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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특성을 받았지만 적당히 살고 싶다-271화 (271/293)

[271화]

[도시 지하 시설로 유성원 헌터 침입! 닥치는 대로 부수면서 지하 통로를 통해 스카이스크래퍼 블랙 레이더스로 향하는 중!]

“젠장! 머리를 썼군! 우리 도시가 전략적으로 만들어진 것을 눈치챈 것 같다. 이렇게 되면 각 격벽 폐쇄하고, 헌터들을 지하 통로로 보내라!”

도시 지하로 들어온 유성원의 존재를 알아채자마자 통신이 들어왔고, 훌라짜요 이사는 곧바로 대응했다.

그리고 모니터 한쪽에 있는 지도를 보면서 현재 전장 상황을 파악하는데, 도시의 전략적 구조와 장병들의 자폭 공격 희생 덕분에 일단 군대 간의 소모전이 계속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유성원의 지하 침투는 매우 안 좋은 신호였다.

[예! 이사님!]

“싸워서 이길 생각은 절대 하지 말고! 유인전을 펼쳐라. 모를란테 부장님에겐 절대 가게 해선 안 된다.”

[예! 아니면 땅에다가 그대로 같이 묻어 버리겠습니다.]

“저게 묻어서 해결될 사이즈냐? 냉정하게 판단해라. 멍청한 짓은 생각도 말고 명령대로만 해!”

훌라짜오 이사의 명령대로 파워드 슈트를 입은 헌터들이 지하로 향해서 유성원과 계속 격전을 벌였다.

탄막과 바리케이드, 폭약, 안 될 경우 아다만티움 격벽을 세우고서 유성원의 전진을 필사적으로 막으려는 스카이스크래퍼 블랙 레이더스 사 헌터들의 저항. 유성원은 방패 하나 들지 않고, 티탄의 말뚝을 양손에 하나씩 들고서 그걸 휘두르면서 굳세게 전진해 나갔다.

‘이거 딱 봐도 시간 끄는 전략이네.’

“쏴라! 쏴! 탄약, 마정석 카트리지를 하나도 남기지 마라!”

“제54-3번 격벽 폐쇄 준비 완료.”

“폐쇄하고 폭약이랑 크레모어랑 다 폭파시켜서 어떻게든 막아! 저건 사람이 아니다. 괴물이다. 별을 떨어뜨린 괴물!”

‘…별의 수호 기사라… 고!’

콰아아앙!

크게 발돋움해서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유성원은 그대로 파워드 슈트에게 접근해서 티탄의 말뚝을 휘둘렀다.

파워드 슈트를 입은 헌터는 거대한 팔을 X자로 만들면서 막아 내려고 했지만 그 충격량에 몸체 전체가 가라앉고, 다리 부분이 우그러지며 주저앉아 버렸다.

그러자 우그러진 틈새로 안에 타고 있는 헌터의 모습이 드러났고, 곧 유성원과 눈이 마주쳤다.

“젠장… 괴물 같으니!”

“모를란테 부장 어딨냐?”

“알려 줄까 보냐! 침략자 놈!”

“아니… 먼저 선 넘은 건 너희들인데 왜 나를 나쁜 놈으로 모냐? 어이가 없…….”

“검은 대륙 만세!”

우우우우우웅! 콰아아앙!

뭔가 대화를 진행하기도 전에 파워드 슈트에서 기괴한 소리가 나더니 그대로 거대한 폭발이 유성원을 덮쳤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는 자폭으로 인한 폭발. 마정석을 사용하는 코어 엔진에서 일어난 폭발은 땅이 흔들릴 정도로 거셌지만 유성원은 멀쩡했다.

하지만 갑옷의 압도적 성능 탓에 눈앞에서 폭발에 휩쓸린 사람의 몸이 터지는 장면을 생생히 봐야 하는 건 유성원의 멘탈을 어지럽히기에 충분했다.

“…이거 진짜 미치겠네. 젠장!”

쾅! 끼이끼기기기긱!

그래도 나아가야 했기에 앞에 막힌 장벽에 티탄의 말뚝을 꽂아서 틈을 벌려 거칠게 열고 들어갔다.

장벽을 넘어가니 또 저 멀리서 진영을 갖춘 채로 사격을 하기 시작하는 스카이스크래퍼 블랙 레이더스 사의 헌터들이 보였다.

일단 밖에서 싸울 때보단 편해졌지만, 올림푸스 길드 이상으로 저항이 거센 자들이었다.

