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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S의 천재 스파이 (102)화 (102/208)

NIS의 천재 스파이 (102)

이내.

차은성이 말했다.

“누군가 망명을 한 것이 아닐까요?”

“망명이라면 북한 쪽 인사지. 그리고 아마 북한이 그렇게 심각한 사태를 초래할 만큼 무리수를 둘 수밖에 없는 엄청난 거물이란 말이 되겠지.”

“그 정도 거물이라면?”

“북한 김일성의 가계라는 백두 혈통에 속한 인물이라도 그 정도는 아니야.”

“백두 혈통 그 이상이다?”

“그렇지. 일테면 북한 핵미사일을 총괄하는 최고 책임자나 그에 준한 자 정도. 그 정도는 되어야 북한이 그런 무모한 짓을 무릅쓰고라도 없애려고 할 테지.”

“하긴. 북한 핵미사일에 관한 정보가 서방, 특히 미국에 노출되는 날에는 북한의 존립이 위협받을 테니.”

“맞아. 하지만 그 정도 인사가 망명한다면 미국 CIA나 영국 MI6 등 서방 정보기관들이 모를 리가 없겠지.”

“당연히 알고 있겠죠. 그리고 개입하며 요인을 빼돌리려고 갖은 수를 다 쓸 것이 뻔합니다.”

“동감!”

조영국이 짧게 말하며 의미 모를 미소를 지었다.

씩.

이어.

천천히 말했다.

“뭔가 우리가 알지 못하는 엄청난 건수가 있는 건 분명해. 그리고…….”

“그리고?”

조영국의 말에 차은성이 받아넘기며 반문했다.

“박태웅 외교 안보 수석 말인데.”

차은성은 일순 의아한 눈빛을 띠었다.

조영국이 왜 별안간 박태웅 수석을 언급하는 걸까?

“일전에…… 선거에서 여당에게 유리한 국면을 연출하기 위한 이슈 때문에 우리에게 임무가 주어졌잖아.”

“그럼 혹시?”

조영국이 심장한 눈빛을 띠었다.

“그럴 가능성이 있어.”

“그럼 망명이 아니라 납치?”

“그럴 가능성이 아주 크지.”

“미쳤군요. 아무리 선거가 중요하다지만 그런 미친 짓을 하다니. 게다가 이미 요원 여덟 명이 죽었지 않습니까?”

차은성이 화냈다.

여덟 명의 죽음.

한마디로 말해 죽지 않아도 되었을 목숨들이다. 그러니 개죽음당했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

차은성이 화내는 사이.

조영국이 말했다.

“한 가지 재미있는 건.”

“…….”

“이번 리가의 일에 안보실장이 아주 큰 관심을 갖고 있다는 거야.”

“네?”

차은성은 깜짝 놀라 무의식적으로 반문했다.

“동기들 말이, 외교 안보실장과 안보실장이 서로 치열하게 파워 게임 중이라는 거야.”

“선거?”

“맞아. 선거에서 뭔가 큰 이슈를 만들어 자신이 공을 세웠다는 것을 대통령에게 어필하고 싶은 모양이야.”

“설마, 그렇게까지.”

차은성은 믿을 수 없었다.

고작 그런 이유로 요원 여덟 명을 개죽임시키다니.

성난 마음에 차은성이 험악한 눈빛을 번득였다.

당연하다고 생각하는지 조영국은 차은성에게 뭐라 말하지 않았다.

그는 담담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 나갔다.

“아직 확실하지는 않아. 하지만 안보실장이 개입했다는 것은 그냥 흘려들을 얘기는 아니야.”

차은성이 성난 목소리로 말했다.

“1차장! 그 인간!”

“아서. 아직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어.”

조영국이 차은성을 자제시키려 했다.

“선배!”

차은성이 힘주어 조영국을 불렀다.

“어제오늘 일이 아니잖아. 안 그래?”

“하지만…….”

“정권 상층부의 고위 인사들 이해관계 때문에 회사가 이리저리 오락가락하고, 직원들 사이에 라인이 생기고 파벌이 형성되어 업무가 개판이 된 적이 한두 번도 아닌데, 뭘 그렇게 흥분하고 그래.”

“선배! 여덟 명입니다. 죽지 않아도 될 요원이 무려 여덟 명이나 죽었습니다!”

차은성이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언성을 높였다.

조영국은 침묵했다.

