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NIS의 천재 스파이 (181)화 (181/208)

NIS의 천재 스파이 (181)

이어.

바이크를 바로 세우며 재빨리 오른쪽으로 반원을 그리며 빠졌다.

한편.

차은성이 던진 원판은 리무진의 차체 아래로 사라지더니.

이내.

리무진의 차체 아래에 착 붙었다.

철컥.

자석이 있는 걸까?

리무진 차체 아래에 붙은 원판은 떨어질 줄 몰랐다.

그새.

차은성이 탄 바이크는 2차선에 이어 3차선으로 빠지며 리무진으로부터 멀어졌다.

이어.

도로를 오가는 차량들 사이를 요리조리 지나가더니 도로 정지선에 이르자마자 우회전했다.

바아아아앙.

차은성이 탄 바이크는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졌다.

*    *    *

수십여 초 후.

정지신호에 도로를 주행하던 차량들이 하나둘 서기 시작했다.

끼, 끼익.

주행하던 순서대로 각 차량이 서며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렸다.

순간.

콰아아아앙!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리무진이 허공으로 수 미터 껑충 튀었다.

폭발의 충격파가 사방팔방으로 뻗고 차창이 부서진 유리 조각, 타이어, 문짝 등.

폭발로 인한 파편들이 무질서하게 마구 주변으로 튀었다.

정차한 차량들 중.

폭발한 리무진 가까이에 서 있던 몇몇 차량들이 파편에 의해 손상을 입었다.

쿠우우우웅.

화염에 휩싸인 리무진이 이내 도로 바닥에 떨어졌다.

불길에 휩싸인 리무진에서 엄청 빠르게 검은 연기들이 일어났다. 그리고 삽시간에 주변 도로를 뒤덮었다.

그러는 동안.

“꺄아악!”

“허억!”

“뭐, 뭐야?”

리무진이 서 있는 도로 양옆 인도를 지나가던 행인들이 놀라 비명을 질렀다.

그들은 인도 바닥에 주저앉거나 서 있던 몸을 최대한 낮추며 도로를 돌아보았다.

*    *    *

리무진 주변에 서 있는 차량들의 운전석 문이 열리고 운전하던 이들이 황급히 밖으로 나왔다.

다들 아연실색하며 얼굴 가득히 놀람이란 감정을 드러냈다.

그들 중 몇몇은 리무진에 탄 이들을 구하려는지.

조심조심.

불타는 리무진 가까이 다가가려 했다.

하지만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자욱한 검은 연기와 불길 때문에 여의치 않았다.

그들은 쉽사리 다가서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그들 중 몇몇 사람이 폰을 꺼냈다. 그들은 급히 911에 차량 폭발에 이은 화재를 신고하려 했다.

*    *    *

그리 오래지 않아.

애애애애앵.

저 멀리서 사이렌을 울리며 두 대의 경찰 순찰차가 나타났다. 인근에서 때마침 순찰 중이었던 듯 두 순찰차의 출동은 의외로 무척 빨랐다.

*    *    *

AM 11시 15분.

시카고 시청의 입구를 사람들이 분주하게 오갔다.

*    *    *

수백여 미터 떨어진 한 빌딩 옥상.

차은성은 전투용 고글을 쓰고 오른쪽 어깨에 육중한 원통형 로켓 발사기를 멨다.

그리고 시청 5층 오른쪽, 끝에서 세 번째 창문을 바라보았다.

고글에 뜬 십자 선.

차은성은 십자 선을 창문에 맞췄다.

그런 다음.

오른손으로 버튼을 눌러 발사기의 시스템을 활성화시켰다.

꾹.

그러자.

삐이이.

낮고 작은 전자음이 울렸다. 발사 시스템이 작동을 시작한다고 그렇게 무언으로 알렸다.

이내.

시스템에 연동된 레이저 거리 측정기가 작동하고, 차은성이 쓴 고글에 창문과의 정확한 거리 측정값이 나타났다.

그새.

레이저를 이용한 로켓 유도 시스템과 시커가 연동되었다.

삐이이이!

그 때문에 낮은 전자음이 다시 울렸다.

―발사 준비 완료!

발사기의 시스템이 이제 로켓을 발사해도 된다고 신호를 해 왔다.

차은성은 망설임 없이 발사 버튼을 꾹 눌렀다.

순간.

투화아악.

발사기의 앞쪽 덮개가 날아가고, 동시에 발사기의 뒤에서 후폭풍이 뿜어졌다.

슈화아아아앗.

