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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 천재 감독이 되다-44화 (44/445)

44화

【 시즌 후반기 】

휘~ 휘~

차를 타고 구장으로 가는 길… 복잡한 도시에서 외곽으로 나가는 길이라 이상하게 여유로워지는 기분이 드는 시간이었다.

버나드가 아버지의 차를 타고 휘파람을 불면서 웨스트 릴링으로 이동하는 동안에 여유를 만끽하고 있었다. 그리고 도중에 운전하던 아버지가 말을 걸었다.

“버나드, 요즘 팀 성적이 별로던데?”

“네? 아버지, 우리 팀은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팀명 / 승 / 무 / 패 / 골득실 / 승점

1. 웨스트 릴링 / 28 / 4 / 4 / +92 / 88

2. 게이츠헤드 / 25 / 5 / 6 / +59 / 80

3. 렉섬 / 24 / 8 / 4 / +63 / 80

4. 레이튼 / 25 / 3 / 8 / +65 / 78

5. 살포드 / 23 / 4 / 9 / +57 / 73

6. 솔리헐 무어스 / 22 / 6 / 9 / +48 / 72

이제는 2위권 그룹과 승점 8점 차이로 1위 경쟁에 많이 앞서가는 웨스트 릴링이었다.

버나드의 말에 아버지는 고개를 흔들고서는 말했다.

“그… 네가 잠시 있는 팀 말고 리즈 말이야, 우리의 진정한 팀, 리즈.”

아버지의 말에 버나드는 조용히 ‘네. 요즘 별로더라고요.’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버나드는 임대로 웨스트 릴링 FC에 소속된 선수였고, 버나드가 복귀할 진정한 팀은 리즈유나이티드였다. 그리고 리즈는 22/23시즌 챔피언십에서 7위로 플레이오프 출전권 순위에서 힘겨운 경쟁을 하고 있었다.

조용한 시골길을 운전하던 아버지의 입이 다시 열렸다.

“임대라고는 하지만, 하부 리그 경험이 도움이 되고 있냐?”

아버지의 질문에 버나드는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버지, 완전 좋은 경험입니다. 저 스스로도 성장하는 것이 느껴져요.”

버나드는 시즌을 경험하면서 많은 성장을 이루었다. 특히, 정신적인 부분에 있어서의 성장은 다른 전문가의 눈에 보일 정도였다.

시즌 전 : 버나드 스콧(19살, 윙-미드필더, 341/414)

기술 126/151, 정신 119/156, 신체 96/107

현재 : 버나드 스콧(20살, 윙-미드필더, 355/414)

기술 128/151, 정신 130/156, 신체 97/107

“아무리 우리 팀이 5부 리그에 있다고는 해도 너무나 뛰어난 선수들이 많아요. 게다가 게리 주장을 비롯해서 베테랑 선수들에게 배울 점도 많고요. 그리고 코치님들과 감독님도 대단하시구요. 이 팀은 5년 안에 리그 1(3부 리그)까지는 올라갈 거예요.”

버나드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말했지만 아버지는 못 미더운 표정이었다.

“그런데 왜 감독은 여전히 애매한 포지션에서 널 놔둔 거야? 버나드 너의 주 포지션은 윙포워드 아냐? 다른 선수들의 뒤치다꺼리만 하는 미드필드 지역에서 경기를 뛰게 하니까, 네 스텟도 별로지 않냐?”

버나드 아버지의 큰 불만이었다. 5부 리그에서 득점이나 도움 타이틀은 쉽게 획득할 줄 알았다. 그런데 대칸이 미드필드 지역에서 공수를 연결하는 역할을 버나드에게 부여했고, 자연스럽게 버나드의 스텟은 내려갈 수밖에 없었다.

“제 스텟요? 8골 12어시가 어때서요?”

“하…….”

“그리고 아버지, 저는 이 위치가 딱 좋은 것 같아요. 공격 부담도 적고 팀에 도움도 되고.”

“뭐? 안 돼! 넌 윙포워드가 제격이야.”

