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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급 힐러는 네크로맨서-49화 (49/226)

49화

“상태창,”

방으로 돌아온 은석이 상태창을 불러냈다.

[상태창]

이름: 김은석

프로젝트명: 저승 헌터

클래스: 힐러(F등급)

히든클래스: 네크로맨서(저승형 Lv30)

[특성]

귀안(승계)

생력(승계)

귀력: 3,000/3,000

[스킬]

정보탐색: Lv4

정신감응: Lv1

팔귀의 재생력

방어력: 환(幻)

쉴드/하이드

푸른 화염

[귀속령]

+고스트형

+몬스터형

+인간형

‘C-랭크 몬스터여서 그런가. 몇 마리 잡지 않았는데도 레벨에 꽤 올랐네. 30레벨이라…….’

보유 귀속령 폴더를 열어 보니 삼각 코뿔소 네 마리가 추가되어 있었다.

‘덩치 큰 놈이 생겨서 마음에 드는군.’

Lv4가 된 정보탐색 스킬이 눈에 띄었다.

‘한 단계 낮았을 때는 잠깐 생각을 감지할 수 있었는데, 레벨이 올랐으니 뭐가 더 늘어났겠지?’

따르릉-

전화벨이 울렸다.

“희준이냐.”

“네, 형님. 며칠 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그래, 경매는 잘 끝났고?”

던전에서 나온 뒤, 은석은 황희준에게 삼각 코뿔소에서 나온 것들은 건넸다.

“사이트에 올려서 팔아. 워낙 인기 있는 것들이라 아마 경매에 올라갈 수도 있을 거야.”

마나석과 약재로 사용되는 뿔, 가죽과 어금니를 건넸다.

하지만 삼각 코뿔소의 고기는 없었다.

“형님, 고기는 안 파십니까? 미식가들 사이에서 무척 인기 있는 재료가 아닌가요?”

은석이 적당한 크기로 잘라 놓은 백색 코뿔소의 고기를 황희준의 가방 안에 넣었다.

“아, 이것만 팔면 되나요?”

“아니, 너 먹어.”

“네?”

팔지 말고 먹으라는 은석의 말에 멀뚱히 쳐다만 봤다.

“맛있었다며. 부모님과도 먹고 친구들하고도 먹어.”

“형님…….”

황희준이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처럼 눈을 빠르게 깜빡였다.

“그만 좀 감동해. 자꾸 그러니까 거짓말 같잖아.”

“아닙니다. 절대 거짓이 아닙니다. 진짜 마음속 깊숙한 곳에서 우러나오는 존경심으로…….”

“알았어, 알았어. 빨리 받아라. 나도 집에 가서 고기 구워 먹을 거야.”

그날 저녁 은석의 집에서는 감탄사가 끊이지 않는 삼각 코뿔소 고기 파티가 벌어졌다.

* * *

“네, 잘 끝났습니다. 형님 말씀대로 보스의 마나석 가격이 어마어마하게 올라가더라고요. 비싸게 팔렸습니다.”

삼각 코뿔소는 단독으로 움직이는 녀석들이었다.

사냥보다 생존 던전에서 자주 나오는 몬스터지만 그것도 한두 마리가 고작이었다.

중간 레벨의 다른 몬스터에 비해 희소성이 높은 놈이었다.

그중에서도 백색의 삼각 코뿔소는 특히 구하기 힘들었다.

놈의 마나석은 일반 코뿔소의 100배가 넘는 가격에 팔렸다.

황희준의 해체 스킬 덕분에 가죽의 상태도 좋았다. 평소보다 더 비싼 가격으로 가죽과 뿔, 어금니가 거래되었다.

“오전 중에 돈을 보내 준다고 합니다. 바로 형님 계좌로 송금하겠습니다.”

“반만 넣어. 나머지는 네 몫이다.”

휴대폰 넘어 황희준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끊어진 거야? 아닌데, 야! 황희준.”

“어, 네. 네, 형님.”

