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NIS의 천재 스파이 (120)화 (120/208)

NIS의 천재 스파이 (120)

NIS의 작전 중 하나였다.

한승희가 아주 신기하다는 눈으로 가만히 차은성을 바라보았다.

“도대체 차 실장님 정체가 뭐예요? 승미에게 물어보니깐 딱 잡아떼던데.”

무척 궁금한 모양이다.

차은성은 한승희에게 딱히 뭐라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아 침묵했다.

“…….”

한승희는 그런 차은성이 재미있다는 눈빛을 띠며 질문했다.

그 질문에 차은성은 계속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한승희에게 말할 수 없다.

일급 레벨의 기밀 정보와 관계가 있기에.

*    *    *

다음 날 정오.

내곡동 인근 식당 안쪽에 있는 한 방 안에 두 사람이 마주 보며 앉아 있었다.

차은성 & 이응천.

두 사람은 대구탕을 앞에 놓고 식사를 하며 낮은 목소리로 두런두런 대화를 주고받았다.

“흠.”

“경찰과의 공조는 필숩니다. 그리고 경찰이 보안 때문에 적극 나설 수 없는 상황에서 선배 쪽에서…….”

“우리가 나서는 것은 문제가 아닌데. 그러자면 센터장과 국장, 그리고 차장님까지 보고가 올라가야 해. 그리고 우리가 그들을 조사할 경우 안가를 이용해야 하는데. 그럼 안가 사용 승인을 받아야 해.”

“그건 임범철 국장이 알아서 할 겁니다. 공조 때문에 2차장과 면담할 예정이니까요.”

“야아.”

이응천이 주변을 둘러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내가 뭐가 돼? 아직 센터장에게 보고도 하지 않았다고.”

“지금 이 자리가 끝나고 센터로 돌아가시면 곧바로 보고하세요.”

차은성의 말에.

“끄응.”

이응천이 앓는 소리를 흘렸다.

자신의 보고를 받은 상사인 센터장이 길길이 뛰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뒤늦게 보고했다고, 아마 자신을 즉각 잡아먹으려 할 것이다.

“선배.”

차은성이 수저로 밥을 뜨며 이응천을 바라보았다.

“알았어. 우리가 맡아야지, 별수 있어.”

이응천의 말에 차은성이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씨익.

이어.

밥을 입에 넣고 씹으며 숟가락으로 국물을 떴다.

그렇게 식사를 하며 이응천과 모종의 논의를 이어 나갔다.

*    *    *

이틀 후, 잠실.

고급 빌라의 현관 유리문 앞에 두 사람이 서 있었다.

차은성, 조영국.

차은성의 연락을 받고 조영국이 함께하고 있었다.

“영장 없지?”

물음에.

“우리가 언제 영장 챙겨 가며 일했습니까?”

당연하다는 어투로 차은성이 대꾸했다.

“하긴 뭐. 우리가 영장 청구하고 손에 영장 들고 움직이는 건 좀 상상이 안 가지. 그런데 봐하니 보안이 꽤 센 것 같은데…….”

조영국이 말하며 유리문을 바라보았다.

우측에 방범 보안 패널이 있었다.

차은성이 한 걸음 성큼 유리문으로 다가섰다.

“그래 봐야 우리에겐 안 됩니다.”

말과 함께 차은성이 상의 우측 주머니에서 무엇인가를 꺼냈다.

네모난 배터리 형태의 장치.

조영국이 물었다.

“그건 뭐냐?”

“창희에게 말했더니 주던데요.”

“창희가?”

“네. 어지간한 주택의 보안 시스템이나 장치쯤은 쉽게 무력화시킨다네요.”

차은성이 말하며 배터리를 현관 유리문 우측에 있는 패널에 갖다 댔다.

대번에.

파직…… 파, 팟.

전기가 튀는가 싶더니.

스르르.

유리문이 좌로 미끄러지며 문이 열렸다.

조영국이 그 광경에.

“와아…….”

과장된 탄성을 흘렸다.

차은성이 배터리를 상의에 집어넣으며 열린 문 안쪽으로 걸어갔다.

“선배.”

“알았어.”

조영국이 대꾸하며 차은성을 뒤따랐다.

*    *    *

만능 키였다.

디지털 도어 록이 배터리에 무력화되었다.

덜컥.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죽이네. 돈이 대체 얼마나 많은 거야.”

조영국이 놀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러게 말입니다.”

차은성이 말하며 신발을 신은 채 성큼성큼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조영국이 그런 차은성을 뒤따랐다.

이내.

정면 좌측에 있는 문이 열리더니 팬티만 입은 건장한 남자가 나타났다.

