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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특성을 받았지만 적당히 살고 싶다-140화 (140/293)

[140화]

같은 시각.

신강남 ‘정보 통계 처리 회사-시궁창 쥐들’ 빅랫 빌딩.

흔히 스캐빈저들의 아지트라고 하면 어두운 지하 골목이나 슬럼가의 일부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 ‘시궁창 쥐들’이라는 흔한 이름을 쓰는 스캐빈저 그룹들의 아지트는 다름 아닌 지어진 지 오래되지 않고 땅값이 입이 벌어지게 비싼 ‘신강남’에 지어진 신축 초고층 빌딩이었다.

물론 대한민국에선 ‘범죄와의 전쟁’ 이후 대부분의 범죄 조직이 기업형으로 체질 변화를 완성하였고, 이후 범죄계를 주름잡게 된 스캐빈저들이 그 노하우를 이어받아 대형 길드와 손을 잡은 덕분에 이렇게 사업을 키울 수 있게 된 것이지만 말이다.

“으아악! 니들 뭐야? 얀마! 우리가 누군지 알아?”

“이거 영장 받고 이러는 겁니까? 당신들!”

“대체 우리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왜 이렇게 나쁜 짓 한 놈들이 갈수록 더 뻔뻔해지는 세상이 된 건지. 자자, 빨리들 일합시다.”

하나 그 화려한 빌딩은 곳곳의 창문이 깨진 채, 안에 있던 인원들은 천검군 정예 병사에게 굴비처럼 줄줄이 끌려 나오는 중이었다.

갑옷을 입고 말을 비롯한 탈것을 탄 기사들이 곳곳에서 도망치는 각성자들을 잡아 오고 있었다.

“이거 놔! 너 이 새끼! 우리 뒤에 누가 있는지 알아?”

[흠하하핫, 우리가 누군지도 모르는 모양이군.]

“대체 왜 이러는 거야? 으아악!”

[한 놈도 놓치지 마라.]

그리고 현재 유성원이 하는 일은 신소미와 나란히 서서 자신의 기사들과 천검군 병사들이 일하는 장면을 보며 멋있게 폼을 잡는 게 전부였다.

대장은 묵직해야 한다나? 사실 전쟁 스케일도 되지 않는 일이니 얌전히 있어도 기사도가 뭐라고 하지 않았다.

그렇게 가만히 있는데, 익숙한 트레일러와 한 무리의 사람들이 다급히 자신에게 달려오는 게 보였다.

“이게 대체 무슨! 다, 당신, 또 무슨 짓을 벌이려는 겁니까?”

“오, 서울 길드 양반들, 오랜만에 보네?”

“오, 오랜만은 무슨! 이번엔 또 무슨 일 때문에 멋대로 이런 짓을 벌이는 겁니까?”

익숙한 제복을 입고 무장을 한 사람들은 서울 길드의 헌터들이었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협회 사람과 이곳 신강남의 구청장과 경찰청장까지 쪼르르 달려와서 이번엔 또 무슨 사고가 터질까 조마조마해하며 유성원에게 항의했다.

이미 그가 나타난 것으로 인해 대한민국 최고의 도시였던 신강남의 장벽이 무너지고 엄청난 피해를 입었던 게 사실이라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걱정 마. 이번엔 크게 사고 안 쳐. 그냥 저기 애들만 잡고 정보만 가지고 갈 거야. 봐, 지금도 한 명도 안 죽이고 생포하고 있잖아. 다치긴 했지만 말이야. 잡은 건 누구 줄까? 경찰 줄까? 서울 길드 너희가 가져갈래? 증거도 같이 줄 거니까 구속하고 검찰에 기소하는 건 일도 아닐 거야.”

“예?”

‘아니, 이 인간이 뭘 잘못 먹었나?’

‘무슨 속셈이지?’

예전에 신강남에 나타났을 때는 말 그대로 피와 학살, 파괴를 불러왔던 황금 용기사 유성원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단 한 명도 죽이지 않고 생포했다는 말에 사람들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게다가 잡은 스캐빈저들의 신변을 순순히 공권력에게 넘겨주고, 증거와 자료까지 준다고 하니 더더욱 놀라서 말이 안 나올 지경이었다.

“그리고 왜 이런 짓을 했냐면… 쟤네 끄나풀이 우리 아지트 주변을 서성이다가 봐선 안 될 것을 봐 버렸거든. 그 자료를 되찾거나 파기할 겸 조지러 온 거야.”

“아, 아뇨. 그런 거라면 뭐… 그 사, 사전에 알려 주셨으면 더 좋았겠지만…….”

