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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특성을 받았지만 적당히 살고 싶다-141화 (141/293)

[141화]

무한 평판 파밍.

떠들썩하게 스캐빈저를 잡아서 경찰에 넘겨주었지만, 결국 그놈들은 사법부, 길드, 협회와 단단히 묶인 카르텔 때문에 증거가 있어도 실형을 때릴 확률이 낮았다.

아니면 대부분 바지 사장에게 모든 죄를 씌워 버리고 실무자들만 바깥으로 빼내는 방법을 쓰기도 하고 말이다.

‘하지만 풀려나면 결국 또 같은 짓을 할 거고, 그럼 다시 잡으면?’

그래, 같은 스캐빈저로 잡아서 넣고 나오면 또 잡아서 넣고. 하나 그럴 때마다 사람들에게 보여 줄 실적이 되는 것이다.

어차피 그들이 계속해서 실형을 살지 않고 나온다고 한들 사법부가 부담을 짊어지지, 유성원이 책임지는 것은 아니다.

이것이 공고히 엮인 카르텔을 역이용하는 방법이었다.

‘…반대로 시달리다가 스캐빈저 활동을 접으면 그건 그것대로 좋은 거지. 오히려 정상적인 치안 회복 과정이라고 했던가?’

결국 어느 쪽이든 유성원 측에는 손해가 없었다.

다만 이것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언론사를 잘 포섭해야 했는데, 그건 아무 문제없었다.

SS급 헌터와 막대한 자본을 다 가지고 있는 유성원을 거역할 언론사가 세상 어디에 있을까?

그들에게 대놓고 적대해서 손해가 될 일을 한 거라면 몰라도, 사법 체계 무시 안 하고 불살(不殺)로 스캐빈저를 잡는 내용이니 기사로 내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역시 강하면 손해 보는 게 없다니까…….’

카르텔이 가진 폐단을 드러내는 동시에 역이용해서 자신은 극한의 이득을 보는 이 구조는 유성원이 압도적으로 강하기에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정부, 협회, 길드의 압력을 모두 이길 수 있기에 역이용 가능한 거지, 약했다면 시도조차 못할 일이었다.

[약자를 위협하는 도적들이 또 당신의 기사도 앞에 쓰러졌습니다. 또다시 정의가 실현되었고, 당신의 앞을 막는 자는 이제 없습니다. 매우 훌륭합니다.]

‘아무튼 이 망할 기사도는 아주 좋아하시네. 결국 다 풀려나오는데~’

“유, 유성원 헌터님, 이번 스캐빈저 토벌의 총체적인 목적은 무엇입니까?”

“치안 회복을 위해 당연히 해야 할 일. 곧 있을 충청, 경상, 전라 쪽 사업에 하루살이가 끼는 걸 막기 위해 사전 조치하는 것이라고 써서 보내면 됩니다. 그리고 이건 돌아가는 길에 밥값, 기름값하고~”

‘미친, 내일 해가 서쪽에서 뜨려나?’

유성원이 인벤토리에서 꺼내어 슬쩍 건넨 봉투를 받은 기자는 안에 든 지폐와 수표들을 확인하고는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역시 30조의 거부답게 액수도 장난이 아니었지만, 애초에 다 죽이고 보는 미친개라고 생각했던 인간이 갑자기 돌변하자 놀라울 지경이었다.

그만큼 이번 사업을 위한 홍보를 잘해 달라는 의미로 해석되었다.

“받은 만큼만 일해 주면 서로 편한 거 알죠?”

“예, 예! 물론입니다, 유성원 헌터님. 헤헤, 맡겨만 주십시오.”

‘사람이 이렇게까지 추해질 수 있구나.’

꼬리가 있었다면 미친 듯이 휘두를 것 같은 모습으로 자신에게 허리 숙이며 감사하는 기자의 모습을 뒤로하고, 유성원은 줄줄이 끌려나오는 스캐빈저들을 바라보았다.

이걸로 벌써 네 번째 조직이 붕괴된 상황. 이쯤 되면 청룡 길드도 바보가 아닌 이상 자신들 라인만 노린다는 걸 이미 눈치챘으리라.

