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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S의 천재 스파이 (121)화 (121/208)

NIS의 천재 스파이 (121)

“최대한 빨리 신병을 확보해야 해. 괜히 시간을 끌었다가 이해석 놈과 연락이 안 되면 뭔가 이상하다는 눈치를 챌 수도 있어.”

“그럼 잠적하거나 도주할 가능성이 크죠.”

차은성의 말에 조영국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잡아야 할 놈들이잖아. 그러니 서두르는 것이 좋아.”

“동감입니다.”

차은성이 말하며 콜라 캔을 입으로 가져갔다.

“그나저나 이응천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조영국의 말에.

“아마 지금쯤이면 쏙쏙 낚아 올리고 있을 겁니다.”

“그럼 좋지만. 다들 경찰이잖아. 만에 하나라도 도주하거나 기자들에게 관련 얘기가 흘러들어 가기라도 하면 곤란해져.”

“…….”

“우리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경찰관을. 그것도 한두 명이 아니고 다수를. 게다가 서장까지 체포, 조사한다면 누가 생각해 봐도 엄청난 일이 진행 중이라고 생각할 게 뻔해.”

“하긴…….”

“그놈의 보안만 아니라면 경찰에게 맡기는 것이 모양새가 좋은데…….”

조영국이 아쉬워했다.

“뭐, 서두르죠.”

차은성이 콜라 캔을 내려놓았다.

“응?”

조영국이 어리둥절해했다.

“뭐, 오늘 중으로 조덕팔과 김용빈의 신병을 확보하죠.”

“야아. 놈들이 어디에 있는지 아직 파악도 안 됐어.”

조영국의 말에 차은성이 뒤돌아서며 말했다.

“창희에게 알아보라고 하면 됩니다.”

“아무리 창희라고 해도 시간이 걸려. 내가 볼 때는 못해도 이틀은 걸릴걸.”

“설마요.”

“얘가 내 말을 안 믿네.”

조영국의 말에 차은성이 현관으로 걸어가며 말했다.

“놈들의 주민등록번호나 핸드폰 번호만 알면 지금 어디에 있는지 당장 알 수 있습니다.”

순간.

조영국이 움찔했다.

주민등록번호를 알면 신용카드를 조회할 수 있다.

카드를 어디에서 썼는지 실시간으로 확인이 가능하다.

그럼 조덕팔과 김용빈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폰 번호를 알면.

기지국을 통해 폰의 주인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확인이 가능하다.

폰 번호야 이해석의 폰을 뒤져 보면 나올 것이다.

차은성이 서두르는 것에, 조영국이 캔을 내려놓으며 투덜댔다.

“맘 편하게 맥주 마실 여유를 안 줘요.”

조영국은 걸어가는 차은성에게 소리쳤다.

“같이 가!”

“빨리 와요.”

차은성이 대꾸하며 천천히 현관으로 향했다.

*    *    *

×× 경찰서 인근 인도.

퇴근한 교통과 소속 경장 박재면.

홀가분한지.

가벼운 걸음으로 인도를 지나가고 있었다.

잠깐이란 시간이 지나고.

우측에 있는 편의점에서 두 남자가 걸어 나왔다.

양복을 입은 그들은 전형적인 직장인이었다. 서로 돌아보며 야구를 화제로 이런저런 대화를 주고받았다.

아마도 야구 광팬인 모양이다.

두 사람은 각자의 팀이 다른 듯 은근 다퉜다.

박재면은 두 남자를 신경 쓰지 않았다.

한데.

두 남자가 박재면의 앞으로 걸어와 서더니.

순간.

홰, 홱.

박재면을 향해 돌아섰다.

그러자 박재면이 잠깐 멈칫하더니 걸음을 멈추고 섰다.

의아한 얼굴과 눈으로 박재면이 두 남자를 바라보는데.

그중 한 남자가 상의 왼쪽 자락을 옆으로 젖혔다. 그러자 왼쪽 가슴에 매달린 플라스틱 신분증이 나타났다.

선명한 경찰청 로고.

그리고 아래에 쓰여 있는 두 글자.

―내사!

박재면은 눈에 두 글자가 들어오는 순간 엄청 놀랐다.

“허억!”

대경한 표정을 지으며 눈을 크게 부릅떴다.

그사이.

언제 나타났는지. 박재면의 뒤에서 두 남자가 천천히 걸어왔다.

그들은 앞서의 두 남자와 동일한 차림이었다.

