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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S의 천재 스파이 (107)화 (107/208)

NIS의 천재 스파이 (107)

귀수라 불리는 이유

차은성은 그녀의 왼편에 서서 내려다보았다.

“이제 염색을 할 겁니다. 이정선 씨의 머리 컬러를 바꾸어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하게 할 겁니다. 그리고…… 모든 과정이 끝나면 이정선 씨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 겁니다.”

차은성의 말에 이정선이 반신반의했다.

“정말 제가 전혀 다른 사람이 되는 건가요?”

차은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럼 이제 시작할까요?”

“네, 잘 부탁드려요.”

이정선의 말에 차은성이 밝게 미소 지었다.

빙긋.

집에서도 빠르게, 편하게 염색할 수 있는 다양한 세트가 요즘 출시되었다.

차은성은 해당 세트를 이용해 이정선의 머리 컬러를 흑갈색으로 바꿀 작정이었다.

곧 이정선이 앉은 의자가 천천히 뒤로 젖혀졌다.

익숙하지 않은 모양인지 이정선이 일순 움찔했다.

그러자 차은성이 말했다.

“괜찮습니다. 편하게, 몸에서 힘을 빼세요.”

“네에.”

이정선이 대답하며 양손을 가슴에 모았다.

*    *    *

얼마 후.

염색을 끝낸 이정선이 의자에 앉아 정면 거울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머리카락은 흑갈색으로 변해, 본래의 검은 머리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의자에 앉은 이정선의 뒤에 차은성이 서서 거울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빙그레.

허리춤에 찬 큼직한 가죽 혁대에는 각종 미용 도구가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차은성의 말에 이정선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편.

최라경과 안용국이 뒤에 서서 이정선과 차은성을 지켜보고 있었다.

두 사람은 호기심의 눈빛을 띠었다.

차은성이 어떤 마법을 부릴지…… 내심 고대하는 최라경과 안용국이었다.

이내.

가위와 빗을 양손에 쥔 차은성이 이정선의 머리를 자르기 시작했다.

싹둑, 싹둑.

차은성의 손길은 과감했다.

망설임 없이 이정선의 머리를 자르고 다듬었다.

차은성은 쇼트 형태를 염두에 두었다.

가위로 머리를 자르는 소리가 규칙적으로 울렸다.

그때마다 바닥으로 잘린 이정선의 머리카락이 힘없이 떨어졌다.

*    *    *

한참 동안.

차은성은 라센느의 실장으로서의 실력을 유감없이, 100% 발휘했다.

쇼트 펌까지.

일사천리로 이정선의 머리를 다듬었다.

속도도 속도지만 거침없고 과감한 손길이 절로 사람들의 눈을 잡아끌었다.

단발의 이정선.

차은성은 고데기로 이정선의 머리끝을 안쪽으로 말아 포인트를 주었다.

일련의 작업을 마친 후.

차은성은 의자에 앉은 이정선의 뒤로 두 걸음 물러나 섰다.

그러곤 정면 거울을 바라보았다.

완전히 달라진 이정선.

차은성은 거울에 비친 이정선의 모습에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빙긋.

미용, 헤어를 포함한 풀 케어가 가능한, 한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전문가.

그 실력이 고스란히 이정선의 머리에서 은은하게 배어 나왔다.

그사이.

“어머!”

이정선은 정면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얼굴 표정, 동그랗게 뜬 두 눈동자.

놀람이란 한 감정을 담아냈다.

염색을 한 후 차은성이 자신의 머리를 매만졌을 뿐인데. 작업이 모두 끝나자, 자신이 완전 달라져 있었다.

마치 다른 사람인 것 같은 착각이 일 만큼.

그런 이정선의 모습에.

“아…….”

“우와아아.”

지켜보던 최라경과 안용국이 자신들도 모르게 탄성을 흘렸다.

완연히 다른 여인이 되어 있는 이정선.

“대에박!”

“정선아! 정말 예쁘다! 응.”

최라경과 안용국이 부지불식간에 중얼거렸다.

차은성은 최라경, 안용국을 힐금거리며 슬쩍 미소 지었다.

씩.

누구의 실력인데……. 이 정도는 당연한 거야.

차은성이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거울에 비친 이정선을 바라보았다.

“어때요? 마음에 들어요?”

