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화
* * *
웨스트 릴링 FC 구장 라커룸.
한동안 비어있던 라커룸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오랜 기간 웨스트 릴링 FC에 있었던 게리부터 시작해서 라커룸이 익숙한 기존의 웨스트 릴링 FC의 선수들, 그리고 새로 영입한 선수들이 모두 라커룸에 모였다.
대니얼도 약간 검게 탄 피부를 자랑하면서 라커룸에 들어왔다. 그리고 가장 먼저 보이는 게리에게 인사를 하였다.
“헤이, 주장. 오래간만이야.”
특히, 주장인 게리는 일찍 나와서 선수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휴가 기간 잘 지냈어? 몸에는 별문제 없고?”
“완전 좋아. 최고라고!”
대니얼이 흥겨운 표정으로 자신이 가져온 짐을 캐비닛에 넣고서는 옷을 갈아입었다.
그렇게 게리가 계속해서 라커룸에 들어오는 선수들과 인사를 나누었지만, 처음 보는 선수들과는 약간 어색함이 감돌았다.
“안녕하세요. 저는 주장인 게리입니다.”
“아, 네. 저는 피터 존슨이라고 합니다.”
게리는 어색하게 새롭게 영입한 선수들과 인사를 하였고, 새로 온 선수들도 어색한 모습으로 옷을 갈아입고 훈련을 준비하였다.
라커룸에 어느덧 모든 선수들이 다 모였다. 그런데 너무 많은 새로운 선수들이 있었던 탓에 분위기가 많이 어색했다. 그래서 주장인 게리는 이 어색한 분위기를 풀어야겠다는 생각에 가운데서 소리를 외쳤다.
“다들 한번 모여보실까요?”
기존 선수들은 게리의 말에 자연스럽게 모였고, 새로운 선수들도 눈치껏 주장인 게리의 말에 따라 모여서 중앙에서 원을 만들게 되었다.
“너무 어색해서! 제가 먼저 말을 꺼내도록 하겠습니다. 저부터 제 소개를 할 테니, 기존에 계셨던 선수들부터 한 분씩 자기소개를 하시고 새로 오신 선수들께서도 자기소개를 간단하게 해주시기 바랍니다.”
게리의 말에 기존 선수들은 ‘아…….’. ‘제발 이런 거 하지 마시죠.’, ‘더 어색해.’라고 한탄을 하였고, 특히 대니얼은 ‘미친! 이딴 보이 스카우트 같은 짓은 하지 말자. 주장.’이라고 게리를 설득하려 했지만, 게리는 의견은 무시한 채 먼저 자신의 소개를 하였다.
“저는 웨스트 릴링 FC에서 4년째 주장직을 맡고 있는 게리 워커입니다. 주 포지션은 수비형 미드필더이며, 미드필더 포지션은 모두 소화가 가능합니다.”
게리의 소개가 끝나자 기존 선수들은 머뭇거렸고 게리가 직접 대니얼을 지목하자, 대니얼이 한숨을 쉬면서 입을 열었다.
“대니얼 보얀, 센터백!”
대니얼이 그렇게 소개를 마치려 하자 게리가 찡그린 표정으로 대니얼을 다시 보았고, 대니얼은 어쩔 수 없이 추가적으로 말을 더하였다.
“2년 동안 웨스트 릴링 FC에 있었고 우승 주역 멤버다! 나 없으면 이 팀은 우승 못 했어. 그리고 수비조장을 맡고 있으니 수비 선수들은 내 말 잘 들어라.”
대니얼의 소개가 끝나자, 이제는 자연스럽게 기존 선수들의 입에서 소개가 나오기 시작했다.
“제 이름은 칼슨 고트이며 윙백에서 뛰고 있습니다. 웨스트 릴링에 온 지는 2년이 조금 안 됩니다. 새로 오신 분들과 잘 지내고 싶습니다. 모두 반갑습니다.”