‘그래서 어쩌라고?’

3대 길드 체면에 스스로 스캐빈저들을 부린다고 대놓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리고 왜 자기 라인만 공격하느냐고 공개적으로 따질 수도 없다.

자신들도 어차피 쓰다가 수틀리면 꼬리 자르듯 버리기 위해서 거리를 두고 있었지만, 또 이렇게 모조리 없어지면 골치가 아파지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 정보가 들어간 청룡 길드는 신경질을 내면서도 당장 아무 수단을 취할 수 없어서 발만 동동 구를 뿐이었다.

현재 죄 없는 정보팀 담당인 곽수찬만 고천용과 긴급 출근한 채지영 사이에서 달달 볶이고 있었다.

“아니! 그 자식, 대체 왜 우리 라인 스캐빈저만 건드리는 건데?”

“사람을 보내 알아보니, 그…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 개선을 위해 다른 스캐빈저 정보를 서울, 올림푸스에게서 얻었다고 합니다. 그러니 자연히… 걔네가 자기들 라인 스캐빈저를 알려 줄 리 없으니 죄 없는 우리만 두들겨 맞는 거죠.”

“흐응~ 법무팀, 간만에 풀가동하겠네. 어지간하면 큰일이 없어서 골프장 다니거나 밥만 축내는 인간들이었는데~ 꼴좋다.”

남 일이라는 듯 태연한 채지영의 반응이 고천용의 속을 더 터지게 했다.

이미 길드장이자 형님인 고천수에게 연락을 넣었지만, 그는 아직도 협회에서 고위층 회담을 하고 있기에 답장이 오지 않고 있었다.

“그렇게 열 내지 않아도 될 것 같은 게… 딱 봐도 보여 주기식이잖아요. 얌전히 생포해서 경찰에 넘겨줬으니 결국 우리 돈 먹은 판사들이 알아서 풀어 줄 거고, 사람만 그대로면 설비만 장소에 갖다 놓으면 라인이 그대로 살아 있는 건데, 왜 그리 심각하세요?”

“지금 같은 각성자의 시대에 정보 싸움이라는 건 영화에서나 보던 첨단 기술 전쟁이 아니야. 언제, 어디서, 누가 각성하고 레벨 업 하고, 새로운 성좌 모시고, 스킬, 장비, 몬스터 토벌을 하는 변화가! 어디 전산에 기록이 되냐? 결국 인력(人力) 싸움이라는 거야.”

헌터들은 보통 협회에 스테이터스를 등록해 두지만, 3대 길드급이나 유성원 정도 체급이면 대놓고 등록을 거부하거나 아니면 자기들이 직접 검사해서 데이터를 넘겨주는 방식도 가능하다.

그만큼 현재는 각성자 정보가 더욱 귀중해진 시대였다.

그리고 그것을 알아내려면 직접 발로 뛰고, 물리적으로 보고 듣는 방법을 써야 하는 것이다.

“당장 저 유성원이라는 새끼를 봐라. 하루아침에 뚝! 하고 떨어져 내려와서 난리를 부리고 있잖아. 이런 세상에 믿을 수 있는 건 결국 사람의 장막을 거미줄처럼 펴 놓고 정보가 걸리길 바라는 거라고!”

“그건 저 유성원이라는 인간이 이상한 거잖아요. 보통 각성하면 알아서 협회에 가서 신고하거나 아니면 그냥 스캐빈저로 빠지거나~ 아카데미아 직원이었던 게 문제라니까요.”

“그렇다고 방치할 일이 아니라고! 스캐빈저 정보망이 약해지면 활동하기 얼마나 힘들어지는지 알아? 우리 라인 애들이 철수한 사이에 경쟁 스캐빈저 그룹 애들은 뭐 놀고 있겠냐? 젠장! 대피하라고 했는데, 그 망할 새끼들… 형님이 없으니 대책도 못 세우겠고, 아니… 어차피 뭘 할 방도가 없지만…….”

자기들 라인이라고 스캐빈저를 두둔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고, 그렇다고 유성원 쪽 라인에 보복하자니 아예 스캐빈저 라인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아서 무용지물이었다.

