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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S의 천재 스파이 (98)

미션 프놈펜

다음 날 정오.

차은성이 신발을 벗고 올라서며 문을 열자 일단의 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좌측 안쪽에 앉은 박영광이 돌아봤다.

“왔냐?”

차은성이 말없이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이어 고개를 들며 문을 닫았다.

“이리로 와서 앉아.”

박영광이 눈짓으로 맞은편을 가리켰다.

차은성이 천천히 맞은편으로 걸어가 앉았다.

그사이.

동석한 이들이 차은성을 보았다.

박영광이 앉은 이들을 돌아봤다.

“영국이와는 안면이 있을 테고.”

박영광의 우측에 앉은 조영국이 차은성을 보았다.

차은성이 말없이 고개를 까닥였다. 그러자 조영국이 눈웃음쳤다.

“저쪽은…….”

박영광이 세 남녀를 차은성에게 소개했다.

“이창흽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아직 파릇파릇하다고 할까?

차은성의 좌측 끝에 앉은 젊음이 넘치는 이창희가 차은성에게 인사했다.

차은성은 말없이 이창희를 돌아보았다. 이어 고개를 까닥였다.

이창희와 차은성 사이에 앉은 최라경이 돌아봤다.

“최라경이라고 해요.”

차은성은 말없이 다시 고개를 까닥였다.

조영국의 우측에 앉은 신일권이 인사했다.

“신일권이라고 합니다.”

차은성이 역시나 고개를 까닥였다.

박영광이 앉은 이들을 돌아봤다.

“자, 다들 인사는 한 것 같고. 주문하지.”

말하며 살며시 미소 지었다.

그러자 앉은 이들이 메뉴판을 집어 들기 시작했다.

차은성은 박영광을 보았다.

“이왕이면 좀 더 근사한 곳으로 하시지.”

“중국집이 어때서?”

“회사에서 운영하는 중국집이잖습니까? 맛! 더럽게 없다고요.”

“이!”

박영광이 인상 썼다.

“기왕이면 맛있는 음식 좀 먹으면서 얘기도 좀 나누고 하면 좀 좋습니까?”

막 박영광이 말하려는데.

“저는 짜장면요.”

막내라서 그럴까? 이창희가 거리낌 없이 말했다.

뒤이어 최라경이 눈치도 없이 말했다.

“저는 짬뽕이요.”

그러자 신일권 역시 분위기에 휩쓸려.

“저는 우동이요.”

당당하게 말했다.

조영국은 뭔가를 아는지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앞에 있는 컵을 들어 물을 홀짝이듯 몇 모금 마셨다.

박영광이 앉은 이들을 쓸어 보더니 왼손을 옆으로 뻗어 버튼을 눌렀다.

잠깐이란 시간이 흐르고.

문을 열고 종업원이 얼굴을 내밀었다.

“아, 여기 짜장면 여섯 개.”

박영광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조영국과 차은성을 제외한 세 남녀. 이창희, 최라경, 신일권의 얼굴이 당혹이란 감정에 물들었다.

다들 엄청 당황하며 어쩔 줄 몰라 한다.

“예에.”

종업원이 대답하며 문을 닫으려는데.

“아, 그리고.”

차은성이 종업원을 돌아봤다.

“탕수육, 라조기, 팔보채, 오향장육하고 칠리새우, 고추잡채, 맥주 다섯 병. 최대한 빨리!”

박영광이 뭐라 말할 틈을 주지도 않고 차은성이 빠르게 말했다.

그사이.

얼굴에서 화색이 도는 종업원이 씩씩하게 대답했다.

“예에. 곧바로 올리겠습니다.”

그러곤 이내 문을 닫았다.

탁.

그러자 박영광이 차은성을 노려봤다.

“너어.”

“어차피 식대는 다 회사로 들어가지 않습니까? 그리고 회사에 말 좀 하세요. 이왕 포인트로 사용할 거, 제발 음식 맛 좀 제대로 내 달라고요.”

“너, 말 다했지!”

“…….”

“맛도 없는데 왜 그렇게 많이 시켰어?”

“그야 국장보님이 계산하실 거니까요.”

“이!”

