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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특성을 받았지만 적당히 살고 싶다-269화 (269/293)

[269화]

성좌 마천루의 습격자는 지난 수십 년간 아프리카를 문명화시키고 구원한 절대적인 신으로 자리 잡은 존재였다.

각성자가 나타나고, 던전과 마정석이 세계의 경제와 문화, 산업을 발전시켜도 여전히 가난과 혼란, 부정부패로 가득했던 아프리카에 등장해 그들 민족이 자립할 수 있는 힘과 기술은 물론 통일된 아프리카를 만들어 준 신.

수십 년간 계속해서 아프리카를 발전시켜 주었고, 빈곤과 가난에서 벗어나게 해 주었으며 당당히 아프리카 대륙을 유럽과 맞설 수 있게 해 준 신.

모든 아프리카 대륙의 집엔 성좌 마천루의 습격자께 올리는 기도문이 적혀 있으며 도시와 마을마다 성좌 마천루의 습격자에 대한 신전이 있을 정도로 그 영향력은 절대적이었다.

“그, 그런… 그분이… 정말 이런 것을 원했다고?”

“음템부, 부정하고 싶은 마음은 알겠지만 진실이다. 5개의 회사 모두가 통일될 정도면 의심할 여지가 없지. 게다가… 그분을 섬기는 사도분들도 동의하셨으면 더 할 말이 없고 말이야. 이게 모두 우리 검은 민족을 위한 것이야.”

“…그런가?”

음템부라 불린 청년 군인은 스페인 전선에 지원 온 신병이었다.

현재 그가 속한 부대는 전방 부대와의 교대 임무 전에 보급선을 유지하고, 전방에서 포획하거나 도망쳐 온 다른 피부색의 사람들을 ‘청소’하는 임무를 맡고 있었다.

“이봐! 거기 빨리 치워! 미스릴 분쇄기에서 갈려 나오는 쓰레기가 감당이 안 된다고! 빨리빨리 구덩이로 보내!”

본래라면 병아리와 달리 뼈의 강도라든가 살의 양이 많은 인간을 갈아 낼 수 있는 분쇄기를 만드는 건 힘든 일이었지만, 던전의 시대가 지나고 기존 금속들보다 우월한 미스릴, 아다만티움과 같은 초금속과 마정석이라는 에너지원 덕분에 돈만 있으면 사람도 병아리처럼 효율적으로 갈아 버릴 수 있는 분쇄기가 만들어진 것이다.

“예, 예!”

음템부는 상관의 명령하에 핏물이 배어 나오고 살덩이가 가득 들어가 있어 질척거리는 자루들을 들고서 열심히 옮기기 시작했다.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는 신경 쓰지 않는 게 자신의 정신 건강을 위해서도 좋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음템부는 그저 열심히 자루를 들고 중장비로 파 놓은 거대한 구덩이에 갖다 던져 버렸다.

“으으으… 냄새 봐. 안 그래? 은와…….”

구덩이에서 올라오는 끔찍한 냄새에 얼굴을 찡그린 음템부는 한시라도 빨리 그곳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몸을 돌리다가 자기와 같이 올라왔던 다른 병사가 갑자기 땅에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하나 그는 전혀 놀라지 않고 일하다가 지친 것인지 아니면 비위가 상해서 기절해 버린 것인지 알아보기 위해 쓰러진 동료에게 다가갔다.

자신도 이 ‘처리장’에 처음 왔을 땐 구역질과 어지럼증을 심각하게 느낄 정도였기에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은와쿠, 일어나. 빨리 안 일어나면 상사님이 화내실 거야.”

“…….”

“……!”

그런데 방금 전까지 같이 이야기하고 고뇌하던 은와쿠라는 병사의 몸을 만지자마자 음템부는 금방 눈치챌 수 있었다.

이 ‘처리장’에선 가끔 ‘분쇄기’에 온전히 갈리지 않고 ‘시체 주머니’가 터지거나 하는 경우 튀어나온 시체를 종종 보았던 음템부는 소름이 쫙 돋는 것을 느끼면서 그가 죽었다는 것을 확신했다.

그리고 곧바로 비명을 지르려는 순간, 시야가 고통도 없이 확 사라지는 것을 느끼며 그의 몸은 먼저 쓰러진 은와쿠의 몸 위에 엎어졌다.

[처리 완료. 꼬꼬곡, 참 나~ 먹을 거 가지고 무슨 장난을 치는 건지.]

그리고 그 쓰러진 몸 뒤에서 거대한 닭벼슬과 깃털을 자랑하는 수인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레그혼. 성좌 도살왕의 사도이자 지금은 유성원 헌터 밑에서 일하는 신세로, ‘인간의 존재’를 찾는 데 최고의 능력을 가진 자들이었기에 팀을 나눠서 이런 ‘인종 처리장’을 찾는 데 도움을 주고 있었다.

[아… 씁. 군침 도네. 슬쩍 한 입 해도 아무도 모르… 쿠억!]

“뭐 하는 거예요? 배고프면 마정석이나 씹어 먹고, 얌전히 일이나 하세요.”

