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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S의 천재 스파이 (97)화 (97/208)

NIS의 천재 스파이 (97)

새로운 팀원들

군 병원에서 민간 병원으로 옮긴 지 일주일이 지났다.

병원 침대에 앉아 병원 밥을 먹는 차은성의 좌측.

박영광이 의자에 앉아 히죽이죽 웃었다. 은근 약 올리는 것 같아 절로 심사가 꼬이는 차은성이었다.

“병문안 온 겁니까? 아님, 저 약 올리려고 오신 겁니까?”

차은성이 다분히 볼멘소리로 물었다.

그러자 박영광이 보란 듯이 입가에 환한 미소를 지었다.

“설마 이 삼촌이, 아픈 조카 약 올리려고 이렇게 왔겠냐?”

차은성이 수저로 국을 떠먹으며 대답했다.

“그런 것 같은데요.”

“큭!”

박영광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실소했다.

탁.

차은성이 수저를 내려놓더니 박영광을 돌아봤다.

“방금 생각났습니다.”

“뭔 생각?”

“지금 이 상황에 관해서 말입니다.”

“지금 상황?”

“네.”

“…….”

“제 머리에서 병 주고 약 준다는 말이 방금 전에 번쩍였습니다.”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성난 눈빛을 띠는 차은성.

박영광이 참다못해 웃기 시작했다.

“크크크…….”

“웃지 마시고요. 제가 좀 심각합니다.”

“크크큭.”

“삼촌 때문에 지금 이렇게 병원 침대 신세를 지고 있지 않습니까? 네에!”

차은성이 언성을 높였다.

“…….”

박영광은 아무 말 하지 않았다. 그저 미소 지을 뿐.

“아주 절 죽이시지 그러셨습니까?”

“쯧쯧.”

차은성의 항의에 박영광이 혀를 찼다.

“삼촌!”

“잘한다, 잘해.”

“…….”

“평소 지 잘났다고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나대던 녀석이, 고작 한 달 조금 넘는 동안에 왜 이렇게 좀스러워졌어?”

“좀스러워졌다고요?”

“그럼 아냐?”

“삼……촌…….”

“잔말 말고.”

박영광이 상의에서 메모리 카드를 꺼냈다.

차은성이 멈칫하더니 물었다.

“뭡니까?”

“새 팀원들.”

박영광의 말에 차은성이 움찔했다.

*    *    *

잠깐이란 시간이 지나고, 침대에 앉은 차은성이 액정을 보았다.

새로운 팀원들의 신상명세서.

박영광이 차은성을 보며 낭랑하게 말했다.

“이창희는 학력이 고졸이지만, 아버지가 용산 전자 상가에서 점포를 운영하며…….”

“…….”

“장비 쪽으로는 탁월한 재주를 가졌어. 입사는 공채가 아닌 추천으로…… 입사 테스트에서 심사관들 모두 만장일치로…… 다른 건 몰라도 장비 쪽으로는 그 애만 한 애도 없어.”

“…….”

“최라경은 특전사에서 데려온 저격수 출신으로 실력은 특전사에서 보장해. 다만 필드 경험이 없는 것이 흠이긴 한데. 보육관의 평가가 A야. 지금 당장은 그리 큰 도움이 되지 못하겠지만. 시간이 주어진다면 필드에 빠르게 적응하여 자신의 몫은 무난하게…….”

“…….”

“신일권은 공채로 입사. 지금까지 미국에 파견되어…… 이번에 업무 순환 때문에 돌아왔다가 국장에게 발탁되었어.”

박영광의 말에 차은성이 쳐다보며 물었다.

“국장이 붙인 감십니까?”

“마아!”

박영광이 언성을 높였다.

“오해라고 말씀하셔도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저나 팀을 감시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신일권을 투입했다고밖에…….”

차은성의 말이 끝나기 전에 박영광이 한발 빨리 말했다.

“그랬다면 국장이 발탁했다는 말을 아예 네게 하지도 않았어.”

“…….”

차은성은 침묵했다. 박영광의 말이 맞다. 진짜 감시자라면 국장이 발탁했다는 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 말을 염두에 두고 신일권을 믿기에는 아직은 적절하지 않다.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망할 자식 같으니라고.”

박영광이 중얼거리는 사이, 차은성이 손가락으로 액정을 옆으로 밀었다. 그러자 남은 한 사람의 신상명세서가 눈에 들어왔다.

“어?”

차은성이 예의 신상명세서에 당황했다.

박영광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눈웃음쳤다.