“갑자기 뭐야?”

“음, 형님. 저기, 진짜 이 돈의 반을 제가 가져도 되는 건가요?”

화들짝 놀라며 입을 쩍 벌리고 있는 황희준의 얼굴이 보이는 것 같았다.

“그래, 인마. 이번에 해체 작업하느라 고생했잖아. 열심히 일했으니 당연히 네 몫은 받아야지.”

“흑……. 형님. 진짜 형님은 귀인이십니다. 처음 던전에서 만났을 때부터…….”

“그만. 자꾸 이상한 소리 하면 ‘저승에서 온 헌터’ 기사 제보 안 한다.”

“아! 맞다. 제보할 게 있다고 하셨죠?”

즉각적인 반응 변화에 은석은 웃음이 터져 나올 뻔했다.

“오늘은 약속이 있어서 힘들 것 같고, 내가 다시 연락할게.”

“알겠습니다. 형님.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은석이 전화를 끊고 벽시계를 쳐다봤다.

약속 시간 2시간 전이었다.

은석이 택시에서 내린 곳은 태황 호텔 앞이었다.

대한민국 최고라는 호텔답게 입구부터 눈이 부셨다.

“흠, 정장을 입고 왔어야 했나.”

청바지에 티셔츠, 검은 재킷을 걸친 모습을 거울에 비춰 봤다.

지난밤 은석은 윤꽃샘으로부터 문자를 받았다.

[대장, 내일 시간 되면 점심이나 먹읍시다. 장소는 태황 호텔, 프론트에서 윤꽃샘을 찾으면 됩니다.]

“이런 호텔에 올 일이 있었어야지. 듣기만 했었는데 어마어마하구만.”

문을 열고 들어가자 프론트가 정면에 바로 보였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안내 직원이 친절한 미소를 지었다.

“윤꽃샘 씨와 약속을 했는데요.”

은석의 말에 직원이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어디론가 급하게 전화를 걸었다.

“이리로 오십시오.”

앞서 걸어가는 그녀의 뒷모습에 긴장이 느껴졌다.

‘레스토랑은 저쪽인 것 같은데.’

호텔 구석에 따로 마련된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러 문을 열어 준 직원이 공손하게 안으로 들어가라는 손짓했다.

“올라가시면 회장님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회장님요?”

은석이 다시 묻기도 전에 문이 빠르게 닫혔다.

딩동-

경쾌한 도착음이 울리고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사방으로 트인 창에서 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어서 오십시오. 김은석 헌터님.”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호텔 직원이 은석에게 인사했다.

“이쪽으로.”

그를 따라 복도를 걸어갔다.

예술에 문외한인 은석이 보기에도 값어치 있어 보이는 작품들이 양쪽 벽을 따라 걸려 있었다.

“들어가십시오.”

고풍스러운 느낌의 문손잡이를 잡고 열어 주었다.

은석이 방 안으로 들어가니 커피를 마시고 있는 윤꽃샘이 보였다.

“어르신,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은석이 싱긋 웃으며 윤꽃샘을 불렀다.

그는 보지 못했지만, 문을 열어 준 직원의 얼굴이 순간 휘둥그레졌다.

‘회장님을 어르신이라고 부른다고?’

“대장, 오랜만이야. 드디어 살아 있는 사람으로 만나게 되는군.”

그들의 대화에 직원이 다시 한번 더 놀라며 쳐다봤다.

‘뭐야. 대장?’

고개를 갸웃거리며 문을 닫았다.

“역시 영혼일 때보다 더 멋진 분이시네요.”

은석의 칭찬에 그녀가 호탕하게 웃었다.

“대장도 고스트 던전 때보다 많이 변한 것 같은데.”

윤꽃샘이 맞은 편 의자에 앉기를 권했다.

은석이 자리에 앉자 어디에선가 직원이 나와 식전 음료를 세팅해 주었다.

“어르신, 회장님이셨습니까? 여긴 일반 호텔 레스토랑이 아닌 것 같은데요.”

