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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S의 천재 스파이 (89)화 (89/208)

NIS의 천재 스파이 (89)

휘익…… 빡!

방문자가 재차 인정사정없이 배트로 염종석의 머리를 후려갈기듯 쳤다.

“으아아악!”

염종석이 재차 비명을 지르며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

한편.

“꺄아아악!”

내연녀가 비명을 질렀다. 그 와중에도 침대 요를 챙겨 나신을 가렸다.

내연녀의 비명에 방문자가 돌아보며 왼손 검지로 가리켰다.

“입 다물어.”

매우 위협적으로 보였던 것일까.

내연녀가 급히 손을 들어 자신의 입을 막았다.

“당신에게는 아무 일 없을 테니, 입 다물고 가만히 있어. 그렇지 않으면!”

방문자의 말에 여인이 부리나케 머리를 힘차게 끄덕였다.

*    *    *

얼마 후.

내연녀가 침대에 엎드려 있었다. 눈은 안대로 가려졌고 귀에는 마개가 끼워져 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사지는 플라스틱 타이로 단단하게 묶여 있어 풀기 매우 어려웠다.

고급 빌라라 그런지 방음 하나는 아주 잘되어 있었다.

남녀가 그 짓을 해도 밖으로 일절 소리가 흘러 나가지 않았다.

완벽하게 사생활을 보장해 주는 방음이었는데. 지금은 예의 방음이 독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    *    *

뻐, 뻐, 뻑.

배트로 내리칠 때마다 염종석이 목이 터져라 비명을 질러 댔다.

“크아아아악!”

방문자가 배트로 염종석의 팔다리를 수여 회 내리쳤다.

관절이 접히는 부분인 팔꿈치, 무릎, 그 외에 어깨 등.

배트로 다양한 부위를 집중적으로 내리쳤다.

의도가 한눈에 읽히는 구타였다.

―팔다리를 움직일 수 없게 만들겠다!

방문자는 일절 말하지 않았다.

묵묵히 반복 동작으로 쉬지 않고 배트를 내리치고 또 내리쳤다.

퍼버버버버벅.

해당 충격과 격한 통증에.

“크하아아악!”

염종석이 쉼 없이 비명을 지르고 또 질렀다. 비명은 거실까지 울렸다.

고통에 겨워하는 염종석.

미친 듯이.

몸을 좌우로 뒤적이며 바닥을 이리저리 마구 굴렀다.

방문자는 염종석을 죽일 의도가 없었다.

죽이고자 했다면, 염종석은 이미 시체가 되었을 것이다.

방문자는 염종석에게 계속 고통을 주었다.

천호동을 꿀꺽한 조폭 두목답지 않게, 염종석이 구타를 이기지 못하고 소리쳤다.

“사, 살려 주십시오. 형님!”

그러자 방문자가 멈칫하더니 높이 쳐든 배트를 천천히 내렸다.

씨이익.

방문자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가면에 가려져 미소는 보이지 않았다.

*    *    *

잠시 뒤.

매에는 장사 없다!

라는 말처럼.

백기를 든 염종석이 그래도 조폭 두목이라고, 이후 두어 번 반항했다.

그러자 방문자가 배트로 염종석의 생식기를 내리치려 하자 염종석이 소스라치더니 황급히 외쳤다.

“신한중!”

그러자 방문자가 멈칫했다.

“신한중입니다.”

“…….”

“서울 남부 지검 신한중 차장검사님의 부탁이었습니다.”

염종석의 다급한 말에 방문자가 매우 당황한 눈빛을 띠었다.

“남부 지검 차장검사?”

방문자가 반문했다.

“예에에.”

염종석이 소리쳐 대답했다.

방문자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차장검사.

지검에서는 검사장 다음의 2인자로, 검찰 고위직 인사다.

연후.

신한중 차장검사를 입 밖에 내뱉은 염종석은 그야말로 막힘없이, 방문자의 물음에 술술 답했다.

더는 감출 것이 없다는 듯이.

더는 배트로 맞고 싶지 않다고 말하듯이.

그 결과.

방문자 차은성은 심중 매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대경실색까지는 아니지만, 잠깐 동안 말을 잊을 정도로 크게 놀랐다.

“……신한중 차장검사의 친형이 장 & 홍 로펌의 신기동 고문입니다.”

“…….”

“몇 달 전에 신기동 고문과 여당 원내 대표 조덕재 사이에서…… 아들과 딸을 약혼시키자는…… 혼담을 염두에 둔 말이 오갔습니다.”

염종석이 신기동 고문의 아들 신석구를 입에 올렸다.

“하지만 신기동 고문과 조덕재 원내 대표가 모르는 것이 있습니다.”

“…….”

“신기동 고문의 아들 신석구와 한성 건설 사장 아들 정광용. 그리고 노동부 장관의 아들 배준영 등등.”

