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NIS의 천재 스파이 (195)화 (195/208)

NIS의 천재 스파이 (195)

하지만 토미 터버빌이 한사코 안 된다고, 울타리 내에서 말을 타는 것도 크게 봐주는 거라는 투로 말하며 극렬 반대했다.

“마음에 안 들어. 이젠 위험이 다 사라졌는데.”

루이 고머트는 중얼거리며 두 다리로 흑마의 배를 가볍게 투, 툭 찼다.

―속도를 내.

흑마는 루이 고머트의 무언을 알아듣기라도 한 것처럼 터벅터벅 말발굽을 조금 더 빠르게 내디뎠다.

*    *    *

수십여 초의 시간이 지났다.

돌연.

슈우우우우우.

알아듣기 어려운 작은 파공음이 들렸다.

허공에 긴 꼬리를 늘어뜨리는 듯한 파공성이었다.

흑마의 안장에 앉은 루이 고머트가 일순 흠칫했다.

“응?”

소리를 들은 듯.

안장에 앉은 루이 고머트가 무심코 고개를 들었다.

소리가 들리는 하늘을 올려다보는 루이 고머트의 두 눈동자.

거울처럼.

아주 작은 점 같은 것이 순간 비쳤다. 점은 놀랍도록 빠르게 낙하 중이었다.

“뭐지?”

루이 고머트는 짧게 중얼거렸다.

그는 보다 자세히 보기 위해 왼손을 들어 눈썹 위에 붙였다.

*    *    *

놀랍도록 빠르게 낙하 중인 점은 다름 아닌 박격포 탄이었다.

유선형의 형태.

끝에는 무슨 헬기의 로터처럼 작은 몇몇 블레이드가 빠르게 돌아가고 있었다.

―스마트 탄.

아직 실전 배치가 이루어지지 않은, 개발 마무리 단계에 이른 최첨단 무기다.

극비리에 한국 육군에서 서너 번의 테스트를 해 보았다는 말이 있다.

엄격히 말해.

스마트 탄은 박격포 탄이다.

단순한 업그레이드가 아닌 진화형 박격포 탄이라고 말할 수 있다.

개발의 주목적은 적 전차의 파괴다.

쉽게 말해.

보병이 사용하는 휴대용 대전차미사일보다 단가가 저렴한 염가형이며 사용이 간편한 대전차 무기라고 말할 수 있다.

박격포에서 고각으로 발사된 스마트 탄은 낙하하며 적 전차를 탐색. 타격 표적을 획득한다.

그리고 매우 빠르게 낙하하여 순식간에 표적인 적 전차의 상판에 내리꽂힌다.

전차의 상판이 가장 장갑이 얇다는 것은 정설이다.

스마트 탄은 전차의 상판을 관통. 전차 내부에서 폭발하여 전차를 파괴하고 승무원을 폭사시킨다.

단순히 가격만 놓고 보면 대전차미사일보다 가성비가 매우 높다.

사용이나 휴대를 염두에 두면 대전차미사일보다 더 유용하다고 말할 수 있다.

더욱이 대전차미사일보다 대량으로 운용, 다수의 전차를 파괴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모든 것은 단 한순간이었다.

콰아앙!

천지가 떠나갈 듯한 폭발성과 함께 엄청난 폭발력이 루이 고머트와 그를 태운 흑마를 휩쓸었다.

―무인 전투기에서 발사된 헬 파이어 대전차미사일에 당해 죽은 이란 혁명 수비군 카셈 솔레이마니 장군.

그가 생각나는 광경이었다.

폭발력과 그로 인한 압력. 눈 깜짝할 사이에 팽창했다가 터지는 공기의 압력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루이 고머트와 흑마를 한입에 꿀꺽 집어삼켰다.

찰나였다.

루이 고머트와 흑마는 고통을 느낄 겨를도 없었다.

또한.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즉사하고 말았다.

해체되듯이.

루이 고머트의 몸과 흑마의 몸이 주변으로 흩어졌다.

불규칙한 각 방향으로 육편과 뼛조각. 그리고 선혈이 뿌려지듯 마구 튀었다.

시신조차 남기지 못한 폭사였다.

삽시간에 자욱한 흙먼지가 일고 지면이 사방팔방으로 날아갔다.

곧.

폭음을 들은 이들이 울타리로 황급히 달려왔다.

루이 고머트가 고용한 경호 인력들 사이에는 토미 터버빌과 바튼. 그리고 토미의 부하들도 섞여 있었다.

