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NIS의 천재 스파이 (92)화 (92/208)

NIS의 천재 스파이 (92)

뭔가 있다!

특종 냄새를 맡은 기자들은, 피 냄새를 맡은 피라냐에 다름 아니었다.

돌연 민경구 청장이 치안감 이상의 고위 간부들을 불러 모았다. 그러곤 예정에도 없던 긴급회의를 열었다.

뭔가 아주 크고 민감한 사건이나 사안이 있는 것이 틀림없다.

흔히들 ‘촉’이라 부르는 것을 느낀 기자들은 기삿거리를 얻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다.

특종!

그 냄새를 맡았기 때문이다.

회의장 바깥에서는 경찰과 기자들이 서로 고성을 지르며 격렬한 다툼을 이어 나갔다.

“그만! 그만!”

“좀! 비켜!”

기자들을 막아선 경찰들은 진땀을 뺐다.

막아서는 기자들 모두 경찰청 출입 기자들이라 다들 안면이 있다. 그 때문에 인간적인 측면을 간과할 수 없었다. 그 때문에 무척 난처해했다.

“에이. 왜 그래? 좀 비켜 봐.”

기자들은 막무가내였다. 저돌적으로 밀어붙였다.

“정말 왜 이러세요. 네에! 박 기자님. 이러지 마시라고요.”

하지만 막아서는 경찰들을 뚫진 못했다. 밀고 밀어내는 일련의 다툼이 그치지 않았다.

*    *    *

당일 12시 25분. 강남 유명 스시 전문점 도쿄.

VIP 룸들 중 한 룸에서 신석구는 약혼녀와 함께 점심 식사 중이었다.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으며 웃고 떠드는 식사 자리는 무척 즐거웠다.

그런데…….

왈칵.

룸의 출입문을 열어젖히며 일단의 형사들이 우르르 룸으로 들어왔다.

돌연한 상황에 신석구와 약혼녀가 대화를 중단했다. 두 남녀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으며 형사들을 돌아봤다.

“뭐야? 당신들.”

신석구가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형사들에게 소리쳤다.

즐거운 식사 자리를 방해받아 무척 화난 신석구였다.

“어머!”

약혼녀 역시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돌아섰다.

신석구와 약혼녀는 영문 몰라 했다.

형사들은 신속했다.

신석구와 약혼녀에게 다가서며 빙 둘러섰다.

도주 차단!

형사들 중 한 명이 신석구에게 한 발 가까이 다가섰다.

“신석구 씨.”

“…….”

신석구는 어안이 벙벙했다.

“당신 뭐야?”

언성을 높였다.

그러자 그가 손을 들어 상의에서 영장을 꺼냈다.

“……경찰청 소속 광역수사대 경위 이정우라고 합니다.”

“그런…….”

신석구가 거칠게 소리치려고 하다가 멈칫했다.

이정우 경위가 제시하는 영장!

이정우 경위가 거침없이 말했다.

“귀하를 향정신성 의약품에 관한 법률 위반과 오서연 양 살해 혐의로 긴급체포 합니다.”

“뭐?”

신석구가 놀란 어조로 반문했다.

이정우 경위는 제시한 영장을 상의에 집어넣었다.

“당신은…… 불리한……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미란다 원칙을 말했다.

신석구는 적잖게 당황했다. 그가 뭐라 말하지 못하고 이정우 경위를 빤히 바라보는 사이.

약혼녀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이정우 경위를 바라보았다.

“당신!”

이정우 경위가 약혼녀를 바라보았다.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아?”

약혼녀가 성난 어조로 언성을 높였다.

“훗.”

이정우 경위가 깔끔하게 무시하며 형사들을 둘러봤다.

“뭣들 해!”

소리치자 형사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신석구에게 다가서며 그의 양팔을 잡았다.

그러자 신석구가 저항했다.

“지금 무슨 말도 안 되는…… 놔아! 이거 안 놔아!”

신석구가 거칠게 형사들의 손을 뿌리쳤다. 하지만 이내 형사들에게 양팔이 단단히 잡히고 말았다.

“가만히 있으세요.”

“신석구 씨. 이럼 거칠게 다룰 수밖에 없습니다.”

“좋게 갑시다.”

형사들이 은연중에 신석구를 위협했다.

“놔아!”

“어허.”

“거참. 좋게 가자니깐.”

“놓으란 말이야.”

신석구와 형사들이 거친 실랑이를 주고받았다. 하지만 혼자인 신석구가 다수의 형사를 어떻게 할 수는 없었다.

형사들은 거침이 없었다. 좌우에서 신석구의 양팔을 뒤로 꺾더니 이내 양 손목에 수갑을 채웠다.

