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특성을 받았지만 적당히 살고 싶다-17화 (17/293)

[17화]

“놈이 던전으로 향했습니다.”

[좋아. 알았다. 위치를 채팅방에 알리도록.]

“예! 휴우~”

유성원을 쫓던 아카데미아 학생, 김진성은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지(地) 클래스의 45레벨 D급 각성자인 그는 스트라이더 클래스로 한계치에 도달한 상태였지만, 그래도 클래스의 유용성 덕분에 청룡 길드의 컨택을 받아서 고성준의 밑에서 일하고 있었다.

“이거 말 안 해도 문제없겠지?”

현재 그는 안색이 파래진 채로 감시 대상을 보며 고민 중이었다.

감시하는 입장으로서 감시 대상에게 들키지 말아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또 들킨 뒤에 그가 무슨 행동을 하는지 알려야 했지만, 그러기엔 방금 봤듯이 고성준은 실패자에게 매우 잔혹한 리더였던 것이다.

“휴대폰을 만지면서 뭔가를 하는 모습이 아무리 봐도 눈치챈 것 같은데…….”

하지만 보고하자니 자신이 미행을 들켰다는 증명이 되기에 문제가 되었다.

말하면 분명 아까 전 미화가 잔혹하게 얻어터진 것처럼 자신도 실책에 대한 대가를 지불해야 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그는 상대가 눈치챈 것을 감추기로 한다.

실수했다고 말하기엔 너무 두려웠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나는 스테이터스 D급이라 성장 가능성이 적다고 판단하고 있을 텐데……. 실책까지 한다면?’

자칫하면 기껏 컨택이 들어온 청룡 길드 가입이 무산될 가능성이 있었다.

3대 길드에 들어간 것만으로도 엄청난 영광이고 기회였기에 그것만은 절대 잃기 싫은 김진성이었다.

‘어차피 별문제는 안 생기겠지. 상대는 C급이고 성준 도련님은 B급 각성자. 거기에 C급 2명을 더 데리고 가니까…….’

거기에 어차피 고성준이 데려가는 전력이 압도적이기에 그는 그렇게 합리화를 하고 끝까지 감추기로 결심한다.

이번 일만 무사히 끝나면 아무 문제없이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는 자신의 실책을 감춘 채로 유성원이 한 행동을 알리지 않고 이동 루트만을 고성준에게 알린다.

***

그리고 한 시간 뒤.

고성준과 일행은 유성원이 들어간 것으로 추정되는 던전의 입구에 도달하게 된다.

청룡 길드라는 것을 알리지 않기 위해 자신들의 전용 장비가 아니라 일반 헌터로 위장한 그들이었다.

제아무리 3대 길드라고는 해도 스캐빈저나 마인들이 하는 범죄는 불법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한 것이다.

“여기가 맞나?”

“예. 던전이 열릴 때와 들어갈 때의 사진까지 찍혀 있습니다. 여기.”

“으음, 좋아. 그러면 여기서 대기하면 되겠군.”

고성준은 부하가 준 휴대폰을 보면서 유성원이 이곳의 던전에 들어간 것을 확인한다.

배경까지 일치하는 걸로 보아 유성원이 들어가고 난 자리가 확실했다.

던전에 들어간 이상 클리어하고 나오면 무조건 이 자리일 터였다. 대기하고 있으면 충분했기에 그들은 조급해하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진성이 녀석은 어디 있지? 놈을 따라서 들어가진 않았을 텐데? 메시지만 보냈다고?”

“스캐빈저가 무섭다고 숨죽이고 있다고 하네요.”

“푸하하핫! D급 따까리이니까 스캐빈저에게 겁먹은 게 당연하겠죠. 오히려 현명한 친구 아닙니까?”

부하인 둘은 여유 있게 웃고 있었지만 고성준은 달랐다.

길드장의 아들답게 아카데미아 학생과는 다른 레벨의 교육을 별도로 받은 만큼 이 상황에 대해서 이상하게 여길 수밖에 없었다.