또한 본인들을 직접 공격하자니 그랬다가는 이 인공섬이 전쟁터가 될 터였다.

“애초에 지금 저희가 나서면 꼼짝 없이 스캐빈저 편이라는 게 확 티가 나잖아요. 아무튼 길드장님이 오시면 본격적으로…….”

“이야기는 다 들었네. 늦어서 미안하네.”

“아, 오셨군요!”

“설마 놈들이 우릴 공격하러 올 줄이야. 심지어 이런 간교한 수까지 쓰다니…….”

길드로 돌아온 고천수의 표정은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유성원의 반격도 예상 밖의 일이었지만, 더 열 받는 것은 놈이 지금 하고 있는 짓거리였다.

수단 중에서도 아주 교묘하고 짜증이 나는 수였다.

“아주 제대로 한 방 먹었어.”

“봐, 심각하다니까!”

“그, 그런가요?”

“당연히 심각한 일이지. 지금 4개의 조직에서 잡혀간 인원만 약 1천 명. 다른 스캐빈저 라인에서 얻은 자료와 증거들을 바탕으로 잡혀갔기 때문에 바지 사장에게 혐의를 몰아세우고 알아서 판사들이 패스시켜 준다고 해도 일단 형태는 갖춰야 하네. 그러니 팀 단위로 법무팀을 붙이는 건 당연히 해야겠지. 하지만 문제는 그 이후다.”

그렇다. 워낙 대량으로 잡아갔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굳혀 놓은 카르텔이 있으니 거의 대부분의 인원들을 집행유예로 풀어 주는 건 일도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다음. 결국 스캐빈저들이니 하던 일 그대로 설비를 재설치해야 하는데, 또다시 유성원에게 잡히면 어떻게 되겠는가?

“가뜩이나 수사받는 동안 공백이 생겨서 나오면 다시금 정보망을 구축하기 위해 세력 싸움도 만만치 않게 해야 하는데, 그러다가 또 그놈에게 잡히면? 어떻게 되겠나?”

“어떻게… 됩니까?”

“어떻게 되긴. 다시 풀어 줘도 놈들이 또 잡고, 또 우리가 풀어 주면 또 잡아서 넣고. 무한 반복이 벌어지겠지. 이렇게 되면 우리도 우리이지만, 사법부 쪽에서 여간 부담이 아닐 걸세. 한두 번 정도야 어찌어찌 넘어가서 풀어 줄 수 있지만, 두 번, 세 번 같은 죄목으로 잡혀가면 그게 어디 쉽겠나?”

그렇게 되면 사법부도 부담이 크기에 점점 이제 바지 사장만이 아니라 실질적인 끄나풀들도 하나둘씩 보여 주기로 잡아넣어야 되고, 또 들어가면 점점 문제가 커지기에 무한 반복이 된다.

“이쪽은 두 번, 세 번 잡을 때마다 부담이 커지지만 놈은 그런 게 전혀 없네. 한 번을 잡든 백 번을 잡든, 개별 사건인 것처럼 언론사를 통해 언론 플레이를 하면 사람들에게 보이는 실적이 늘어나겠지. 이걸 보게.”

<단 하루 만에 스캐빈저 조직 넷 격파. 이제 정의의 수호자로 나서는 것인가?>

<황금 마인 기사에서 황금 용기사, 그리고 이제는 대한민국의 수호자로 가는 첫걸음!>

<시민들, 처음엔 긴가민가했으나 유성원의 스캐빈저 토벌을 반기는 중!>

신문과 휴대폰에 나오는 기사들을 보여 주면서 유성원의 속셈을 밝혀내는 고천수였다.

부패한 사법부와 결탁해서 스캐빈저를 잡아도 잡아도 풀어 준다면 그걸 이용하면 된다! 라는 전략으로 청룡 길드를 제대로 엿 먹인 것이다.

“법적 지원이랑 돈 먹인 판사들에게 그냥 집어넣으라고 해야 하나요?”