차은성의 물음에 이정선이 급히 대답했다.

“네에. 마음에 들어요. 제가 완전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아요.”

“자아, 그럼 다음으로 넘어갈까요?”

“네?”

이정선이 반문하며 어리둥절해했다.

차은성은 거울에 비친 이정선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웃었다.

“아직 다 끝나지 않았습니다.”

“아…… 네에.”

이정선이 대답하며 수줍게 고개를 숙였다.

*    *    *

잠시 뒤.

이정선이 의자에 앉아 있고, 맞은편 의자에 차은성이 앉았다.

차은성의 좌우에는 두 개의 미용 수레가 있었고, 수레에는 다양한 화장품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었다.

“자, 그럼 기초화장부터 시작해 볼까요?”

차은성이 말하며 토너라고도 부르는 스킨을 손에 쥐었다.

그러곤 이정선의 얼굴을 천천히 닦으며 화장품 흡수가 잘되도록 피지와 노폐물 그리고 각질을 깔끔하게 닦아 냈다.

차은성의 기초화장이 빠르게 이어졌다.

앰풀에 이어 크림을 이정선의 얼굴에 발랐다. 이어 로션, 에센스, 아이 크림, 색조 등.

다양한 화장품을 사용하며 신속하게 메이크업을 이어 나갔다.

그때마다 조금씩 이정선의 얼굴이 변했다.

턱선이 갸름해지고 얼굴 윤곽이 타원형으로 변하며 얼굴이 화사해졌다.

이정선은 자신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그 때문에 별다른 반응이나 감정을 내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차은성의 메이크업을 받는 이정선의 얼굴을 지켜보는 최라경과 안용국은 언제부터인가 넋을 놓았다.

사람이 달라져도 저렇게 달라질 수 있을까?

최라경과 안용국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하염없이 이정선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도무지 얼굴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한편.

차은성은 아이섀도, 젤리아이라이너, 마스카라, 아이래시컬러 등으로 이정선의 눈 화장을 이어 나갔다.

차은성의 손길이 닿았다가 떨어질 때마다 이정선이 달라졌다.

빠르게 완전 다른 여성이 되어 가고 있었다.

무심히 보기에는 영화배우라고 말해도 믿을 정도로 이정선의 미모가 살아났다.

그녀의 모습에 최라경은 망연한 표정을 지었다.

‘세상에!’

넋을 놓은 것 같은 표정과 눈으로 뚫어져라 이정선을 보았다.

그녀 역시 여자.

특전사에 있을 때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지만. 일반인이 된 후 부쩍 이·미용에 관심이 높아졌다.

한편.

안용국은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었다.

연인 이정선이 무슨 날개옷을 입은 선녀처럼, 모든 것이 확 변했다.

천덕꾸러기에서 단숨에 신데렐라가 되었다고나 할까?

안용국은 변한 이정선의 모습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마냥 이정선을 바라보았다.

*    *    *

차은성의 마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녀는 이정선을 마주 보며 앉아 있다가.

빙글.

앉은 의자를 왼쪽으로 돌렸다.

선반.

10여 개 넘는 케이스가 활짝 펼쳐져 있었다.

뚜껑이 열린 케이스에 들어 있는 다양한 주얼리.

차은성은 이정선과 주얼리들을 번갈아 보았다.

이정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주얼리가 무엇일까?

차은성은 눈을 반짝이며 생각했다.

한편.

어느새 가까이 다가선 최라경이 케이스들을 보고는 입을 따악 벌렸다.

대경.

그녀는 얼굴을 통해 그런 감정을 내색했다.

케이스에 표기되어 있는 각종 브랜드.

티파니, 까르띠에, 드비어스 등.

전 세계의 여성들이 인정하는 최고급 브랜드들.

‘주, 죽을 것 같아!’

최라경은 주얼리들을 보고는 내심 어쩔 줄을 몰랐다.

여자에게 보석이란 그런 것이기에.

그사이.

최라경을 따라 가까이 접근한 안용국.

그는 무슨 여우에게 홀린 기분이었다. 이정선이 눈이 부시도록 아름답게 보였다.

수여 초 후.

차은성이 이정선의 귀에 유선형의 루비 귀걸이를 걸어 주었다.