그는 안 좋은 예감을 느끼고 부하 둘에게 경계하라고 말하려 했지만, 이미 사태는 늦은 뒤였다.

“다들 조… 쳇!”

“컥!”

“커억!”

고성준이 이변을 알아차리고 조심하라고 말을 하려 했지만, 이미 자신을 따라온 2명은 무언가에 머리가 뚫린 채 그대로 절명해 버렸다.

고성준에게도 한 발 날아왔지만 그는 역시 다른 둘과 한 단계 다르기에 손으로 잡아 내 버렸다.

“젠장! 누구냐? 어떤 놈이 이런 짓을……. 이건 화살? 그러면 스캐빈저!”

잡아 낸 암기를 확인한 고성준은 자신들을 기습한 적에 대해 알아낸다.

현대식 기술로 만들어진 크로스보우 화살로 총기보다 은밀성이 높고 각성자의 스테이터스와 스킬로 위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된 덕분에 스캐빈저들이 사냥할 때 주로 애용하는 물건이었다.

그리고 그가 막아 내고 정체를 알아내자 그들을 저격한 무리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게. 역시 대장으로 보이는 놈이라 뭔가 다르긴 하네.”

“저 정도는 되어야 걔네들을 죽이지.”

“낄낄낄, 오늘 대박 건수 잡은 것 같은데?”

“자, 다들 아가리 여물~ 읏챠.”

그리고 그들 중 한 사람이 나무에서 내려와 고성준의 앞으로 휴대폰을 든 채 다가온다.

건장한 체구를 가진 30대 초반 남성이었는데, 얼굴에 피로 새긴 것 같은 문신이 그려져 있는 험상궂은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스캐빈저인가?”

“푸하핫! 초보 티 풀풀 나는 대사 좀 봐. 얼굴은 나만큼 삭은 것 같은데 말하는 건 아주 애송이네. 그러니까 그런 놈을 스트라이더 클래스랍시고 보낸 거겠지.”

“역시 김진성은 너희에게…….”

“어, 맞아. 우리 영역에 은밀한 척 들어왔으니, 바로 저승으로 보내 드렸지. 이건 이제 필요 없으니~”

콰직!

휴대폰을 부수면서 고성준의 질문에 대답하는 리더 스캐빈저였다.

동시에 주변의 나무 위에 모습을 감추고 있는 스캐빈저들이 웃음을 참지 못한 듯 낄낄대는 소리에 고성준은 당혹스러워한다.

‘젠장! 뭐야? 여기가 스캐빈저 영역이었을 줄이야. 하지만 뭔데 이렇게 준비가 잘된 거지?’

주변에 느껴지는 기척은 족히 30명.

일반적으로 스캐빈저들은 소수의 팀을 이루어서 사냥을 다닌다고 전에 길드에서 배운 기억이 났다.

따라서 이 정도 규모로 모이는 일은 잘 없다고 할 수 있었다.

스캐빈저들이 이렇게 모일 정도의 일이라면 어지간한 원한을 샀거나 아니면 무언가 일이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할 터였다.

“아니, 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뭘 이런 일이야. 우리도 밟으면 꿈틀거리는 놈들이라고~ 딱 봐도 미끼 세우고 스캐빈저 토벌이랍시고 우리 애들 사냥한 놈 주제에.”

그렇다. 고성준으로서는 전혀 알 수 없는 일이었지만, 이 모든 게 바로 유성원의 설계였다.

얼마 전 유성원을 노리던 스캐빈저들을 죽인 사건 때문이었다.

그들과 같은 그룹의 스캐빈저들이 갑자기 동료가 증발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이 근처의 던전을 샅샅이 뒤지고 있었다.

그러던 중 별 볼 일 없어 보이는 유성원의 뒤에 그를 감시하러 붙은 감시자의 존재를 깨달은 스캐빈저가 이상하게 생각하고 다른 그룹 스캐빈저에 알렸고, 자연스럽게 수십 명의 스캐빈저들이 이곳에 모이게 된 것이었다.

“잠깐만, 무슨 사냥? 우린 그런 거……!”