“그러면 누가 우리 밑으로 들어오겠나? 다 다른 길드 계열로 빠지지. 그래서 내가 치졸하다고 한 걸세. 뭘 선택해도 최악이니 말이야.”

“…그러면 어떻게 합니까?”

“제삼의 방법을 찾아야겠지. 아무튼 이건 다른 의미로 전쟁이 시작된 거나 다름없다. 심지어 올림푸스까지 손을 잡고 있으니… 더 큰일이군.”

겉으로 보면 아무것도 아닌 수 같지만 피할 수 없는 악수였고, 올림푸스까지 협력하고 있으니 진의가 어떻든 간에 사실상 전쟁 선포라고 여겨도 무방했다.

그런 만큼 신중히 생각해야만 했다.

“그, 그… 진짜 싸울 건 아니죠? 형님? 아무리 봐도 전력에서 밀리는뎁쇼? 게다가 그 아이언 포트리스, 그랜드마스터가 인류가 멸망할 때를 대비해서 만든 곳이라 아마 생각 이상의 방호력을 가지고 있을 겁니다.”

“나도 승산 없는 싸움은 할 생각이 없다. 다만 할 수 있는 조치는 취해야겠지.”

“어쩌시려고요?”

“일단 판단하기로는 지금 이런 도발 행위를 한 걸 보면 우리가 무언가로 놈들의 심기를 거스른 모양이다. 그러니 그걸 찾고, 그들에게 가서 사죄하고 배상을 해 주는 것이지. 이게 가장 깔끔한 해결책이긴 하지만…….”

“우리의 성좌 청룡 님이 엄청 화내시겠죠.”

투쟁을 좋아하는 성좌, 청룡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기겠다는 ‘투쟁심’만 있으면 약해도 봐주는 편이었지만, 굴욕적으로 상하를 인정하고 굽히는 것은 매우 싫어했다.

유성원을 이길 수 없다는 냉정한 판단을 내리고 피해 다니는 건 가능해도, 그에게 굴복하면 성좌 청룡은 매우 크게 분노할 것이다.

“맞다. 그렇게 되면 아마 레벨 다운만으로는 안 끝나겠지. 최악의 판단이야. 그러면 다른 방안을 생각해야 하네.”

힘으로도 안 되고, 협회와 정부를 끌어들여서 정치질로 해결하려고 해도 스캐빈저를 처리한다는 대의명분을 내걸고 있으니 상대하기 껄끄러웠다.

심지어 잡아서는 경찰에게 넘겨 공권력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였으니 더더욱 명분이 없었다.

“아주 제대로 외통수에 걸렸다고 생각하겠지만, 여기엔 틈이 하나 있지.”

“틈이요?”

“그래. 바로 우리도 스캐빈저 사냥을 하는 것이다.”

일견 어이없어 보이지만, 자신들의 것을 지킬 수 없다면 남의 것을 빼앗고 파괴하는 게 가장 정석적인 방법이었다.

비록 후발 주자라서 빛을 보진 못하겠지만, 적어도 자신들만 정보 라인이 파괴된 채로 있는 것은 막을 수 있다.

“그리고 서로 정보 라인이 개판이 된 상황이 되면 알아서 타협안이 나오겠지. 잡혀간 녀석들에게 연락하게. 구속되어 있어도 연줄 좀 쓰면 정보 정도는 보내 줄 수 있겠지. 천용이 너는 수찬이 데리고 정보팀에 모아 두었던 올림푸스와 서울의 스캐빈저 라인에 대한 정보를 가져오고, 지영이 넌 애들 소집해서 나갈 준비해라.”

“예! 형님!”

“에휴~ 결국 또 일이네. 진짜 싫다아~”

아슬아슬하게 틈을 찾아서 대항할 수 있게 되었지만, 고천수는 여전히 긴장을 늦추지 않은 채 계속해서 고심한다.

물밑에서 이루어지는 싸움이지만, 상대는 본격적으로 자신들에게 전쟁을 걸어온 상황이다.

힘에서 밀리는 만큼 한발 더 빠르게 상대의 수를 예측해야만 자신들도 버틸 수 있기에 그는 유성원에 대한 기사 자료를 보면서 그것을 파악하고자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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