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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S의 천재 스파이 (186)화 (186/208)

NIS의 천재 스파이 (186)

이미 모든 결정을 내리기하도 한 듯이 위원들 모두 매우 냉랭했다.

알아챈 중년인 하트가 매우 절박한 목소리로 외쳤다.

“난! 항상 조직에 헌신해 왔습니다. 그 헌신에 대한 보답이 이런 것입니까?”

위원들에게 강력하게 항의했다.

죽기 직전에 처한 자의 살고자 하는 욕망을 거리낌 없이 드러내는 중년인 하트였다.

장년인 킹은 감정이 없는 듯한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의결을!”

그러자 원탁에 앉은 위원들이 하나둘 손을 들기 시작했다.

그들은 가슴 높이로 오른손을 들어 각자의 의사를 나타냈다.

서 있는 중년인 하트와 장년인 킹을 제외한 열다섯 명의 위원.

그들 중 10여 명이 장년인 킹에게 동조했다.

장년인 킹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차갑게 말했다.

“처리해!”

그러자 중년인 하트가 장년인 킹을 향해 악을 쓰듯이 외쳤다.

“킹!”

그 순간.

타아아앙.

낭랑한 총성이 울리고 중년인 하트는 힘없이 원탁으로 쓰러졌다.

그러자 킹이 예의 감정이 없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치워.”

그의 말에 원탁에서 멀찍이 떨어져 서 있던 사내들 중 몇몇 사내가 죽은 중년인 하트에게 급히 다가갔다.

*    *    *

얼마 후.

장년인 킹이 원탁에 앉은 위원들을 둘러보았다.

“현재 조직에 가장 위협이 되는 것은 바로 차은성. 그자입니다.”

“…….”

“선제적으로 조치를 취하긴 했지만 아직 그자를 제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

“FBI에서 전담 팀을 만들어 차은성의 뒤를 쫓게 했지만 현재로서는 이렇다 할 성과가 없습니다.”

“…….”

장년인 킹이 미간을 찌푸려, 마음에 무척 들지 않는다는 속내를 내비쳤다.

“CIA 역시 그자를 뒤쫓고는 있지만 역시 이렇다 할 성과가 없습니다.”

장년인 킹이 말하며 원탁에 앉은 위원들을 천천히 쓸어 보았다.

“그 어느 때보다 위원분들의 협조가 절실히 필요한 때입니다.”

“…….”

“위성 감시 시스템, 전화와 휴대폰을 포함한 통신 시스템. 신용카드를 비롯한 결제 시스템. 현금 입출금을 통한 각종 금융 시스템, 각종 식료품과 생필품의 구매로 대변되는 유통 시스템 등등.”

장년인 킹은 일상생활 전반에 걸친 각 시스템을 입에 올렸다.

해당 시스템을 총동원하여 차은성을 찾아야 한다!

장년인 킹이 그런 속내를 밝혔다.

원탁에 둘러앉은 위원들은 각자 고유한 영역에서 해당 시스템을 통제 및 제어할 수 있다.

즉.

위원들이 동시에 움직이기만 하면 얼마든지 차은성을 포착할 수 있다는 말이다.

장년인이 서늘한 눈빛을 번득였다.

“그자의 위치만 파악된다면!”

“…….”

“그 즉시 CIA 대외 작전부 소속 섹션 두 개 팀이 움직여 그자를 신속히 제거할 것입니다.”

장년인 킹이 원탁에 앉은 위원들을 다시금 둘러보았다.

“의결!”

“…….”

“부탁드립니다.”

장년인 킹의 말에 열다섯 명이 조금 전과 같이 손을 들었다.

반대한 한 명.

장년인은 그를 바라보았다.

“클로버.”

반대한 이, 클로버가 천천히 말하기 시작했다.

“LA에서 셋. 시카고에서 넷.”

“…….”

“어디서 조직 멤버들에 관한 정보가 유출된 겁니까? 킹!”

순간.

그의 말에 장년인 킹이 움찔했다.

원탁에 앉은 위원들 역시 몸을 움찔거리며 당황의 눈빛을 띠었다.

“차은성!”

“…….”

“그자는 조직 멤버들에 관한 정보를 가지고 있습니다. 어쩌면 지금 여기 앉아 있는 위원들에 관한 정보도 가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

“그렇다면!”

“…….”