“한 사람 정도는 경험이 풍부한…… 너희 팀의 무게중심을 잡아 줄 사람이다.”

“조영국 선배가 어떻게?”

차은성이 박영광을 쳐다보며 의구심의 눈빛을 띠었다.

전날 브뤼셀에서 구한 조영국이 남은 한 사람이었다.

박영광이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브뤼셀 건 이후 대기 상태에 있었는데. 내가 찾아가 제의하자 내근직을 뿌리치고 기꺼이 너희 팀에 합류하겠단다.”

“삼촌의 발탁입니까? 아님 추천입니까?”

“발탁!”

차은성의 물음에 박영광이 지체 없이 대꾸했다.

그러자 차은성이 말없이 흐릿한 미소를 지었다.

박영광이라면 신뢰할 수 있다.

“무난하군요.”

“그 외에 달리 할 말은?”

“없습니다.”

“나중에 딴말하지 마라.”

“예에.”

차은성의 대답에 박영광이 눈을 반짝였다.

“그리고…….”

말하며 상의에서 다시 메모리 카드를 꺼냈다.

*    *    *

잠시 뒤.

박영광이 액정을 보는 차은성을 바라보며 완만한 목소리로 말했다.

“……대국 건설 캄보디아 지사에 근무하는데…… 캄보디아가 발주하는 SOC 관련 건 때문에 대국 건설이 지난 몇 년 동안…….”

“…….”

“……아무리 남녀 사이를 그 누구도 모른다고는 하지만. 하필이면 북한 여자와…… 무슨 로미오와 줄리엣도 아니고…….”

“…….”

“아직 프놈펜의 북한 대사관 쪽은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야. 하지만 북한 식당 접대원인 연인을 탈북 시키려고…… 천만다행으로 일이 틀어져서 다행이지.”

“…….”

“이대로 놔두었다가…… 북한 대사관에서 눈치라도 채는 날에는 심각한 상황이 생길 가능성이 커.”

박영광이 우려했다.

차은성은 그의 말을 들으며 액정을 옆으로 젖혔다.

안용국 & 이정선.

전형적인 남남북녀로 서로 죽자 살자 할 정도로 사랑하는 사이였다.

안용국이 동료들과 북한 식당을 자주 드나들다가 그만 서빙을 하는 접대원인 이정선과 눈이 맞아 버렸다.

‘참! 뭐라 말해야 할지.’

차은성은 안용국과 이정선에 관한 정보를 보다 꼼꼼하게 살펴봤다.

해외의 북한 식당에 접객원으로 나올 정도라면 북한 내에서는 상류층에 속한다.

두어 달 전에 안용국이 이정선을 탈북 시키려고 현지 지인을 통해 사람을 몇 고용. 시도하려 했다.

그런데 이정선이 평양으로 들어가게 되면서 그만 무산되었다.

일종의 사상 재교육과 가족을 만나기 위한 평양행이었다.

그리고 며칠 전에 이정선이 다시 캄보디아로 돌아왔고.

안용국이 그녀를 다시 탈북 시키기 위해 계획 중이라고 한다.

그사이.

박영광이 이어 말했다.

“기가 막히게도 말이다. 안용국이 양친과 누나 등 집안사람들을 캄보디아로 불러…… 북한 식당에 가서 밥을 먹는 척하며 이정선과 상견례 아닌 상견례를 했다고 한다.”

박영광이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의 상상을 초월하는 안용국과 일가족이었다.

“아무리 법적으로 어떻게 제재를 할 수 없다고는 하지만. 북한 식당이 어떤 곳인데 일가족이 우르르 몰려가서…… 대단하다고 해야 할까? 무모하다고 해야 할까? 이건 도무지 감이 안 잡혀.”

차은성이 살며시 미소 지었다.

‘풋.’

안용국.

대단한 사람이다. 사랑하는 연인을 위해 그야말로 물불을 안 가린다.

그 아들에 그 부모라고, 일가족이 찾아가 이정선을 대놓고 선보이다니.

‘그러다가 북한 식당 관계자나 북한 대사관에서 무슨 눈치라도 채게 되면!’

차은성은 이정선을 생각했다. 비단 그녀만이 아니라 평양에 있는 가족과 친척들이 모두 잘못된다. 100% 정치범 수용소로 끌려갈 수도 있다.

차은성이 생각하는 사이.

박영광이 불안이 감도는 어조로 말했다.

“신설된 너희 팀이 맡기에 적당한 임무야.”

“…….”

“영국이를 제외한 다른 팀원들은 필드 경험이 없거나 일천하니깐, 그 점에 유의해서 적당히 교육도 시키고.”

