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S의 천재 스파이 (137)
차은성은 좌우에 앉은 두 요원을 번갈아 보았다.
“차 문 쪽으로 좀 붙어. 가뜩이나 비좁은데, 니들 때문에 숨이 막히겠어.”
두 요원은 아무 말 하지 않았다.
“…….”
망부석처럼 일절 움직이지 않았다.
차은성이 뭐라고 말하든 두 요원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차은성은 재차 두 요원을 번갈아 보았다.
“야아아! 니들 몇 기야!”
“…….”
“난 가연이와 입사 동기야. 당장 차 문 쪽으로 바짝 안 붙어 앉아!”
차은성이 고함쳤다.
그러자 두 요원은 차은성의 말에 흠칫흠칫했다.
NIS 기수.
요원들 위아래 서열을 정하는 데 있어 결정적인 기준이 된다.
차은성의 고함에 조수석에 앉은 정가연이 뒤돌아보았다.
“조용히 좀 가자. 응!”
아직 화가 풀리지 않았는지 정가연의 목소리가 은근 살벌하다. 여차하며 차은성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릴 것 같은 정가연이다.
차은성이 정가연을 바라보았다.
“가연아, 니 부하들 원래 이래? 선배 알기를 무슨 개똥쯤으로 생각하는데. 애들 교육 좀 잘 시켜. 응!”
“우리 애들 교육은 내가 아주 잘 시키고 있어. 그리고 우리 애들 교육 걱정하기 전에 너나 잘해. 알겠어? 지금 나, 네 머리에 바람구멍을 내 주고 싶은 충동을 아주 힘겹게 참고 있는 중이니까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말하는 정가연의 눈빛이 이만저만 서늘한 것이 아니다. 진짜 머리에 바람구멍을 내려는지 장난 아니게 냉랭하다.
차은성은 그런 정가연의 말과 눈빛에 기죽지도 주눅이 들지도 않았다.
고개를 조금 숙여 정가연의 가슴을 보더니.
“가연아, 예전보다 젖가슴이 크게 부풀었다. 응? 너 혹시 가슴에 뽕 넣었니?”
라고 말하며 정가연을 자극했다.
“으아아아아!”
정가연이 참지 못하고 앉은 조수석에서 일어나 뒷좌석으로 몸을 날리려 했다.
그러자 운전하던 요원이 놀라 급히 정가연을 불렀다.
“계, 계장님. 사고 납니다! 사고 나요.”
요원의 다급한 말에 정가연이 멈칫거리며 이를 악물었다.
빠드득.
잇몸을 훤히 드러내며 당장이라도 죽일 듯이 차은성을 노려보았다.
차은성 그런 정가연의 시선을 피하며 몸을 좌우로 뒤적였다.
“얌마. 비좁다고.”
소리치며 좌우에 앉은 두 요원을 자신의 몸으로 마구 밀었다.
두 요원이 얼굴을 찌푸리며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문 쪽으로 앉은 위치를 조금 옮기려 했다.
그 순간.
돌연.
휘, 휘익.
차은성이 앞쪽으로 상체를 내미는가 싶더니.
일순간.
벼락이 치듯 빠르게 양손 팔꿈치로 좌우에 앉은 요원들의 얼굴을 가격했다.
콰, 쾅.
그러자 두 요원은 미처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가격당한 충격과 고통에 머리를 숙이고 말았다.
차은성은 양손을 좌우로 뻗어 두 요원의 목덜미를 잡더니 손가락 끝으로 뇌에 산소를 공급하는 동맥을 강하게 압박했다.
꽈, 꽈아악.
그러자 두 요원이 몸을 가늘게 떨더니.
바, 바르르.
삽시간에 의식을 잃고 힘없이 앉은 뒷좌석에 너부러졌다.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일에 정가연이 엄청 당황하며 눈을 휘둥그레 떴다.
설마!
차은성이 두 부하 요원을 공격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차은성은 정가연을 보며 히죽 웃었다.
“선배 알기를 개똥으로 아는 놈들은 적당히 훈계해야지.”
일부러 정가연을 이용해 두 요원을 방심하게 만들었다. 아울러 자신이 팔을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너, 너어…….”
“도망 안 가. 그러니까 안심해.”
차은성이 정가연에게 말하며 운전석에 앉은 요원을 바라보았다.
“야아!”
“예, 예에.”
요원이 어쩔 줄 모르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설마 두 동료가 차은성에게 저항 한 번 해 보지 못하고 당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운전대를 잡고 있는 터라, 혹 차 내 싸움으로 사고가 나지는 않을까?
