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NIS의 천재 스파이 (180)화 (180/208)

NIS의 천재 스파이 (180)

시카고

“흐, 흠.”

시빌라가 손을 들어 입을 가리며 잠깐 헛기침하더니 손을 내리며 하비에, 런드월, 수잔, 휴고를 한 명씩 바라보았다.

“차은성이 이제까지 사용한 총기는 M24 저격 소총, HK416, 글록이었어요.”

말하는 시빌라의 눈이 반짝였다.

“……세인트루이스에서 서남쪽으로…… 마크트웨인 주립공원이 있는데…… 해당 공원 인근 식당에서 글록에 사살당한…….”

시빌라가 랄프의 죽음을 말했다.

FBI 일급 요원답게, 차은성이 소지한 총기를 염두에 두었다.

“해당 탄환이…… 산토스에게서 나온 탄환과 동일 종류이고. 탄흔 검사 결과, 동일한 글록에서 사용되었다는 CSI 팀의 보고가…… 그리고 마크트웨인 주립공원에서 전 CIA 부국장인 JK. 시먼스의 시체와 그를 경호하던 용병들의 시체가 다수 발견…….”

“뭐?”

하비에가 시빌라를 바라보며 큰 목소리로 물었다.

놀란 얼굴이었다.

그 때문에 시빌라의 말이 중간에서 끊겼다.

시빌라가 눈살을 찌푸리며 선배이자 팀장인 하비에를 바라보았다.

“팀장님.”

“아, 미안. 내가 과민했어.”

하비에가 가슴 높이로 오른손을 들었다가 내렸다.

그러자 시빌라가 런드월, 수잔, 휴고를 돌아보았다.

“문제는 마크트웨인 주립공원을 기점으로…… 남부, 동부, 북부로 갈라지는 교통의 요충지라…… 용의자가 어느 방향으로 갔는지, 현재로서는 가늠이 되지 않는다는 거예요.”

하비에가 고개를 조금 숙이며 생각하더니 휴고를 바라보았다.

“자네 생각은?”

휴고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하비에의 물음에 시빌라, 런드월, 수잔이 그를 쳐다보았다. 그 때문에 휴고는 은근슬쩍 부담스럽다는 속내를 내비쳤다.

이어.

하비에를 바라보았다.

“지금으로서는 기다릴 수밖에 없습니다.”

딱 잘라 말하는 휴고였다.

“기다린다고?”

하비에가 반문하자.

“네!”

휴고가 확고부동한 목소리로 대답하며 런드월, 수잔, 시빌라를 훑어보았다.

“시빌라 요원의 말대로…… 세인트루이스를 기점으로 이동 방향이 너무 많아…… 어느 방면으로 갔는지 알기 매우 어렵습니다.”

“…….”

“아무리 전직이라고 해도 정보 요원이었습니다.”

“…….”

“본능적으로 자신을 위장하고,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습관이나 버릇처럼 몸에 철저히 배어 있을 게 뻔합니다.”

꽤 날카로운 분석이었다.

하비에, 시빌라는 휴고를 보며 그의 말을 경청했다.

반면.

런드월, 수잔은 무반응이었다.

감정을 일절 내색하지 않고 무표정한 얼굴로 휴고의 말을 묵묵히 듣기만 했다.

그러는 동안.

휴고의 말이 이어졌다.

“그런 용의자의 행방을 파악하긴 매우 어렵습니다. 만에 하나라도 파악한다면, 그건 용의자가 의도적으로 자신을 노출하여 우리를 유인하려는 의도에서…….”

하비에는 가만히 말하는 휴고를 보았다.

만족스럽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휴고는 마음에 든다.

방금 전에 자신이 한 말을 염두에 둔 것 같다. 그것은 자신의 말을 허투루 듣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비에는 은근 휴고가 자신을 존중하는 것 같아 마음 한구석으로 작은 호감을 느꼈다.

왜 정보분석관으로 휴고를 팀의 멤버로 받아들이라고 상부에서 종용했는지 그 이유를 알 것도 같다.

하비에는 슬쩍 런드월과 수잔을 흘겨보았다.

이제까지 단 한마디도 하지 않고 침묵하며 듣기만 했다. 둘 다 CIA 소속이다. 그 점이 은연중에 신경에 거슬리는 하비에였다.