“가브리엘 챔버레인입니다. 그냥 가브라 불러주시면 됩니다. 주 포지션은 윙이지만 윙백도 어느 정도 소화 가능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루이 베리입니다. 포지션은 센터백이며 웨스트 릴링 FC에서는 10년째 뛰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지역 토박이니 궁금한 게 있으면 물어보시면 도와드리겠습니다.”
“다니엘 카펜터입니다. 웨스트 릴링의 수호신으로 거미손이라 불러주셔도 됩니다. 모두 웨스트 릴링 FC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수비 지역 멀티 플레이어인 제이콥 펜입니다. 수비형 미드필더, 센터백, 그리고 아주 가끔은 윙백까지 커버 가능합니다. 반갑습니다.”
“레오 바니스터입니다. 스물네 살이고 사이드 미드필더나 윙포워드가 주 포지션입니다. 하지만 공격적인 능력보다 수비적인 능력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그러니 새로 오신 분들께서는 저와 포지션 경쟁은 눈치 보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공격수 라이언 힐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라이언의 짧은 인사까지… 모여있는 기존의 웨스트 릴링 FC 선수들의 인사가 끝났다.
“여기에는 없지만, 새로 오신 분들도 아실 만한 우리 구단에서 가장 유명한 선수인 ‘에드워드 바커’라는 공격수도 있습니다. 지금은 U-18로 차출되어 대회에 참가 중입니다. 그리고 수비수에는 매튜 플레잉 코치님도 계시는데, 지금 다른 코치님들과 함께 사무실에 계십니다.”
게리는 기존의 선수들에 대한 소개는 끝내고, 이제는 새로운 선수들을 보면서 소개를 해달라고 말하였다. 그러자 플레잉 코치로 합류한 이삭이 먼저 나서서 말을 하였다.
“그럼 나부터 소개하지. 내 이름은 이삭 브라운이고 공격 포지션은 모두 소화 가능하며 플레잉 코치로 팀에 입단했다. 비록 나이는 많지만 편하게 대해주기 바란다.”
다음에는 가장 우측에 있었던 선수부터 자신의 소개를 하였다.
“도널드 파울러입니다. 스물다섯 살이며 타켓형 스트라이커가 주 포지션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스무 살 3인방이 연속으로 소개를 하였다.
“샘 필립스입니다. 왼쪽 윙이 주 포지션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니키 로어입니다. 미드필더의 모든 포지션이 소화 가능합니다. 많은 기대를 가지고 입단하였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가론 아망스입니다. 윙백이며, 저번 시즌에 웨스트 릴링 FC에게 일격을 날렸던 것처럼 여기서도 멋진 활약을 하겠습니다.”
그리고 남은 선수들의 소개가 이어졌다.
“새로운 골키퍼 노아 본드입니다. 잘 부탁합니다.”
“리즈 출신인 아치 바커스입니다. 윙과 윙백 모두 소화가 가능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피터 존슨입니다. 센터백, 윙백, 미드필더까지 가능합니다. 어떤 포지션이든 열심히 해서 팀에 기여하도록 하겠습니다.”
부재중인 기존 두 명의 선수를 제외한 기존 아홉 명의 선수와 새로운 여덟 명, 총 열일곱 명의 모든 선수들의 소개가 끝났다.
선수들이 모두 소개를 마치자, 기다리고 있었던 김종일 수석 코치가 라커룸으로 들어왔다. 라커룸 밖에서 선수들이 서로 자신을 소개하는 것을 듣고서는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웨스트 릴링의 새로운 수석 코치인 김종일이다.”
김종일 코치는 모든 선수들을 훑어보고서는 말했다.
“뭐 익숙한 얼굴과 새로운 얼굴의 수는 얼추 비슷하네. 아마 새로운 선수들이 적응하는 데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김종일 코치는 자신이 들고 있는 선수 리스트를 보고서는 새로운 선수들의 이름을 한 번씩 불러보고는 이름과 얼굴을 매칭하였다.