박영광이 인상 쓰며 차은성을 죽일 듯 바라보았다.

씩.

차은성이 웃었다.

“내 돈 나가는 것도 아닌데. 뭐.”

차은성은 박영광과 농담을 주고받으며 장난쳤다.

두 사람의 속내를 읽은 듯 조영국은 소리 없이 미소 지었다.

이창희, 최라경, 신일권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    *    *

한참 후, 박영광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차은성이 돌아봤다.

“가시는 김에 계산하고 가세요.”

“쓰으.”

박영광이 인상 쓰며 차은성을 돌아봤다.

그새.

차은성이 돌아본 시선을 바로 하고 탕수육 하나를 소스에 푹 담갔다.

“음식 남기지 말고 다 먹어.”

“멀리 안 나가요.”

박영광의 말에 차은성이 돌아보지 않고 입에 탕수육 한 점을 넣었다. 그러곤 천천히 씹기 시작했다.

“나, 간다.”

“예에에.”

돌아보지 않고 대답하는 차은성을 뒤로하고 박영광이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차은성은 맥주잔을 집어 들었다. 몇 모금 마시는데.

조영국이 말했다.

“부럽군.”

차은성이 입에서 잔을 떼며 조영국을 바라보았다.

“어느 정돈 아시죠?”

차은성의 물음에 조영국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상 차은성에게 박영광은 아버지나 마찬가지다.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한 정과 마음을 표시하는 방법을 다른 사람들은 이해하기 힘들다.

조영국은 박영광의 후배라, 차은성과 박영광 사이를 어느 정돈 안다.

*    *    *

잠시 뒤.

차은성이 앉은 네 사람을 차례대로 한 명씩 쳐다봤다.

이어 이창희를 바라보았다.

“……앞으로 연락은 이창희가 맡는다.”

“…….”

“내가 이창희에게 연락하면 이창희가 팀원들에게 다시 연락한다.”

차은성은 이전 팀, 아르티펙스의 체계를 새로운 팀원들에게 설명했다.

“……이창희가 세 건의 메시지를 보낼 거야. 그중 앞과 뒤의 메시지는 만약의 상황에 대비한 허위이고 두 번째 메시지가 진짜라는 걸 명심해.”

“…….”

“오더가 떨어지고, 연락이 가면 각자 알아서 출국.”

“…….”

“메시지에 명기된 집결지로 모인다.”

“…….”

“집결지로 모이기 전에…… 유명 관광지 두세 곳을 들러 관광객인 척 위장. 관광지를 둘러보며 미행 여부를 확인해.”

“…….”

“미행을 달고 집결지로 오면 팀 모두가 위험해진다는 점을 잊지 말도록!”

차은성이 말하며 신일권을 보았다.

“집결지에 모이면 가장 먼저 폭발물을 세팅. 만약의 경우, 집결지를 즉각 폭발할 수 있도록 책임지고.”

“…….”

“외부에도…… 이창희는 집결지 외곽에 감시 카메라를…… 유사시 내가 지정해 둔 제2집결지로 즉각 이동하여…….”

차은성이 설명하는 동안 조영국, 신일권, 최라경, 이창희가 긴장했다.

다들 설명을 경청하며 눈을 반짝였다. 그들의 이목은 차은성에게 쏠려 움직일 줄 몰랐다.

이어 차은성은 이번 오더에 관해 설명했다.

“작전지는 캄보디아다.”

차은성은 맡은 팀원들을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 내심 귀찮았다.

조영국을 제외하고 다른 세 남녀는 필드에서 뛰기에는 무리다. 경험이 거의 없다.

필드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자신이 교관 아닌 교관이 되어 가르쳐야 한다.

그 때문에 가벼운 임무를 부여하는 것이긴 하지만.

차은성은 팀원들을 둘러봤다.

“……모든 임무가 끝나면 올 때와 똑같이, 각기 혼자서 출국하여 서울로 복귀한다. 그리고 사나흘 후에 이창희를 통해 계좌에…… 해당 계좌의 개설은 회사 지원팀이 맡아서…… 추후 통지한다.”

“…….”

“계좌의 돈을 쓸 때, 조심해라.”

