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NIS의 천재 스파이 (93)화 (93/208)

NIS의 천재 스파이 (93)

반전

잠시 뒤.

문상혁 부장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나쁘지 않긴 한데…….”

박영광을 마주 보았다.

“NIS가 왜 이번 일에 나서는 거요?”

“본연의 업무와는 무관하긴 합니다만.”

“따로 이유가 있는 거요?”

박영광이 말없이 미소 지었다.

씩.

문상혁 부장은 알아챘다.

‘따로 이유가 있어!’

박영광이 천천히 말했다.

“국가 질서에 대한 도전은 용납할 수 없습니다.”

순간.

문상혁 부장이 움찔했다.

‘설마?’

문상혁 부장은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일순 그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박영광이 문상혁 부장의 얼굴을 보곤 재차 미소 지었다.

“너무 나대면 적당히 야단쳐야 하지 않겠습니까?”

“누구요? 아니지. 어느 세력이오?”

“…….”

“설마 장 & 홍 로펌이오?”

문상혁 부장이 거듭 물었다.

“…….”

박영광은 침묵했다. 문상혁 부장이 알아서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펴게끔 은연중에 유인했다.

“국장보!”

“자신들이 대한민국 법질서 머리 꼭대기에 있는 특권계급이라는 생각을 가진 자들이 너무 많다는 생각을 가끔 하곤 합니다.”

“국장보!”

“검찰이 그렇게 움직여 준다면 피해 갈 것은 없습니다.”

박영광의 말에 문상혁 부장이 흠칫했다.

박영광이 살며시 입가에 흐릿한 미소를 지었다.

“으음.”

문상혁 부장은 침음을 흘리며 곤혹스러운 눈빛을 띠었다. 아무래도 검찰이 타의에 의해 모종의 소용돌이에 그만 휩쓸리고 만 것 같다.

박영광은 다시 삼계탕을 먹으며 문상혁 부장과 소곤소곤 낮은 목소리로 무엇인가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    *    *

다음 날. 생뚱맞게도 인기 절정의 모 여배우의 동영상이 인터넷에 퍼졌다.

그런 한편으로 각 방송사 연예 관련 프로에서 여배우의 낯 뜨거운 행적을 다루기 시작했다.

또한 여당 국회의원 두어 명의 정치자금 관련 비리가 종편 뉴스에서 방송되기 시작했다.

이슈는 이슈로 덮는다!

국민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한 뻔한 수순이었다.

같은 수법에 두 번, 세 번 당하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종종 이슈를 다른 이슈로 덮는 것이 언제나 국민들에게 통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국민들이 아주 멍청하고 어리석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그런 국민들 대다수가 최소 대졸 이상의 학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들의 지적 수준을 과연 제대로 알고 있는지 의문이다.

*    *    *

아들을 살리고자 하는 부정에 눈물이 난다?

아들이 대한민국 법을 뭐같이 알고, 마약중독자이며 미성년자를 죽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아들이 법적인 처벌을 받지 않도록.

국민들의 이목에서 벗어나도록.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하고 있었다.

*    *    *

이틀 후.

2차장 선우종이 매우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앉은 책상 너머에 서 있는 사이버 센터장 곽진영.

“조짐이 심상치 않습니다.”

“애들이야! 그것도 여고생들!”

선우종이 언성을 높였다.

“그 애들이 여론의 형성과 특정 방향으로의 유도에 있어 저희 NIS 머리 꼭대기에 있습니다.”

곽진영의 말에 선우종이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자네. 그걸 지금 말이라고 내 앞에서 하는 건가?”

은근 성내며 곽진영을 책망했다.

곽진영은 별다른 감정의 변화 없이 담담하게 말했다.

“차장님.”

“…….”

“제가 나사가 빠져서 그런 말씀을 드리는 것이 아닙니다.”

곽진영의 말에 선우종이 움칫했다.

“자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곽진영이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첫 번째!”

“…….”

“현 정권이 바뀔 수 있습니다.”

“뭐?”

선우종이 깜짝 놀랐다.

곽진영이 그러거나 말거나 담담하게 말했다.

“두 번째!”

“이봐. 곽 센터장.”

