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0화]
아프리카의 헌터 전력은 성좌 마천루의 습격자 아래에 있는 5개의 회사 소속으로 나뉘어 있었고, 아프리카를 5등분한 각 지역을 지키는 중심에 자리 잡고 헌터 및 길드를 회사처럼 운영하고 있었다.
이곳 킬리만자로 시티를 책임지는 스카이스크래퍼 블랙 레이더스 회사는 총 6명의 S급 헌터와 A급, B급 하위 헌터들을 보유한 상황. 유성원의 침략을 예상해서 5개의 회사 중 3개의 회사 소속 헌터가 남고 남은 2개가 유럽 전선에 투입하기로 협약한 상태였다.
“역시나 올 게 왔군. 게다가 킬리만자로에 싹 몰려온 걸 보면 날 노리고 있는 게 분명해. 당장! 트루스 비전과 네오 스페셜에 연락해서 헌터들을 보내라고 해라. 아마 놈들은 여기부터 밀어 버릴 작정인 것 같다!”
“예! 부장님!”
“그, 그리고 어서 임원분들을 불러서 놈들이 나타났다고 알려라!”
“이미 다들 알고 기다리고 계십니다.”
스카이스크래퍼 블랙 레이더스의 구조는 회장의 자리는 당연히 성좌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아래 이사진과 간부들은 모두 S급 헌터들이 그 자리를 차지한 상태로, 괜히 모를란테 부장이 실무의 정점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 그래. 그거 다행이군. 그분들 상태는 어떤가? 상대는 명백히 올림푸스 길드의 헤라클리온을 처치하고, 멸망급을 잡은 헌터인데… 긴장하지 않고 있나?”
“예. 긴장은 하고 있습니다만, 일단은 구원이 온다는 걸 알고 있고… 또 저희가 지키는 측인 덕분에 어떻게든 홈그라운드의 이점을 살려서 해결하겠다고 훌라짜요 이사님이 걱정 말라고 하십니다.”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는데…….”
모를란테 부장은 전쟁이 시작된 밖을 바라보았다.
시대착오적인 모습이었지만, 중무장한 기사와 병사들이 멀리 킬리만자로를 달려오는 모습은 자못 장관이었다.
특히 가장 멋진 것은 제일 앞에서 거대한 황금의 용을 타고 날아오는 황금의 기사였는데, 아침 태양빛을 받으며 찬란하게 빛나는 그는 마치 신의 사자 같은 느낌을 주었다.
“뭔가… 굉장하네요.”
“일반 화력 부대는 병력을 위주로 깎아 내라. 일단 우리 사원들이 모두 합세해서 저 대장을 노린다. 가장 앞에 저 화려하게 다가오는 놈이 대장이니 모든 헌터들이 화력을 집중해서 먼저 떨어뜨린다. 대장이 떨어지면 사기가 확 깎이겠지. 다들 이사님이 주시는 신호에 일제히 반응해라.”
“예.”
성좌 마천루의 습격자가 이곳 아프리카의 사도와 백성들을 어떻게 부흥시켰느냐면 바로 기술과 자본, 마정석을 무한히 지원해 줬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사도들에겐 그들이 원하는 것을 ‘임무’나 ‘마정석’을 주고 얻을 수 있게 하는 방식으로 해서, 전반적으로 무언가 뚜렷한 특징은 없지만 이 지구의 실정에 맞게 사도들이 기술과 에너지 발전을 중점으로 하는, 소위 말하는 마정석 기술 위주의 발전을 한 것이다.
[다들 주목해라. 나는 훌라짜요 이사다. 상대의 위용과 명성은 다 들어서 알고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너무 긴장할 거 없다. 놈 또한 신은 아니고 인간이며 결국 헌터다. 제군들, 근 수십 년간 우리가 이 아프리카를 어떻게 통일했는지 기억하길 바란다.]