*    *    *

수여 분 후.

그동안 하비에, 휴고, 시빌라가 차은성을 화제로 이런저런 말을 주고받았다.

각자의 의견을 개진하며 차은성을 잡기 위한 업무 방향을 잡았다.

그사이에도 런드월과 수잔은 계속 침묵했다.

“…….”

내심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런드월, 수잔은 하비에, 휴고, 시빌라의 말을 듣고만 있었다.

그러던 중.

시빌라가 차은성이 소지 및 사용한 총기를 언급했다.

“글록, M24 저격 소총, HK416 소총 등.”

“…….”

“정상적이고 합법적인 경로로는 확보할 수 없는 총기들이에요.”

“…….”

“개인이 해당 총기들을 소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너무 어려워요.”

시빌라가 의문을 내비쳤다.

“결국!”

“…….”

“불법적인 경로로 입수했다고 봐야 하는데…….”

시빌라는 유능했다.

다른 이들의 생각이 미처 미치지 못한 것, 차은성이 사용 및 소지한 총기에 주목했다.

시빌라는 단서라고 할 수 있는 의문점을 하나둘 멈추지 않고 계속 말했다.

“차은성이 사용, 소지한 총기들은 일반 무기 밀매업자가 취급하긴 매우 어려워요.”

“…….”

“대개의 경우.”

“…….”

“자동 권총이나 AK47 소총 정도를 취급하는 무기 밀매업자가 M24와 같은 전문 저격 소총을 취급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어요.”

시빌라가 하비에를 바라보았다.

“차은성이 소지 및 사용한 총기들은 하나같이 군 특수부대에서나 사용 및 소지할 법한 총기라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

하비에는 침묵하며 유심히 말하는 시빌라를 보았다.

시빌라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어느 정도 규모가 있고 조직 체계를 갖춘 무기 밀매업자만이 해당 총기들을 유통할 수 있을 거예요.”

“…….”

“쉽게 말해 무기 밀매업자들 중에서 거물급에 해당하는 자들이나 조직만이 해당 총기를 취급한다는 말이죠.”

“…….”

“그런 자나 조직은 아무나 마구잡이로 만나 거래를 하지 않아요. 중간에 확실한 보증을 설 수 있는 믿을 수 있는 중개자를 반드시 세워요.”

시빌라의 눈이 반짝였다.

“그런 만큼 거레 금액이 매우 고가예요. 그리고 일개인보다는 조직 대 조직의 거래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죠.”

“…….”

“암흑가에서 한다하는 거물들이 서로 거래하는 경우를 생각해 봐야 해요.”

시빌라가 말끝에 힘주었다.

하비에가 천천히 오른손을 들었다.

턱을 슬슬 문지르며 생각하는 한편, 나직이 중얼거렸다.

“용의자인 차은성이 모 조직의 조력을 받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하비에는 시빌라의 말에 담긴 이면을 읽었다.

그의 말에 기다렸다는 듯 시빌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팀장님. 용의자 관련 서류나 자료를 보면…….”

“…….”

“용의자는 LA나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한 적이 없어요.”

“…….”

“타국으로 가기 위해 LA를 환승지로 택한 적은 몇 번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LA에 관해서는 아는 바가 거의 없을 거예요.”

시빌라의 말을 휴고가 재빨리 받으며 거침없이 시빌라의 말에 동의한다는 속내를 밝혔다.

“맞습니다!”

하비에가 손을 내리며 휴고를 보았다.

“먹고 자야 합니다!”

확신에 찬 휴고의 강한 목소리에 하비에의 눈이 반짝였다.

틀린 말이 아니다.

차은성이 LA에 머물렀다면 어딘가에서 지냈을 것이다.

거처!

휴고가 그 점을 언급했다.

“자는 거야 어찌어찌 차 안에서 해결한다고 하죠. 하지만 먹는 것은 자는 것과는 엄연히 다릅니다.”

“…….”

“음식점이나 레스토랑을 방문해야 합니다. 물론 길거리 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

“FBI가 미 서부 전역에 테러 주의보를 발령하며 중요 용의자로 차은성을 수배했습니다. 그렇다면 차은성이 음식 때문에 접촉하는 이들 중 누군가는 차은성을 알아보았을 겁니다.”