박재면이 뒤에서 들리는 발자국 소리에 급히 뒤돌아보았다.

그러곤 걸어오는 두 남자를 보고는 암담한 눈빛을 띠었다.

그때.

끼익.

박재면의 왼쪽. 도로가에 봉고가 다가와 정차했다.

이내.

드르륵.

측문이 열리고. 그 소리에 박재면이 반사적으로 돌아보았다.

봉고 안, 좌석에 앉은 한 사람.

그가 오른손 검지를 가슴 높이로 들더니.

까닥, 까닥.

앞뒤로 움직였다.

―일루 와!

그의 무언에 박재면은 그만 두 눈을 질끈 내리감고 말았다.

곧.

그의 귀에 누군가의 낭랑한 목소리가 들렸다.

“도망칠 궁리는 하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박재면 경장.”

이미 박재면에 대한 모든 것을 파악하였음을 짐작게 하는 말이었다.

*    *    *

간만에 일찍 퇴근하는 진헌식 경사.

아이들에게 주려고 치킨과 피자를 샀다.

양손에 치킨과 피자를 들고 보무도 당당하게 집으로 걸어가는데.

돌연.

슥, 스윽.

앞뒤에서 양복을 입은 이들이 나타나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진헌식 경사를 에워쌌다.

그 때문에 걸음을 멈추고 선 진헌식 경사.

긴장했다.

얼굴이 굳어지고 긴장의 눈빛을 띠더니 앞뒤에 서 있는 이들을 급히 번갈아 보았다.

“니들 뭐야? 내가 누군 줄 알고서 지금 이러는 거야?”

진헌식 경사가 주변이 떠나가라 고함쳤다.

“…….”

앞뒤에 서 있는 이들은 아무 말이 없었다.

“난 현직 경찰관이야. 그것도 경사라고. 니들이 날 건드리고도 무사할 것 같아!”

진헌식 경사가 위험을 감지했는지 연거푸 고함쳤다.

그러자 앞에 서 있는 남자들 중 한 사람이 말했다.

“압니다. 진헌식 경사.”

홱.

진헌식 경사가 성난 눈으로 그를 쏘아보았다.

“날 알아?”

“물론입니다. 진헌식 경사.”

그가 말하며 상의 안쪽에서 플라스틱 신분증을 꺼내더니 진헌식 경사에게 내밀었다.

순간.

“흐윽!”

진헌식 경사가 깜짝 놀라며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가 플라스틱 신분증을 상의에 집어넣으며 진헌식 경사에게 말했다.

“조용히 가시겠습니까? 아니면 강제로 끌려가시겠습니까?”

그의 말에 진헌식 경사는 천천히 양손에 쥔 치킨과 피자를 돌아보았다.

오랜만에 아버지 노릇을 하려고 했더니, 결국 발목이 잡힌 것 같다.

진헌식 경사가 이를 악물더니 그를 바라보았다.

“집에 있는 아이들 주려고 치킨과 피자를 샀습니다. 이것만 전해 주고 따라가면 안 되겠습니까?”

진헌식 경사가 사정을 봐줄 것을 넌지시 부탁했다.

그러자 그가 고개를 좌우로 절레절레 저었다.

“전재원 순경은 누군가의 아들이었고 이하린이라는 한 여자의 남편이었습니다.”

그의 말에 진헌식 경사가 당장이라도 쓰러질 듯이 휘청거렸다.

결국.

혹시나 하던 것이 현실이 되고 말았다. 불안불안했었는데. 결국에는…….

그사이.

뒤에 있던 이들이 휘청거리는 진헌식 경사의 좌우로 재빨리 다가와 서더니 그의 양팔을 이내 단단히 붙잡았다.

그가 그런 진헌식 경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유감입니다. 진헌식 경사. 하지만 조사에 협조를 해 준다면 정상참작 하겠습니다.”

진헌식 경사는 아무 말 하지 않았다.

힘없이 양손에 쥐고 있던 치킨, 피자를 놓고 말았다.

투, 툭.

치킨과 피자는 바닥에 떨어지더니 옆으로 눕혀졌다.

좌우에서 진헌식 경사의 양팔을 단단히 잡은 이들이 돌아섰다.

진헌식 경사는 그들의 움직임에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    *    *

한 대의 관용차가 서장 관사인 고급 주택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런데.

끼, 끼익.

돌연.

앞뒤에서 두 대의 중형차가 나타나더니 관용차를 가로막았다.