“…….”

죽은 요원들을 생각하면 그도 뭐라 할 말이 없다.

“빌어먹을!”

옷을 다 입은 차은성이 옆으로 돌아서며 손을 들어 자신의 머리를 마구 헝클어뜨렸다.

조영국이 그 모습을 말없이 지켜봤다.

잠깐이란 시간이 지나고.

성난 마음을 추스른 차은성이 문으로 돌아섰다.

천천히 걸어가는 차은성을 조영국이 서둘러 뒤따랐다.

*    *    *

방을 나와 복도를 걸어가는 차은성과 조영국.

두런두런.

나직한 대화를 나눴다.

“요인이 누구인지 알 수 없을까요?”

차은성의 말에 조영국이 고개를 좌우로 내저었다.

“지금으로서는 불가능해. 알아보려면 시간이 꽤 필요해.”

“그렇다면 어쩔 수 없죠.”

차은성이 대꾸하며 의문의 눈빛을 띠었다.

“그나저나 급습한 놈들이 정말 북한 애들일까요?”

“북한 애들일 수도 있고. 북한 애들의 의뢰를 받은 현지 마피아 같은 조직일 수도 있고.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지.”

“라트비아가 북한에게 그리 호의적이지 않죠?”

“당근이지. 북한이 어디 한두 번 사고 쳤어. 전 세계에서 북한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국가는 아마 중국이나 러시아밖에 없을걸.”

“문제는 너무 막나온다는 건데.”

차은성이 말끝을 흐렸다.

생각하고 또 생각해 봐도 북한이 너무 무모하게 나온다.

이건 전쟁을 하자고 NIS에 선전포고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조영국이 걸어가며 천천히 말했다.

“나도 북한을 의심하긴 하지만. 그렇게 막나올까 싶기도 해.”

“하긴. 미치지 않고서야 우리와 전쟁하자고 달려들지는 않을 테니까요.”

조영국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몰라. 북한 애들이 머리가 돌아가며 무슨 짓을 저지를지 누가 알아. 연평도 포격만 해도 그래. 누가 북한이 그런 엄청난 짓을 할 거라고 미리 예상이나 했겠어.”

“지금쯤이면 회사가 상황을 파악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겠죠.”

“당연히!”

조영국이 대꾸하며 주의를 주었다.

“아직 아무것도 밝혀진 것이 없어. 앞서 생각하며 섣부르게 단정을 짓는 건 금물이야. 알지?”

“네.”

“이럴 때일수록 냉정해야 해.”

“흠.”

“회사에서 어떻게 된 일인지 자초지종을 파악하면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날 거야. 그때 가서 어떻게 할 것인지 생각해도 늦진 않아. 지금은 우리 작전을 생각해. 본사에서 잠정 활동 중단을 지시한 이상, 우린…….”

조영국이 높지도 낮지도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차은성은 그 말을 들으며 묵묵히 걸음을 내디뎠다.

보복!

머릿속에서 죽은 여덟 명의 요원.

그들의 핏값을 무조건! 받아 내야 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받은 이상!

갚아야 한다!

그것이 자신이 살아가는 세계의 불문율이다.

*    *    *

리가에서 발생한 상황으로 말미암아 지금 시행 중인 작전이 악영향을 받을 것이 불 보듯 뻔하다.

당장 회사에서 잠정 모든 활동을 중지하고 대기하라는 전문을 보냈다.

통상 팀이 작전에 들어가면 회사와 모든 연락을 끊는다.

몇몇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절대 상호 연락하지 않는다.

그것이 작전 철칙 중 하난데.

‘으음.’

차은성은 심중 침음을 흘리며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자칫 이번 작전이 엉망이 될지도 모른다.

차은성은 심중 불안했다.

마음 한구석으로 작전 실패를 매우 두려워했다.

안용국, 이정선.

두 사람의 사랑이 산산이 부서질 것이다.

이정선은 평양으로 송환당할 것이고. 최악의 정치범 수용소에 수감될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사실상 이정선은 죽은 목숨이다.

누군가를 사랑했을 뿐인데. 그 대가가 너무 크고 무겁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이 결코 죄가 될 수는 없다.

차은성은 이정선을 그렇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저 한 남자를 사랑했을 뿐인데. 그 대가가 죽음이라니…….

말도 되지 않는다!

만약 이정선이 그렇게 죽으면.