“새로운 선수들 모두 환영한다. 그리고 주장인 게리가 역할을 아주 잘해주고 있다. 새로운 선수들 중에서 문제가 있으면 언제든지 게리에게 부탁하고, 그게 아니라면 언제든지 코치들에게 말해주길 바란다.”
짝짝.
김종일 코치는 크게 박수를 쳐서 분위기를 환기시키고서는 말했다.
“그럼, 다들 파이팅 구호를 한번 외치고 훈련 들어가자.”
김종일 코치의 말에 게리를 비롯한 기존 선수들이 원 모양으로 모였고, 새로운 선수들도 따라서 같이 원을 만들었다. 그리고 역시 게리가 먼저 나섰다.
“제가 선창하겠습니다. 다들 따라 해주세요!”
“고! 고! 고! 웨스트! 웨스트! 릴링!! 고고고!!”
게리의 말에 따라 선수들도 파이팅 구호를 크게 외쳤다. 그리고 그들은 다 같이 훈련을 하기 위해 경기장으로 나갔다.
경기장에는 코치들이 먼저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런데 코치들도 아직은 어색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새로운 코치들이 많이 합류했기 때문이다.
김종일 코치는 어색해하는 코치들을 보고서는 ‘내가 게리보다 못했구나.’라는 생각으로 말했다.
“제가 라커룸에 들어가니, 선수들이 모두 자신의 소개를 하고 있더군요. 그래서 코치님들도 모두 자기소개하겠습니다.”
“네?”
매튜부터 어색함에 몸부림을 치는 기색을 보였지만, 김종일 코치의 표정은 매우 진지했다. 그러자 매튜는 한숨을 크게 내쉬고서는 먼저 소개를 하였다.
“플레잉 코치인 매튜 로렌조입니다. 선수 포지션은 센터백과 풀백이며, 코치로서 역할은 수비 코치입니다.”
매튜를 시작으로 체력과 신체 개발 담당인 차승진 코치가 소개를 하였고, 새롭게 들어온 전술 코치 메이슨 베이커와 골키퍼 코치인 잭 크로프트, 공격 코치인 루카스 바너도 소개를 하였다. 그리고 아담이 고용한 보조 코치들도 인사를 마치자, 모든 사람들의 인사가 끝났다.
“소개만 하는 데도 한참 걸리는군요. 그럼 빠르게 훈련에 들어가겠습니다. 먼저 오늘은 부재중인 대칸 감독님의 지시로 2주 동안은 체력 훈련과 신체 개발 훈련에 중점을 두고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코치들 시작해!”
“네.”
김종일 코치의 말에 웨스트 릴링 FC 선수들의 프로로서의 첫 공식 훈련이 시작되었다.
* * *
리즈 유소년 구단 사무실.
“하하하하. 아주아주 반갑습니다. 조쉬 감독님!”
대칸의 뼈가 가득한 인사말이 나왔다. 그러자 리즈유나이티드의 유소년 팀 감독인 조쉬는 살짝 미안한 표정으로 말하였다.
“하하, 저도 반갑습니다. 대칸 감독님.”
대칸은 여전히 레이저 눈빛으로 조쉬를 바라보며 말했다.
“제가 알아보니, 이번 마크 이적 건과 에드워드에게 이적을 권유한 건 모두! 조쉬 감독님의 작품이라던데요? 하하하하!”
조쉬는 난감해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아닙니다. 저는 그저 괜찮은 선수를 영입 추천 명단에 넣었을 뿐입니다. 구단에서 제 의견을 그렇게 잘 받아주실 줄은 저도 잘 몰랐습니다.”
장난하나? 이 사람이 유소년 팀 감독만 10년 넘게 했는데, 구단이 신뢰하지 않으면 그렇게 있었겠냐고……! 대칸은 더 따지고 싶긴 했지만, 오늘 방문 목적은 그것이 아니었다.