선우종이 곽진영을 소리쳐 불렀다.

곽진영은 못 들은 척하며 말을 이었다.

“현 정부가 전 세계적인 비난에 직면하게 될 겁니다. 그로 인한 눈에 보이지 않는 피해가 얼마나 될지. 솔직히 가늠이 되지 않습니다.”

“…….”

“세 번째!”

“…….”

“다시 촛불이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울 겁니다.”

곽진영의 말에 선우종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자, 자네!”

말을 더듬는 것이 엄청 당혹스러운 모양이다.

곽진영은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

“차장님.”

“…….”

“대한민국 여고생들을 단순히 애들이라고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

“인터넷에서 여고생들이 집단으로 움직이면 거대한 집단의식이란 민의가 생성됩니다. 그럼 이 나라 대한민국 정부가 뒤집어지는 것은 시간문젭니다. 정권의 정통성이 부정당하는 것은 시간문제이고, 최악의 경우에는 정권이 뿌리째 뽑힙니다.”

“자네. 지금 무슨 황당한 말을!”

선우종이 도저히 이해되지 않아 언성을 높였다.

“차장님.”

“…….”

“대한민국에서 가장 위험한 집단 중 하나가 바로 여고생들입니다.”

“…….”

“그 애들이 인터넷에서 집단적으로 움직이면 말입니다…… 대한민국의 60만 군으로도 어떻게 할 수 없는 엄청난 여론이 태동됩니다. 일단 여론이 반정부라는 방향으로 치달아 버리면 정부가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젭니다. 아닌 말로, 대통령도 자리에서 내려와야 할 겁니다.”

“…….”

“비록 인터넷이란 세계에 국한된 힘이지만, 그 힘을 절대 무시하셔서는 안 됩니다. 이미 촛불을 통해서 여고생들이 얼마나 엄청난 파워를 가지고 있는지 충분히 보여 주었잖습니까?”

곽진영이 엄청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여고생들이 국가를 한순간에 무너뜨릴 수도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음을 언급했다.

선우종은 어이가 없어도 너무 어이가 없어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곽진영은 거듭 선우종에게 여고생들이 위험함을 말했다.

하지만 선우종은 이해하지 못했다.

전형적인 우이독경의 상황에 곽진영은 무척 답답했다.

아미라는 이름의 전 세계적인 팬을 가진 모 아이돌 그룹.

한국의 팬클럽 중 몇 곳에 서연이 사건에 관한 글이 올라왔다.

해당 팬클럽에 가입한 이들 중에 여고생들이 발끈했다.

“십팔!”

“이것들이 함 해 보자 이거지.”

“가만 못 있어. 아니, 안 있어!”

여고생들이 해당 글을 각 블로그, SNS, 페이스 북 등등으로 퍼 나르고 있다.

여고생들 중에는 영어, 중국어, 일어를 할 줄 하는 애들이 있다. 그 애들이 해외 팬클럽에 해당 글을 퍼 나른다. 물론 각국 언어로.

“……해당 아이돌 그룹의 팬이 전 세계에 퍼져 있습니다. ……전 세계 한류 팬들이 최소 몇억 명 단윕니다. 차장님. ……일단 해당 팬들에게 퍼지면 기타 한류 팬클럽들에 퍼지는 것은 시간문젭니다. 그럼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차장님.”

곽진영의 말에 선우종이 입을 따악 벌리며 아연실색했다.

그림이 그려진다!

“전 세계가 아는 데 겨우 하루 이틀이면 충분합니다. 그렇게 되면 미국의 폭스 뉴스, CBS, CNN 등이 해당 사건을 인지하는 것은 이내일 겁니다. 그럼 미국 전역으로 서연이 사건이 방송되는 것은…….”

“…….”

“국내에서 여고생들이 인터넷에서 하나의 거대한 여론을 형성하기 시작할 겁니다. 그런 한편으로 청와대 청원 게시판은 물론이고 각 언론사 게시판을 비롯하여 여야 정당 게시판 등에 각종 댓글을 달며 민의라는 집단 사고를…….”

“…….”

“저희가 통제할 수 없는 거대한 여론이 생깁니다. 해당 민의가 어느 방향으로 향할지, 가늠이 되십니까?”