‘상대하기가 힘든 적은 아닌데… 이런 식으로 하다가는 모를란테 찾다가 여기서 날 새겠네. 뭔가 방법 없나? 애초부터 그냥 밖에서 선전포고하지 말고 잠입을 하든가 직접적으로 쳐들어갈 걸 그랬나? 하아~’

“쏴! 계속 쏴! 절대 접근을 허용치 마라!”

‘…그냥 힘내는 수밖에.’

뾰족한 계책 같은 게 없는 이상 그저 힘으로 우직하게 밀고 가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 유성원은 티탄의 말뚝을 굳게 잡고 다리의 힘을 강하게 줘 앞으로 박차고 나아가려 했다.

그런데 갑자기 아래가 열리면서 거대한 구멍이 생겼고, 유성원은 아슬아슬하게 티탄의 말뚝을 벽에 박아 떨어지지 않고 간신히 올라왔다.

“그래, 어디 진짜 해보자 이거지. 해보자고!”

이렇게 간단한 함정에 당했다는 것이 부끄럽기도 하고, 시간을 끈 게 민망했던 유성원은 덕분에 다시 기합을 넣고 돌진해 나갔다.

***

스페인 마드리드, 바라하스 국제공항.

현재 검은 대륙군이 다시 북진하기 시작하면서 도저히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인종 학살 범죄 사실이 알려지게 되고, 가장 먼저 유성원이 그들과 손잡았다는 의혹을 풀기 위해서 킬리만자로 도시를 공격하자 다른 국가나 길드도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와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아킬레온 님.”

“별말씀을요. 그래서, 지금 그 깜둥이 새끼들은 어디까지 와 있습니까? 당장이라도 때려죽이고 싶은데 말이죠.”

“그, 그게… 세빌을 점령하고 현재 계속해서 북상 중이다가 킬리만자로 쪽에 유성원 헌터님이 가신 이후 수세로 돌아섰습니다. 역시 S급 헌터의 숫자가 적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그렇군요. 좋아, 얘들아! 전선으로 한바탕하러 가자! 깜둥이 학살 타임이다! 먼저 정찰 겸 좀 놀다 오겠습니다~! 하핫!”

올림푸스 길드에서 지원 온 아킬레온은 신나게 외치며 신마(神馬)가 이끄는 전차를 타고 전선으로 향했다.

스페인군 사령관은 대놓고 인종 차별 발언을 하는 데다 거친 태도를 보이는 그가 우려스러웠지만, 자국의 영토를 침략한 적을 상대하러 가는 것인 만큼 뭐라 할 수 없었다.

어쨌든 자국 영토와 국민들을 지키러 와 준 자들이었으니 말이다.

“후우우~ 이거 점점 일이 커지는 기분인데… 후세에는 이 전쟁을 뭐라 부르려나?”

“누가 봐도 제3차 세계 대전이라고 부르겠죠.”

“헤, 헥토리아 님. 죄, 죄송합니다.”

“아뇨. 걱정하시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사태는 불거졌고, 물러서기엔 저 흑인 친구들이 이미 선을 많이 넘어 버렸어요.”

헥토리아. 헥토르의 가호를 받은 성좌 아폴론의 사도인 여성으로 이곳 현장 지원팀의 지휘관이었다.

아킬레온을 보낸 그녀는 스페인군 사령관과 함께 방어전 대책을 세우면서 이미 세계 대전으로 치달은 현 상태에 대해 걱정을 하고 있었다.

“유럽에서 검은 대륙군을 몰아낸다고 해도 히틀러의 독일처럼 일단 아프리카를 점령하고 제어하는 작업까지 나아가야 하니까요. 이 분쟁은 아마 쉽게 안 끝날 겁니다.”

“후우~ 그렇겠지요. 정말 어쩌자고 저런 일까지 저지른 건지…….”

“생각보다 우리 인류는 어리석고 약합니다. 21세기 이성과 자본주의, 국제 연합으로 세계 평화를 이루고 발전해 나간다고 했지만 결국 홍콩, 미얀마 같은 사태가 일어나지 않습니까? 인간은 그런 존재입니다.”

“그럴지도… 모르겠군요. 아, 아무튼 방어선 배치를 해야 하니 얼른 가시지요.”

“그러죠.”

그렇게 헥토리아를 계속 안내하는 스페인군 사령관. 그는 결국 인류가 또다시 어리석은 짓을 반복하게 된 현실을 가슴 속으로 한탄하며 이 사태로 인해 과연 이번엔 세계가 어디까지 피해를 입을지 걱정했다.