“10조짜리 사업이랑 관련된 건데, 어쩔 수 없지.”

“그렇죠. 어쩔 수 없죠.”

아이언 포트리스를 찝쩍거리는 스캐빈저들이 한둘이 아니라는 건 다 알고 있는 사실이기도 해서 역린을 건드렸구나 하고 이해하는 그들이었다.

그렇게 대의명분도 있고, 증거도 주었고, 신변도 인도하고, 주변의 피해도 안 늘리고 있으니 서울 길드, 협회, 경찰 관계자들은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그, 그러면 피해에 주의하면서 계속 일해 주시길 바랍니다. 저희는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저희는 범죄자 인도랑 신원 확인하겠습니다.”

“그래. 아, 잠깐만. 서울이, 너는 스톱.”

“예? 저요?”

명확하게 대화가 되었고, 이제 자신들도 이 현장에서 각자 할 일이 생겨서 물러나려는데 그중 서울 길드 관계자를 유성원이 불러 세웠다.

그는 뭔가 불안한 느낌을 받으면서도 유성원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좀 더 우리 사업을 위한 이미지 작업으로 스캐빈저를 다수 조질 생각이거든?”

“예. 그러신다면야…….”

“그래서 그런데, 혹시 잡아도 되는 놈들 데이터 있냐?”

“……!”

유성원의 갑작스러운 제안에 서울 길드 관계자는 눈을 번뜩였다.

겉으로 보면 아무 문제없는 스캐빈저들에 대한 자료를 달라는 것 같지만, 대형 길드치고 정보 및 각종 뒤처리를 위해 스캐빈저 길드와 연결되지 않은 곳이 없었다.

실제로 지금 유성원에게 조져지고 있는 저 ‘정보 통계 처리 회사-시궁창 쥐들’도 기업형 스캐빈저로 청룡 길드 라인에 속한 놈들이었다.

‘이 제안… 지, 진짜인가? 아니면 날 시험하려는 건가?’

이렇게 보면 ‘잡아도 되는 놈들’이라는 뉘앙스는 결국 서울 길드와 관계된 스캐빈저 그룹 빼고, 다른 스캐빈저들의 정보를 알려 달라는 소리였다.

그야말로 손 안 대고 코 풀 수 있고, 자기 라인 스캐빈저들이 활약하기 좋기 때문에 안 받으면 X신인 거래였다.

하지만 일말의 가능성으로 유성원이 함정을 친 것일 수 있기 때문에 그는 한 번 더 고민을 했다.

왜, 너무 맛있는 먹이엔 독이 들어 있을 수도 있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왜 그렇게 떨어? 알려 주기 싫으면 그냥 정보망에 걸리는 거 아무나 족친다?”

“아, 아뇨! 아뇨! 바로 드리겠습니다!”

“아, 맞다. 기왕이면 올림푸스네 것도 빼 주라.”

“예, 예. 그럼요. 그럼요! 암, 그래야지요! 자,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잠시 불안해하긴 했지만 오히려 올림푸스 길드에 대해서도 언급하자 그제야 확신이 든 듯, 그는 곧바로 길드에 연락해서 자기들 라인에 있는 스캐빈저들에게 경쟁 스캐빈저 그룹에 대한 자료를 빨리 넘기라고 재촉했다.

그렇게 이곳 현장이 정리가 끝났을 때쯤 USB와 서류가 즉시 배달되어서 유성원에게 제출되었다.

“여기 있습니다!”

“오, 감사. 그러면 우리가 쳐부술 테니, 그쪽은 라인 애들 잘 관리해. 괜히 휩쓸리지 말라고 전해 주고~”

“무, 물론입니다. 그럼 수고하십시오.”

그렇게 서울 길드 관계자는 허리를 90도로 숙이면서 유성원을 배웅했다.

처음에는 사고를 칠까 우려했지만, 그가 온 것은 오히려 행운이었기에 관계자의 표정은 밝아져 있었다.

또한 경찰들도 앉아서 실적을 챙겼고, 협회도 증거와 함께 스캐빈저를 조진 것이라 뭐라 할 말이 없는 상황이었다.

갑자기 자기들 정보 라인에 도움을 주던 스캐빈저 그룹이 초토화된 청룡 길드만 빼고 말이다.

***

“이게 무슨 일이야? 쥐새끼들이 엎어졌다니!”

현재 길드장인 고천수가 부재중이었기에 고천용이 대신 곽수찬에게 보고를 받고 있었다.