철컥, 철컥.

약혼녀는 눈앞의 상황에 매우 당황했다. 그녀는 수갑을 채우는 형사들에게 소리쳤다.

“당신들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야!”

형사들이 그녀를 돌아봤다.

“내 아버지가 누군지 알아?”

철없는 현대의 귀족주의에 푹 전 약혼녀였다.

“여당 원내 대표야, 원내 대표.”

약혼녀의 외침에 형사들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가자.”

이정우 경위가 재차 무시하며 경찰들을 둘러봤다. 이어 뒤돌아섰다.

그러자 두 형사가 좌우에서 신석구의 양팔을 단단히 잡고 끌고 나갔다.

다른 형사들이 그들을 뒤따랐다.

“놔아아. 이거 안 놔아아! 당장 수갑 풀어! 풀라고……오!”

신석구는 고래고래 소리치며 몸부림쳤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약혼녀는 황당해하는 표정을 지으며 멍하니 형사들을 바라보았다.

*    *    *

기지국을 이용해 용의자들의 폰 위치를 파악 및 확인한 경찰들은 전격적으로 체포에 나섰다.

민경구 경찰청장이 나선 까닭에 그들에 대한 영장은 전례 없이 빠르게 발부되었다.

*    *    *

콰아아앙.

볼링장에 제법 큰 소리가 울려 퍼졌다.

“나이스.”

“스트라이크.”

“굿!”

정광용은 다수의 남녀와 함께 강남 모 고급 볼링장에서 한창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즐거운 시간은 그리 오래가지 않고 끝났다.

우르르.

형사들이 몰려오더니 볼링장 곳곳으로 흩어졌다. 그러곤 사람들의 얼굴을 일일이 확인하며 정광용을 찾았다.

이내 형사들이 두어 명의 여자와 시시덕거리는 정광용을 찾아냈다. 그러곤 빠르게 정광용에게 다가갔다.

잠깐이란 시간이 지나고.

“정광용 씨.”

뒤에서 부르는 음성에 정광용이 뒤돌아봤다.

그러자 형사들 중 한 명이 한 발 앞으로 나서며 상의에서 영장을 꺼냈다.

상황은 신석구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내 정광용의 양팔에 수갑이 채워졌다.

“놔아아! 이게 무슨 짓이야? 안 놔아아!”

고래고래 고성을 지르며 정광용이 저항했다. 하지만 그의 저항은 무력했다.

형사들은 정광용뿐만 아니라 함께 있던 남녀도 체포했다.

여덟 명의 용의자.

그들 중 몇이 정광용과 함께 있었다. 그런 이유로 정광용과 함께 있던 남녀는 죄다 수갑을 찼다.

그사이.

볼링장에서 볼링을 치던 이들이 정광용과 일행을 지켜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향정신성 의약품에 관한 법률 위반과 살인 혐의!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다들 알기에.

다들 혐오스러운 눈으로, 형사들에 의해 끌려가는 정광용과 그 일행을 지켜보았다.

*    *    *

강남 모 고급 헬스클럽.

“다가오면!”

“…….”

“확!”

“…….”

“던져 버릴 거야! 알겠어?”

배준영이 무게를 조절하는 둥근 철제 원반을 손에 들고, 둘러싼 형사들을 위협했다.

맞으면 중상을 입을 것이 뻔하기에, 배준영을 에워싼 형사들이 곤혹스러워했다.

“버려!”

“내려놔. 인마!”

“저항한다고 달라지는 건 없어.”

형사들이 배준영에게 소리쳤다.

배준영은 깔끔하게 무시했다.

“지랄하네.”

“저 자식이!”

“너, 인마. 당장 안 내려놔!”

“사람 다쳐. 알겠어? 좋게 말할 때 내려놔.”

형사들은 배준영을 위협했지만 배준영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잠시 거친 실랑이가 오가고, 참다못한 한 형사가 배준영에게 테이저건을 쏘고 말았다.

팍.

찰나.

“아아아악!”

배준영이 전류에 비명을 지르며 몸을 격렬하게 떨었다.

부들부들.

그러곤 힘없이 바닥에 쓰러졌다.

철퍼덕.

그러자 형사들이 급히 배준영에게 달려들었다.

“이 자식이!”

“너! 청에 들어가서 보자.”

“빨리 수갑 채워.”

“똥오줌 못 가려도 유분수지.”

형사들은 저항한 배준영에 대한 악감정에 험악한 어조로 말했다.

*    *    *

신석구, 정광용, 배준영을 필두로 여덟 명이 전격 체포. 경찰청으로 압송되었다.

그사이.

그들 여덟 명의 부모에게 자식의 체포 소식이 들려왔다.

