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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S의 천재 스파이 (113)화 (113/208)

NIS의 천재 스파이 (113)

광견병?

그사이.

라센느 실내 안쪽에서 정갈한 유니폼을 입은 변종수가 걸어오고 있었다.

변종수는 차은성을 보자마자 반색했다.

“은성아.”

“저, 돌아왔습니다.”

“얘, 어째 신수가 훤해진 것 같아. 외국 물이 좋긴 좋은가 봐. 호호호호.”

변종수가 차은성에게 걸어가며 손을 들어 입을 가렸다.

그 모습이 영락없는 여자다.

차은성이 피식 웃으며 변종수를 향해 마주 걸어갔다.

“안녕하세요.”

“어머. 차 실장.”

“오랜만입니다.”

“호호호. 우리 차 실장, 얼굴 보기 힘드네.”

차은성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자 의자에 앉아 있던 단골들이 차은성을 돌아보며 한마디씩 말을 건넸다.

차은성은 일일이 고객들에게 인사를 건네며 만면에 밝은 미소를 지었다.

*    *    *

잠시 뒤.

차은성은 작은 원탁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변종수에게 라센느의 영업에 관해 물었다.

“아무 일 없었어. 그런데 이번 출장은 얼마짜리니?”

차은성은 살며시 웃었다.

“얘는? 비밀이야?”

“내 개인 수익이잖아?”

“뭐, 그건 그렇지만서도.”

“별다른 일 없으면 올라가서 쉴게. 시차 때문에 무척 피곤해.”

“알았어. 푹 쉬어.”

변종수의 말에 차은성이 앉은 의자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    *    *

며칠 후.

차은성은 도로를 걷고 있었다.

출장에서 돌아온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이복 여동생 예서에게서 만나자는 전화가 왔다. 그 때문에 늘 만나던 카페에서 보기로 했다.

한참 후.

도로를 따라 걷던 차은성이 멈칫하더니 걸음을 멈추고 섰다.

그러곤 매우 당황한 눈으로 전방을 바라보더니.

돌연.

고함치며.

“예서야아아!”

황급히 뛰기 시작했다.

*    *    *

컹, 컹, 컹.

세 마리의 개가 맹렬하게 짖으며 앞에 서 있는 두 여성을 위협했다.

가슴에 보자기를 꼬옥 껴안은, 상복 차림의 여인.

그녀를 등지고 서서 세 마리 개와 대치한 정예서.

“저리 가! 저리 안 가!”

거듭 소리치며 개들을 위협했다.

겁이 없는 건지.

아니면.

용감한 건지.

예서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개들은 물러날 기미가 없었다.

사납게 짖어 대며 당장이라도 예서와 상복 여인에게 달려들 기세였다.

뭐 때문에……?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예지와 상복 여인을 위협하는 세 마리 개는 매우 흥분한 것 같다.

격한 감정을 나타내듯이.

눈을 희번덕이며 송곳니 같은 이빨을 드러냈다.

그리고 예서와 상복 여인을 위협하듯이 낮게 으르렁거렸다가 다시 사납게 짖어 댔다.

영문을 알 수 없는 모습이었다.

이유 없이 개들이 계속 사납게 짖기를 반복하며 예서와 상복 여인에게 강한 적의를 드러냈다.

“저리 가라고!”

예서가 개들에게 고함쳤다.

내심 겁먹었지만 겉으로 그 티를 내지 않았다.

예서는 의외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

아주 용감하게 개들에게 맞섰다.

개들은 예서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사납게 짖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개들의 주인인 견주는 어디에 있는 건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돌아가는 상황이 예사롭지 않다.

흥분이 고조된 개들이 곧 예서와 상복 여인에게 달려들 것 같다.

아니나 다를까?

예서의 우측에 있던 개가 돌연 예서의 오른쪽 발목을 향해 달려들었다.

단숨에 예서의 발목을 물어뜯을 것 같다.

개의 대시에.

“악!”

예서가 겁에 질려 단말마의 비명을 질렀다.

그 순간.

쉬…….

나직한 소리와 함께 무엇인가가 날아왔다.

이내.

무엇인가가 개의 몸에 박혔다.

캥…… 캐, 캥.

그러자 개가 고통스럽게 울며 바닥에 쓰러지더니 마구 뒹굴었다.

매우 아파하는 광경이었다.

예서가 그 광경에 어리둥절해했다. 영문 몰라 하며 개를 바라보았다.

그사이.

재차 무엇인가가 날아왔다.

쉬, 쉬이이…….

눈 깜짝할 사이에 남은 두 마리가 고통스럽게 울더니 바닥에 쓰러져 마구 뒹굴었다.

캐, 캐, 캥.