박영광의 말에.

차은성이 액정을 보던 고개를 들어 박영광을 보았다.

“안용국을 막는 것이 임뭅니까? 아니면 도와주는 것이 임뭅니까?”

차은성의 물음에 박영광이 눈살을 찌푸렸다.

“마음 같아서는 막으라고 말하고 싶지만, 회사에서는 가급적 너희 팀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안용국을 도와줬음 해.”

“도와주라고요?”

차은성이 의아하다는 어조로 반문했다.

“그래.”

박영광이 다소 짜증스러운 어조로 대꾸했다.

“의왼데요. 막으라고 할 줄 알았는데.”

“나도 마찬가지야.”

“혹시…….”

차은성이 말을 흐렸다.

“왜? 혹시라도 이정선 집안이 인민무력부나 그에 준한 곳과 연관이 있어 무슨 정보라도 얻어 내려고 도와주라고 말하는 것 같아?”

박영광의 말에 차은성이 빙그레 웃었다.

“언제 제 마음속에 들어왔다가 나가셨어요?”

“풉!”

박영광이 실소했다.

“회사에서 안용국의 저돌적이고 무모한 사랑에 감동한 모양이다.”

“무슨 그런 살벌한 농담을.”

차은성이 장난조로 대꾸했다. 회사에서 그럴 리가 없다.

“망할!”

박영광이 거칠게 중얼거리듯 말했다.

“뭔가 성과가 필요해.”

“성과요?”

“그래. 대내외에 어필할 수 있는 건수.”

“회사 아니면 청와대. 어딥니까?”

“청와대.”

“외교 안보 수석 라인입니까?”

차은성의 말에 박영광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림 좋잖아. 사랑하는 남자가, 사랑하는 북한 여자를 탈출시키기 위해…… 자신의 목숨은 물론 가진 모든 것을 걸었다!”

“…….”

“외교 안보 수석.”

“…….”

“영화나 드라마를 너무 많이 본 거 아닙니까?”

“난들 알아? 그쪽에서 뭔가 건수가 필요하다고. 적극적으로 안용국을 도와주라고 압박을 가 하니, 별수 있어?”

“…….”

“북한 애들이 알면.”

“…….”

“아주 개지랄 떨 게 뻔하니깐 절대 드러나지 마라. 최대한 팀을 감추고. 이면에서 쥐도 새도 모르게 도와줘. 그림 아주 잘 나오게.”

“우리 팀이 무슨 사랑의 파수꾼입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

“지금까지 이런저런 많은 일을 해 왔지만 이런 일은 나도 처음이야. 무슨 사랑의 작대기도 아니고.”

박영광이 투덜댔다.

차은성은 픽 웃었다. 그럴 만하다. 남녀의 연애에 회사가 몰래 끼어드는 셈이니.

“그나저나 저희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나 됩니까?”

차은성의 물음에 박영광이 대꾸했다.

“사흘!”

“끄응.”

차은성이 앓는 소리를 흘렸다.

“이제 자리 털고 일어날 때도 됐잖아.”

“쩝. 이왕 쉬는 김에 푹 좀 쉬어 보려고 했더니.”

“꿈 깨고. 얼른 퇴원해서 캄보디아로 날아가. 참. 그 전에 팀원들과 한 번 정도는 미팅을 가져야겠지.”

차은성은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박영광의 말대로 한 번쯤은 만나 얼굴 정도는 익혀 둬야 한다.

“아무튼 별 어려운 일 아니니깐 후딱 처리하고 돌아와.”

박영광의 말에 차은성이 눈을 반짝였다.

“만에 하나.”

그러자 박영광이 움찔했다.

“북한 대사관 쪽과 얽히면 어떻게 합니까?”

“안 얽히게 해야지. 그러니깐 쥐도 새도 모르게 하란 말이야.”

“그게 어디 제 맘대로 됩니까? 상황이 제 맘대로 흘러가지 않으면……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흐른다면!”

“그건 현지에서 네가 판단해서 처리해. 다만!”

“다만, 뭐요?”

“우리가 개입한 흔적은 절대 남기지 마라. 응?”

“북한 때문입니까? 아님 캄보디아 정부 때문입니까?”

“둘 다!”

박영광이 언성을 높였다.

“젠장. 남녀가 연애하는 것뿐인데. 망할!”

박영광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국가 안보 관련 임무도 아니고. 남녀의 애정 때문에 NIS가 나선다는 것이 영 내키지 않았다.

외교 안보 수석이 무슨 그림을 그리려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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