곽진영의 물음에 그제야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한 선우종이었다.

너무도 충격적이라 그는 뭐라 말하지 못했다.

“일단 태동되어 움직이기 시작하면 언론이 문제가 아닙니다.”

“…….”

“집단 사고라는 여론이 마구 요동칠 겁니다.”

“…….”

“최악의 경우엔!”

“…….”

“나라가 뒤집어집니다! 차장님!”

곽진영이 목소리를 높였다.

선우종은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양손을 들었다. 그러곤 깍지를 끼더니 앉은 책상에 내려놨다.

곽진영이 침묵하며 생각 중인 선우종을 말없이 지켜보았다.

*    *    *

경각 후.

선우종이 입을 뗐다.

“예전에……××빠라고 불렀었지.”

“…….”

“골수팬이 좋아하는 아이돌의 집에 몰래 숨어들어 소란을 피우고, 택시를 대절하여 좋아하는 아이돌이 탄 밴을 뒤쫓다가 교통사고가 일어나는 등.”

“…….”

“사회문제가 되었었지.”

“…….”

“앞뒤를 못 가리고 앞만 보고 무조건 직진이었어.”

“…….”

“촛불 때도, 인터넷상에서 남학생들보다 여학생들의 활동이 놀라울 정도로 활발했었지.”

“…….”

“그 애들.”

“…….”

“전혀 통제가 안 돼!”

선우종이 숙인 고개를 들며 깍지를 풀었다.

그러곤 서 있는 곽진영을 보았다.

“다른 것은 몰라도, 자네가 말한 최악의 상황은 충분히 일어날 개연성이 크고 높아.”

“그럼.”

곽진영이 말하자 선우종이 고개를 숙여 책상을 보았다.

곽진영이 올린 보고서.

천천히 말하며.

“보고해야지.”

선우종이 우로 오른손을 뻗었다.

수화기를 집어 드는 선우종을 곽진영이 가만히 지켜봤다.

“아, 나, 2차장인데. 지금 바로 원장님을 뵙고 싶은데.”

“…….”

“중요한 일이야. 원장님께 데프콘2 상황이라고 말씀드려. 그럼 이해하실 거야. 그래? 그럼 바로 연락 줘. 응.”

선우종이 말한 후 수화기를 내려놓으며 곽진영을 보았다.

“센터장.”

“네. 차장님.”

“보고 준비하게.”

“원장님께?”

곽진영의 물음에 선우종이 고개를 끄덕였다.

“인터넷 쪽은 아무래도 나보다는 자네가 전문가 아닌가?”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바로 브리핑 준비하겠습니다. 차장님.”

“최대한 빨리.”

“네.”

곽진영이 대답하며 고개를 숙였다.

선우종은 그를 바라보며 긴장의 눈빛을 띠었다.

*    *    *

다음 날 반전이 일어났다.

청와대에서 긴급 수석 비서관 회의가 열리고, 서연이 사건을 민정 수석 비서관이 전담하는 것으로 결정 났다.

회의를 마치고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온 민정 수석 비서관은 곧바로 경찰청장, 검찰총장, NIS 원장을 청와대로 불러들였다.

*    *    *

장 & 홍 로펌의 대표인 장경복이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1인용 소파에 앉은 그의 우측.

출입문을 등지고 서 있는 이우일 실장이 진중한 어조로 보고 중이었다.

“……수석 비서관 회의에서 그렇게 결정이 났다고…… 알려 왔습니다.”

“흠. 그동안 정성을 들인 보람이 있군.”

“대표님.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

“다른 사람도 아니고 신기동 고문님이 관련된 일입니다.”

“어쩔 수 없지 않은가?”

“하면?”

“꼬리를 잘라 내야겠지.”

장경복 대표의 말에 이우일이 흠칫했다.

“신기동 고문님이 반발하지 않겠습니까?”

“그래도 어쩔 수 없어. 신 고문도 이해할 거야.”

“하지만…….”

이우일이 말끝을 흐렸다.

어디까지나 장경복 대표의 생각일 뿐이다. 신기동 고문이 순순히 말을 따르지 않을 것이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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