[네네, 알겠슴다. 아가씨.]

하나 역시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본래 인육을 먹던 레그혼이 슬쩍 죽은 음템부에게 손을 대려다가 신아영에게 제지를 당했다.

현재 이곳 현장에 파견 나와 있는 그녀는 유성원을 따르던 기사들과 함께 레그혼을 사냥개 삼아 이런 ‘인간 처리 시설’들을 파괴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유성원이 처음 모를란테 부장에게 갔을 때 혹시나 다른 일이 생길 것을 대비해서 미리 전용기로 유럽 쪽에 파견 와 있었는데, 그것이 정답이었던 것이다.

“여기는 처리 완료했고, 다음은 어디예요? 닭대가리 아저씨.”

[다음은… 꼬곡… 꼬곡꼬곡! 일단 동쪽이다, 아가씨.]

“그렇다네요. 다들 가죠. 후우~”

대강 이 처리장을 파괴하는 데 성공하고, 시체 처리하던 곳을 완전히 묻어 버린 신아영은 한숨을 크게 쉰 다음 기사들과 함께 트레일러를 몰아서 레그혼이 지시한 방향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얼마 전 올림푸스 길드에게 험한 꼴을 당한 그녀는 현재 스스로 일을 하겠다고 현장에 나선 상태였다.

“후우~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올림푸스… 이후엔 갑자기 아프리카가 폭주… 그냥 올림푸스 길드 잔챙이들이랑 신경전 벌이면서 기사분들에게 계속 수행이나 받고 싶었는데…….”

“상관없습니다. 오히려 실전과 겸하면 더 성장하기 좋은 환경입니다. 광경은 참혹하지만, 결국 ‘전쟁’ 속에서 기사는 더욱 빛이 나며 강해지는 법이니 말이죠. 또 마침 적절한 반면교사도 있구요.”

[반면교사라니. 나 정도면 훌륭한 선생님인데?]

현재 그녀와 함께 행동하는 것은 가울프, 섬멸, 크록베인, 이 목사, 레그혼이라는 기묘한 5인조로, 명령에 따라서 신아영과 함께하는 한편 저번 일로 무언가 깨달음을 얻은 그녀의 일을 도와주고 있었다.

“신경과 정신 단련엔 확실히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항상 경계하고, 의심하는 걸 배우는 거 말이죠.”

[흠하하핫, 그렇게 받아들이시니 기쁠 따름입니다. 아가씨.]

“그건 그렇고, 오늘 일 끝나면 계속 단련이나 시켜 주세요.”

현재 그녀는 ‘성좌’를 찾는 일을 포기한 상태로, 역으로 자신과 함께하는 ‘기사들’에게서 뭔가를 배우는 게 낫겠다는 발상의 전환을 한 상태였다.

지금 같이 다니는 기사들은 성좌들까지 인정할 정도로 전설적인 무예를 쌓은 ‘기사들’이다.

하여, 굳이 여기저기 찾아다닐 거 없이 그들에게 배우면 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떠올렸던 것이다.

“가울프 경, 섬멸 경, 크록베인 경의 한마디, 한 동작, 직접 말해 줘서 받는 교육. 모두 상태창으로 나타나지 않아서 그렇지, 확실히 좋은 교육 같아요.”

[오히려 힘든 과정이나 일정을 강요하는데도 아무 불평 없이 따라와 주시는 아가씨의 근성에 저희가 감탄할 따름이죠.]

그리고 가르치는 입장에서도 신아영은 좋은 제자이기도 했다.

근성도 있고, 불평불만 없이 이론이든 실전이든 최선을 다하니 시너지도 잘 맞아떨어져서 지금은 유성원이 데리고 다니던 때보다 훨씬 더 부드럽고 가까운 스승, 제자 관계가 되어 있었다.

“너무 무리하시는 건 안 좋아요, 아가씨.”

[맞다… 너무 무리하면 안 된다.]

“저기… 지금은 일해야 하는데요? 아무튼 아프리카 사람들이 왜 이렇게 된 건지, 참~ 아빠는 과연 괜찮으려나?”

교과서로만 본 홀로코스트를 직접 보고, 그것을 막는 신아영은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뛰어다니는 유성원을 걱정했다.

보고에 의하면 아프리카 쪽에 날아가서 성좌 마천루의 습격자와 직접 끝장을 볼 작정이라고 했다.

성좌와는 이미 여러 번 싸우고, 근래엔 멸망급과 상대해서 이기긴 했어도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는 그녀는 무력한 자신의 한계를 또다시 느끼면서 아빠가 무사하길 마음속으로 빌었다.

***

아프리카, 킬리만자로 산.

항의는 역시 적의 본진에서 하는 게 제맛.

대기시켜 둔 기사를 통해서 넘어온 유성원은 곧바로 천검군, 천검군 병사, 대장군과 사령 군단을 불러서 아직 개발되지 않은 킬리만자로 산에 모두 집결했다.