세계대전. 다시는 오지 않을 거라 생각한 역사가 지금 반복되고 있었다.

***

3시간 뒤, 킬리만자로 도시 지하.

스카이스크래퍼 블랙 레이더스로 가는 길은 그리 순탄하지 않았다.

단순히 장벽으로 막는 것도 모자라서 아예 길 자체를 무너뜨려서 막아 버리는 경우도 있었는데, 유성원은 그때마다 지상으로 올라가서 직선으로 걸어간 다음 다시 파고 내려가는 무식한 방법으로 시간을 줄이려고 했지만 그럼에도 3시간이나 걸렸다.

“진짜 징글징글하다. 흠!”

쾅!

“끄아아아악!”

3시간이나 있다 보니 이 지하 속의 전쟁에도 익숙해진 듯 유성원은 파워드 슈트에 티탄의 말뚝을 던져서 격추시키고 달려가서 남은 병력들을 처리하는 방법으로 착착 전진해 나가고 있었다.

식사와 수분 보충은 그래도 자신의 전진을 막는 격벽이 있을 때, 그때 짤막하게 한 호흡 쉬면서 먹은 뒤 다시 전진해 갔다.

그렇게 어느덧 스카이스크래퍼 블랙 레이더스 회사의 건물에 다다른 유성원이었다.

“이제 얼마 안 남은 것 같네. 후우~ 유청, 밖의 전황은 어때?”

[나쁘진 않습니다. 아군의 피해가 없는 건 아니지만 대부분 천군대장군님 휘하의 ‘사령 군단’이기에 아무 문제없습니다.]

“그래, 도시 점령과 적 측에서 혹시 뭔가 빠져나가거나 이동한 흔적은?”

[없습니다. 엘드라엔 님을 통해서 혹시나 공간 이동 마법 같은 게 있나 감시까지 하고 있는데, 모를란테 부장은 낌새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럼 아직 저기 있을 확률이 높군. 지하 열차 같은 건 없으니 말이지. 그럼 가 보자고!”

끼이이익!

기합을 넣은 유성원은 다시 일어나서 장벽의 문을 열고 다음 구역으로 들어갔다.

이제 스카이스크래퍼 블랙 레이더스의 빌딩까지 얼마 남지 않은 상황. 유인 작전을 펼치고 난리를 쳐 봤자 유성원에겐 외부에서 자신의 위치와 적 빌딩의 위치를 알려 주기 때문에 속지 않고 직진할 수 있었다.

“시간이 꽤나 걸렸긴 하지만 겨우겨우 도달한 것 같군. 너희들을 보니 말이야.”

[고작 이 정도 시간밖에 끌지 못하다니…….]

그리고 어느덧 몇 개의 장벽과 방어선을 추가로 더 돌파했을 때, 유성원은 이번 방어선은 뭔가 다르다는 걸 느끼게 되었다.

일단 공간 자체가 엄청난 공동(空洞)으로 되어 있었으며, 대기하고 있는 파워드 슈트와 헌터들의 숫자도 여느 방어선보다 훨씬 많았다.

그것을 보니 자신이 드디어 도착점에 온 것을 확신할 수 있던 유성원은 이곳이 스카이스크래퍼 블랙 레이더스 건물의 지하라는 사실을 눈치챘다.

“딱 보니까 거기 가장 크고 아름다운 파워드 슈트를 입으신 분이 대장 같은데……. 일단 나는 모를란테 부장이랑 너희 성좌님에게 용무가 있는 거거든? 순순히 비켜 주고 그 부장에게 가게 해 주면 이 무의미한 싸움을 멈출 수 있다.”

“나는 이 스카이스크래퍼 블랙 레이더스의 이사 훌라짜요라고 한다. 성좌 살인자, 별의 수호 기사, 아시아의 제왕이여, 네 부탁은 들어줄 수 없다. 전황이 아무리 불리하더라도 우리는 위대한 성좌 마천루의 습격자 님의 인도를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훌라짜요 이사는 파워드 슈트의 얼굴 부분을 열고 맨얼굴로 유성원을 노려보고 있었다.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유성원의 말에 반박하는 그와 함께 주변에 있는 다른 헌터들도 그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 무기를 겨눈 채 똑같이 증오에 가득한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면 그 유럽에서의 미친 짓이… 너희 성좌님이 하라는 거였나? 제정신이냐?”