“위원들 중에서 장차 차은성에게 당해 죽는 이도 있을 수 있다는 말이 됩니다.”

장년인 킹이 클로버라 지칭한 이를 바라보았다.

“그것이 반대의 이유요? 클로버.”

그의 말에 클로버가 거침없이 대꾸했다.

“조직의 하위 멤버와 위원회의 위원은 그 격이 엄연히 다릅니다. 킹!”

“…….”

“나는 위원들 중 그 누구도 죽지 않기를 바랍니다.”

클로버의 말에 몇몇 위원의 눈빛이 일순 흔들렸다.

가진 것이 많아도 너무 많은 이들이다.

그런 이들이 죽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은 당연지사다.

장년인 킹이 언성을 높였다.

“클로버!”

“…….”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오?”

클로버가 재차 위원들을 돌아보았다.

“협상!”

순간.

웅성웅성.

위원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장년인 킹이 고함쳤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클로버가 장년인 킹을 쏘아보았다.

“위원회의 의장으로서 하트를 감찰하지 못한 책임을 물어, 의장직에서 물러날 것을 정중히 요청합니다. 킹!”

“뭐요?”

장년인 킹이 어이가 없다는 목소리로 반문했다.

“의장에게도 책임이 있습니다!”

클로버가 언성을 높였다.

“클로버!”

장년인 킹이 마주 언성을 높였다.

“나는!”

클로버가 각을 세우듯 외쳤다.

“나는 위원회의 위원들 중 그 누구도 죽는 것을 바라지도 원하지도 않습니다. 하여!”

“…….”

“차은성과의 협상과 의장의 퇴진을 정식 안건으로 위원회에 상정하고자 합니다.”

클로버는 원탁에 둘러앉은 위원들을 둘러보았다.

“차은성은 우리에 관한 정보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면, 우리 중 몇 명이나 그자에게 당할지 누가 알겠습니까?”

클로버의 말에 원탁에 앉은 위원들 중 태반이 진한 꺼림의 눈빛을 띠기 시작했다.

“돈 파블리코, 얀톤 등 차은성이 죽인 자들의 면면을 생각해 보십시오.”

“…….”

“죄다 폭발물이나 로켓탄. 그도 아니면 저격에 당해 죽었습니다.”

“…….”

“그와 같은 차은성의 살인 수법을 여러 위원들께서는 어떻게 막으실 겁니까?”

클로버는 위원들의 불안을 자극했다.

알아챈 듯이.

장년인 킹이 버럭 소리쳤다.

“클로버!”

장년인 킹이 더는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앉은 자리를 박차고 벌떡 일어났다.

클로버 역시 앉은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는 거칠 것이 없다고 무언의 행동으로 말했다.

장년인 킹은 클로버를 당장이라도 죽일 듯이 매우 격한 눈으로 쏘아보았다.

평소 자신의 눈치를 보며 설설 기던 클로버다.

기회가 왔다 싶어 지금 자신에게 송곳니를 드러내며 으르렁거린다.

자신을 위원회에서 퇴출시키기에 다시없을 기회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장년인 킹은 내심 의아했다.

‘대체 뭘 믿고서…….’

의문이다.

클로버가 평소 대담하고 자신에게 적의를 내보일 정도로 배짱이 두둑한 자였다면 그러려니 할 수도 있다.

그런데 평소에는 설설 기던 클로버가 돌연 자신과 맞먹으려 들자 무척 의아했다.

뭔가 단단히 믿는 것이 있다면 모를까?

믿는 것이 없다면.

지금 클로버가 자신에게 이렇게 맞설 리 없다.

장년인 킹은 냉정했다.

몸과 마음을 추스르며 원탁에 앉은 위원들을 곁눈질했다.

다들 동요하고 있다.

위원들 중 자신의 편을 들어주는 이가 단 한 명도 없다.

위원들 모두 자신들 중 누군가가 죽는다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죽는 자들 중 한 명이 자신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죽음의 공포가 그들의 이성을 차츰 마비시키고 있었다.

차은성의 살인 행보의 과격함과 어떻게 할 수 없는 과격하기 짝이 없는 살인 수법.

그것이 원탁에 둘러앉은 위원들에게는 예의 두려움으로 바짝 다가왔다.

―난! 죽기 싫어!