훌라짜요 이사는 높이 5미터가량 되는 거대한 파워드 슈트에 탑승한 채로 아군의 사기를 북돋기 위해서 연설을 하고 있었다.
회사 형태의 조직과 기술과 경제 발전을 우선시한 형태의 성좌 마천루의 습격자에서 만든 최신식 파워드 슈트로, 본래는 기존 군대를 강화하는 형태였지만 호주 쪽에서 나타나 강력한 세력으로 부상한 성좌 종말자의 기체에 영감을 많이 받은 모습이었다.
물론 우수한 전투 A.I까진 아직 완전하게 개발되지 않아서 사람이 탑승하는 방식이었지만, 어떤 의미로는 그들 자신이 조종함으로써 더 효율적인 면이 있었다.
[적군, 사정거리 안에 들어왔습니다, 이사님!]
“좋아. 일제히 화력 투사 개시! 모조리 쓸어버려라! 그리고 나를 비롯한 스카이스크래퍼 블랙 레이더스 임원들은 각자 가진 사격 무장을 모두 저 황금의 용에게 집중한다. 쓰러지지 않아도 당황스러워하지 마라. 저놈은 세계구급 전사다. 그러니 타격만 줘도 상당한 이득. 일반 헌터들이 화망(火網)을 펴고, 나를 비롯한 헌터들이 저격을 개시한다.”
[예!]
“다시 말하지만 쓰러지지 않아도 당황하지 말고 진형을 펼치고 산개하면서 계속해서 지속전을 펼친다. 지금 네오 스페셜 사와 트루스 비전 사의 헌터들도 오고 있으니 그쪽들이 모두 합류하면 제대로 족친다.”
훌라짜요 이사의 명령과 동시에 마법과 각종 사격을 비롯한 포화가 유성원에게 집중되기 시작했다.
첨단 전력화되긴 했지만 헌터들 중엔 그래도 아프리카 전통의 영향을 받은 이도 있는 건지 부메랑이나 활, 화살, 바람총 같은 것으로 유성원에게 사격을 하는 이들도 꽤 보였다.
“음… 역시 대놓고 가니까 대놓고 나한테 쏘는군.”
[어떻게 할 것이냐? 내가 막을까?]
“아니. 내가 할게. 이것도 안 하면 몸이 녹스니까 말이지. 하아아아아앗!”
당차게 엘드라엔의 등 위로 올라간 유성원은 티탄의 말뚝을 고쳐 잡고서 자세를 잡았다.
대부분의 싸움에서 아군이나 도시에 피해가 갈까 걱정되어 근래 쓰지 못했던 패황천검류를 쓸 계획이었다.
1장, 2장, 3장, 종장까지만 써 봤기에 이 기회에 아직 펼치지 않았던 4장도 시험해 볼 생각으로 찌르기 자세를 잡았다.
“내 앞을 가로막는 천지부동의 벽. 거센 파도, 산사태, 하늘이 무너져 내려도 나는 모두 꿰뚫고서 돌파할지어다.”
[패황천검류(覇皇天劍流) 제4장–패극점(敗極点)!]
티탄의 말뚝에서 뻗어 나간 아주 미세한 작은 빛은 그대로 킬리만자로 도시에서 나오는 화망의 한가운데로 사라진다.
하나 아주 잠시 후, 사라진 빛은 그대로 안에서 팽창하며 빛나더니 날아오는 화망 한가운데에서 폭발하며 모든 공격을 흡수해 버리고 유폭시켜서 유성원과 엘드라엔이 무사히 진군할 수 있게 해 주었다.
“마, 말도 안 돼. 저게 뭐야? 금지된 무기라도 쓴 건가? 미사일이라도 갖고 다닌단 말인가?”
[이사님! 어, 어떻게 합니까?]
“당황하지 마라! 저런 수단쯤 이미 예상하지 않았더냐! 계속해서 쏘고, 1진, 2진 산개하여 대응 준비하고, 근접 대응 부대는 예정대로 방해물과 부비트랩을 가동시키고 후퇴하여 사격 위치를 잡아라!”