윤꽃샘이 명함 하나를 건넸다.

고급스러운 금박이 둘러진 명함에는 <윤꽃샘, 태황 그룹 회장>이라고 적혀 있었다.

“태황 그룹?”

불산과 국내 1, 2위를 다툰다고 알려진 그룹. 실상은 불산이 감히 넘볼 수 없는 최고의 기업이었다.

그녀는 국내를 넘어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태황 그룹의 회장이었다.

“어르신이 태황 그룹 회장이라고요?”

“그렇다네.”

은석은 뭔가 속은 기분이 들었다.

그녀를 헌터가 되고 싶다는 이룰 수 없는 희망을 품은 초로의 노인이라고만 생각했었다.

‘뭐, 날 잡고 던전에 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일반 노인이 할 만한 행동은 아니었지.’

은석이 물었다.

“각성자가 되고 싶었다는 건…….”

“그건 진짜였네. 돈이 많다고 헌터가 될 수 있는 건 아니잖아. 그리고, 말이 좋아 회장이지. 죽을 날만 기다리는 뒷방 늙은이야.”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점심 식사가 준비되었다.

은석이 윤꽃샘의 선물로 가져온 종이 가방을 테이블 위에 올렸다.

“삼각 코뿔소의 고기인데……. 괜히 가져온 것 같습니다. 이것보다 더 맛있는 것을 매일 드실 것 같은데요.”

윤꽃샘이 가방을 빠르게 끌어당겨 안을 살폈다.

“못 먹어 봤네. 이게 그렇게 맛있다면서?”

고기를 본 그녀의 눈이 반짝거렸다.

“이 고기는 보스인 백색 삼각 코뿔소의 고기라 특히 더 맛있습니다.”

당장 직원에게 셰프를 불러 오라고 했다.

“아주 귀한 고기일세. 맛있게 한번 요리해 봐.”

삼각 코뿔소의 고기라는 말에 셰프 역시 흥분한 듯 보였다.

“밥만 먹자고 저를 찾으신 것 아니겠죠?”

은석의 질문에 마시던 와인 잔을 내려놓았다.

“역시 눈치 빠른 대장다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내가 길드를 하나 만들 생각인데 대장이 들어왔으면 좋겠네.”

“길드요? 갑자기?”

“갑자기 한 것은 아니야. 예전부터 생각해 왔던 걸세. 대장과 고스트 던전을 돌고, 다시 눈을 뜬 다음에 결심을 굳힌 거지.”

진지한 눈빛으로 은석을 바라봤다.

“내가 만든 길드에 들어오는 게 어떤가?”

“싫습니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는 은석의 대답.

“왜 싫은 거지?”

“저도 길드를 하나 만들까 생각 중이거든요.”

비록 혼령이었으나 팀원이 생기고 난 후부터 은석은 길드 창립을 고민하고 있었다.

다른 길드원이 없어도 혼자서 충분히 던전을 클리어할 수 있었다. 거기에 카포텐 성주가 준 엄청난 양의 재산도 있었다.

언제까지 황희준에게 용병이나 인스턴트 던전을 찾으라고 할 수는 없었다.

윤혁을 잡으려면 그보다 더 뛰어난 헌터가 되어야 했다.

그리고 또 다른 이유.

혼령을 귀속해 싸우는 은석이었다.

길드에 들어가는 것보다 혼자서 움직이는 쪽이 훨씬 편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혹시 벌써 만들기 시작한 건…….”

“아닙니다. 구상 중입니다. 길드 설립이 쉬운 일은 아니잖습니까.”

윤꽃샘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지. 길드를 만든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야. 그러니까 내가 만들 테니 편하게 내 길드에 들어오게.”

은석은 잠시 대답 없이 윤꽃샘을 가만히 바라봤다.

“어르신, 제가 일반적인 헌터와 다르다는 것은 알고 계시지요?”

“알아, 그래서 내 길드의 헌터는 자네뿐일세.”