그러곤 잠깐 뒤로 물러나 이정선을 바라보더니.

이내.

깨알같이 작은 몇몇 사파이어로 테두리가 장식된 목걸이를 들어 이정선의 목에 걸어 주었다.

그러곤 조금 전처럼 잠시 뒤로 물러나 이정선을 감상하듯이 바라보았다.

씨익.

차은성은 흡족이라는 감정이 밴 작은 미소를 지었다.

마주 앉은 이정선이 우아하면서도 봄처럼 화사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    *    *

잠시 후.

차은성의 마법은 쉬지 않고 이어졌다.

최라경으로 하여금 이정선이 옷을 입는 것을 도와주게 했다.

“……가슴과 힙에 쿠션을 넣어서…….”

그러곤 이정선이 입을 몇몇 옷을 골라 건네주었다.

“갈아입고 나오세요.”

“아, 예에.”

옷을 받아 든 이정선은 어안이 벙벙했지만 차은성의 말에 따랐다.

자신을 완전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 주는 차은성이기에.

수 분 후.

옷을 입은 이정선이 걸어 나왔다.

패션쇼를 하듯.

그녀는 차은성의 지시에 따라 이리저리 걷고 수여 회 돌았다.

이정선이 입고 나오는 옷들은 꽤 다양했다.

드레이프 민소매 스타일, 슬림핏의 원피스, 스퀘어넥 재킷 스타일, 심플한 여성 슈트 등.

차은성은 이정선이 입고 나오는 옷들을 유심히 바라보며 그녀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스타일을 생각했다.

그사이.

역시나 최라경과 안용국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이정선을 바라보며 입을 쩌억 아주 크게 벌렸다.

엄청 놀랍다!

두 사람은 그런 감정을 내색했다.

잠깐이란 시간이 지나고.

차은성이 이정선에게 말했다.

“슬림 스타일의 여성 슈트가 좋겠군요. 안에 블라우스를 입고 살짝 넥타이를 매어, 보이시한 매력을 주는 것도 나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차은성은 염두에 둔 CFO 이미지를 이정선에게 덧씌우려 했다.

이정선은 그런 차은성의 말을 군소리 없이 잘 따랐다.

*    *    *

이후.

차은성은 거침이 없었다.

아주 작정을 한 듯이.

프라다, 구찌, 보태가, 샤넬 등.

여성이라면 누구나 갖고 싶어 하는 고가의 핸드백을 열 개 정도 늘어놓았다.

그러곤 정면에 서 있는 이정선과 핸드백을 번갈아 보았다.

이정선에게 가장 잘 어울릴 핸드백.

“으음. 뭐가 좋을까?”

차은성은 낮게 중얼거리며 고심의 눈빛을 띠었다.

이어.

이정선이 사용할 고가의 명품 선글라스, 신을 신발, 허리에 찰 혁대 등등.

사소한 소품들도 꼼꼼하게 챙겼다.

차은성은 이정선을 완전 환골탈태시킬 작정인지, 일사천리로 일련의 모든 것을 처리해 나갔다.

차은성이 손을 대기 전의 이정선.

차은성이 손을 댄 후의 이정선.

비포와 애프터가 완전 달랐다.

아무리 살피고 꼼꼼하게 보아도 동일인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새.

최라경은 이정선이 팔꿈치에 든 핸드백을 바라보며 눈을 동그랗게 치떴다.

‘미쳤어.’

그녀의 눈에 보이는 핸드백은 어지간한 소형차 한 대 값의 고가였다.

그런 핸드백을 차은성이 준비했다는 것에.

이번 작전에 돈을 아주 물 쓰듯이 써 재끼는 차은성의 배포에.

그것을 허락해 준 회사에.

최라경은 심중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저게 다 얼마야?’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그녀는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미쳤다!

그렇게밖에 말할 수 없다.

무엇을 생각하든 그 이상을 보여 준다는 말처럼.

팀장 차은성이 자신을 너무 놀라게 한다. 한두 번도 아니고…….

*    *    *

드디어 끝났다!

전신 거울을 마주하고 선 이정선.

그녀는 당장이라도 바닥에 힘없이 주저앉을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눈을 크게 치켜떴다.

“미, 믿을 수가…….”

이정선은 말을 더듬으며 왼쪽에 서 있는 차은성을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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