요원은 내심 무척 불안했다.
차은성이 그런 요원에게 물었다.
“몇 기야?”
“아, 네에. 그게…….”
요원이 조수석에 앉은 정가연을 곁눈질하며 대답했다.
차은성은 히죽 웃었다.
“아유. 햇병아리네.”
이어.
차은성이 정가연을 돌아보았다.
“가연아. 우리 입사할 때 생각 안 나니?”
“입 다물어, 차은성.”
정가연이 도저히 더는 참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지 차은성을 향해 돌아서며 오른손을 치마로 뻗었다.
거리낌 없이 치맛자락을 당기자, 다리에 차고 있는 콤팩트한 소형 자동 권총이 나타났다.
―여차하면 총기 사용한다!
그렇게 정가연이 무언으로 차은성을 협박했다.
차은성은 개의치 않았다.
“가연아. 입사 동기끼리 뭘 그렇게 살벌하게 그래?”
“입 다물고 가만히 앉아 있어!”
정가연이 소리치자.
“알았어. 알았다고. 내가 뭘 어쨌다고, 얘는.”
“이 죽일 놈아. 이젠 우리 감찰실 애들까지 손을 대!”
“에이. 선배 몰라보는 후배를 가르친 거 가지고 너무 오버한다.”
“야아아! 차은성!”
“어허이! 정가연. 흥분하지 마. 릴랙스. 응? 릴랙스.”
“내가 널 그냥 두면 사람이 아니야!”
정가연이 차은성을 죽일 듯 노려보았다.
차은성은 태연자약했다.
느긋하게 앉은 뒷좌석에 등을 기대며 노려보는 정가연을 바라보더니.
어딘가 모르게 끈적끈적한 눈으로 정가연의 전신을 천천히 훑어 내기 시작했다.
알아챘는지.
정가연이 흠칫하더니 급히 차은성에게 외쳤다.
“눈! 돌려!”
차은성은 못 들은 척하며 중얼거렸다.
“몸매가 예전만 못한데…….”
“야아아! 차은성! 너, 죽을래?”
정가연이 당장이라도 입에 거품을 물 것처럼 눈을 희번덕였다.
심상치 않다.
장난이 심했던 것 같다.
차은성은 입을 다물며 뒷좌석에 등을 기댔다.
정가연은 그런 차은성을 죽일 듯이 노려보며 말했다.
“너!”
“…….”
“우리 감찰실이 우습지?”
“…….”
“니들은 목숨 걸고 필드에서 뛰는데, 편하게 회사에서 샐러리맨들처럼 일하며 매달 꼬박꼬박 국민 세금으로 월급 받아 가며…… 우린 뭐, 니들 감찰하고 싶어서 하는 줄 알아? 니들 중에 배신하는 놈이 있으니깐. 너처럼, 잊을 만하면 사고 치는 놈이 있으니깐 우리가 나서는 거야.”
정가연이 차은성을 계속 노려보았다.
“……너 때문에 회사가 정치에 개입한 꼴이 되어 버렸어. 너 때문에 회사가 대선에 개입했다고 지금 여의도에서 개난리야. 그런데 우린 부인할 수가 없어. 왜에에? 이유야 어찌 되었건 결과적으로 우리가 대선에 개입한 꼴이 되어 버렸으니깐.”
정가연은 당장이라도 피를 토할 것처럼 열변을 쏟아 냈다.
차은성은 침묵했다.
“…….”
입을 꾹 다물고 묵묵히 잠깐 동안 정가연의 열변을 듣기만 했다.
정가연의 열변에.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변하는 것에.
운전하던 요원이 눈치를 보았다.
“너!”
“…….”
“발신인 불명으로 유성갑 후보의 캠프에 봉투를 보냈지?”
정가연이 따져 물었다.
“…….”
차은성은 계속 침묵했다.
“왜 말을 못 해?”
정가연이 질책하며 차은성의 대답을 촉구했다.
“안 보냈으면 안 보냈다, 보냈으면 보냈다. 말을 하라고, 말을!”
정가연이 고함치며 핏대를 세웠다.
차은성은 가만히 정가연을 바라보았다.
“그만해. 내 장난이 심했어. 사과할게.”
“야아아!”
정가연이 돌아앉으며 차은성을 소리쳐 불렀다.
씩.
그러자 차은성이 살며시 미소 지었다.
“우리 정가연. 성깔 안 죽었네.”
“야아아아!”
정가연이 분을 참지 못하겠는지 차은성에게 달려들었다.