아버지는 격렬하게 반대했지만 버나드는 계속해서 말했다.

“아니요. 저는 윙포워드보다는 그냥 사이드 미드필더가 적격이에요. 제가 하고 싶은 플레이도 마음껏 하고요. 제 강점도 잘 드러나고요. 무엇보다 부담감이 없어서 너무 좋아요.”

아버지는 손을 이마에 올리고서는 골치 아프다는 표정을 지었다.

“젠장… 그 빌어먹을 동양인 감독이 널 망쳤어.”

“아버지!”

버나드의 목소리가 급격하게 높아졌다.

“아버지, 제가 다시는 대칸 감독님 비하하지 말라고 했죠.”

“아… 아니, 버나드… 그게 아니라…….”

버나드는 약간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다.

“다음부터는 제가 알아서 구단까지 왔다 갔다 할게요, 아버지께서는 안 오셔도 돼요.”

버나드의 부모님은 2년 전에 이혼한 상태였다. 전형적인 영국 축구광인 버나드의 아버지는 뼛속까지 리즈의 팬이었고, 리즈를 응원한다고 가정과 일은 뒷전에 두었다.

매일 일용직으로 일하면서 축구만 보러 다니는 남편을 참다못한 버나드의 어머니는 결국 그와 이혼을 하였고, 버나드는 양육권을 가진 어머니와 함께 따로 살게 되었다.

버나드는 이제 성인이 되었지만 여전히 그는 어머니와 같이 살았다. 그리고 아주 가끔 아버지와 만나기도 하였는데, 웨스트 릴링 FC로 임대 오게 되면서 경기 날마다 아버지가 버나드를 웨스트 릴링까지 차로 데려다주면서 부자가 만나는 시간이 늘어났다.

즉! 버나드가 태워주지 않아도 된다는 말은 부자가 만나는 시간이 줄어든다는 말이었고, 버나드의 아버지는 안절부절못하면서 계속해서 사과했다.

“미안하다.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 나도 물론 대칸이 뛰어난 감독이란 것은 안다. 다만 조금 아쉬워서 그랬을 뿐이야. 인종을 들먹인 것도 미안하다. 내 실수였다.”

“…….”

하지만 버나드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아버지가 여태까지 이런 식으로 막말을 하고 사과했던 적이 몇 번이나 있었다. 하지만 항상 사과만 할 뿐 변하지가 않는 사람이 아버지였다.

웨스트 릴링에 도착할 때까지도… 차 안은 조용했다. 그리고 경기장에 도착하자, 버나드는 차에서 내리면서 말했다.

“아버지, 한동안은 제가 알아서 다닐 테니, 연락하지 말아주세요.”

“버나드? 버나드!!”

아버지가 차에서 내려 계속해서 버나드를 불렀지만… 그는 묵묵히 경기장으로 들어갔다.

“헐…….”

마침 경기장 주변에서 산책을 하던 대칸은 우연히 버나드와… 그를 애타게 부르는 아버지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축구 매니저에는 버나드의 감정 상태가 아버지로 인하여 복잡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대칸은 이 일에 끼어들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고민하다가… 자신이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야겠다는 판단을 하였다. 그래서 일단은 홀로 덩그러니 남아있는 버나드의 아버지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대칸과 버나드의 아버지는 잠시 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라커룸.

“헤이~ 버나드. 이제 왔어?”

라커룸에 대기하고 있던 차승진 코치가 버나드에게 말을 걸었다. 버나드는 최대한 자신의 감정을 감추려고 웃으면서 인사를 하였다.

“네. 안녕하세요, 코치님.”

“몸에 문제는 없지?”

차승진 코치는 도착한 선수들의 몸 상태와 컨디션부터 체크하고 있었다. 그리고 버나드에게 문제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서는 말했다.

“아무런 문제 없군. 좋아, 버나드 먼저 식당에 가서 가벼운 식사를 하고 한 시까지 운동장에 모여서 가볍게 스트레칭을 할 예정이다. 그리고 라커룸에 다시 모여서 마지막 미팅을 하고 늦은 오후에 경기에 참여한다. 질문 있나?”