차은성은 감찰실을 입에 올렸다.

“쓸데없이 명품을 잔뜩 사들이거나 고급 외제 차를 구매하거나…… 사람들의 이목을 끌 만한 이상 행동은…… 감찰실의 주목을 받게 된다.”

차은성이 주의를 주자.

“휴우우.”

조영국이 한숨을 쉬었다.

차은성이 쳐다봤다.

“이래저래 감찰실이 우리를 감시한다는 거군.”

차은성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조영국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얼굴로 손을 들었다. 이내 상의에서 담뱃갑과 라이터를 꺼내더니 담배를 피우려 했다.

그러자 최라경과 이창희가 돌아봤다.

“실내 금연!”

“벌금!”

거의 동시에 이창희와 최라경이 말하자 조영국이 주춤거리더니 인상을 썼다.

“정말!”

신일권은 조영국, 이창희, 최라경을 지켜보며 입가에 작은 미소를 지었다.

차은성은 새로운 팀원들을 바라보며 맥주잔을 들어 단숨에 비웠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리셋!

*    *    *

며칠 후.

캄보디아 프놈펜 시내 모 쇼핑몰.

한국과 캄보디아의 경제력 차이 때문일까?

규모 면에서나, 점포의 수나 진열되어 있는 상품의 수나.

눈에 보이는 것 모두.

한국의 쇼핑몰과 비교하면 현저한 차이가 있다.

그래도 제법 오가는 손님들이 많았다.

다들 저마다 필요한 물건이 있어 구매하려는 듯.

사람들이 중앙의 통로를 걸어가며 좌우에 있는 점포들과 점포들이 진열해 놓은 상품들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그들 중 두 여인.

이정선과 박정희는 들뜬 눈으로 진열되어 있는 제품들을 바삐 둘러보았다.

“아이구야. 많기도 하다, 야.”

박정희의 말에 나란히 걷던 이정선이 말했다.

“시간 없시요. 빨리 손 크림을 사고 돌아가야 합네다.”

북한 사투리가 남아 있었다.

“야아. 그래도 좀 더 둘러보자 야. 우리가 이렇게 나올 수 있는 기회래 자주 있는 것도 아니고.”

“언니래, 그러다 생활총화에서 자아비판 해야 하문 어케 하려고 그럽니까?”

“정선이, 네래 입만 다물고 있음 누가 알간?”

박정희의 말에 이정선이 순간 픽 웃고 말았다.

그녀는 어이가 없다는 어투로 박정희에게 재차 말했다.

“하여간 못 말리겠슴다.”

“됐고. 조기로 가 보자.”

박정희가 말하며 오른쪽으로 돌아섰다.

이정선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먼저 가시라요. 저는 화장실 좀 가야겠습니다.”

이정선의 말에 박정희가 멈칫하더니 걸음을 멈추고 돌아섰다.

“화장실?”

“싸겠습니다.”

“알았다. 얼른 갔다 와라.”

“네에.”

이정선이 박정희에게 말하며 재차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화장실을 찾고 있다.

*    *    *

잠시 뒤.

이정선은 박정희와 헤어져 화장실 앞에 이르렀다. 그녀는 주변을 둘러보며 진한 경계의 눈빛을 띠었다.

꿀꺽.

이정선은 심중의 긴장감에 마른침을 삼키더니 이내 여자 화장실로 들어갔다.

직후.

화장실로 한 남자가 걸어오더니 재빨리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곤 어이없게도 여자 화장실로 재빨리 들어갔다.

*    *    *

여자 화장실 내의 한 칸.

이정선은 문을 단단히 잠그고 돌아섰다.

“미쳤습니까? 여자 화장실에 들어오면…….”

그녀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안용국이 재빨리 이정선에게 다가서더니 왼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둘렀다.

동시에.

오른손으로는 이정선의 등을 감싸며 뭘 어떻게 할 겨를도 없이 자신의 가슴으로 이정선을 끌어당겼다.

이정선은 엉겁결에 안용국의 가슴에 안겼다.

이내.

안용국이 자신의 입술로 이정선의 입술을 덮어 버렸다.

기습적인 입맞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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