“…….”

“……조기에 미국 유학을 갔다가 죄다 만성 약물중독자가 되어 돌아왔는데. 그놈들이…… 매달 불특정한 날에…… 매번 바뀌는 은밀한 장소에 모여 약 파티를 해 왔는데…… 해당 파티에 약은 물론, 술과 여자 등을 제가 공급을 맡아…….”

염종석의 말에 차은성은 대충 그림이 그려졌다.

약에 중독될 대로 중독되어, 끼리끼리 모여 약 파티를 하는 놈들.

서연이가 그들에게 당한 것 같다.

“오서연이라고 알지?”

차은성의 물음에 염종석이 헛바람을 크게 삼켰다.

“헉!”

안다!

“새끼가!”

차은성이 성난 어조로 욕하며 다시금 배트로 염종석을 마구 내리치기 시작했다.

퍼퍼퍼퍼퍽.

무자비한 폭력이 염종석에게 가해졌다.

“으아아아아…….”

염종석은 안방이 무너져라 엄청난 비명을 마구 질러 댔다. 하지만 차은성은 멈추지 않았다. 일절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 무작스럽게 구타를 이어 나갔다.

때린 충격으로 인한 고통을 몇 배로 느낄 수 있는 통혈.

차은성은 염종석의 전신 통혈만을 골라 집중적으로 배트를 내리쳤다.

결국.

“사, 살려…… 압니다! 압니다!”

고통을 이기지 못한 염종석이 목이 터져라 연거푸 외쳤다.

그러자 차은성이 내리치던 것을 멈추며 두어 번 심호흡했다.

“후, 후우.”

다소 지친다.

배트로 염종석을 내리칠 뿐인데, 의외로 체력이 소모된다.

조폭 두목이어서일까? 머리 회전이 꽤 빠른 염종석이다.

잠시 뒤.

염종석이 폭력에 화답을 하듯 차은성이 묻는 족족 빠르게 대답했다.

“본래 걔는 개업하는 행사에 알바를 뛰던 애였는데. 파티에 보낼 애들이 부족해서 할 수 없이…… 설마하니 신석구의 눈에 띌 줄은 몰랐습니다.”

“……신석구가 약에 취해 그 애를 그만…… 저에게 연락했으면 뒤탈 없이 알아서 처리했을 텐데. 당황한 신석구가 약에 취한 상태에서 시체를 아무 데나 버리는 바람에…….”

차은성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어떻게 보면 두어 번의 우연으로 인한 참변이었다.

여자가 부족하지 않았다면.

신석구의 눈에 서연이가 띄지 않았더라면.

서연이는 죽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    *    *

잠시 뒤.

빌라 거실 소파에 앉은 차은성.

골똘히 생각 중이었다.

정유재, 염종석.

둘을 처리해야 한다.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정유재와 염종석을 세상에서 깨끗하게 지우는 것이다. 그것은 문제 될 것이 없다. 다만 귀찮을 뿐.

그다음으로 생각나는 것이 차장검사 신한중, 신기동 형제를 비롯한 이들이다. 그들의 처리가 어정쩡하다.

대한민국에서 힘깨나 가진 이들이다. 그들의 아들이나 조카들이 연루되어 있다.

서연이의 죽음과 시체 유기. 그리고 이면의 배경.

그 모든 것이 드러날 경우, 그들이 받을 타격이 매우 크다. 그러니 틀림없이 감추고 덮으려 할 것이다.

세 번째로 생각나는 것이 다름 아닌 예서다.

신석구를 비롯한 놈들의 손길이 행여나 예서에게 뻗지는 않을까?

차은성은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예서의 안전을 염두에 두면, 그들 모두 깨끗하게 처리해야 한다. 하지만 너무 수가 많다.

수십여 명을 죽여 버리면 필히 문제가 된다.

“어쩐다.”

차은성이 나직이 중얼거렸다.

신석구, 정광용, 배준영 등.

지우개로 지우듯이, 그놈들을 쥐도 새로 모르게 지워 버릴 수 있지만.

뒤에 있는 그놈들의 부친이 문제다. 한두 명도 아니고. 신경이 쓰이는 힘을 가진 그들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여기서 손을 털기에는 멀리 왔는데.”

차은성이 중얼거리며 고민의 눈빛을 띠었다.

회사.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자신이 이번 일에 관여했다는 것을 회사가 알면.

“아주 날 잡아먹으려고 달려들 텐데. 쯧.”

차은성이 혀를 차며 곤혹스러운 눈빛을 띠었다.

회사의 방침에 반하는 행위를 했다. 그에 대한 처벌은 매우 무겁다. 하지만 이번 일을 모른 척할 수는 없다.