차은성은 미소 지으며 양손을 들어 달려드는 정가연의 양팔을 붙잡았다.
그사이.
운전하던 요원이 고래고래 고함쳤다.
“계장님! 사고 납니다. 사고 난다고요!”
정가연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차은성!”
“…….”
“오늘 너 죽고 나 죽자!”
정가연이 엄청 사나운 기세로 계속 차은성에게 달려들었다.
차은성은 그런 정가연을 제지하며 툭 던지듯 말했다.
“릴랙스, 릴랙스. 정가연.”
“입!”
“…….”
“닥쳐!”
“계장님. 정말 이러다 사고 납니다. 예에에!”
운전하는 요원이 정가연을 돌아보았다.
음주 운전을 하듯이.
차가 좌우로 비틀비틀 갈지자로 오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좌우와 뒤에서 주행 중인 차량들이 헤드라이트를 연거푸 번쩍이고 마구 클랙슨을 울려 댔다.
빠앙…… 빠아앙…… 빠아아앙.
* * *
뻐끔뻐끔.
좌측 3인용 소파에 앉은 박영광이 줄담배를 피웠다.
1인용 소파에 앉은 주철현 국장이 손을 들어 눈앞 허공을 이리저리 저었다.
“야아! 담배 연기. 좀!”
그러거나 말거나.
박영광이 줄담배를 계속 피우며 주철현 국장을 돌아보았다.
“형님. 은성이, 어떻게 안 되겠습니까?”
“안 돼!”
주철현 국장이 단호하게 대꾸하며 손을 내렸다.
“형님!”
“국장님이라고 불러.”
“혀어엉!”
“얌마! 말이 되는 일을 부탁해에에!”
주철현 국장이 박영광을 쳐다보며 고함쳤다.
얼마나 입을 크게 벌리고 고함을 치는지 입안 깊숙이에 있는 목젖이 좌우로 떨리는 것이 한눈에 훤히 다 보인다.
“회사가 대선에 개입한 꼴이 되어 버렸어. 그런데 은성이 그놈을 가만히 내버려 둘 수 있겠어!”
“…….”
“아닌 말로 이번 사안은 그냥 덮고 넘어갈 수 없는 사안이야.”
주철현 국장이 재차 고함쳤다.
박영광은 아무 말 하지 않았다.
그는 앞에 있는 재떨이에 피우던 담배를 비벼 껐다.
“아닌 말로, 어제 원장님이 청와대에 들어가셔서 사직서를 제출하고 나오셨어.”
“…….”
“대통령이 만나 주지도 않아서 비서실장에게 부탁했다고.”
“…….”
“지금 상황이 어떤 상황인 줄 알고 은성이 그놈을 비호하는 거야? 너, 지금 제정신이야?”
주철현 국장이 박영광을 질책했다.
그러자 박영광이 주철현 국장을 바라보더니.
“형님. 은성이가 유성갑 후보 측에 봉투를 건넸다는 증거도 없잖습니까? 어디까지나 심증만 있을 뿐이잖습니까?”
서둘러 말했다.
“그러니깐 감찰실에서 은성이 그놈을 조사하겠다는 거잖아.”
“은성이가 감찰실 눈 밖에 나 있다는 걸 잘 아시면서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아닌 말로 은성이가 감찰실 조사를 받으면 봉투를 전했든, 전하지 않았든, 강제 퇴직은 정해진 수순 아닙니까? 예에에!”
박영광이 언성을 높이자 주철현 국장이 당연하다는 투로 말했다.
“그걸 말이라고 해!”
“형님.”
“입 닥치고 내 말 잘 들어.”
주철현 국장이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이번 일에 절대 나서지 마라!”
“형님.”
“은성이 그놈 감싸다가 너까지 다쳐, 인마! 지금 회사 내부에서 은성이는 사실상 배신자로 낙인찍혔어. 조직을 배신한 놈으로 죄다 생각한단 말이야.”
주철현 국장이 흥분한 목소리로 언성을 높였다.
박영광은 주춤하며 뭐라 말하지 못했다.
“…….”
“예전에는 독재 정권 치하라 그럭저럭 넘어갈 수 있었지만. 지금은 시대가 변했어. 시대가 어떤 시댄데 정치에, 대선에 개입해!”
“그럼 이대로 은성이가 끝장나는 것을 지켜보실 참입니까?”
“그럼?”
“형님. 은성이 명인이 아들입니다.”
“야아아아!”
주철현 국장이 박영광에게 고함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