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NIS의 천재 스파이 (94)화 (94/208)

NIS의 천재 스파이 (94)

“우리에게 불똥이 튀기 전에 신속하게 처리하게.”

장경복 대표가 이우일을 돌아봤다.

“네.”

이우일이 머리를 숙였다.

“혹시 신 고문이 반발하면.”

장경복 대표가 눈을 반짝이며 모종의 지시를 내렸다.

그러자 머리를 들던 이우일이 움칫하더니.

“알겠습니다. 그렇게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진중한 어조로 대답했다.

장경복 대표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만 나가 봐.”

“네. 그럼.”

이우일이 인사한 후 뒤돌아섰다.

장경복 대표는 한숨을 쉬며 소파에 몸을 기댔다.

“휴우.”

안색이 다소 흐렸다. 예상치 못한 뜻밖의 상황에 심중 곤혹이란 감정을 느끼는 그였다.

‘청와대에서 그런 결정을 내렸다면 어쩔 수 없지.’

장경복 대표는 현시점에서 청와대와 척을 지는 것은 장 & 홍 로펌에 실익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 한편으로.

신기동이란 꼬리를 잘라 내어 장 & 홍 로펌의 이미지와 실익을 챙기려 했다.

*    *    *

몇 시간 후.

탁.

대통령 집무실을 나오며 문을 닫는 노동부 장관 배기천.

돌아서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몸을 휘청거렸다.

마침 집무실로 걸어오던 비서실장 최대광이 그 모습을 보았다.

최대광 실장이 급히 배기천 장관에게 다가가 부축했다.

“장관님!”

“아……. 괜찮아요. 괜찮습니다.”

배기천 노동부 장관이 손을 들어 최대광 비서실장의 부축을 뿌리쳤다.

“안색이 좋지 않습니다. 무슨 일이 있으신 겁니까?”

최대광 실장이 물으며 슬쩍 집무실을 쳐다봤다.

“최 실장.”

“네. 장관님.”

“다 알고 있으면서 그렇게 말하는 것은 나에 대한 실롑니다.”

배기천 노동부 장관의 말에 최대광 비서실장이 흠칫했다.

“장관님…….”

“압니다. 수신제가를 못 한 주제에 무슨 얼굴로 치국평천하 하겠습니까? 이게 다 자식 잘못 가르친 죗값이죠.”

배기천 노동부 장관이 처연한 어조로 말하며 옆으로 돌아섰다.

최대광 비서실장은 힘없이 걸어가는 배기천 노동부 장관을 바라보았다.

“그리 모나지 않은 사람인데.”

최대광 비서실장은 안타까운 어조로 중얼거렸다.

그간 무난하게 노동부를 이끌어 온 배기천 장관이다. 한데 아들 때문에 그만 발목이 잡혔다.

안타깝지만, 국민 여론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옷을 벗길 수밖에.

최대광은 가만히 서서, 배기천 장관이 시야에서 보이지 않을 때까지 지켜봤다.

*    *    *

일주일이 지났다.

그동안 모든 것이 놀라울 정도로 반전되었다. 또한 신속하게 처리되었다.

다들 민정 수석 비서관이 전례 없이 전면에 나서며 빠르게 사건을 수습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차은성 역시 뉴스와 인터넷 속보를 통해 상황이 반전되었음을 인지했다.

자신의 계획이 굳이 필요 없을 정도로 민정 수석이 기민하고 즉각적인 조치들을 취했다.

*    *    *

이른 저녁 시간대의 모 삼겹살집.

지글지글.

꽤 많은 삼겹살이 불판에서 맛깔스럽게 구워지며 식욕을 돋우는 냄새를 풍겼다.

박영광이 젓가락으로 삼겹살 한 점을 집어 입에 쏙 넣었다. 그러곤 소주잔을 들더니 단숨에 비웠다.

“캬아……!”

“…….”

“이 맛에 고기를 먹는 거야.”

중얼거리며 박영광이 입을 오물거렸다.

그러자 맞은편에 앉은 차은성이 상추 그릇을 슬쩍 내밀었다.

“고기만 드시지 말고 야채도 곁들여 드세요.”

“훗. 날 생각하는 거냐?”

“삼촌도 슬슬 몸 생각 할 나이가 되셨어요.”

“지랄한다.”

“…….”

“마!”

“…….”

“네가 내 속만 안 썩이면 난 적어도 백 살까지는 무병장수할 거다. 알겠냐? 이 썩어 문드러질 놈아!”