‘정보 통계 처리 회사-시궁창 쥐들’은 기업형 스캐빈저들 중 거의 직속이라고 할 수 있는 정보 라인인데, 그게 하루도 아니고 고작 몇 시간 만에 작살이 나다니,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애들 파견 준비해 놨을 텐데?”

“그게… 황금 용기사 유성원 그놈 짓이라. 연락을 받고 지원을 출발했을 땐 이미 다 작살난 상태라서 그냥 돌아왔습니다.”

“아니, 그 자식이 왜 우리 라인 스캐빈저를 건드려?”

“그… 협회 직원에게 물어본 바로는 아이언 포트리스에서 무언가 중요한 걸 포착했다는 이유로 자료 폐기를 위해 공격했다고 합니다. 아시다시피 그 쥐새끼들에게 명령한 것도 우리잖습니까?”

그들에게 유성원의 행방과 아이언 포트리스를 조사하라고 정보팀에서 외주를 주었고, 보나 마나 자기들 딴엔 열심히 해 보겠다고 무리해서 난리를 부렸다가 걸린 것이라고 예상하는 고천용이었다.

“에휴, 멍청한 새끼들. 그 새끼에게 걸렸으니 뼈도 못 추리겠구먼.”

“그, 그게… 시설은 부서졌지만, 전부 다 살아 있습니다.”

“뭐? 그게 무슨 소리야? 유성원 그 자식이 스캐빈저를 살려 뒀다고?”

“예. 지금 전원 생포해서 경찰과 협회에 넘겼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증거까지 첨부해서 말이죠.”

“그건 또 무슨 소리야? 그 새끼가 어떤 놈인데, 안 죽여?”

유성원.

황금 마인 기사라는 별칭이 붙었을 만큼 악랄한 놈이었다.

서울 길드를 3대 길드 자리에서 퇴출시킬 정도로 신강남에 큰 피해를 입혔고, 장벽 파괴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봤으며, 적들에 대해서는 학살이라고 말할 정도로 뒤탈을 없애기 위해 무조건 죽이는 놈이었다.

“…그렇지만 그게 사실입니다.”

“대체 무슨 생각인 거지? 아무튼 인명 손상 없이 구속되었다면 뭐… 별문제는 없겠군.”

“예. 이미 법무팀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증거가 있다곤 하지만 대부분 비관련자로 빼고, 바지 사장으로 세운 놈만 잡혀 들어가게 운전할 계획입니다.”

길드, 협회, 스캐빈저, 사법부의 카르텔이 공고한 덕분에 증거까지 있어도 충분히 빼낼 수 있었다.

설비 재건축 비용과 변호사 및 판사들에게 돌리는 비용을 내면 대부분의 인원을 금방 빼낼 수 있을 터였다.

물론 기존에 있던 정보와 자료들 대부분이 날아간 것은 아쉽지만, 다들 노하우가 있고 또 하위 스캐빈저가 그들만 있는 게 아니기에 상관없었다.

“그리고 혹시 모르니 저희 라인 다른 스캐빈저들에게 당분간 얌전히 지내라고 전달을… 아! 죄송합니다. 갑작스럽게 연락이 와서…….”

“괜찮네. 편히 받게. 지금 상황이 상황 아닌가?”

“예, 감사합니다. 그러니까… 아니, 청색 매 자네들도 지금 당하고 있단 말인가?”

곽수찬에게 온 연락은 자신들이 가진 다른 정보 관련 스캐빈저 그룹의 것이었다.

청색 매. 시궁창 쥐 다음의 정보력을 가진 곳이었는데, 현재 유성원 일행의 공격을 받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아니, 이 자식, 진짜 돌았나?”

“하아아~ 보아하니 청색 매도 공격받나 보군. 어떻게 우리 길드가 가진 라인만 공격하는 거지?”

“그 점을 이제 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또 이상한 게… 계속 살려 둡니다. 정보 라인을 부술 거면 죽이는 게 더 효율적일 텐데 대체 왜 이러는 건지, 참~ 경고의 의미인 건지, 아니면 대체…….”

공고한 카르텔을 가지고 있는 만큼 아무리 생포해 봤자 금방 풀려나오게 된다.

놈들도 그걸 모르는 게 아닐 텐데,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던 곽수찬과 고천용은 인상을 찌푸린 채 유성원의 목적을 생각해 내려고 애썼지만 딱히 뾰족한 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같은 시각, 유성원은 현재 경찰들 손에 넘어가는 스캐빈저들의 모습을 배경으로 기자들 앞에서 사진을 찍으며 모든 게 계획대로 되어 간다는 생각에 기분 좋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무한 평판 파밍. 개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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