그사이.

후다다다.

차은성이 뛰어와 예서의 앞에 섰다.

“괜찮아?”

“오빠!”

예서가 반색했다.

“괜찮으냐고?”

차은성이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쳐 물었다.

“어, 괜찮아.”

예서의 대답에.

“뒤로 물러나 있어.”

차은성이 말하며 개들을 바라보았다.

바닥을 뒹굴던 개들은 어디서 그런 힘이 생겼는지.

하나둘.

일어나고 있었다.

좀비가 연상되는 광경이었다.

차은성은 개들의 모습에 어리둥절했다.

“무슨…….”

이해되지 않았다. 고통이 적잖을 텐데.

크르릉, 크르릉.

개들이 낮게 울며 이빨을 드러냈다.

입에서 침을 질질 흘리는 것이 광견병에 걸린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차은성은 황급히 바지 주머니에서 100원짜리 동전을 꺼냈다. 그리고 오른손에 동전을 쥐고는 팔을 채찍처럼 휘둘렀다.

쉬, 쉬, 쉬이이.

연이어 던진 동전들이 찰나.

퍼, 퍼, 퍽.

개들에게 정확히 박혔다.

캥! ……캐앵!

개들이 짤막하게 울더니 바닥에 힘없이 쓰러졌다. 그러곤 잠깐 동안 몸을 가늘게 떨더니 축 늘어졌다.

죽었다!

차은성은 착잡한 눈빛을 띠었다.

예서가 위험한 것에 과하게 손을 썼다. 개들을 살릴 방법이 없다. 그러니 고통을 줄여 주는 수밖에.

차은성이 뒤돌아섰다.

“어디 안 다쳤어?”

예서에게 물었다.

“응. 난 괜찮아.”

예서가 대답하더니 급히 뒤돌아보았다.

“괜찮으세요?”

상복 여인이 예서를 마주 보았다.

“괘, 괜찮아요. 고마워요.”

“다행이에요.”

예서가 말하며 밝게 웃었다.

그새.

차은성은 예서와 상복 여인을 번갈아 보았다.

‘누구지?’

상복 여인과 예서.

어떤 관계인지 차은성은 궁금했다.

그리고…….

‘뭐기에 저렇게 가슴에 꼬옥 껴안은 거지?’

차은성은 상복 여인이 가슴에 껴안은 보자기에 호기심을 느꼈다.

그런데.

커…… 컹, 컹.

갑자기 다수의 개들이 격렬하게 짖는 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차은성이 놀란 기색을 지으며 급히 뒤돌아섰다.

눈에 보이는, 10미터쯤 떨어진 곳에서 미친 듯이 달려오는 다양한 품종의 애완견들.

바닥에 길게 늘어뜨린 목줄이 연방 허공으로 튀고 있었다.

애완견들은 무슨 경주마가 질주하듯이 맹렬한 기세로 차은성, 예서, 상복 여인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그런 애완견들 뒤.

저만치 멀리에서 애완견의 견주인 듯한 이들이 숨을 헐떡이며 뛰어오고 있었다.

꽤 오랫동안 뛰었는지 무척 지쳐 보이는 견주들이다.

한편.

“오빠!”

예서가 애완견들이 달려오는 것을 보곤 덜컥 겁에 질렸다.

급히 차은성을 돌아보았다.

“오빠!”

재차 불렀다.

그사이.

상복 여인은 엄청 당황하고 있었다.

어쩔 줄을 몰랐다.

차은성은 직면한 현 상황에 황당함을 가눌 수 없었다.

무슨 광견병이 유행이라도 하는 걸까?

‘혹시?’

차은성은 급히 상복 여인을 돌아봤다.

보자기.

그 속에 혹시 개들이 엄청 좋아하는 무슨 육포나 먹이 같은 것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겨우 먹이 같은 것으로 개들이 저리 달려올까?

뭔가 있는 것은 아닐까?

개들이 아무 이유 없이 무슨 광견병에 걸린 것처럼 사납게 짖을 리가 없는데.

분명 이유가 있을 텐데.

생각은 길었지만 시간 흐름은 짧았다.

차은성이 상복 여인에게 손을 내밀었다.

“보자기!”

소리치자.

“네?”

상복 여인이 반문하며 어리둥절해했다.

그 모습에 예서가 소리치며 차은성을 바라보았다.

“오빠!”

차은성은 대답하지 않았다.

다급하게 달려오는 개들과 상복 여인을 번갈아 보았다.

“빨리요!”

재차 소리쳤다.

상복 여인은 망설였다.

그러자.

“죄송해요.”

예서가 재빨리 상복 여인에게 달려들었다. 그러곤 눈 깜짝할 사이에 보자기를 빼더니 차은성에게 돌아서며 던졌다.