차은성에게 소리쳤다.

그러자 차은성이 몸을 뒤젖히며 대답했다.

“정말!”

“…….”

“씹던 건 마저 다 씹어 삼키신 후에 좀 말씀하세요.”

“못된 놈 같으니라고.”

박영광이 투덜대며 빈 잔을 들었다.

“따라 봐.”

차은성이 뒤젖힌 몸을 바로 하며 소주병을 들었다.

“그런데 상황이 어떻게 급반전된 겁니까?”

소주를 따르며 궁금하다는 어조로 물었다.

“그게…….”

박영광이 주위를 살폈다.

그와 차은성 외에 몇몇 다른 이들이 주변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다들 삼겹살을 먹고 소주를 마시며 두런두런 대화를 주고받았다.

그들 모두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중이었다.

박영광이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게 된 거야. 청와대가 ‘아, 뜨거!’ 한 셈이라고나 할까?”

박영광이 말하는 사이, 차은성이 소주병을 테이블에 내려놨다.

“…….”

침묵한 차은성.

무슨 걱정이 있는 것처럼 얼굴이 그리 밝지 않다.

박영광이 잔을 내려놓으며 차은성을 보았다.

“너.”

“…….”

“안색이 그리 밝지 않은데. 무슨 일이라도…….”

박영광이 말끝을 흐리며 불안한 눈빛을 띠었다.

임무가 있으면.

일을 만들지 않는 차은성이다.

한데 임무가 없으면.

차은성이 꼭 대형 사고를 친다.

그 일은 본인과 관련이 있는 일이 아니다. 주변 사람들이 연관된 일이었다.

죽은 노태준과 딸 연지. 그리고 지금은 예서.

“뭐야?”

박영광이 신경질적으로 차은성을 다그쳤다.

“아무 일 아닙니다.”

“너, 그런 말을 하면 내가 너무 불안해져. 얼른 말해. 무슨 일이야?”

박영광이 재차 다그치자 차은성이 어쩔 수 없다는 투로 말했다.

“그게, 일전에 예서가, 여고생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제가 모른다고 했던 말이 생각나서요.”

“훗. 난 또 뭐라고.”

박영광이 말하며 내심 가슴을 쓸어내렸다.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것이 아닐까?

방금 전에 마음 한구석으로 두려움에 가까운 불안을 느꼈다.

박영광이 잔을 들었다.

“틀린 말은 아니야. 나도 여고생들이 그렇게 무시무시할 줄은 몰랐다.”

반은 장난조로, 반은 놀람과 당혹감을 담아 박영광이 말했다. 이어 잔을 반쯤 비웠다.

차은성은 말없이 박영광을 바라보았다.

탁.

박영광이 잔을 내려놓으며 젓가락을 집었다.

“이번에.”

“…….”

“중국 애들이 왜 그렇게 기를 쓰며 90과 0튜브를 막았는지, 이제는 조금 이해가 돼.”

박영광이 말하며 은근 경탄이란 감정을 내보였다. 이번 일로 뭔가 가슴에 와닿는 것이 있는 모양이다.

“흠. 뭐라고 할까?”

박영광이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사이.

차은성이 젓가락을 들었다. 그러곤 삼겹살 한 점을 집어 입에 넣고는 오물거렸다.

“이제까지 몰랐던 것을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

“…….”

“인터넷이라는 것이 그렇게 대단한 줄 이제까지 몰랐어. 그리고 그 인터넷에서 여고생들이 그런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는 줄도 몰랐고 말이야.”

차은성이 천천히 말했다.

“그건 저도 마찬가집니다. 예서가 한 말이 새삼 가슴에 와닿습니다.”

“그건 그렇고. 이제 얼추 일도 마무리된 것 같으니.”

박영광이 의미심장한 눈으로 차은성을 보았다.

뭔가 불길한 느낌을 느낀 듯 차은성이 일순 움칫했다.

씨익.

박영광이 사악한 느낌을 주는 미소를 짓더니.

“일전에 말한 특훈.”

“…….”

“받아야겠지.”

차은성은 순간 말문이 콱 막혔다. 잠시 입을 다물고 어이가 없다는 눈으로 박영광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은성아. 부디 살아서 돌아와라.”

박영광이 농담조로 말했다.

“삼촌! 빠득!”

차은성이 박영광을 부르며 이를 갈았다.

사악하다!

악랄하다!

절로 그런 생각이 드는 차은성이다.