[예! 알겠습니다! 이사님!]
“끄으응…….”
훌라짜요 이사는 당황하지 않은 척을 하고 싶었지만 상대의 강함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상대는 SS급 헌터. 다들 목숨 걸고 성좌를 없애려 하지 않고 그냥 세력 차이로 스스로 물러가게 하는 것이 주요인 시대에 다수의 성좌를 코어 던전에 직접 들어가서 격파한 자.
자신들의 성좌와 동급의 멸망급인 성좌 종말자를 쓰러뜨린 자, 올림푸스 길드에게 한 방 먹인 자.
“이게… 살아 있는 전설이라는 건가? 다들 정신 바짝 차려라! 지원이 올 때까지 버텨야 한다. 저자는 성좌 사냥꾼! 별의 수호 기사다! 그리고 이번 타깃은 분명 우리의 위대한 신이자 성좌 마천루의 습격자 님! 절대 사수해야 한다! 절대로 지켜야 한다! 검은 민족의 미래를 위하여!”
[검은 민족의 미래를 위하여!]
[알겠습니다! 이사님!]
[검은 민족의 미래를 위하여!]
성좌를 없앨 생각이 있다는 것은 확실하지 않았지만 훌라짜요 이사는 어떻게든 사기를 올리기 위해 신의 이름을 팔았다.
성좌 마천루의 습격자는 그야말로 이 아프리카 사람들의 희망이자 빛이고 구원인 만큼 그것을 외부인이 없앤다고 하면 어마어마한 결속력과 용기가 생길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증거로 벌써 싸우는 이들의 기백이 달랐다.
“우리의 도시를 위하여!”
“저 외부인들이 우리의 신을 빼앗으려고 한다!”
“죽여라! 죽여라! 죽여라! 반드시 몰아내야 한다!”
“마천루의 습격자 님을 위해!”
지금 싸우는 이들은 대부분은 젊은 세대라서 이 아프리카가 성좌 마천루의 습격자에 의해 발전하는 중에 태어났기에 다들 잘 알고 있었다.
어린 시절 보았던 도시가 어른이 되었을 때 어떻게 변했는지를 너무나 잘 아는 그들은 성좌 마천루의 습격자를 구원자로서 섬기고 있었다.
마치 새마을 운동과 국내 발전 시기를 지휘한 박정희 대통령을 보는 어르신들과 유사한 감성으로, 절대적인 충성심과 경외심을 가지는 존재였고, 지금 이것을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까지 더해지니 그들은 절대 물러서지 않고 자신의 목숨을 아끼지 않는 병사가 되었다.
“호오… 이거 참, 상당히 맹렬한 군대군요. 안 그렇습니까? 천군대장군 님.”
[확실히 어중이떠중이와는 다르군. 무장 수준도 수준이지만, 병사들이 사령 수준으로 목숨을 아끼지 않을 줄이야.]
유청과 천군대장군은 현재 후방에서 이변이 있을 경우를 위해 대기를 하고 있는 중이었는데, 전장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킬리만자로 도시를 지키는 적군의 몸을 불사르는 용맹에 놀라고 있었다.
“폭발물을 몸에 매고 자폭까지 하다니… 미쳤군.”
[효율은 좋아 보이는군. 자폭 장치라……. 잡사령들에게 저거 똑같이 적용해 볼까?]
“사령 부대에게 적용하는 건 나쁘지 않은 생각이지만, 아무튼 광신도처럼 달려드니 이거 참 힘들겠군요. 게다가 성좌 종말자처럼 다들 기계에 탄 채 움직이고 있고, 역시 자료에서 보던 대로 첨단화된 부대에 비이성적인 광신을 품은 부대라.”
[마천루의 습격자 만세!]
[아프리카 만세!]
[검은 민족은 영원하리!]