원탁에 둘러앉은 위원들 모두 그런 속내를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    *    *

당황한 장년인 킹.

‘이런…….’

미처 예상하지 못한 전개였다. 그 때문에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내심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장년인 킹을 말없이 바라보는 클로버.

‘후후후.’

내심 고소했다.

그간 장년인을 칠 명분도, 기회도 없었다. 그런데 차은성 덕분에 뜻하지 않은 명분과 기회가 생겼다.

―하트에 대한 감찰 실패의 책임을 지고 의장에서 물러나라!

알게 모르게.

죽음의 공포에 짓눌린 위원들이 기꺼이 자신에게 손을 들어 줄 것이다.

하면.

물러난 장년인 킹의 뒤를 이어 자신이 의장이 될 수도 있다. 내심 야무진 꿈을 꾸는 클로버였다.

세상 어느 조직이나 1인자가 있으면.

그 1인자를 제치고 자신이 1인자가 되고 싶어 하는 2인자가 있기 마련이다.

아주 작은 빌미와 기회만으로도 1인자를 거꾸러뜨릴 수만 있다면.

2인자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그런 까닭에 1인자에게 있어 제일 경계해야 하는 이는 다름 아닌 2인자다.

*    *    *

출입국 사무소를 통과한 차은성은 그리 오래지 않아 걸음을 멈춰야 했다.

월터 부국장.

한직으로 밀려났다고 들은 그가 수여 미터 떨어진 곳에 서 있었다.

주차되어 있는 크라이슬러 퍼시피카에 기대선 모습에 차은성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역시!’

새삼 CIA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달리 세계 최고 최강의 정보기관으로 불리는 것이 아니다. 어떻게 자신을 찾아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이 순간.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또한 뭐라 말할 수 없는 당황을 느낀다.

‘이런!’

차은성은 내심 곤혹스러웠다.

캐나다에 입국하는 관계로 무기를 소지하지 않았다.

화교 조직이 시카고에서 총기들을 모두 회수해 갔다. 그 때문에 지금 비무장이다.

차은성은 급히 당혹감을 추스르며 서둘러 주변을 둘러보았다.

월터 부국장이 있다면 주위에 CIA 요원들이 있을 것이 뻔하다.

CIA 부국장에게는 비서와 전용 운전기사. 그리고 두 명의 무장한 경호원이 상시 따라붙는다.

굳이 그 점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월터 부국장이 대동한 CIA 요원들이 주위에 있다고 봐야 한다.

차은성은 주의 깊게 주변을 살피며 침음을 흘렸다.

‘으음.’

어쩌면 저격수가 있을지도 모른다.

월터 부국장이 자신을 체포하려고 왔다면.

못해도 세 개 팀.

적어도 열다섯 명 정도의 전문 방첩 요원을 동원했을 것이다. 그들 중에 저격수가 적어도 서너 명은 있다고 봐야 한다.

눈에 보이진 않지만 주변 어딘가에 있을 저격수들.

시야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충분한 거리를 두고 자신을 겨냥하고 있을 것이다.

여차할 경우.

저격수들이 방아쇠를 당기면 순간!

자신은 즉사다.

차은성은 그 점을 감안하여 신속하게 주변을 살피고 또 살폈다.

‘젠장!’

전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적어도 일급 요원이거나 프로급 베테랑 요원인 것 같은데?’

모습을 감춘 채 자신을 포위하고 있을 CIA 요원들.

만만한 이들이 아닌 것 같다.

‘도망칠까?’

차은성은 문득 도주를 생각했다. 하지만 이내.

픽.

웃고 말았다.

‘아서! 도망쳐 봐야 얼마 가지도 못할 거고. 도망치려고 움직이는 순간 저격수가 방아쇠를 당길 것이 뻔해.’

차은성은 도주를 포기했다.

자신이 뭘 어떻게 할 수 없는, 100% 불리한 상황이다.

달리 어쩔 도리가 없다.

궁지에 몰렸다!

차은성은 한숨을 길게 쉬었다.

“휴우우.”

그리고 가만히 퍼시피카에 기대선 월터 부국장을 바라보았다.

이제까지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화상통신으로 두어 번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나 때문에 월터 부국장이 나선 걸까?’

차은성이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차에 기대선 월터 부국장에게 천천히 걸어갔다.

한데.

차은성이 한 가지를 깜빡하고 놓친 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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