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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S의 천재 스파이 (122)화 (122/208)

NIS의 천재 스파이 (122)

“2년 전쯤에 블라디보스토크에서 FSB 여자 요원의 미인계에 크게 당해…… 반강제로 전역 조치를 당한 것 같습니다. 보다 자세한 것은 더 알아봐야 합니다. 지금으로서는 그게 알아낸 전붑니다.”

“국방부 서버에 들어간 흔적, 모두 지우는 거 잊지 않았지?”

“네. 제가 들어갔다 나온 것을 전혀 알지 못할 겁니다.”

“좋아. 좀 더 알아보고. 절대 흔적을 남겨서는 안 된다는 거 명심해.”

“네, 팀장. 그럼.”

“그래. 수고해.”

차은성이 통화를 끝내고 폰을 상의에 집어넣었다.

그러자 운전하던 조영국이 돌아보며 물었다.

“무슨 일이야?”

차은성이 오른손을 들어 차 문에 팔꿈치를 대며 정면을 바라보았다. 그런 한편으로 손으로 턱을 만지작거렸다.

“의왼데요.”

“뭐가?”

“김용빈이 기무사 해외 파견 SS 출신이랍니다.”

“뭐라고?”

조영국이 깜짝 놀랐다.

“선배. 운전!”

차은성이 급히 소리치자 조영국이 황급히 정면을 바라보았다.

“미친!”

“네에, 확실히 미쳤죠. 기무사 SS 출신이 그 짓거리를 했으니깐 말입니다.”

“지금이라도 담당관인 박 과장님에게 보고해야 하는 거 아니냐?”

“글쎄요.”

“얌마. 다른 사람도 아니고 기무사 SS 출신이야. SS!”

조영국이 목소리를 높이며 거듭 강조했다.

이해하기 쉽게 예를 들면.

NIS는 미국 중앙정보국 CIA이고, 기무사는 미 국방성 정보국 DIA라고 할 수 있다.

기무사는 북한과 관련하여 몇몇 군 장교를 해외에 파견한다.

그들은 일명 ‘SS’라고 불린다.

그들의 주 임무는 북한이 해외에 파견하는 군사고문단의 감시 및 관련 정보 획득이다.

그와 별도로.

북한이 비밀리에 중동이나 기타 각국과의 각종 무기 밀거래에 관한 정보를 확보하고.

해당 밀거래를 방해하고나 훼방 놓는 공작을 하곤 한다.

한마디로 말해.

북한의 대외 무기 밀매를 망치는 임무를 수행한다.

때에 따라서는.

요주의로 분류된 북한 군 장교나 특수 요원을 은밀히 제거하기도 한다.

또.

북한이 해외에서 비밀리에 들여오는 핵미사일을 비롯한 각종 미사일 부품 수입을 차단하고.

관련 과학자의 북한 이동을 방해 및 무산시키는 임무도 수행한다.

대개의 경우.

SS는 육군 위관급 장교 위주로 선발하지만. 간혹 공군과 해군의 위관급 장교가 차출되기도 한다.

다들 해외 파견 전에 기무사의 주도로 혹독한 교육 및 훈련 과정을 거친다.

한마디로 말해.

차은성이나 조영국 못지않은 최정예 요원이라고 할 수 있다.

차은성과 조영국은 김용빈이 그런 존재라는 것에 내심 매우 찝찝했다.

자신들 못지않기에.

‘최라경과 신일권에게 대기하라고 한 게 그나마 천만다행이야.’

차은성은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김용빈을 생각했다.

자신이나 조영국 정도라면 몰라도, 최라경, 신일권이 김용빈을 상대하기에는 아무래도 버거울 것이다.

*    *    *

이태원 고급 클럽 비앙카.

바로 옆에 있는 이의 말이 들리지 않을 정도로 매우 시끄러웠다.

각종 전자음악 소리에 거의 모든 소리가 묻혔다.

현란한 무대조명과 상대적으로 어두운 실내를 오가는 이들 대부분이 외국인이었다.

개중에 몇 명은 내국인. 한국인이었다.

마치 해외에 있는 유명 클럽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주는 비앙카였다.

최라경, 신일권, 조영국, 차은성이 일자의 복도를 걸어가고 있었다.

쭉 뻗은 복도를 지나 우로 돌아서자, 다시 일자의 통로가 나타났다.

통로 끝.

문 좌우에 건장한 체구의 두 남자가 서 있었다.

경호원 역할을 하는 이들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최라경, 신일권, 조영국, 차은성이 곧장 두 남자에게 걸어갔다.

이내.