콰아아앙!
폭탄도 마정석으로 개발해서 첨단화된 건지 푸르스름한 폭발이 거세게 일어났고, 사령 부대는 물론 천검군 병사들에게도 상당한 타격을 주고 있었다.
이런 자살 폭발로 전진을 막고, 전선 후방과 측면에서는 화력이 좋은 파워드 슈트를 입은 병력과 호버크래프트 전차와 헬기들이 지속적으로 공세를 가하고 있어서 유성원 측 군대는 킬리만자로 도시에 들어가긴 했지만 전진이 그리 빠르지는 않은 상황이었다.
“이거 장난 아닌데? 젠장!”
도심과 시가지 전투는 예전 신강남에서 해 본 적이 있지만 이번 적은 상당히 고되다고 생각하는 유성원이었다.
설마 아프리카에서 가미카제 전술을 볼 줄은 상상도 못했으며, 그것도 그거지만 이 도시의 수비군의 역량도 상당했다.
엘드라엔의 마법과 회피 기동 덕분에 빌딩 사이를 누비면서 어떻게든 적을 처리하려고 했지만, 그게 쉽지 않았다.
“그 망할 전술도 전술이지만… 헌터 놈들이 죄다 한 발씩만 쏘면서 도망치고 있고……. 저것들 파워드 슈트라 둔할 줄 알았는데, 설마 도시 자체가 던전처럼 유기적으로 움직일 줄이야. 완벽하게 거리를 두면서 사격전만 하네.”
파워드 슈트로 사격하던 놈들을 쫓으니 갑자기 도로 바닥이 쏙! 하고 꺼지면서 그들을 사라지게 만들었고, 다른 건물 빌딩 위에서 쏘던 놈은 쫓아가니 바닥에 마법진이 생겨서 갑자기 순간 이동하듯이 사라지고.
이 도시 전체가 완벽하게 전투를 위해서 설계된 곳이라고 해야 납득이 되었다.
“해법은 그냥 도시를 싹 다 초토화시켜 버리면 되는 거지만, 그랬다간 나는 여기 아프리카 양반들에게 영원히 죽일 새끼가 되겠지? 하아~”
[이미 쳐들어온 시점에서 끝난 거 아닌가?]
“사람 감정이라는 게 미묘한 거거든. 지금 우리가 온 건 그래도 저기 유럽에서 자기네 사람들이 깽판 치니까 오는 거라서 감정적으로 화나도 이유가 되지만 이 도시는… 그게 아니거든.”
근 수십 년간 자신들도 한번 잘 살아 보겠다고 피와 땀을 흘리면서 만들어 낸 도시다.
기적처럼 내려와 주신 성좌님 덕에 가진 희망의 구현. 그곳을 지금 전황이 불리하다고 해서 직접적으로 파괴한다?
그러면 전투에서는 이길지 몰라도 영원히 이 아프리카에 해결할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거였다.
“으음… 결국 직접 한 놈씩 생포해서 모를란테에게 다가가는 방법밖에 없겠군. 엘드라엔! 내린다. 유청에게 돌아가서 걔나 좀 도와줘.”
[무슨 생각이지?]
“뭐긴… 내가 뭐 확! 하고 뛰어난 방법을 찾았겠어? 그냥… 죽어라 한 놈을 쫓고 저 망할 던전 같은 도시 시스템을 작살내는 거지. 으랏챠! 내려간다!”
유성원은 그대로 엘드라엔에서 뛰어내려 파워드 슈트를 입은 헌터 하나를 향해 낙하했다.
유성원을 발견한 그 헌터는 긴급히 도시 중앙 시스템을 호출, 곧바로 바닥이 꺼지면서 그를 감춰 줬지만 유성원은 거기에 티탄의 말뚝을 집어 던지고 땅에 그것이 꽂히자 그대로 낙하 에너지를 쏟아 충격을 주어 그가 사라진 바닥을 뚫고 안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