“이 주변은 E급 던전들뿐이라서 D급 각성자도 거의 안 오는 판국인데, 난데없이 C급, B급 새끼가 어슬렁거리는 거면 뻔하지. 아무튼 우리 애들 피 값은 받아 낼 거니까 그렇게 아셔.”

‘이거 혹시……! 그 새끼가?’

고성준은 던전 입구가 있던 곳을 바라보며 유성원을 떠올렸다.

그의 스테이터스는 C급 이상.

혼자서 던전에 다니는 헌터의 경우 스캐빈저에게 노림받기 쉽다고 한 점을 떠올리면서 그가 혼자 던전에 온 기록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즉, 이곳에서 다른 스캐빈저들을 사냥한 것은 유성원이라는 추측이 떠오른 것이다.

그리고 자신은 그의 유도에 넘어가 잔뜩 뿔이 난 스캐빈저들에게 당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자, 잠깐 기다려! 나는 오늘 여기 처음 왔을 뿐이다. 우린 여기서 사냥 같은 거 한 적 없어.”

“음? 아~ 그런가? 푸하하핫! 그러면 우리가 아~! 그러세요? 집에 돌아가시는 길은 왼쪽입니다. 할 것 같냐?”

‘젠장!’

“맞으면 좋지만 틀려도, 뭐~ 지금 눈앞에 맛있는 먹잇감이 있는데 놓칠 바보가 어디 있냐? 푸하하하하! 이거 딱 보니 헌터 생활은 쥐똥도 안 해 본 것 같은데, 그런데도 그 스테이터스면 아카데미아 학생인가 보군. 이거 아주 제대로 땡잡았는데?”

스캐빈저들의 리더는 손에 들고 있는 크로스보우에 새로 화살을 메긴 다음 아주 크게 웃으며 그에게 겨눈다.

일촉즉발의 상황.

고성준은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했다.

‘제길! 싸우자니 상황이 너무 안 좋은데……. 게다가 장비도!’

하다못해 인벤토리에 넣어 둔 자신의 전용 장비를 착용하고 제대로 싸웠으면 싶었지만, 그들이 기다려 줄 리가 없었다.

그나마 가능한 거라면 자신의 전용 권갑인 영웅 등급 무구인 청룡아(靑龍牙)를 착용하는 것뿐이었다.

“얘들아, 아카데미아 도련님에게 헌터란 어떤 건지, 좋은 성좌에게 선택받아서 희희낙락하던 도련님에게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걸 보여 주자고!”

“젠장! 어쩔 수 없지! 간다아아!”

철컥!

더 이상 망설일 수 없었다.

그는 청룡아(靑龍牙)를 장비하고 곧바로 스캐빈저 리더의 목을 노리기 위해 빠르게 달려들었다.

푸른 투기의 궤적을 그리면서 엄청난 속도로 스캐빈저 리더가 반응할 새 없이 그에게 가까워졌다.

그래도 B급 각성자이며 거기에 3대 길드 후계자인 만큼 이런 상황이 올 경우를 상정해 둔 교육도 받은 적이 있었다.

‘불리한 상황을 뒤집을 방법은 리더를 압도적으로 제압하는 것뿐. 일격에 제압해서 사기를 꺾는다.’

지금 상황에서 정석이면서 최선의 수였다.

스캐빈저들은 결국 도적 떼이자 기생충들 같은 존재이기 때문에 연대가 약하고, 자신의 안전을 우선으로 하는 이기적인 성향까지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강함을 보여 준다면 단숨에 와해될 것이다.

“하핫, 병신.”

“무… 억!”

철컥!

하나, 그 이론은 경험 많은 스캐빈저들도 당연히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최대 가속으로 가까이 다가가 주먹을 뻗으려는 순간, 갑자기 오른 다리 쪽에서 격통이 일며 그대로 땅에 엎어진다.

“으윽! 이게 무슨!”

넘어진 고성준은 고통을 호소하며 다리를 보았다.

