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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S의 천재 스파이 (147)화 (147/208)

NIS의 천재 스파이 (147)

국회에서는 이제 곧 여당이 될 야당이 현 여당을 매국노 집단으로 몰아붙일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 대한민국 정가에 핵폭탄이 터진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이 전개될 것이다.

임범철 국장의 기자회견으로 박희오 원장은 망연자실했다.

“겨, 경찰이 우, 우리 뒤통수를…….”

박희오 원장은 심하게 말을 더듬었다. 목소리가 여간 떨리는 것이 아니다.

두 SOG 요원의 신병을 인계한 경찰이 국정원을 안심시켜 놓고는 뒤통수를 아주 확실하게 갈겨 버렸다.

임범철 국장의 기자회견으로 경찰의 주가가 급상승할 것이고.

비례하여 국정원의 위상은 급전직하하여 땅속 깊이 파고들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

무능의 대명사가 되고 말 것이다.

국정원 내부에서 동료들이 그렇게 두 번이나 죽어 나갔음에도 불구하고 CIA에게 변변한 보복조차 하지 않았다고 생각.

소속원들이 박희오 원장, 윤희상 1차장을 맹비난하며 상층부에 반기나 항명에 가까운 분위기가 형성될지도 모른다.

한마디로 말해.

국정원이란 조직 체계가 한순간에 와르르 무너질 수도 있는 내부 분열 양상을 띨 가능성이 크다.

윤희상 1차장은 상상도 하지 못한 기자회견에 엄청난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

멍했다.

넋 나간 사람처럼.

망연자실한 얼굴로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엄청 크게 벌렸다.

눈앞이 컴컴한 것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자신이 지금 악몽을 꾸고 있다는, 다분히 현실도피성 생각을 하는 윤희상 1차장이었다.

지금 보고 있는 기자회견이 믿기지 않았다.

―난 지금 악몽을 꾸고 있는 거야. 이건 현실이 아니야.

윤희상 1차장은 마음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    *    *

채 1시간이 지나지 않아 온 대한민국이 들끓어 올랐다.

반미 감정이 통제 불가능할 정도로 크게 일기 시작했다.

그동안 정부와 국정원은 뭘 하고 있었냐는 국민들의 성토와 여론의 질타가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청와대는 이렇다 할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다.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엄청난 혼란에 우왕좌왕하고 있음을 모를 수 없다.

*    *    *

2시간 후.

이시목 당선인이 창문이 열린 서재 창가에 서서 한창 무엇인가를 고심 중이었다.

임범철 국장이 다녀가고. 보좌진들이 기자회견 관련 리포트들을 긴급 작성. 관련 사항들을 역시 긴급 보고했다.

“차은성…….”

이시목 당선인은 전날 만나 보았던 차은성을 생각했다.

“핵폭탄이군. 핵폭탄이야.”

이시목 당선인이 나직이 중얼거렸다.

“흠.”

침음을 흘리며 머릿속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확실히 나쁘지는 않아. 미국과 협상에 나서서 최대한 많은 대가를 끌어내어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낸다면 새 정부 출범에 국민들의 지지가 높아지겠지.’

이시목의 눈이 반짝였다. 엄청난 지지율 상승이 있을 것이다. 그 점을 감안하면 욕심이 난다.

“하지만 반미 감정과 국민 여론을 진정시키는 것이 관건인데. 음…….”

이시목의 안색이 흐려졌다.

무엇보다도 미국의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이 있어야 한다.

미국 대통령의 특별 담화 정도는 있어야 반미 감정을 어느 정도 잡을 수 있다.

당선인 이시목의 판단은 그와 같았다.

“그리고 희생된 이들을 국가의 영웅으로 만드는 연출 작업이 병행되어야겠지.”

당선인 이시목은 중얼거리며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유리한 방향으로 현 상황을 반전시키려 했다.

그는 천생 정치인이었다.

“국민과 여론을 다른 방향으로 돌리기 위해서라도…… 제물이 필요한데. 음!”

이시목은 희생양을 생각했다.

국민과 여론의 분노와 질타를 모두 받아 낼, 속칭 욕받이!

누군가는 책임을 짊어져야 한다.

“임범철 국장의 말대로 사내 정치질을 한 1차장과 국정원 내부에 있는 이중 스파이!”