하얀 연기와 함께 발사 섬광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차은성은 로켓이 발사되는 진동에 순간 몸을 움찔거렸다.

무거운 무게만큼이나 발사 진동이 컸다. 발사로 인한 후폭풍 역시 매우 거셌다.

*    *    *

발사기를 튀어 나간 로켓은 섬광처럼 허공을 일직선으로 가로지르더니 곧장 예의 창문으로 향했다.

찰나였다.

불과 수여 초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에 로켓이 창문을 뚫고 안으로 스며들듯이 시야에서 사라져다.

그리고…….

쿠와아아아앙!

폭발음과 함께 하얀 연기, 폭발 섬광, 파편들이 창문 밖으로 마구 뿜어져 나왔다.

*    *    *

차은성은 그 광경을 바라보며 발사기를 내려놓았다.

“끄응.”

그리고 나직이 중얼거렸다.

“다른 건 다 좋은데, 너무 무거워.”

눈살을 찌푸리며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서양인과 동양인의 신체 조건은 다르다.

영국인 체형에 맞춘 영국제 로켓 발사기는 동양인이 사용하기에는 부적절했다.

발사 시스템은 나무랄 데가 없는데.

보병 휴대형이라 이런저런 편의성이 좋아야 하는데.

너무 무거운 것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차은성은 활활 불타는 시카고 시장 집무실을 바라보며 상의에서 담뱃갑과 라이터를 꺼냈다.

그동안 억제해 왔던 흡연 욕구를 얼마 전부터 마음껏 풀기 시작했다.

입맛에 맞는 한국 담배를 구할 수 있으면 좋은데, 그것이 여의치 않다. 혹여 구매하는 담배가 단서가 되어 FBI나 CIA가 따라붙지 않을까?

차은성은 꽤 신경 쓰였다.

후우우.

담배 연기를 뿜으며 차은성이 시장 집무실을 바라보았다.

“동요깨나 하겠지. 후후후.”

만족스러운 웃음을 흘렸다.

활활 불타는 시장 집무실에 있었던 이들은 미처 고통을 느낄 겨를도 없이 죽었을 것이다.

세상 모든 조직은 크게 셋으로 나뉜다.

조직의 모든 의사 결정이 이루어지는 상층부.

상부에서 결정된 사항을 실현시키는 한편, 하부 조직원을 통제 및 제어하는 중간층.

조직의 손발이 되어 움직이는 조직의 조직원들로 구성된 하층부.

차은성은 중간 수뇌부를 죽임으로써 AOA를 위아래로 마구 흔들 심산이었다.

허리 역할을 하는 중간 수뇌부가 타격을 받으면 상층부의 결정 사항이 하부 조직에 전달되기 어렵다.

군으로 치면.

소대장이 상층부이고, 상사나 중사들이 중간 수뇌이며 일반 병사가 하부 조직원이라고 할 수 있다.

소대장이 아무리 명령을 내려도 부사관들이 그 명령을 일반 병사들에게 전하지 못하면 일반 병사들은 상층부의 명령 없이 독단적으로 움직이게 된다.

그럼 조직이 위아래로 극심하게 흔들리며 동요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

한편.

시카고 시청은 난리였다.

돌연 시장 집무실이 폭발하며 창밖으로 마구 파편들이 뿜어져 나가고, 비 오듯이 아래로 파편들이 후두둑 떨어졌다.

시청을 드나드는 이들이나 시청 직원들.

그들 모두 어떻게 된 일인지 영문을 몰라 허둥지둥했다. 상상도 하지 못한 일에 그들은 엄청 혼란스러워했다.

*    *    *

PM 1시 25분.

미시간호 좌측에 위치한 시카고 밀레니엄 공원.

공원이라면 어디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광경을 밀레니엄 공원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공원을 찾은 이들 모두 여유롭게, 알차게 각자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벤치에 앉은 노신사.

정갈하고 깔끔한 차림이었다. 귀에는 이어폰을 끼었고 손에는 종류 미상의 책을 들고 있다.

따뜻한 햇볕을 쬐며 음악을 듣는 한편, 느긋하게 책을 읽는 노신사의 모습은 무척이나 평화로웠다.

애완견을 데리고 노신사가 앉은 벤치를 지나가는 이가 있는가 하면.

노신사를 없는 사람으로 여기듯.

조깅하는 이가 벤치에 앉은 노신사를 이내 스쳐 지나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신사는 무심했다. 그저 음악을 듣고 책을 읽을 뿐. 지나치는 이들을 바라보지 않았다.