다들 어이없어하며 믿지 않았다. 하지만 확인해 본 후 사실임을 알고는 기함할 듯이 놀랐다.

부모들 중 노동부 장관을 비롯해 힘 있는 이들이 경찰청에 전화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네에?”

“아……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일단 제가 알아보죠.”

“그럴 리가요?”

그들의 전화를 받은 경찰청 간부들은 하나같이 그렇게 말하며 은근 해당 사건에서 발을 뺐다.

*    *    *

당일 오후 5시.

경찰청 대변인이 기자회견을 통해 해당 사건의 개요를 설명하며 공개수사가 시작되었음을 말했다.

이내 방송과 신문 등 언론 매체들이 난리법석을 부리듯 황황급급히 속보를 내보냈다.

*    *    *

저녁 뉴스 시간에 앵커가 해당 사건을 알리며, 수갑을 찬 여덟 명이 형사들에 의해 경찰청으로 끌려 들어오는 영상을 송출했다.

“안 비켜!”

“누가 날 찍어!”

“니들, 기억해 둘 거야!”

“죽고 싶어!”

하늘 무서운 줄 모르는 천둥벌거숭이라고 말해도 부족함이 없는 여덟 명의 망동에, 뉴스를 본 시청자들은 하나같이 기가 차다는 표정을 지었다.

“세상에 뭐 저런 놈들이 다 있어?”

“와아, 뻔뻔하네.”

“대체 뭘 믿고 저렇게 날뛰는 거야?”

“겁이 없어도 너무 없네.”

“뒷배가 얼마나 빵빵하면 저럴 수 있지?”

“저, 저 미친놈들.”

“아직 정신 못 차렸네, 못 차렸어.”

시청자들은 하나같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감정을 느꼈다.

공권력으로 대변되는 국가권력을 아주 대놓고 무시해 버리는 여덟 명의 언행에 다들 분노를 금치 못했다.

다음 날부터 서연이 사건은 전국적인 초미의 이슈가 되며 전 국민의 관심을 끌게 되었다.

각 언론 매체들이 거의 실시간으로 관련 뉴스 속보를 전했고, 사건 관련 검색어가 포털 상단을 독차지했다.

*    *    *

창밖을 바라보며 서 있는 임범철 국장.

두어 걸음 떨어진 뒤에 서 있는 최상국 과장이 한창 보고 중이었다.

“현재 전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어 있습니다.”

“…….”

“언론에서 연일 비중 높게 다루고 있으며…… 여덟 명의 부친들이 매우 강력하게 청장님과 허장강 수사국장님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수사는?”

임범철 국장이 묻자.

“현재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여덟 명 모두 조사실에 연금된 상탭니다.”

“상태는?”

“서서히 금단증세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다들 매우 불안한 심리 상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조만간 알아서 술술 불겠군.”

“자백이야 받을 수 있겠지만, 증거가 좀…….”

최상국 과장이 말끝을 흐렸다.

“금단증세만으로도 그놈들이 마약중독자라는 것을 증명하는 데에는 무리가 없어. 문제는 서연이, 그 아이의 죽음인데.”

“치사량이 넘는 약물을 주입받은 것은 틀림없습니다만. 주입한 당사자인 신석구가 부인하면 입증하기가 매우 어려워집니다, 국장님.”

“그렇긴 해.”

“만에 하나라도 신석구가 법정에서 자백을 번복하기라도 하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저희가 강압적으로 수사하여 어쩔 수 없이 자백했다는 식으로 말한다면!”

임범철 국장이 뒤돌아봤다.

“그럼 더 좋고.”

“네?”

최상국 과장이 무슨 말인지 몰라 어리둥절해했다.

씩.

임범철 국장이 소리 없이 웃었다.

“여덟 놈들은 지금 생사의 외나무다리 위에 서 있어.”

“…….”

“무사히 외나무다리를 건너면 살 수 있겠지만. 만에 하나라도 외나무다리에서 벗어나면!”

임범철 국장이 말을 끊으며 눈을 반짝였다.

차은성.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한편.

최상국 과장이 의아한 눈으로 임범철 국장을 바라보았다.

*    *    *

서울 모 유명 삼계탕집.

박영광은 삼계탕을 먹으며 맞은편에 앉아 있는 장년인을 바라보았다.

대검 공안부장 문상혁이 황당하다는 눈으로 박영광을 보았다.

“안 드십니까?”

“국장보!”

문상혁 부장이 나지막하게 박영광을 부르며 눈을 치떴다.

“우리 검찰을 엿 먹이려고 NIS에서 작정한 거요?”

“그럴 리가요?”

“그럼!”

박영광이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씨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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