도심에서 싸워도 되지만 그래도 민간인 피해 때문에 기습은 할 수 없었고, 기사도 때문에 선전포고를 정정당당히 하고서 피난을 대기 중이었다.

“우리는 정정당당할지 몰라도 상대가 비겁하게 나올지 모르니 다들 미사일 같은 거 조심하고~ 대비해 놔.”

[예, 주군.]

“이럴 줄 알았으면 미리 선전포고하지 말 걸 그랬나? 그럼 꼼수라고 했겠지? 오, 움직인다.”

“적들이 도시에 방어선을 구축하기 시작했군요.”

높은 산이라서 그런지 아래 도시의 움직임이 훤히 보이는 상황. 일단 방어선을 구축하고 기갑, 헬기, 산 주변으로 드론들이 열심히 정찰하고 다니는 등등, 딱 봐도 싸울 의사를 분명히 비치고 있었다.

그리고 유독 커다란 드론 한 기에는 스피커가 달려 있어서 유성원 측에게 돌아가라고 열심히 떠들어 대고 있었지만, 자신들의 의혹과 범죄 행각에 대해선 일절 말하지 않으면서 편리한 대로 지껄이니 그냥 무시해 버릴 뿐이었다.

“아, 맞다. 아프리카에도 S급 헌터가 있었지? 몇 명이나 있더라?”

“일단 공식적으로 등록이 된 건 총 28명입니다. 그리고 저희가 아프리카 본토에 가기 전엔 모두 유럽 전선 각지에 찢어져서 투입되었지요.”

“28명이라. 하긴 아프리카는 다른 성좌들이 낄 틈 없이 오로지 성좌 마천루의 습격자 하나만 믿으니 말이지.”

“예.”

성좌 마천루의 습격자가 준 구원이 너무 큰 까닭에 이곳 아프리카 대륙 전체는 다른 성좌들에 대한 신앙이 전혀 생겨나지 못했고, 그 탓에 대륙 단위로 보면 다른 국가들보다 적은 수의 S급 헌터를 보유하고 있었다.

하나 그렇다곤 해도 워낙 성좌 마천루의 습격자 자체가 강하며 이 광대한 대륙에 수십 년간 문명의 씨앗을 피우고 국가 기반을 다져 왔기에 우습게 볼 수 없었다.

“10억 대륙이면 내수만 잘 돌려도 성장이 엄청나지니까……. 게다가 성좌 휘하의 깐깐하고 엄중한 관리까지 겹쳐지면 부정부패도 잘 잡을 수 있겠지.”

“심지어 바로 위쪽에 있는 유럽과의 분쟁으로 내부 결속이 더욱 쉽고, 소모도 끌어낼 수 있습니다.”

“아무튼 그럼 28명의 S급 중에 여기엔 몇 명이나 있을까나? 저번에 제대로 도발했으니 내가 여기 올 거라는 걸 알고 있을 텐데…….”

“못해도 절반 이상은 있을 거라 봅니다. 일단 본진부터 막아야 하니까요. 예로부터 국내를 유린당하기 시작하면 전쟁 수행 능력은 확 떨어지니 최소 15명은 있을 겁니다.”

“하지만 본래 목표를 잊지 마라. 우리 목표는 성좌다. 아프리카 대륙 초토화가 아니야.”

현재의 비이성적인 폭주 사태는 누가 봐도 배후가 성좌라는 게 명백한 지금, 아프리카 대륙을 초토화해서 막는 것보다 성좌를 막는 편이 가장 좋은 결말을 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현재 전 세계의 적이 된 아프리카를 다시 초토화시키고 또다시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찢어 버리고 나면, 흑인들의 인권은 더 이상 되돌릴 수 없게 된다.

“하나 폐하, 만약… 만약에 성좌는 이 폭주와 관련이 없다고 하면?”

“…그럼 포기하고 초토화해야지. 아니면…….”

“아니면?”

“생각해 둔 게 있긴 한데… 일단 그거까진 가지 않길 바랄 뿐이야.”

유성원은 그렇게 말하고 시계를 바라보았다.

이제 곧 선전포고에서 말한 개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 킬리만자로 아래, 도시의 방어선은 이미 탄탄하게 준비되어 있었다.

시간이 다가오자 유성원은 엘드라엔을 타고 슬슬 진군 준비를 했다.

“으랏챠… 맨날 고생시켜서 미안하네.”

[일을 해야 돈을 버는 건 당연한데, 새삼 미안할 게 어디 있느냐? 그대가 열심히 싸우러 다닌 덕분에 내 레어도 풍족해지니 오히려 감사할 따름이지.]

“…산업 역군 아저씨 같은 말을 하네. 후우우~ 그럼 시간이 되었으니 가 볼까?”

엘드라엔과 가볍게 이야기를 나눈 뒤, 유성원은 티탄의 말뚝을 뽑아 들고서 전군에게 진군을 명했다.

현대 시대의 군대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천검군과 사령 군단이 그의 명령하에 킬리만자로의 경사를 타고 엄청난 속도로 돌진.

그리고 방어선에선 포격과 마법, 방어막이 일제히 올라가며 그것에 맞서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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