최라경, 신일권, 조영국, 차은성이 다다르자 두 남자가 거칠게 소리쳤다.

“니들 뭐야?”

“꺼져.”

순간.

최라경과 신일권이 가타부타 말없이 주먹을 뻗었다.

준비 동작 없이 곧장 공격하는 최라경과 신일권이었다.

두 사람의 주먹에 남자들은 무력했다.

퍼, 퍼, 퍼, 척.

어디를 어떻게 때렸는지는 모르겠지만.

“훅!”

“억!”

건장한 체구의 두 사내가 이내 스르르 무너지는 것처럼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최라경과 신일경은 숙인 두 남자의 머리를 옆으로 밀었다. 그러자 두 사내가 바닥에 가로 쓰러졌다. 그러곤 이내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렸다.

“으…….”

“흐으…….”

이어.

최라경이 거침없이 문손잡이로 손을 뻗더니 문을 벌컥 열었다.

조영국, 차은성, 최라경, 신일권의 순으로 룸으로 들어갔다.

“응?”

“어?”

룸에 있던 다수의 남녀가 들어오는 조영국, 차은성, 최라경, 신일권을 바라보았다.

어리둥절.

남녀는 공히 그 감정을 공유하며 내색했다.

벽을 등진 좌석에 앉은 두 남자.

그들의 좌우에 각기 한 명씩. 모두 네 명의 외국인 여성이 앉아 있었다.

그녀들은 비키니 차림이었다.

조영국이 그녀들을 바라보며 오른손으로 열어 둔 문을 가리켰다.

“자아, 레이디들은 이제 그만 퇴장해 주세요.”

장난스러운 말투.

조영국의 의도를 모를 수 없다.

여성들이 급히 일어나더니 후다닥 문으로 뛰듯이 걸어갔다.

그녀들이 다 나간 후, 차은성이 문을 닫고 잠갔다.

그사이.

오른쪽에 앉아 있던 조덕팔이 조영국, 차은성, 최라경, 신일권에게 성난 목소리로 소리쳤다.

“니들 뭐야?”

대답이 없었다.

“…….”

왼쪽에 앉아 있던 김용빈은 천천히 일어났다.

그를 본 조영국이 픽 실소하더니.

“일권아.”

낭랑하게 부르자 신일권이 말없이 나섰다.

“조심해라. 보통 놈 아니다.”

조영국이 주의하라고 돌려 말하자, 신일권이 툭 던지듯 대답했다.

“저도 보통은 아닙니다.”

“짜식이.”

조영국이 소리 없이 웃었다.

한편.

최라경이 알아서 움직였다.

그녀는 곧바로 조덕팔에게 걸어갔다.

그러자 조덕팔이 이상한 낌새를 챘는지, 일어나며 다시금 소리쳤다.

“니들 뭐야?”

최라경은 대꾸하지 않았다.

“…….”

묵묵히, 일어난 조덕팔에게 다가갔다.

그사이.

김용빈과 신일권이 붙었다.

휘, 휘익.

신일권이 내지른 주먹을 김용빈이 날렵한 동작으로 피하더니.

퍼, 퍽.

눈 깜짝할 사이에.

신일권의 옆구리에 이어 얼굴을 가격했다.

“흐윽.”

당한 신일권이 상당한 격통에 몸을 휘청거리며 뒤로 물러나더니.

“이!”

성난 표정을 지었다. 그러곤 다시 김용빈에게 달려들었다.

둘 다 룸이라는 협소한 공간을 염두에 뒀는지 발은 사용하지 않았다.

두 주먹으로 서로 치고받았다.

그 모습이 보기에 무슨 권투경기를 하는 것 같았다.

퍼퍼퍼퍼퍽.

서로 때리는 타격성이 쉴 새 없이 울렸다.

김용빈은 상당한 격투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정예 요원이라고 할 수 있는 신일권인데. 김용빈에게는 역부족이었다.

주먹을 여덟아홉 번 내지르면 그중 대여섯 번을 김용빈이 피했다.

반면.

신일권은 김용빈의 주먹을 거의 대부분 허용하고 있었다.

밀리고 있음을 한눈에 알 수 있는 모습이었다.

한편.

최라경은 조덕팔을 상대로 일방적인 구타라는 상황을 연출했다.

그 모습으로 미루어 최라경에게 조덕팔을 맡겨 두어도 될 것 같다.

김용빈과 신일권의 격투를 지켜보던 차은성이 조영국을 돌아보았다.

“선배.”

조영국이 차은성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차은성이 눈짓으로 김용빈을 가리켰다.

나서죠.

