축구 매니저의 정보를 기반으로 몇몇 선수들에 대해서는 훈련 비율을 조금 조정할 것을 김종일 코치에게 지시하였다.
김종일 코치는 대칸이 코치들이 정확하게 판단하기 애매했던 부분에 대해서 정확하게 훈련을 재조정하는 것을 보고서는 살짝 놀랐다.
“그래도 이제는 우리 팀의 훈련이 프로 팀의 기본 레벨까지 따라온 것 같습니다. 작년까지는 솔직히 제대로 된 훈련이라고 할 수 없었죠.”
작년까지는 소속 선수들의 기량을 향상시키는 훈련이 아니라, 기량을 유지하고 경기를 뛰고 난 선수들의 체력을 회복시키는 훈련이었다. 게다가 매일 훈련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이제는 소속 선수들이 모두 프로 선수가 되면서 매일 체계적으로 구단이 지정한 훈련을 수행하면서 기량을 향상시키는 체계적인 훈련이 가능해진 것이다.
“수석 코치님, 이런 체계를 만들기 위해 저랑 아담 단장님이 얼마나 노력했는지 아십니까? 둘이서 제일 처음부터 고민한 게 코칭스태프 구성이었습니다. 전술 코치, 공격 코치, 골키퍼 코치, 그 외 수습 코치들 영입부터 하나씩 하나씩 추진하여 지금의 코칭스태프를 완성했습니다.”
문제는 퀄리티 좋은 코칭스태프를 구성하다 보니, 선수 영입 자금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칸은 돈이 많이 드는 다른 구단으로부터 선수 이적을 포기하고, 모든 선수 영입을 FA 계약이나 준프로 선수들을 영입하는 것으로 대체하였다.
대칸은 김종일 수석 코치가 휴가를 즐기는 동안에 했었던 코칭스태프 구성과 전략 분석 팀 구축 과정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었고, 자신이 선수들을 영입하느라 고생한 이야기를 쭉 털어놓았다.
“감독님 역시! 저는 감독님을 믿었습니다. 전 수석 코치인 아담 단장님도 감독님이 보여주는 것 이상으로 능력이 뛰어나신 분이라고 말씀하시더군요. 역시 감독님은 정말 대단하십니다.”
김종일 코치의 말에 대칸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전 수석 코치였던 아담 씨는 알아서 잘해주셔서, 제가 앞에 나설 필요가 없었습니다. 저는 김종일 수석 코치님도 알아서 잘해주셔서 제가 뒤에서 가만히 있는 것처럼 보이기를 바랍니다.”
대칸의 말에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하는 김종일 코치였다.
“알겠습니다. 감독님, 저도 제 능력이 부족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확실하게 어떤 수석 코치가 좋은 코치인지를 보여드리겠습니다.”
대칸과 김종일 코치는 한 시즌 동안 잘해보자며 악수를 강하게 나누었다.
“그건 그거고! 감독님, 아직 선수가 많이 부족합니다.”
“네? 네……. 구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골키퍼! 골키퍼가 두 명이 뭡니까? 만약 재수가 없어서 두 명의 골키퍼가 모두 부상당하면 은퇴한 데이비드라도 복귀시킬 겁니까? 프리 시즌 기간 동안에 무조건 세 번째 골키퍼는 영입해야 합니다.”
아. 잔소리… 지긋지긋한 김종일 코치의 잔소리가 다시 시작되었다.
“키퍼뿐만이 아닙니다. 25인 엔트리는 채울 수 있어야죠. 지금 선수 총원이 20명밖에 안 됩니다. 각 포지션별로 선수를 추가 영입하셔야 합니다.”
“네. 구하고 있는 중입니다.”
“지겨우시겠죠? 하지만 제가 아무리 말해도 늦어지니 계속 말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빨리 영입해 주셔야 새롭게 합류하는 선수들도 적응을 잘하죠! 네?”
더 이상 잔소리를 듣기가 힘들어진 대칸은 도망치듯이 사무실에서 나왔고, 대칸이 나가는 와중에도 김종일 코치는 선수가 필요하다는 소리를 하였다.
“레이첼 스카우트 팀장님. 빨리 나오세요. 오늘 약속한 선수 보러 가셔야죠.”
대칸이 밖으로 나오면서 전화기로 레이첼을 불렀고, 계속되는 야근에 피곤하여 자신의 차에서 자고 있던 그녀가 주차장에 주차된 차에서 기듯이 몸을 간신히 끌고 밖으로 나왔다.
“감독님, 제발 혼자 갔다 오시면 안 되나요? 저 며칠째 쉬지도 못하고 너무 힘들어요.”
“어허! 스카우트 팀장님, 우리가 쉴 틈이 어디 있습니까? 빨리 약속한 선수 만나러 가시죠.”
레이첼은 속으로 ‘어차피 지가 다 결정하면서 왜? 나를 데리고 다니는 거야! 그리고 대부분 선수와 만나보고서는 계약 안 하잖아!’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울며 겨자 먹듯이 자신의 데이터가 모두 담긴 노트북을 챙겨서 대칸의 차에 올라탔다. 대칸은 자신의 차에 시동을 걸면서 말했다.
“오늘 오후에 만나는 선수는 올리버 버튼 선수 맞죠?”
“네. 제이크 씨가 건네준 정보에 따르면 밀월 유소년 팀 출신에 열아홉 살 골키퍼 올리버 버튼 선수 맞습니다. 오늘 만나기로 한 장소도 밀월이구요.”
“알겠습니다. 출발합니다.”
“아아…….”
이제는 투덜거릴 힘도 없는 레이첼을 데리고 대칸은 다른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 다시 움직였다.
다행히 대칸은 이날, 올리버 버튼 골키퍼와 만나고서는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여 바로 계약을 체결하였다. 웨스트 릴링 FC의 21번째 선수였다.
올리버 버튼(20살, 골키퍼, 304/396)
기술 106/143, 정신 113/148, 신체 85/105
스킬 : 집중력(N), 설명 : 10분 동안 모든 정신 관련 능력치가 1 상승합니다.
제이크의 인맥을 통해 알게 된 올리버 선수는 밀월 유소년 팀에서 나온 지 얼마 안 되어 비교적 알려지지 않았던 선수였다. 대칸이 올리버 버튼을 직접 보고서는 잠재력이 나쁘지 않고 노멀 등급이긴 하지만 쓸 만한 스킬이 있다고 판단하여 팀의 세 번째 골키퍼 후보 선수 계약으로 영입하였다.
돌아오는 길.
“오늘 고생 많으셨어요. 레이첼 스카우트 팀장님.”
“네…….”
이미 힘이 빠진 레이첼이 의미 없이 대답을 하였다. 지금 레이첼의 머릿속에는 빨리 집으로 돌아가서 침대 위에서 잠을 자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근데, 오늘 김종일 코치님께서 스물다섯 명은 채워야 하지 않겠냐고 하시던데요?”
레이첼이… 사람을 죽일 듯한 눈빛으로 대칸을 바라보았다. 대칸은 알면서도 운전하느라 못 보는 척하면서 말을 하였다.
“아무래도 제가 약속한 휴가는 좀 미루셔야 할 것 같습니다. 하하하… 다시 우리가 확인하지 못한 방출 선수나 준프로 선수들 추가로 알아봐 주세요.”
“…….”
“레이첼 스카우트 팀장님? 네?”
“아! 아악!!”
레이첼이 차 안에서 절규를 하였다. 그러자 대칸의 얼굴에는 웃음이 살짝 감돌았다. 레이첼을 괴롭히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대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