졸지에 두 중형차 때문에 관용차는 설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자 운전석 문을 열고 기사가 밖으로 나왔다.

“당신들 뭐야?”

믿는 것이 있는지 기사가 거친 고성을 질렀다.

한편.

두 중형차에서 양복을 입은 이들이 내렸다. 한두 명이 아니었다.

도합 여섯 명.

그들 중 두 사람이 고함치는 기사에게 걸어가며 피식피식 웃었다.

가소롭다.

그들은 그런 감정을 담아 눈을 반짝이며 여전히 고함치는 기사를 바라보았다.

그사이.

한 사람이 관용차의 우측 문을 열었다.

덜컥.

그러자 뒷좌석에 앉아 있던 장년인이 문을 연 이응천을 돌아보며 막 고함치려 했다.

“너! 뭐…… 큭!”

하지만 장년인의 고함은 이어지지 않았다.

이응천이 상체를 숙이며 오른손을 뻗어 멱살을 단단히 움켜잡더니 있는 힘껏 밖으로 장년인을 당기며 엄중한 목소리로 낮게 말했다.

“나와!”

“어, 어어.”

장년인.

최규옥 총경은 매우 당황했다.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이응천에 의해 밖으로 끌려 나왔다.

“니들. 죽고 싶어서 환장해…… 커, 컥!”

최규옥 총경은 말을 잇지 못했다.

이응천이 멱살을 잡은 손아귀에 단단히 힘주며 자신의 얼굴로 최규옥 총경을 끌어당겼다.

마치 키스를 하려는 것처럼 최규옥 총경과 이응천의 얼굴이 가까워졌다.

“지금부터!”

“…….”

“내가 허락하기 전에, 단 한 마디도 하지 마!”

이응천이 당장이라도 최규옥 총경을 죽일 듯이 살기등등한 눈으로 노려보았다.

그 기세에 최규옥 총장은 덜컥 겁을 먹었는지 눈을 연거푸 껌뻑이며 어쩔 줄 몰라 했다.

“니가 총경이라는 거. 알고 있어.”

“…….”

“잘 생각해 봐. 대한민국에서 누가 현직 총경의 멱살을 지금처럼 잡을 수 있는지…….”

이응천의 말에 최규옥 총경은 황망해했다.

명색이 총경인 서장이다.

경찰 내부에서는 고급 간부 대우를 받는다. 검찰에서는 최소 부장검사급 대우를 받는다.

그런 자신을 지금 이렇게 험악하게 다루는 이응천.

그의 말마따나 멱살을 잡을 수 있는 이가 그리 흔치는 않다.

이응천이 최규옥 총경의 멱살을 잡은 것을 풀며 그를 뒤로 밀쳤다.

그러자 뒤에 서 있던 두 사내가 최규옥 총경을 재빨리 붙잡았다.

이응천이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데려가.”

“네.”

“네.”

두 사내가 대답하며 최규옥 총경과 함께 뒤돌아섰다.

이응천은 우로 고개를 돌리며 외쳤다.

“기사. 잘 처리해.”

“예.”

“네.”

기사를 상대하던 두 남자가 소리쳐 대답했다.

한편.

그들에 의해 팔이 잡힌 기사는 아연실색했다. 한눈에 보아도 두려워함을 알 수 있는 표정을 지었다.

NIS!

서장 차를 운전하는 위세는 해당 기관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오히려 자신이 엄청난 일에 휘말렸을지도 모른다는 착각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    *    *

운전 중인 차 안.

차은성이 조수석에 앉아 이창희와 통화 중이었다.

“어디라고?”

“네, 이태원에 있는 비앙카라는 고급 클럽입니다.”

“확실하지?”

“네. 현재 조덕팔과 김용빈의 핸드폰 신호가 해당 클럽 내에서 잡힙니다. 그리고 혹 조덕팔과 김용빈이 클럽을 나와 이동할지도 몰라, 최라경 선배와 신일권 선배에게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아마 지금쯤이면 해당 클럽에 도착했을 겁니다.”

“섣불리 치고 들어가지 말고, 우리가 도착할 때까지 기다리라고 해. 내 말 무슨 말인지 알겠지?”

“네, 팀장. 그리고 김용빈이라는 자. 알아보니 기무사 해외 파견 SS 출신이었습니다.”

폰 너머에서 들리는 이창희의 말에.

“뭐?”

차은성이 깜짝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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