박영광이 원하는 것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생존 능력이다.

생존 능력의 배양 및 고취를 위해, 일전에 박영광이 공정 통제사 특훈을 받으라고 말했었다.

말이 특훈이지, 사실상 지옥 훈련 중의 지옥 훈련이다.

“삼촌!”

“뭐라고 말해도 안 통해. 이미 국장의 결재가 났고, 공군과 공정 통제사 측과도 말이 다 되어 있어.”

“차라리 절 죽이세요. 아니지, 임무를 주시든가요. 네에?”

차은성의 말에 박영광이 싱글벙글거렸다.

“그럴 수야 있나?”

“삼촌!”

차은성이 언성을 높였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고객들이 너나없이 박영광과 차은성을 돌아봤다.

그들의 말없는 눈총에 박영광과 차은성이 흠칫했다.

박영광은 자신과 상관없다는 듯 소주가 남아 있는 잔을 들더니 단숨에 비웠다.

차은성은 울상을 지었다.

눈앞이 캄캄하다.

대한민국 특수부대 중 최강이라고 자타가 인정하는 공정 통제사.

60만에 이른 대한민국 군에서 베테랑이라 불리는 공정 통제사는 겨우 일곱 명이다.

그들 모두 장기 복무자로, 군 복무 연한이 다들 10년이 가볍게 넘는다.

그들 한 명이 한국군 최강의 군단이라는 7군단의 전력과 맞먹는다는 말이 있다.

전차 800대, 장갑차 1,000대, 자주포 400문, 다연장로켓 200문을 기본으로 가지고 있는 7군단과 말이다.

사실상 한국군 기갑 전력의 40%가 7군단에 배치되어 있다.

그런 7군단과 전력 가치 면에서 동등한 공정 통제사다.

그러니 특훈이 얼마나 지옥 같을지는 안 봐도 훤하다.

“삼촌.”

차은성이 하소연조로 박영광을 불렀다.

박영광은 젓가락을 들어 삼겹살 한 점을 집어 입에 넣었다. 그리고 우물우물 씹기 시작했다.

차은성은 박영광을 납득시키려 했다.

“해군 UDT나 씰, 특전사, 707, 해병대 애들도…… 공정 통제사 특훈을 통과하지 못하고 픽픽 나가떨어진다고요. 오죽하면 즉시 가용 가능한 공정 통제사가 겨우 일곱 명밖에 없겠어요.”

“…….”

“그 사람들, 하나같이 살아 움직이는 핵폭탄급 사람들이라고요. 그런 사람들이 받는 특훈을 받으라는 건, 저더러 그냥 죽으라는 말과 똑같다고요. 네에!”

차은성은 정말 받고 싶지 않았다.

한국군 특수부대 출신자 천여 명을 선발. 공정 통제사 특훈을 받게 할 경우.

단 한 명의 통과자만 나와도 온 공정 통제사들이 환호할 정도로, 그들의 특훈은 극악 중의 극악이다.

오죽하면 그들을 공군 최고사령부가 직접 관할할까?

“아닌 말로, 공정 통제사 한 명과 707 1대 대대하고도 안 바꾼다고들 하는데.”

차은성이 애원조로 말하는 사이.

씹던 삼겹살을 삼킨 박영광이 소주병을 들더니 빈 잔에 소주를 따르며 차은성을 보았다.

“마아!”

“…….”

“사내자식이 왜 그렇게 구구절절해.”

“…….”

“일전에 내가 말할 때는 아무 말 하지 않던 녀석이.”

“설마 했죠. 그냥 하는 말인 줄 알았다고요.”

“웃기는 소리 하네.”

“…….”

“구차하게!”

박영광이 말에 힘주었다.

“…….”

“그렇게 말하면 오냐, 그래, 알았다. 빼 주마. 내가 그렇게 말할 줄 알았어!”

“삼촌…….”

차은성이 박영광을 부르며 목소리를 길게 늘어뜨렸다.

“잔말 말고 가서 받아. 다 너를 위해서야. 특히!”

“…….”

“공정 통제사들 생존 훈련은 무조건 이수. 통과해라. 그 어떤 경우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게.”

차은성은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목이 쉬도록 애원해도 박영광이 취소할 것 같지 않다.

헛수고일 것 같아 눈앞이 캄캄했다. 그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고 말았다.

‘죽었다!’

일전에 받았던 NIS 재교육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60만 명 중 7명.

그 확률을 통과하라고 박영광이 지금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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