부서진 흔적이 역력한 울타리에 이른 그들 모두의 눈에 보이는 것은 확연하고 선명한 폭발의 흔적과 수없이 많은 파편이었다.

토미는 눈에 보이는 흔적과 파편에 자신도 모르게 얼이 빠진 듯한 표정을 지었다.

“…….”

말이 나오지 않았다.

이런 식으로 루이 고머트를 죽일 줄은 정말이지 꿈에서도 상상하지 못했다.

토미는 망연자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차은성이 단순한 암살자나 테러리스트가 아니라는 것을 지금 이 순간 뒤늦게 깨달았다.

토미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두려움이 그득한 두 눈동자.

토미의 머릿속에서 자연스럽게 MQ―9A Reaper 무인 공격기가 떠올랐다.

―헬 파이어 미사일을 무려 여덟 개나 장착이 가능한 리퍼.

토미는 차은성이 리퍼를 이용하여 루이 고머트를 죽였다고 판단했다.

―눈에 보이는 광경과 일련의 상황을 충족하는 것은 리퍼밖에 없다!

그와 같은 토미의 판단은 스마트 탄을 모르기에 내릴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알고 있다면 그와 같은 판단은 아마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한편.

토미의 왼쪽에 서 있는 바튼이 눈에 보이는 광경에 넋두리를 하듯이 중얼거렸다.

“마, 말도 안…….”

바튼이 급히 토미를 돌아봤다.

“팀장!”

하늘을 보던 토미가 고개를 바로 하며 폭발이 일어난 울타리를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폭발의 후폭풍 때문일까? 성한 울타리가 없다. 땅에는 큼직한 크레이터가 생겼고, 그 주위로 이런저런 파편과 육편들이 마구 널려 있다.

매우 무질서하게.

아연실색한 토미 터버빌.

“팀장!”

바튼이 힘주어 다시 토미를 불렀다.

토미가 천천히 돌아보았다.

“이, 이건…….”

놀람과 충격이 컸던지 바튼이 말을 더듬었다.

토미는 당혹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리퍼!”

짐작하는 바를 언급하자.

“흑!”

바튼이 헛바람을 삼키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의 두 눈동자에도 믿을 수 없다는 빛이 하나 가득 들어찼다.

“어떻게?”

이해할 수가 없다!

바튼이 그런 속마음을 드러냈다.

“나도 모르지. 차은성이 어떻게 리퍼를 운용한 건지.”

토미는 영문을 몰라 혼란스러웠다.

미 공군이 운용하는 리퍼를 어떻게 차은성이 운용하는 걸까? 그리고 이제까지 리퍼가 미국 내에서 작전한 적은 자신이 알기로는 단 한 번도 없는데…….

그런데 차은성이 그런 리퍼로 루이 고머트를 죽였다. 아마도 헬 파이어 미사일이었을 것이다.

그 때문에 루이 고머트가 시신조차 남기지 못하고 즉사하고 말았다.

“음…….”

토미 터버빌은 묵직한 신음을 흘렸다. 머리가 맹렬하게 돌아가는 중이다.

이제까지 차은성이 조용했던 이유, 리퍼의 운용, 상상도 해 보지 못한 수법으로 루이 고머트를 죽인 과감함, 그것을 가능하게 한, 눈에 보이지 않는 차은성의 그 무엇.

토미 터버빌이 형형한 안광을 번쩍였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고 있어!’

마음속으로 확신에 찬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토미 터버빌였다.

그사이.

바튼이 폭발 흔적 중 가장 크고 선명한 크레이터를 바라보았다.

“맙소사!”

저 정도 크기의 크레이터라면 헬 파이어 미사일밖에 없다.

바튼은 새삼 차은성을 달리 생각하기 시작했다.

‘단순한 킬러가 아니야. 고도의 훈련을 받은 특수부대 출신이야.’

바튼은 유사시 적 내부 또는 후방으로 침투하여 속칭 테러를 자행.

적의 병력을 후방에 묶어 두는 한편, 후방교란이라는 전술적 목적을 수행하는 특수부대를 생각했다.

그린베레.

그들이 가장 유사하지 않을까 싶다.

바튼이 그 나름 생각하는 동안.

왁자지껄.

울타리 주변으로 몰려든 루이 고머트가 고용한 경호 병력들은 하나같이 창황실색하고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루이 님은?”