“어쨌든 감독님, 저한테 너무한 짓 하신 겁니다. 제가 임대 왔던 버나드도 완전 잘 키워서 돌려드렸는데 제게 이러시면 안 되죠.”
“그… 웨스트 릴링 FC도 버나드를 잘 써먹었던데?”
“그래도 제 생각에 버나드 선수 몸값만 두세 배로 올려놨습니다.”
“하하하, 감사합니다.”
조쉬 감독은 그저 얄밉게 웃었다.
어차피 지나간 일… 돌릴 수는 없었다. 그래서 대칸은 바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였다.
“하여튼 감독님도 저희 팀에 임대를 보내시는 것에 대해서 손해가 아니라는 것은 깨달으셨다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올해도 임대 선수 한 명을 부탁드리겠습니다. 물론 올해에는 임대 선수의 주급은 저희가 지급하도록 하겠습니다.”
대칸의 말에 조쉬 감독은 고개를 끄덕였다. 버나드를 임대 보냈던 자신의 선택은 작년에 했던 가장 잘한 선택 중에 하나였다.
“그럼… 대칸 감독님께서는 어떤 선수를 원하시는지?”
살짝 떠보는 조쉬 감독이었다. 대칸은 웃으면서 말했다.
“단 한 선수밖에 남아있지 않습니다. 작년에 선택하기에는 약간 미안해서 포기했던 선수죠. 그런데 아까 잠시 보니깐, 작년보다 크게 성장하지 않았더군요. 올해 제가 데려가서 잘 써먹고 키워보겠습니다. 알피 부시 선수를 임대로 보내주시죠.”
알피 부시(21살, 미드필더, 349/445)
기술 128/155, 정신 123/185, 신체 98/105
스킬 : 태양의 축복(R), 설명 : 해가 떠있는 날에 모든 기술 능력치가 1 상승합니다.
대칸이 조쉬와 대화를 하기 전에 확인했던 알피 부시 능력이었다. 작년에 버나드를 임대할 당시에 대칸과 조쉬가 생각했던 또 다른 임대 대상 선수였다.
분명히 작년까지만 해도, 버나드의 상위 버전인 선수였다. 포지션도 비슷하고 그 당시 현재 능력치도 조금 높았고 포텐도 20 정도 높았다. 그런데 1년 만에 지금 버나드의 현재 능력치가 360을 넘었으니, 성장에서 차이가 확실하게 나버린 것이다.
“알겠습니다. 데려가시죠.”
조쉬는 너무나 쉽게 승낙해 버렸다. 아니 조쉬 입장에서도 알피는 지금 아픈 손가락이었다. 버나드가 임대에서 복귀하고 자신의 성장한 기량을 보여줘서, 2군 계약 조건이기는 하지만 프로 계약을 체결하였다. 하지만 알피는 아직도 유소년 계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알피 입장에서는 분명히 자신보다 못하던 버나드가 1년 만에 급성장을 하였다. 그래서 알피는 약간 당황하고 있는 시기였다. 이런 알피의 심리 상태를 확인한 조쉬 감독은 안 그래도 알피를 챙겨줘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열네 살부터 스물세 살까지 60명이 넘는 모든 유소년들에 대한 총괄 감독인 조쉬가 하루 종일 알피만 챙기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번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알피는 좋은 자질을 가진 선수이니 잘 성장시켜 주십시오.”
오히려 조쉬가 대칸에게 알피를 부탁하였다. 그러자 대칸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하~ 이거 손해 보는 기분인데, 임대 종료 시 이적 조건이라도…….”
“절대로 무조건! 안 됩니다. 하지만 알피 선수의 주급은 저희가 일부분 감당하겠습니다.”
물론 대칸의 이적 관련 요구 사항은 절대 들어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조쉬 감독은 알피 주급 절반은 리즈에서 지급하는 조건으로 알피를 웨스트 릴링 FC로 임대 보내기로 대칸 감독과 협의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