“없습니다.”

버나드는 차승진 코치 말을 충분히 이해하였다. 그리고 축구에 모든 것을 집중하겠다는 생각만 하였다.

세 시간 후.

버나드는 코치들의 지시에 따라 스트레칭을 완료하고, 라커룸에서 팀 회의에 참석하였다. 팀 회의에는 웨스트 릴링 FC의 모든 선수들과 감독인 대칸과 코치들까지 자리 잡고 있었다.

“다들 모였지?”

대칸의 말에 버나드는 ‘네.’라고 대답하고서는 대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오늘은 시즌 3위인 렉섬과 경기다. 선발 진영은 다이아몬드 4-4-2이며, 출전 명단은 훈련 시와 동일하다.”

버나드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우측 미드필더 선발 명단에 들어가 있었다.

“전반기 때, 우리 경기를 기억하지? 모두 이번 경기는 잘해서, 제대로 한번 이겨보자.”

“네.”

선수들은 전반기 때… 아쉽게 비겼던 경기를 기억하였다. 그래서 더욱 전투력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개인별 세부 지시는 훈련과 동일하지만, 코치들을 통해서 확인하도록 하겠다. 경기 시작 전까지 휴식을 취하도록.”

대칸의 말이 끝나고, 차승진 코치가 세부 지시를 확인하기 위해 버나드에게 다가왔다. 그러고는 아직도 약간은 어색한 발음으로 말을 꺼내었다.

“버나드, 이번 경기의 너의 주 역할이 뭔지 기억하지?”

“네. 오스카 전담 마크요.”

버나드에게는 렉섬 에이스인 플레이 메이커 오스카를 전담 마크하라는 지시가 떨어져 있었다.

“그래, 렉섬이라는 팀은 오스카만 빼면 평범한 5부 리그 팀이다. 너는 다른 플레이는 신경 쓰지 말고, 오스카가 자신의 플레이를 하지 못하도록 확실하게 마크하면서 방해해라.”

버나드에게는 선수 생활을 하면서 처음 주어진, 개인 전담 마크 임무였다.

“만약, 체력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도움이 필요할 시에는 게리에게 약속한 신호를 주고.”

충분히 훈련을 통해서 이해하는 전략이자 행동이었다. 버나드는 자신감이 있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고, 차승진 코치는 다음 선수에게 지시하기 위해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게리 주장이 버나드에게 다가왔다.

“버나드, 잘할 수 있겠어?”

아무래도 전담 마크 역할은 처음 해보는 버나드가 걱정되어 게리가 물어본 것이다. 버나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믿어주세요.”

“그래, 난 널 믿는다. 그래도 혹시나 힘들거나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지 나한테 말해. 알겠지?”

게리의 든든함을 느낀 버나드는 자신감 있는 표정으로 해보겠다는 말을 하였다.

[시즌 37차전, 웨스트 릴링 FC와 렉섬 FC의 경기 중계해 드리겠습니다.]

캐스터가 말하는 도중에 경기장에는 준비를 마친 선수들이 몸을 풀고 있었고, 하프라인에서 양 팀의 주장과 주심이 선공을 결정하는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오늘 우승에 가까워진 웨스트 릴링 FC에게 남은 몇 안 되는 고비입니다.]

[그렇죠. 이제 2위권 팀들과 승점이 벌어지는 가운데, 남은 경기 중에서 렉섬과 게이츠헤드전에서만 좋은 결과를 낸다면 웨스트 릴링 FC의 우승은 거의 확정적이라고 봐야 합니다.]

[동전 던지기로 웨스트 릴링 FC의 선공이 결정되었습니다. 에드워드 선수의 선축으로 경기가 시작됩니다.]

“뭐야?”

렉섬의 오스카는 경기 시작부터 자신에게 찰싹 달라붙어 있는 버나드를 보고서는 한숨을 쉬었다. 약팀도 아니고, 1위에 있는 강팀인 웨스트 릴링 FC도 자신에게 전담 마크를 붙이는 것을 보니, 오늘 경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부터 들었다.