그러자 피로 된 덫의 형상이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자신의 다리를 문 채 피를 빨아들이고 있었다.

게다가 빨아들이는 건 피만이 아닌 듯 자신이 두르고 있는 푸른 기(氣)까지 덫 쪽으로 흘러갔다.

쾅! 쾅!

어떻게든 덫을 벗겨 내기 위해 주먹으로 후려치고 힘을 줘서 빼내려고 안간힘을 써 봤다.

하지만 다리를 물고 있는 덫은 그럴수록 더욱 강하게 물어 오면서 출혈을 가속시킨다.

“와, 솔직히 식겁했다. 설마하니 청룡 길드의 그 유명한 청룡 투사일 줄은 몰랐네. 하지만 성좌님의 가호를 받은 건 너만이 아니야. 나도 성좌의 가호를 받은 몸이란 말이다!”

“그, 그렇다면 마, 마인(魔人)?”

“그건 너희 멋대로 그렇게 부르는 거고. 우리는 그저~ 성좌님들을 다르게 선택했을 뿐이야. 아무튼 정식으로 소개하자면 위대하신 도살왕 님의 사도 중 하나, ‘살점 사냥꾼’ 정민수다. 참고로 널 붙들고 있는 그건 블러드 트랩으로, 도살왕 님이 내린 시련과 임무를 열심히 완수하며 모은 포인트로 산 물건이지.”

“도, 도살왕?”

대한민국을 위협하는 3대 위험인물 중 하나.

북한 지역과 만주 중국 북부를 지배하는 악마들의 성좌, 도살왕.

당연히 인간들 중에서도 인류를 배신하고 그의 힘과 축복을 받은 자들이 있었고, 정민수도 그중 하나였다.

인간들 측에서는 몬스터인 동시에 인간인 자라는 의미로 마인(魔人)이라 부르지만, 그들은 자신들을 그저 솔직한 인간이라고 생각할 뿐이었다.

“젠장!”

“아카데미아의 도련님들은 이래서 안 된다니까! 하하핫! 왜 협회에서 스테이터스 등급이랑 헌터 등급을 별도로 매기는지 모르나 보군. 스테이터스가 B급이면 뭐 해? 경험이랑 지능이 몬스터만도 못한데! 참고로 난 C급 각성자다!”

“이 망할 새… 크으윽!”

자신을 모욕하는 것에 분노한 고성준은 발악하면서 다급히 일어나려고 했지만, 다리에서부터 척추를 가로질러 전신에 전해지는 격통에 몸을 움직이기 힘들었다.

거기에 서서히 기력이 빠지고 어지럼증이 찾아오고 있었다. 피와 기력을 모두 빨리는 바람에 도저히 힘을 낼 수 없던 것이다.

‘이, 이 망할 덫… 으허어억! 아파! 아파! 이런 고통은 태어나서 처음…….’

어떻게든 일어나서 몸을 움직여야 했는데, 고통을 겪어 보지 못한 그의 신체와 정신은 이 상황을 헤쳐 나가지 못하고 있었다.

기초 각성 스테이터스도 좋은 데다가 청룡의 가호까지 받아 축복받은 인생이었지만, 너무나 좋은 상태로 시작한 나머지 고난과 고통이라는 것을 거의 겪어 보지 못했고, 그것에 대한 내성이 없던 것이었다.

“으아… 으아아아아아악! 으으으윽!”

“정말 빛 좋은 개살구네. 뭐, 나한텐 재수이지만. B급 각성자에 청룡 성좌의 고기를 바치면 도살왕 님께서 얼마나 큰 축복과 포인트를 주실까?”

“아, 안 돼. 나, 나는… 나는… 이런 데서… 이런 데서 끝날…….”

고성준은 어떻게든 일어나려고 발악했지만, 다 잡은 고기를 놓칠 살점 사냥꾼 정민수가 아니었다.

그는 그 꼴사나운 모습을 보고 웃으며 석궁으로 고성준의 이마를 겨누고 방아쇠를 당긴다.

청룡 길드의 후계자답지 않은, 너무나 하찮은 최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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