이시목 당선인의 눈이 반짝였다.

“그 둘로 국민의 분노와 여론의 질타를 과연 무마할 수 있을까?”

이시목 당선인이 중얼거리며 긴가민가하는 눈빛을 띠었다.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다. 시간이 지나봐야 알 수 있다.

“잘 먹혀든다면 좋겠지만. 만약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분노와 여론의 질타가 누그러지지 않는다면!”

이시목 당선인의 두 눈동자에서 긴장의 빛이 어른거리기 시작했다.

“위험부담이 크지만. 미국과 대립각을 어느 정도는 세울 수밖에.”

이시목 당선인은 중얼거리며 주한 미국 대사의 추방 또는 한국 내에서 활동하는 CIA 요원의 인원수. 그리고 CIA의 규모를 줄이는 일련의 조치를 생각했다.

어느 정도는 국민과 여론을 납득. 진정시켜야 한다.

만약 국민들의 분노와 여론의 질타를 잘못 다룰 경우.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 버리면.

모든 비난이 당선인 이시목에게 쏠릴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새 정부가 출범함과 동시에 이시목은 전 국민의 적이 되어 버린다.

국민을 적으로 돌린 대통령이 과연 언제까지 청와대 집무실 의자에 앉아 있을 수 있을까?

대통령으로서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다.

그럼 그것으로 사실상 새 정권은 끝이다. 출범과 함께 사망이다.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

“으음.”

이시목 당선인이 침음을 흘렸다. 고뇌하는 표정을 지으며 은근 두려움의 눈빛을 띠었다.

“딱 무섭도록 빠르게 내달리는 호랑이 등에 올라탄 형국이로군.”

이시목 당선인이 중얼거리며 눈살을 찌푸렸다.

계속 등에 올라타 있지 않고 등에서 내릴 경우. 100% 호랑이 밥이 된다.

“이럴 수도 없고 저럴 수도 없는 외통수라…….”

이시목 당선인은 어이가 없었다.

“허!”

다시금 차은성을 생각했다.

“나와 대한민국을 아주 가지고 놀고 있어.”

이만저만 불쾌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 차은성을 어떻게 하긴 어렵다.

어디까지나 피해자다.

그리고 자칫 차은성이 언론이나 국민들에게 노출된다면 현 상황이 더 악화될 수도 있다. 상황 호전을 바랄 수는 없다.

“이거 참.”

이시목 당선인은 난감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래저래 곤란하다.

정치인으로서 절대 맞닥뜨리고 싶지 않은 상황 전개다.

미국은 미국대로 배려해 줘야 하고, 국민과 여론도 나름 배려해야 한다.

막말로.

두 고래 사이에 낀 새우처럼, 양측을 모두 만족시켜야 한다.

어느 한쪽이 불만을 가지고 상황을 악화시켜 버린다면.

“깽판인데.”

이시목 당선인이 중얼거리며 얼굴을 찡그렸다.

정치인으로서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이다. 아닌 말로 자신의 정치생명이 끝날 수도 있다.

아니.

전 국민의 지탄의 대상이 되어 탄핵받을 수도 있다.

대통령이 되자마자 탄핵을 받는다!

싫다!

이시목 당선인은 내심 강한 거부감을 느꼈다. 역대 최단기 대통령이 되고 싶진 않다.

“어떻게 해야 할까?”

이시목 당선인은 중얼거리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어두컴컴한 한밤중이다.

“어떻게 한다?”

이시목 당선인은 고민했다. 받을 수도, 뿌리칠 수도 없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절로 그런 생각이 든다.

“음…….”

이시목 당선인은 침음을 흘리며 매우 진한 고심의 눈빛을 띠었다.

“선택하긴 해야 하는데. 너무 위험부담이 크다는 것이…… 흐음.”

당선인 이시목은 갈피를 잡지 못하는 혼란스러운 눈빛을 띠었다.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    *    *

며칠 후.

변종수는 테이블에 있는 양도 서류와 맞은편에 앉은 차은성을 번갈아 보았다.

“은, 은성아…….”

더듬거렸다.

차은성은 침착하게 말했다.

“이제 라센느의 주인은 형이야. 앞으로 잘 운영해 봐.”

“은성아!”

변종수가 소리쳐 차은성을 불렀다.