주위와 완전 동떨어져, 자신만의 시간에 흠뻑 빠진 모습이었다.

*    *    *

망원 조준경에 비친 노신사의 머리에 십자 선을 맞추는 차은성.

바닥에 배를 깔고 엎드려 두 다리를 벌렸다. 그리고 왼손으로 L42A1 저격 소총의 총신을 받치며 오른손 검지를 살며시 방아쇠에 걸었다.

구형이긴 하지만 포클랜드 전쟁과 걸프전을 통해 실전성이 충분히 증명된 L42A1 저격 소총.

“후, 후우.”

차은성은 두어 번 심호흡한 후 호흡을 멈췄다. 모든 신경과 감각을 표적인 노신사에게 모았다.

그리고…….

한순간.

틱.

방아쇠를 당기자 7.62mm 탄이 정면 허공으로 쏘아지는 진동이 차은성의 오른쪽 어깨를 때렸다. 그 때문에 엎드린 차은성의 몸이 일순 움찔했다.

7.62mm 탄이 육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속도로 허공을 가로질렀다.

소음기를 장착한 까닭에 총성은 거의 울리지 않았다.

7.62mm 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앉은 노신사에게 이르렀다.

그리고 거침없이.

퍽!

노신사의 머리에 박혔다. 그 순간의 충격에 노신사의 머리가 덜컥이는가 싶더니 뒤젖혀졌다.

얼핏 보면.

벤치에 앉아 맑은 하늘을 올려다보는 모습에 다름 아니다.

고통을 느낄 겨를도 없이 단숨에 절명한 노신사.

*    *    *

저격이 성공하였음을 인지한 차은성이 엎드린 자세로 급히 L42A1 저격 소총을 분해하기 시작했다.

FBI, CIA의 수사에 혼선을 줄 목적으로 저격 소총을 비롯하여 사용하는 모든 총기를 바꿨다.

“로켓 발사기는 별로였는데, L42A1 저격 소총은 그런대로 좋군.”

차은성이 중얼거리며 영국제 L42A1 저격 소총에 만족감을 내비쳤다.

L42A1 저격 소총은 최신 저격 소총에 비하면 사정거리가 짧다는 단점이 있다.

그런 한편으로.

L42A1 저격 소총에서 아날로그 감성이 진하게 풍겼다.

무엇보다도 L42A1 저격 소총은 높은 신뢰성을 갖고 있다. 전장에서 그 성능이 충분히 검증된 저격 소총이다.

90년대 이후 영국군은 제식 소총 리스트에서 L42A1 저격 소총을 퇴출시켰다. 하여 현재 영국군은 L42A1 저격 소총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런 이유로 L42A1 저격 소총은 구하기가 상당히 까다롭고 어렵다.

차은성은 재빨리 분해를 마친 후 케이스에 L42A1 저격 소총 부품들을 하나씩 집어넣었다.

그런 다음.

서둘러 일어나 밀레니엄 공원을 벗어났다.

*    *    *

PM 4시.

시카고 일리노이 대학 캠퍼스.

이른 오후였지만 캠퍼스에는 비교적 학생들이 많았다.

캠퍼스를 오가는 이들 중에는 학생도 있었지만 교수도 있었다.

둥근 금속 테 안경을 쓰고 왼쪽에 두툼한 서적을 낀 장년의 대학교수.

에드윈 엘링.

저명한 물리학자인 그는 도서관을 향해 걸어가며 마주치는 학생들의 인사를 일일이 받아 주었다.

한눈에 보아도 그가 존경받는 학자임을 알 수 있는 광경이었다.

수여 초 후.

학생들의 인사 때문에 잠깐 걸음을 멈추고 선 에드윈 교수가 돌연 오른쪽으로 풀썩 쓰러지고 말았다.

털퍼덕.

바닥에 가로누운 그의 모습에 인사하던 두 학생은 대경실색하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얼굴 가득 경악이란 감정을 담아내며 믿을 수 없다는 강한 부정을 온몸으로 내보였다.

이내.

“으아아아아악!”

“교, 교수님!”

두 학생이 캠퍼스가 떠나가라 비명을 지르며 에드윈 교수를 소리쳐 불렀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이들이 걸음을 멈추더니 두 학생과 쓰러진 에드윈 교수를 돌아보았다.

이내.

그들이 부리나케 쓰러진 에드윈 교수에게 뛰어갔다.

*    *    *

멀찍이 떨어진 일리노이 대학 모 강의동 옥상.

차은성이 L42A1 저격 소총을 오른쪽 어깨에 걸치며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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