“니들 뭐야!”

그는 차은성과 조영국에게 매우 화난 목소리로 소리쳤다.

열린 문 사이로 방 안의 침대가 보였다.

일어나 앉으며 요를 당겨, 가슴을 가린 스물 중반의 여인.

조영국이 팬티 차림의 남자 이해석을 바라보았다.

“야아. 아무리 집 안이라지만 옷 좀 입어라. 응!”

“이것들이!”

이해석이 성난 표정을 지으며 달려들려 했다.

그런 그에게 차은성이 재빨리 다가서더니.

퍼, 퍼억.

연거푸 이해석의 배와 턱을 가격했다.

이해석은 비명을 지르지도 못하고 비틀거리더니 이내 맥없이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털썩.

차은성은 신속하게 왼손으로 이해석의 머리를 움켜쥐었다.

동시에.

오른손 주먹으로 이해석의 얼굴을 수여 회에 걸쳐 가격했다.

퍼퍼퍼퍼퍽.

조영국이 차은성에게 걸어가며 말했다.

“야, 야. 살살 다뤄. 그러다 애 잡겠다.”

차은성은 대꾸하지도, 돌아보지도 않았다.

그저 기계적으로 주먹에 힘을 실어 이해석의 얼굴을 계속 내리쳤다.

퍼퍼퍼퍼퍼퍽.

때리는 소리가 은근 박자를 타는 것 같다. 소리는 낭랑하게 울려 퍼졌다.

그사이.

조영국이 차은성과 이해석의 옆을 지나 방으로 걸어가더니.

이어.

“여, 아가씨. 안녕?”

참대에 앉아 있는 여자에게 장난스럽게 말을 건넸다.

*    *    *

몇십 분 후.

여자가 부리나케 밖으로 나가고. 집에는 차은성, 조영국, 이해석. 이렇게 세 사람이 남았다.

“으아아아악!”

이해석은 고개를 쳐들며 천장을 향해 고통이 가득 실린 외침을 내질렀다.

왼손 소지를 주저 없이 직각으로 꺾어 버린 차은성.

손가락이 직각으로 꺾인 고통에 이해석은 진저리를 쳤다.

한편.

거실에 접한 냉장고에서 맥주 캔을 꺼낸 조영국이 이해석을 바라보았다.

“순순히 묻는 말에 대답해. 길게 끌어 봐야 너만 손해야.”

말하며 캔을 땄다.

칙.

이어.

캔을 들어 입으로 가져가며 이해석에게 다시 말했다.

“니 손가락이 열 개지. 그리고 발가락도 열 개고.”

묻는 말에 이실직고하지 않으면 양손 손가락은 물론이고 두 발의 발가락까지 부러질 수 있다.

조영국이 은근 그렇게 돌려 말했다.

이해석은 꽤 버텼다.

하지만 차은성의 고문 아닌 고문을 그리 오래 버티지는 못했다.

차은성은 고문하며 이해석에게 물었다.

고통에 이해석은 버티다가 결국 대답하고 말았다.

‘도, 도대체가!’

이해석은 차은성과 자신의 집인 양 태연히 맥주를 마시는 조영국의 정체가 너무 궁금했다.

“으아아악!”

이해석은 차은성이 가하는 고통에 돌연 묻지도 않은 것을 말했다.

그 순간.

차은성과 맥주를 마시던 조영국이 멈칫하더니 엄청 놀란 눈빛을 띠었다.

그리고 이내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해석이 언급한 리더 격인 큰형님 조덕팔.

그리고 조덕팔이 외부에서 영입해 온 이사 김용빈.

뜻하지 않은 인물의 언급에 차은성과 조영국이 서로 돌아보았다.

뭐야?

차은성과 조영국이 무언으로 그런 감정을 공유하는 사이.

이해석이 묻지도 않은 것에 대해 술술 말하기 시작했다.

“니들이 누구인지 모르지만…… 이사님이 이 일을 아시면 절대 너희들을 가만히 놔두지는 않으…… 으으.”

바닥에 가로누워, 고통에 신음하는 이해석.

나름 악다구니를 하며 보복을 입에 올렸다.

차은성은 이해석의 말에 흠칫하더니 맥주를 마시는 조영국을 돌아봤다.

찡긋.

윙크하며 말했다.

“우리가 찾던 놈인 것 같습니다만.”

차은성의 말에 맥주를 마시던 조영국이 흠칫하더니 입에서 캔을 뗐다.

“보다 확실하게!”

“네.”

차은성이 대답하며 이해석에게 돌아섰다.

조영국은 그런 차은성을 보며 생각했다.

사전에 차은성에게 대충 설명을 듣긴 했다.