“제정신이다. 이 세계가! 가식으로 가득 찬 인류가! 우리 땅을 버렸을 때! 유일한 구원이었던 분이 성좌 마천루의 습격자 님이다. 우리는 그분을 거역할 수 없다. 절대 배신할 수 없다. 이제 절대 잃을 수 없다. 설령 이 아프리카 대륙의 모든 생명이 시체가 될지라도!”

철컥!

말하는 동시에 훌라짜요 이사의 파워드 슈트가 닫히고 그의 무기가 겨누어졌다.

결국 더 이상 이 싸움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유성원은 무기를 고쳐 잡고 티탄의 말뚝 하나를 집어 던지면서 땅을 박차고 달려들었다.

“우오오오오오!”

[이곳을 무조건 지켜라! 검은 민족을 위해! 우리 성좌님을 위해!]

“계속 나 혼자 싸울 줄 알았냐? 천군대장군! 다 들어와!”

화망이 쏟아지는 동시에 기사단의 성소 문이 열리고, 안에서 천군대장군을 비롯한 성좌 66천마의 대장군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지상은 천검군과 사령 군단의 병력에게 맡기고, 이곳 지하 결전엔 남은 대장군들을 모두 불러서 진격하는 유성원이었다.

쏟아지는 화력 속에서 유성원은 티탄의 말뚝을 무기이자 방패로 삼으며 돌진했고, 다른 대장군들도 각자 사령군마를 타고 흩어져서 자신들을 포위해서 공격하는 적들을 처리해 나갔다.

“훌라짜요라고 했나? 성좌의 은혜도 중요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아닌 건 아니라고 해야 하지 않냐? 미친 자식아. 너희 머리 없어? 두개골 안에 든 게 뇌가 아니라 혹시 고름이냐?”

“생각? 생가악? 그 잘난 생각으로 너희 동양인과 백인들이 행한 일이 뭔지 아나? 우릴 불쌍한 존재로 만들어서 가증스러운 도덕심 사업을 하던 그 꼴을! 피어오르던 희망과 싹을 끝없이 짓밟던 인간들의 꼴을!”

“…씁.”

훌라짜요의 증오 섞인 말에 유성원은 입맛을 다셨다.

맞다. 자신도 밑바닥에서 얼마나 높으신 분들에게 증오를 쏟아 냈던가?

같은 민족, 같은 국민이더라도 인간이지만 인간이 아니고 격차가 나뉘고 도구로 삼지 않았던가?

이해할 수 있는 말과 진실이다 보니 더더욱 빨리 성좌를 만나서 이 싸움을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왠지 성좌를 잡아도 해결이 안 될 것 같은 예감이 드는데… 어쩌지? 이 양반을 제압하거나 죽이는 건 쉽지만… 답이 안 보이는데?’

가능하면 이 훌라짜요 이사를 제압해서 화해라든가, 성좌 마천루의 습격자에게 모든 죄업을 얹어 주는 방향으로 일을 진행하는 게 기본 방침이었지만, 이 정도로 광신에 빠져든 이상 그 방법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렇게 되면 결국 이 아프리카를 초토화 혹은 뿔뿔이 갈라 찢어 제압하는 것밖에 미래가 없거나 아니면 이제 그들과 끝없이 투쟁을 해야 하나, 하는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아니, 그래도 일단은… 성좌를 상대하러 가 보자.’

“무슨 생각을… 컥!”

이를 악문 유성원은 훌라짜요 이사를 발로 차고 그대로 천장을 뚫고 건물 위로 올라갔다.

이제 이 싸움은 단순히 이기느냐 지느냐가 아니라, 성좌 마천루의 습격자가 인종 살해를 사주했다고 알려서 아프리카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진정시키고, 유럽 쪽에 있는 사람들도 멈춰야만 하는 그런 미션이 된 것이다.

***

“찾았다!”

“히이익!”

“이 망할 기사도 특성만 아니었어도! 너는 진작… 진작! 아무튼 이봐, 모를란테 부장! 너희 성좌님과 이야기하고 싶다. 빨리 불러 봐! 안 그럼 이 자리에서 피떡으로 만들어 주겠어.”

건물 천장을 뚫으며 계속해서 올라간 유성원은 거의 최상층 쪽에 있는 모를란테를 찾는 데 성공했다.

그러고는 티탄의 말뚝으로 그의 목을 겨누면서 빨리 성좌 마천루의 습격자를 불러내라고 윽박을 질렀다.

하지만 유성원의 명성을 아는 모를란테는 죽음의 공포가 눈앞에 있는 상태에서도 고개를 저으며 그를 노려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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