은석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헌터가 저 혼자면 돈은 어떻게 버시려구요?”

“돈이야 지금도 차고 넘쳐. 이건 김은석 헌터를 향한 덕질과 팬심일세.”

그녀의 말에 은석이 크게 소리 내어 웃었다.

“길드 운영은 보통 일이 아닐세. 자네가 얼마나 헌터계에 대해 잘 알고 있는지 몰라도 그게 전부가 아니야.”

은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던전과는 전혀 다른 사냥터지요.”

은석은 잠시 입을 꾹 다물고 생각에 잠겼다. 잠시 후, 그들 앞에 맛있게 요리된 삼각 코뿔소의 고기가 나왔다.

윤꽃샘이 얼른 포크로 한 점을 찍어 입 안에 넣었다.

“와, 대장. 코뿔소의 고기는 소문대로 정말 맛있군.”

연거푸 몇 점을 더 넣은 후 눈을 감고 씹기 시작했다. 그녀가 반 이상을 먹을 동안 은석은 고기에 손도 대지 않았다.

“그렇다면, 길드를 제가 사겠습니다.”

씹던 고기를 꿀꺽 삼키고 물었다.

“굳이 사야 하는 이유라도 있는 건가?”

“제 마음대로 하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 길드여야 합니다.”

“내가 만든 길드라도 그건 자네 것이나 마찬가지일세.”

“그렇지 않습니다. 당장 말씀드리기는 힘들지만 분명 의견 조율이 힘든 부분이 생길 겁니다.”

윤꽃샘은 고스트 던전을 통해 은석의 능력을 약간은 알고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그가 염라대왕과 계약한 사람이라는 것을, 몬스터뿐만 아니라 지옥에서 탈출한 악귀도 잡는 저승 헌터라는 사실을 알 리가 없었다.

이번에는 윤꽃샘의 고민이 시작되었다. 그때, 은석이 아공간에서 카포텐의 금화와 보석을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이게 다 뭔가?”

그녀가 지금껏 보지 못한 보석과 특이한 문양이 새겨진 금화였다.

몇 개를 집어 자세히 살펴봤다.

“이건, 어느 나라의 물건인가?”

“이계의 것입니다. 어르신 말씀처럼 저는 사업에 대해서는 문외한입니다. 길드 설립도 제 욕심일 수도 있습니다. 당장 지금도 이 금화 하나의 값어치조차 모르는 상태니까요.”

윤꽃샘이 금화를 내려놓고 은석을 바라봤다.

“그러니 길드의 설립과 운영을 맡아 주십시오. 길드는 제 것이지만 공식적으로는 회장님의 길드입니다.”

그의 말에 환하게 웃으며 금화와 보석들을 자신의 앞으로 끌어당겼다.

“우리는 영혼을 튼 특별한 사이야. 그렇지만 거래는 정확히 해야겠지? 일단 이 정도면 길드의 바닥은 깔 수 있겠군.”

아공간에서 더 많은 금화를 꺼내는 은석을 향해 환한 웃음을 지었다.

“역시 대장은 날 놀라게 하는 재주가 있어. 이계의 보석이라니. 그런데, 혹시 이런 게 더 있나?”

“많습니다. 원하신다면 더 드리지요.”

“아니야. 많이는 필요 없어. 흔하면 값어치가 떨어지거든. 놀랄 만큼 비싸게 팔아 주지. 이것 역시 길드 운영자가 해야 할 일이니까.”

짝- 짝-

윤꽃샘이 신나는 듯 손뼉을 쳤다.

“아주 바빠지겠는데? 갑자기 신나는군. 회장이라는 허울 좋은 명찰 하나 달아 주고 일선에서 배제해 놔서 그동안 아주 심심했었거든. 오랜만에 새로운 사업 한번 제대로 시작해 볼까?”

“아, 그리고 길드 이름은 제가 지었으면 합니다.”

“물론이지. 대장의 길드니까. 그래? 생각해 놓은 건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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