너무 갑작스럽다.

차은성은 미소 지었다.

“내가 말했잖아. 때가 되면 형이 라센느를 책임져야 한다고.”

“그래도 이건 아니지. 너무 갑작스럽게 나더러 라센느를 맡으라는 건…….”

“자신 없어?”

차은성의 물음에 변종수가 재빨리 말했다.

“자신이야 있지만. 별안간 맡기니깐 당황해서 그러지.”

“형은 잘해 낼 거야.”

“은성아. 혹시 너,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니지?”

변종수가 무엇인가를 느낀 모양이다.

차은성은 얼굴 표정의 변화가 없었다. 담담하게 미소 지으며 변종수를 바라보았다.

오래전에 약속했던 일이다. 라센느에 애착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젠 변종수에게 맡겨야 할 때다.

그렇게 차은성은 신변 정리에 들어갔다.

*    *    *

이튿날.

삐이이이.

초인종을 누르자 일하는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누구세요?”

“아, 네에. 저 차은성입니다. 어머니를 만나러 왔습니다.”

“잠시만요.”

아주머니의 말에 이어 금속성이 울렸다.

철컥.

문이 열리자 그는 곧바로 집 안으로 들어갔다.

*    *    *

수십여 초 후.

거실에 있는 소파에 차은성과 모친 조혜선이 마주 앉아 있었다.

두 사람 사이에 있는 테이블에는 각자의 찻잔이 놓여 있었다.

차은성은 차를 마시며 두런두런 말했다.

부친 차명인.

모 무역 회사 직원이 아니었다. 지사에 파견 근무 나갔다가 우연히 총기로 무장한 강도들에게 당한 것이 아니다.

“아버지는 국정원 요원이셨습니다. 어머니.”

아들 차은성의 말에 조혜선은 아연실색했다.

“흐윽!”

엄청 놀란 표정을 지으며 눈을 휘둥그레 떴다.

창황망조해도 이만저만 창황망조한 것이 아니다.

넋을 놓았다!

그렇게 말해도 될 정도로 엄청 놀랐다.

경악실색, 대경실색과 같은 말이 절로 생각나는 모습이었다.

“어머니.”

차은성이 모친 조혜선을 가만히 부르며 망설였다.

“죄송합니다.”

“으, 은성아…….”

차은성이 힘없이 고개를 숙였다.

“저 역시 국정원에 몸담았습니다.”

“은성아!”

조혜선이 기겁하듯이 놀라며 아들 차은성을 힘주어 불렀다.

차은성은 고개를 숙인 채 말을 이었다.

“박영광 삼촌.”

“…….”

“아버지의 국정원 동기셨습니다.”

“서, 설마!”

조혜선이 양손을 들어 두 눈 아래의 얼굴을 가렸다.

“네. 삼촌이 정신병원에 있는 절 꺼내 미국으로 치료차 보냈다는 건 거짓말입니다. 저는 몇 년 동안 국정원 요원 교육 프로그램에…….”

조혜선이 덜덜 몸을 떨기 시작했다.

박영광을 믿었다!

이전부터 남편 차명인의 친구로 자주 집을 찾아와 남편과 술을 같이 마시곤 했다.

남편 사후 박영광이 장례도 적극적으로 도와주었다. 게다가 다중 성격 장애라는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아들 차은성을 미국으로 보내 치료받게 했다.

아들 차은성의 다중 성격 장애라는 정신 질환이 완치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런 이유로 박영광은 은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차은성이 천천히 계속 말했다.

“전 이제 국외로 나가야 합니다. 당분간 국내로 들어올 수 없습니다. 그래서 어머니께 마지막으로 인사를 드리려고 온 겁니다. 그리고 제가 아는 모든 것을…….”

“…….”

“어쩌면 이게 마지막 인사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으, 은성아.”

조혜선이 심하게 더듬거리며 차은성을 불렀다.

차은성은 차마 어머니 조혜선을 마주 볼 수 없어서 계속 고개를 숙이고 천천히 말을 이어 나갔다.

“제게 죄책감 같은 건 가지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전, 어머니가 어머니의 인생을 사셨으면 합니다.”

조혜선은 격동에 차 어쩔 줄을 몰랐다. 그녀는 감당할 수 없는 충격에 엄청 혼란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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