휴고가 예사롭지 않은 눈빛을 띠었다.

“하지만 차은성과 관련하여 신고가 단 한 건도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하비에가 휴고에게 묻자 휴고는 거침없이 대답했다.

“직접 식재료를 사서 요리해 먹는다고 봐야 합니다. 하지만…….”

휴고가 말을 흐렸다.

식재료를 구매할 경우. 대형 마트나 일반 마트를 방문해야 한다. 그렇다면 틀림없이 마트의 보안 카메라나 절도 방지 목적의 CCTV 카메라에 차은성이 잡혔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경찰이나 FBI가 아는 것은 시간문제다. 하지만 차은성은 그 어느 카메라에도 잡히지 않았다.

휴고는 그것을 언급하며 누군가가 차은성을 돕고 있을 가능성을 피력했다.

“식재료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부득불 자신을 노출할 수밖에 없습니다.”

“…….”

“그리고 요리를 할 경우. 키친 시설이 있어야 합니다.”

“…….”

“또 LA 지리에 매우 어둡습니다.”

“…….”

“그런 점들을 감안하면!”

휴고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누군가의 조력을 받고 있을 겁니다.”

휴고의 말이 끝나자마자 시빌라가 말하고 나섰다.

“총기, 음식, 주거, 표적에 관한 일체의 정보 등.”

“…….”

“개인이나 조직의 지원을 용의자가 받고 있는 것은 정황상 명백해요.”

자신감에 찬 시빌라의 말에.

“흠.”

하비에의 입술 사이에서 나지막한 침음이 흘러나왔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시빌라와 휴고가 언급했다. 그 때문에 하비에는 내심 꽤 들떴다.

고무적이다.

반면.

런드월과 수잔은 계속 침묵하고 있었다.

“…….”

그들은 하비에, 시빌라, 휴고의 대화를 여전히 듣고만 있었다.

팀에 합류한 목적이 차은성을 체포 또는 사살하는 것이 아니라, 팀의 정보를 CIA로 빼돌리려는 것이 아닐까?

무척 의심스럽다.

*    *    *

다음 날 AM 9시.

시카고 남부를 거쳐 도심으로 이어지는 50번 도로.

출근 시간이 꽤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도로는 각종 차량으로 붐볐다. 그런 차들 사이로 한 대의 바이크가 질주 중이었다.

바아아아앙.

2020연식 BMW R 시리즈 중 하나인 바이크.

날렵한 디자인을 살리는 듯이.

순식간에 도로를 주행 중인 차량들 사이를 요리조리 잘도 스쳐 지나갔다.

그 속도가 매우 빨랐다.

바이트를 탄 차은성은 머리에 헬멧을 쓴 탓에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공기 저항을 염두에 둔 듯 입은 옷이 라이더용 가죽 재킷이었다.

바이크를 탄 차은성의 조종 실력이 출중했다. 바이크와 함께 좌우를 번갈아 가며 몸을 젖혀 급격하게 방향을 전환했다.

바아아앙.

질주하는 속도를 높이는 차은성이었다.

그리 오래지 않아.

저만치 앞에서 도로를 지나가는 한 리무진이 차은성의 눈에 들어왔다.

차은성은 리무진의 번호판을 보았다. 이내 목표 차량임을 인지했다.

바아아아앙.

차은성은 바이크의 액셀을 당겨 속도를 더 높였다.

그러자 앞으로 쏘아지듯이.

바이크가 빠르게 튀어 나갔다. 속도와 비례하여 리무진과의 거리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리무진에 가까이 다가서며 차은성은 리무진의 오른쪽 뒤로 바짝 다가갔다.

그사이.

앞에서 도로를 주행하던 차량들로 인해 리무진의 속도가 서서히 떨어지고 있었다.

차은성은 바이크를 오른쪽으로 젖히며 손을 왼쪽으로 뻗었다.

바이크 왼쪽에 달려 있던 둥근 원판.

얼핏 보기에 대전차지뢰가 생각나는 모양새였다. 차은성이 둥근 원판을 쥐더니 바이크에서 떼어 냈다.

휘이익.

리무진 차체 밑으로 차은성이 주저 없이 원판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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