“맙소사!”

루이 고머트가 죽음으로써 그들의 고용주가 사라졌다.

매달 그들에게 기본급으로 5천 달러라는 봉급을 주던 루이 고머트였다.

그런데 루이 고머트의 죽음으로 이제 그들 모두 실업자가 되고 말았다.

당장 일자리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루이 고머트처럼 월 기본 5천 달러라는 봉급을 과연 누가 줄 수 있을까?

루이 고머트의 경호 인력들은 크게 낙담하며 온몸으로 절망이란 감정을 내색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철저한 자본주의 국가다. 돈이 없으면, 매달 일정한 수입이 없으면 정상적인 삶을 살기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 이유로 그들은 루이 고머트의 죽음에 대한 애도는 아예 생각하지도 않았다.

매달 받는 돈을 한순간에 날려 버리게 만든, 루이 고머트를 죽인 자에 대한 극렬한 분노를 이내 표출했다.

“근처에 있을 거야!”

“잡아 죽여 버려!”

“흩어져!”

경호 인력들이 삽시간에 사방팔방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그들은 토미 터버빌이나 맷 바튼과 같은 판단을 내리지 못했다. 매우 즉흥적이고 섣부른 판단을 내렸다.

인근에 있을 리가 없는 루이 고머트를 죽인 자를 찾아 죽이려 하였다.

*    *    *

루이 고머트의 경호 인력들의 시야가 미치지 않는 곳에서 차은성이 디지털 망원경으로 루이 고머트의 저택을 살피고 있었다.

경호 인력들이 사방팔방으로 흩어지는 것을 보고 차은성이 소리 없이 미소 지었다.

씨익.

쓸데없는 짓들을 한다.

그들의 손이 미치지 않는 거리 밖에 있는 자신인데. 흩어져서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차은성은 망원경으로 계속 보며 조소의 작은 미소를 지었다.

세 걸음 떨어진 뒤.

고든이 차은성처럼 망원경으로 루이 고머트의 저택을 살피고 있었다.

‘세상에…….’

자신의 눈으로 보았음에도 믿을 수 없는 고든이다.

박격포 탄으로 루이 고머트를 죽일 줄이야. 상상하지도 못했다.

처음부터 대전차무기로 개발된 스마트 탄이다. 그런 이유로 일반 박격포 탄보다 사정거리가 길다. 그리고 전차 파괴라는 목적에 충분히 부응할 만큼 폭발력이 매우 강하다.

다른 무엇보다도 가격이 저렴하다.

그와 같은 스마트 탄의 유용성과 효율성에, 고든은 한국이 달리 보였다.

전쟁 상황을 항시 염두에 두고 지속적인 무기 개발을 하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자국 미국은 아프간과 중동 등.

세계 각지에서 전쟁이란 실전을 치른다. 그리고 해당 전쟁에서의 경험을 십분 반영하여 무기를 개발한다.

그렇기에 미국의 무기는 강력하며 효율적이다. 철저히 실전에 그 바탕을 두고 있다.

그런데 한국이 미국 못지않은 무기 개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 고든은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미국만큼 엄청난 국방 예산을 사용하진 않지만. 최대한 예산을 효율적으로 운영. 최대의 효과를 내는 듯하다.

고든이 눈에서 망원경을 떼며 앞에 서 있는 차은성을 보았다.

눈에 보이는 차은성의 등.

정보 요원이라고 알고 있는데. 생각과 행동이 정보 요원 이상이다.

그런데 마치 군인 같다. 그것도 충분하다 못해 넘치도록 실전을 치른 최정예 군인이 지금 이 순간 차은성과 겹쳐 보인다.

고든의 눈이 반짝이고 심중 경각심이란 감정이 크게 일었다.

월터 부국장이 차은성의 곁에서 한시도 떨어지지 말고 일거수일투족을 예의 주시하라고 명령한 이유를 알 것 같다.

*    *    *

몇 시간 후.

워싱턴 DC의 29번 도로를 주행하는 차량들 사이에서 여유롭게 주행하는 리무진.

뒷좌석에 앉은 장년의 흑인 여성의 얼굴이 놀람이란 감정에 뒤덮였다.

“결국…….”

어느 정도 예상하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충격적이다.

캐서린 랭포드.

흑인 여성으로서 미 하원 부의장이란 자리에 오른 입지전적인 그녀는 온몸으로 당혹감이란 감정을 강하게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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