아무래도 김용빈이라는 자가 러시아 마피아의 살인 수법을 알고 있는 것 같다.

뭔가 싸한 느낌이 뒷덜미를 간지럽힌다.

*    *    *

잠깐이란 시간이 지나고.

차은성은 이해석의 머리맡에 서서 왼발로 이해석의 오른손을 지그시 힘주어 밟았다.

“크하아악!”

이해석이 마구 비명을 질렀다.

이미 오른손 다섯 손가락이 직각으로 꺾였는데. 그 발을 차은성이 밟았다.

그 고통에 이해석은 목청이 터져라 비명을 지르지 않을 수 없었다.

차은성은 감정이 없는 눈으로 고통에 몸부림치는 이해석을 내려다보았다.

“지금부터 네가 알고 있는 김용빈에 관한 모든 것을 불어. 안 그러면…….”

차은성이 말하며 밟은 다리에 더 힘을 주었다.

“으아아아악!”

그러자 이해석이 처절한 비명을 마구 질렀다.

“잔머리를 굴리면 넌 내일 아침 해를 볼 수 없을 거야. 물론 그렇게 되기까지. 고통이란 고통은 모두 맛봐야겠지만.”

차디찬 차은성의 말에 이해석은 고통에 몸부림치며 필사적으로 생각했다.

문득.

‘서, 설마?’

머리에서 번쩍이는 섬광처럼 한 상념이 떠올랐다.

김용빈이 과거 러시아 마피아의 모 조직에 몸담았다가.

조직 내부의 알력과 갈등 때문에 한국으로 돌아왔다는 말을 얼핏 들은 적이 있다.

이해석은 러시아 마피아를 떠올리며 혹시 차은성과 조영국이 러시아 마피아 조직원이 아닐까 생각했다.

한참 후.

차은성은 무지막지하게 이해석을 몰아붙였다.

“끄아아악!”

멈추지 않고 계속 이어지는 고통에 결국 이해석은 두 손, 두 발 다 들고 말았다.

차은성이 원하는 대로 김용빈에 관해 아는 모든 것을 불었다.

“얼마 전에 니들, 순경 한 사람을 죽였지?”

“아아악! 김 이사가, 김 이사가 맹견을 이용해 죽인 겁니다. 아아악! 나는 아, 아무 상관이 없다고요. 아아아악!”

이해석이 목청이 터져라 고성과 비명을 마구 질렀다.

차은성이 이해석을 추궁하는 것을 말없이 지켜보는 조영국.

캔을 내려놓으며 미간을 찌푸렸다. 대번에 살이 접히고 몇몇 주름이 나타났다.

김용빈.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이의 등장에 조영국은 진한 호기심의 눈빛을 띠었다.

*    *    *

한참 후.

체격이 건장한 일단의 사내들이 들어왔다.

NIS 국제범죄센터의 직원들이었다.

그들은 지체 없이 바닥에 쓰러져 있는 이해석을 질질 끌고 갔다.

그리고 이 잡듯이 온 집 안을 뒤지기 시작했다.

한편.

조영국은 내려놓았던 맥주 캔을 집어 들고 천천히 마시기 시작했다.

차은성이 그런 조영국에게 걸어가며 말했다.

“선배, 일하러 온 겁니까? 아님, 놀러 온 겁니까?”

조영국이 입에서 캔을 떼며 이르러 서는 차은성을 보았다.

“내가 할 일이 없잖아.”

차은성이 조영국의 대꾸에 피식 웃고 말았다. 그러곤 냉장고로 걸어가 문을 열었다.

일순.

눈에 들어오는 각종 음식과 캔. 그리고 고가의 식재료에 차은성은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흘리고 말았다.

“와…….”

조영국이 차은성을 돌아보았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다. 불법을 자행한 놈들이 어째 더 잘 먹고 더 잘 살아.”

차은성은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눈에 보이는 콜라 캔 하나를 집어 들고 냉장고 문을 닫았다.

“세상 불공평한 것은 알지만. 이건 너무한데요.”

말하며 캔을 땄다.

칙.

그새.

조영국이 맥주 캔을 입으로 가져가며 말했다.

“그러게 말이다. 누구는 자신의 본분에 충실했다가 죽임을 당하고. 죽인 놈들은 아닌 말로 떵떵거리며 잘 먹고 잘살아. 이건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됐어. 안 그러냐?”

차은성이 콜라를 몇 모금 마신 후 입에서 캔을 뗐다.

그러곤 조영국을 바라보며 조덕팔과 김용빈을 입에 올렸다.

“그 두 놈.”

그러자 조영국이 맥주를 마시려다 멈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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