“저리 꺼져.”

오스카가 붙어있는 버나드를 떨어트려 보려고 이런저런 행동을 해보았지만, 버나드는 묵묵히 오스카를 따라다녔다.

“좋아. 잘하고 있어! 차승진 코치, 버나드의 오스카 전담 마크와 관련된 움직임을 계속 확인 부탁드립니다.”

감독인 대칸이 생각하기에 오늘 경기의 제일 중요한 포인트가 버나드가 오스카를 얼마나 잘 전담 마크 하는지 여부였다. 그래서 차승진 코치는 다른 부분보다는 버나드와 오스카의 움직임만 보고 있었다.

확실히 경기는 웨스트 릴링 FC가 주도권을 잡고 있었다. 안정된 수비진과 활동량 많은 미드필더진을 기반으로 에드워드와 라이언은 마음껏! 공격진을 헤집고 다녔다. 그리고 렉섬의 수비 선수들과 미드필더 선수들은 수비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문제는…….

“패스! 나한테 공을 달라고!”

공을 가지고 있는 렉섬의 미드필더는 플레이 메이커인 오스카에게 공을 주고 싶었지만, 그 바로 옆에 붙어있는 버나드가 마음에 걸렸다. 그리고 결국 뒤로 패스를 하면서 공을 돌렸다.

“공! 공을 이리 줘.”

오스카는 자신의 옆에 껌처럼 붙어있는 버나드 때문에 답답해서 속이 터질 지경이었다.

심판이 안 보는 사이에 몸으로 치거나, 손을 쓰거나, 발로 차는 등 온갖 반칙을 해가면서 버나드를 떼어내려 했지만, 버나드는 묵묵히 자신의 옆에 붙어서 플레이를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버나드의 활약으로 오스카와 버나드가 그들만의 축구를 하는 동안에 웨스트 릴링 FC의 공격은 계속되었다.

[레오 선수, 오래간만에 공을 잡고 공격진으로 이동합니다.]

렉섬의 미드필더 선수가 마크를 방해하고 있자, 윙어인 레오가 오래간만에 적진으로 공을 몰고 들어갔다. 예상하지 못한 레오의 행동에 렉섬 선수들의 대응은 늦어졌고, 레오는 꽤나 깊숙이까지 노마크로 들어왔다.

“마… 막아!”

오스카가 소리쳤지만, 그 누구도 막으러 나오지를 못하였다. 왜냐하면 동시에 에드워드는 수비수를 달고서 우측 사이드로 돌파하고 있었고, 라이언은 페널티 에어리어 중앙에서 어슬렁거렸기 때문이다. 마크도 좌측 사이드에서 반대편 미드필더 선수와 함께 자리싸움을 하고 있었고 게리까지 페널티 에어리어 부근에서 공을 노리고 있었다.

“씨팔.”

결국 센터백 선수가 레오를 향해 달려 나왔고, 그때서야 레오는 공간이 충분한 게리에게 패스를 하였다.

“헛.”

다른 센터백 선수가 자연스럽게 사이드로 공을 잡고 나가는 게리를 향해 뛰면서 두 명의 센터백이 좌우측으로 찢어지는 그림이 나왔다.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제3의 선수! 칼슨이 중앙을 침투하고 있었다.

“빌어먹을.”

골키퍼가 앞으로 나오면서 막아보려고 했지만 게리의 날카로운 패스가 더 빨랐다.

뻥!

칼슨은 슬라이딩하듯이 공만 발끝으로 때렸고, 공은 자연스럽게 반대편의 골망을 갈랐다.

철렁!

“와!”

[웨스트 릴링 FC! 환상적인 팀워크를 자랑하면서 렉섬 선수들을 농락하는 골이 터집니다. 칼슨 선수의 시즌 5호 골, 웨스트 릴링 FC의 선취골입니다.]

칼슨의 선제골로 웨스트 릴링 FC가 1:0으로 기분 좋게 앞서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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