안용국은 모든 것이 자신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그 죄책감에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을 것이다.

그 인생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차은성은 복도를 걸으며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지켜 주고 싶다!

남북 대치라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자신들만의 사랑을 가꾸고 지키려는 두 연인을!

그들에게 행복이라는 것을 주고 싶었다.

업무라는 미명하에 손에 피를 묻혀 왔다. 뭔가 아주 작은 것이라도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

차은성은 마음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며 복도를 걸어갔다.

*    *    *

중앙의 테이블을 따라 차은성과 팀원들이 둘러섰다.

차은성이 이창희를 바라보았다.

“전문!”

“네.”

이창희가 대답하며 전문의 암호를 해독한 종이를 건넸다.

받아 든 차은성이 눈으로 빠르게 내용을 읽었다.

그사이.

이창희, 최라경, 신일권, 조영국이 묵묵히 차은성을 지켜보았다.

이윽고.

차은성은 다 읽은 종이를 왼손에 들더니 조영국을 돌아봤다.

“라이터 좀 빌려주시죠.”

“응?”

조영국이 어리둥절해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곤 상의에서 라이터를 꺼냈다.

조영국이 내민 라이터를 차은성이 받아 들었다.

조영국을 제외한 팀원들.

이창희, 최라경, 신일권이 설마라는 감정을 담은 눈으로 차은성을 지켜보았다.

차은성은 주저도 망설임도 없었다.

찰깍.

라이터를 켜더니 종이에 갖다 댔다.

차은성의 행동에 조영국, 이창희, 최라경, 신일권이 흠칫거렸다. 이내 그들 모두 당황의 눈빛을 띠었다.

그사이.

화르르.

불이 붙은 종이가 타들어 갔다.

이윽고 종이가 재가 되었을 때.

차은성이 조영국에게 라이터를 내밀었다. 그러자 조영국이 라이터를 건네받으며 물었다.

“작전 중지할 겁니까? 팀장.”

차은성은 아무 말 하지 않았다.

“…….”

입을 다물고 팀원들을 한 명씩 마주 보았다. 그러곤 간략하게 전문 내용에 관해 말했다.

팀원들 모두 크게 놀랐다.

순직한 여덟 명의 요원.

다들 눈을 치뜨며 온몸으로 당황이란 감정을 나타냈다.

천천히.

차은성이 말했다.

“회사의 지시는 잠정 활동 중지다.”

팀원들이 차은성을 바라보았다. 모두의 이목이 차은성에게 쏠렸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을 감안하면 활동을 중지할 수 없다!”

차은성의 말에 팀원들이 미리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움찔거렸다.

차은성은 재차 팀원들을 한 명씩 마주 보았다.

“사람의 목숨이 달려 있다.”

“…….”

“다들 작전 수칙을 알 것이다.”

차은성이 힘주어 말하며 형형한 눈빛을 띠었다.

“일단 작전에 투입되어 시행에 들어가면 회사와의 모든 연락을 끊는 것이 원칙이자 작전 철칙이다.”

“…….”

“전문은 우리 작전과 아무 상관이 없다.”

“…….”

“라트비아와 캄보디아는 멀어도 너무 멀다.”

차은성은 독단적인 결정으로 작전을 강행할 생각임을 밝혔다.

그러자 팀원들이 서로 돌아보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갈팡질팡했다.

원칙적으로는 회사의 지시를 따라야 한다.

그런데 차은성이 회사의 지시에 불응하며 독단적인 결정을 내리려 한다.

차후.

회사에서 독단적인 결정을 문제 삼을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어떤 문책이 있을지. 어떤 처분을 받을지.

팀원들 모두 내심 불안해했다.

그런 팀원들의 마음을 대표하듯이 조영국이 차은성에게 말했다.

“팀장.”

차은성이 돌아보자.

“회사의 지시에 대한 불복이고 항명이란 것은 알고 있습니까?”

조영국이 말하자 차은성이 픽 실소했다.

“사직서. 쓰라고 하면 쓰면 그뿐입니다.”

“풋.”

조영국이 차은성처럼 실소했다.

그사이.

차은성은 팀원들을 둘러봤다.

“모든 책임은 팀장인 내가 진다. 너희들은 그저 내 지시를 따른 것밖에 없다!”

힘주어 말하자 신일권이 재빨리 말하고 나섰다.

“팀장.”

그러자 차은성이 신일권을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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