아님.

제가 나설까요?

차은성의 무언에 조영국이 쩝! 입맛을 다시며 신일권을 바라보았다.

“뒤로 물러서!”

조영국의 외침에 신일권이 격투를 멈추고 뒤로 물러났다.

“제가 할 수…….”

“지금 우리, 임무 수행 중이다. 놀러 온 거 아니라고.”

조영국이 말하며 앞으로 나섰다.

신일권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뒷걸음치며 물러났다.

한편.

김용빈은 조영국의 말에 흠칫했다.

임무 수행 중.

하면.

경찰은 아니다. 검찰일 리도 없다.

김용빈은 전직 SS라 자신도 모르게 모모한 기관을 생각했다.

그는 걸어오는 조영국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어디 소속입니까?”

나름 정중하게 물었다.

조영국이 픽 웃더니 대꾸했다.

“역시 기무사 SS 출신이야.”

김용빈은 조영국이 자신을 알고 있는 것에 흠칫했다.

“당신들!”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아, 기무사는 아니야. 그보다는 조금 위야.”

조영국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예전에 사람들이 우릴 남산이라고 부르더라고.”

순간.

“헉!”

김용빈이 크게 헛바람을 삼키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크게 놀란 눈치다.

“김용빈.”

조영국이 힘주어 불렀다.

주춤거리며 뒤로 한 걸음 물러나는 김용빈.

조영국이 그를 향해 힘주어 말했다.

“좋게 말로 할 때 갈래? 아니면, 어디 몇 군데 부러진 다음에 끌려갈래?”

“N, NIS가 왜?”

김용빈이 의문을 내보였다.

그러자 조영국이 툭 던지듯 말했다.

“전재원 순경.”

“허억!”

김용빈이 아연한 표정을 지으며 금방이라도 찢어질 것처럼 눈을 아주 크게 떴다.

조영국이 그런 김용빈에게 말했다.

“겁대가리도 없이. 감히 국가 공권력에 도전해! 게다가 공무를 수행하는 공직자를 죽여 놓고도 네가 무사할 수 있을 성싶어!”

조영국이 성난 목소리로 소리쳤다.

“…….”

김용빈은 아무 말 하지 않았다.

힘없이 양팔을 축 늘어뜨리며 고개를 푹 숙였다.

“저항하고 싶음 해. 그 대가가 무엇인지 아주 확실하게 보여 줄 테니깐.”

조영국의 살벌한 말에 김용빈이 천천히 숙인 고개를 들더니 양팔을 내밀었다.

“채우시죠.”

조영국이 실소했다.

“훗. 그래도 아직 명예는 아네.”

말하며 신일권을 돌아봤다.

“타이.”

“네.”

신일권이 하의 뒷주머니에서 나일론 타이를 꺼내더니 김용빈에게 걸어갔다.

막 김용빈에게 이르렀을 때.

느닷없이.

파, 팟.

김용빈이 수도로 신일권의 명치와 목을 찔렀다.

“컥!”

당한 신일권이 고통스러워하며 비틀거렸다.

김용빈은 눈 깜짝할 사이에 신일권을 돌려세우며 인질로 잡으려 했다.

신일권의 몸으로 자신을 가리는 김용빈의 행동에 조영국은 흠칫거리며 놀라고 당황할 뿐, 제지하지 못했다.

그 순간.

퓻!

나직하고 작은 총성이 울렸다.

“왁!”

김용빈이 비명을 지르며 비틀거리더니 이내 뒷걸음치기 시작했다.

총탄이 박한 오른쪽 어깨에서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그사이.

조영국이 멈칫하더니 놀란 눈으로 김용빈과 차은성을 번갈아 보았다.

어느새.

차은성이 소음기를 끼운 글록으로 김용빈을 겨냥했다.

김용빈은 왼손으로 오른쪽 어깨의 총상을 감싸며 비틀거리고 있었다.

“허튼짓하면 그대로 머리에!”

서늘한 목소리로 사살할 수도 있음을 말하는 차은성.

은은한 살기를 흘리며 격한 눈으로 김용빈을 쏘아보았다.

김용빈이 순순히 양손을 내밀 때부터 경각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었다.

명색이 SS 출신인데. 저항을 포기한 것이 이상했기 때문이다.

한편.

“으으…….”

김용빈은 신음하며, 글록으로 겨냥 중인 차은성을 바라보았다.

장난이 아니다.

정말 사살할 작정이다.

눈가에 살기가 감도는 것이 사람깨나 죽여 본 자 같다.

꿀꺽.

김용빈이 긴장감에 마른침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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