“오빠!”

차은성은 날아오는 보자기를 날렵하게 낚아챘다.

그 모습에.

“안 돼요!”

상복 여인이 자지러지는 것처럼 엄청 크게 외쳤다.

차은성은 돌아서며 낚아챈 보자기를 달려오는 개들에게 힘껏 집어 던졌다.

휘이익.

보자기가 허공을 지나 수여 미터 떨어진 바닥에 툭 떨어졌다.

그새 거리가 가까워진 개들이 일제히 떨어진 보자기로 달려들었다.

커, 커, 컹.

사납게 짖더니 달려들었다.

입으로 보자기를 물고 격렬하게 머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한두 마리가 아니다. 달려온 개들 모두 보자기에 달려들었다.

각기 보자기 한 부분을 입에 물고, 서로 앞다투어 머리를 마구 흔들어 댔다.

무슨 보자기 뺏기 놀이를 하는 것도 아니고. 어이없는 광경에 차은성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무슨……?”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개들이 단체로 광견병에 걸린 것도 아니고.’

차은성은 말을 잇지 못했다.

눈에 보이는 개들.

비정상적이다. 전혀 이해되지 않는다.

그런데.

“안 돼에에!”

상복 여인이 돌연 외치더니.

보자기를 물고 머리를 마구 흔드는 개들에게 달려들었다.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돌발적인 행동이었다.

“안 돼요!”

예서가 상복 여인에게 소리치며 그녀를 붙잡으려 했다.

위험하다.

상복 여인이 다칠 수도 있다.

예서는 상복 여인을 잡지 못했다.

개들에게 달려드는 상복 여인의 앞을 어느새 차은성이 가로막으며 그녀를 붙잡았다.

“멈추세요.”

“놔요! 놔주세요!”

“다쳐요!”

“남편의 유품이에요. 유품이라고요!”

상복 여인이 자지러지듯 소리쳤다. 그녀의 외침에 차은성이 멈칫했다.

남편이 죽은 모양이다. 유품이라면…….

차은성은 예서를 돌아보았다.

“예서야!”

소리쳤다.

―상복 여인이 개들에게 달려들지 못하게 꼬옥 잘 붙잡고 있어라.

차은성의 무언을 이내 예서가 알아챘다.

“알았어. 오빠.”

예서가 말하며 급히 상복 여인에게 다가가더니 그녀를 꼬옥 붙잡았다.

차은성이 다시 뒤돌아서며 바지 주머니에서 대여섯 개의 100원짜리 동전을 꺼냈다.

그러곤 보자기를 입에 물고 머리를 마구 흔드는 개들에게 동전을 던졌다.

쉬, 쉬이이이.

나지막한 몇몇 파공성이 울리고. 이내 개들이 고통스럽게 울더니.

껑충, 껑충.

뛰었다가 바닥에 쓰러져 뒹굴었다.

*    *    *

수십여 분 후.

인근 지구대 내부가 엄청 시끌벅적했다.

“저 사람이 우리 개를 죽였다고요!”

“불쌍한 우리 통통이!”

“흑흑. 수지야.”

차은성이 죽인 개들의 주인, 견주들.

그들은 차은성이 개들을 죽이는 것을 보고 경찰을 불렀다.

결국.

인근 지구대에 올 수밖에.

달리 어쩔 도리가 없었던 세 남녀.

차은성, 예서, 상복 여인.

견주들이 지구대 경찰들에게 고래고래 소리치며 차은성을 처벌해 줄 것은 강력히 요구했다.

지구대 대장은 곤혹스러웠다.

“자자, 진정들 하세요. 네에?”

그를 제외한 지구대 경찰들 역시 곤혹스러웠다.

상복 여인에게 개들이 한꺼번에 달려들어, 어쩔 수 없이 동전으로 죽일 수밖에 없었다.

차은성이 있는 그대로 말했다.

견주들은 개들의 애칭을 마구 부르며 황당하게도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

오버도 그런 오버가 없었다.

견주들의 모습에 지구대 경찰들은 어이가 없었다.

자신들의 개를 제대로 단속하지 못했다. 하마터면 상복 여인이 개들에 의해 크게 다칠 뻔했다.

자칫 죽기라도 했다면!

견주들에게는 기껏 벌금형이 돌아갔을 것이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내심 생각한 지구대 대장이 차은성을 돌아보며 은근슬쩍 합의를 언급했다.

“피해만 보상해 주면 좋게 끝날 것 같은데…….”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합의라는 말을 들은 견주들이 사전에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보다 크게 대성통곡하며 개들의 애칭을 부르기 시작했다.

차은성은 견주들의 행동에 어이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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