모든 것을 떠나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올바르고 옳은 일을 하고자 할 뿐이다.

그 결과가 불이익이라고 할지라도, 해야 한다 생각하는 차은성이었다.

*    *    *

차은성은 임범철 국장과 통화했다.

“여보세요.”

폰 너머에서 잠에서 덜 땐 임범철 국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늦은 시간에 죄송합니다.”

“누구십니까?”

임범철 국장의 물음에.

“저, 차은성입니다.”

순간.

“…….”

임범철 국장이 침묵했다.

‘훗.’

차은성이 내심 고소했다.

꽤 놀란 모양이다.

이내 폰 너머에서 당혹감이 어린 임범철 국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 시간에 자네가 무슨 일로……. 그리고 내 전화번호는 또 어떻게 알고 전화한 건가?”

임범철 국장이 의문을 내비쳤다.

차은성이 소리 없이 미소 지었다.

“그 정도는 제겐 기본입니다.”

“흠. 무슨 일인가?”

임범철 국장이 재차 물었다.

“일이 있어, 지금 즉시 만났으면 합니다만.”

“무슨 일이기에 꼭두새벽에 만나자고 하는 건가?”

임범철 국장이 의아해했다.

“서울 남부 지검 차장검사. 장 & 홍 로펌, 여당 원내 대표, 한성 건설 사장, 노동부 장관 등이 연루된 일입니다만. 관심이 없으시다면 이만 끊겠습니다.”

“자, 잠깐만!”

임범철 국장이 매우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차은성은 살며시 미소 지었다.

임범철 국장이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만나세. 내가 어디로 가면 되나?”

임범철 국장의 물음에 차은성이 담담하게 만날 장소를 말했다.

*    *    *

24시간 국밥 전문점.

이른 시간이라 고객이 한두 명밖에 없었다.

다소 외진 테이블.

차은성이 임범철 국장과 마주 앉아 순대 국밥을 먹으며 간간이 소주잔을 기울였다.

맞은편에 앉은 임범철 국장.

국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하며 차은성의 말을 들으며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 한편으로 슬며시 부끄럽다는 감정을 내비쳤다.

기함하고도 남을 정보를 말한 차은성이다.

그러고는 마치 남의 일처럼 태연하게 국밥을 먹고 소주를 마신다.

임범철 국장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자네.”

“…….”

“전생에 우리 경찰하고 혹시 무슨 원수지간이었나?”

임범철 국장의 말에 차은성이 실소하고 말았다.

“풋.”

“저번에 청장님 건으로 해경이가 가정법원에서……. 이번에도 우리 경찰에게 핵폭탄을 떠안기는 이유가 대체 뭔가?”

임범철 국장의 물음에 차은성이 뚝배기에 숟가락을 내려놓고 임범철 국장을 마주 보았다.

“그럼 제가 알아서 처리하면 되겠습니까?”

“이!”

임범철 국장이 성난 표정을 짓더니 급히 주변을 둘러봤다. 이어 차은성을 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사람 목숨이 무슨 파리 목숨인 줄 아나? 그리고 언제부터 NIS가 국가 안보와 무관한, 경찰 고유 업무에 관여했나?”

“관여하고 싶어 관여한 것이 아닙니다. 알게 된 이상 모른 척할 수 없어 끼어든 겁니다. 그리고 지금 이렇게 국장님과 단둘이 앉아 있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차은성의 말에 임범철 국장은 아무 말 하지 않았다. 그저 뚫어지게 차은성을 마주 볼 뿐이다.

*    *    *

얼마 후.

임범철 국장이 잔을 들더니 고개를 뒤젖히며 단숨에 소주를 들이켰다.

그러곤 고개를 바로 하며 빈 잔을 테이블에 내려놨다.

연후.

고개를 숙였다.

테이블에 깔린 반찬들.

임범철 국장의 눈에는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꽤 오랫동안 생각에 잠겼던 임범철 국장이 숙인 고개를 들었다. 그러곤 가만히 차은성을 마주 보았다.

“좋네. 자네의 제의를 받아들이지.”

“이번 일은 가능한 시끄럽게 처리하셔야 할 겁니다. 그리고 최대한 이슈화해야 그놈들의 부친들이 손을 쓰기가 어려워집니다.”

“그 정도는 나도 아네. 하지만 증거가 없잖은가? 결국 그놈들이 제 입으로 자백을 해야 하는데.”

임범철 국장이 난처하다는 눈빛을 띠었다.

확실한 증거가 없는 이상 자백으로 수사를 끌고 나가야 한다. 그러니 수사가 쉽지 않을 것은 보나 마나다.

차은성이 태연히 말했다.

“약물에 중독될 대로 중독된 놈들입니다. 그러니 금단증세를 이용하면…… 알아서 술술 불 겁니다.”

“풉.”

임범철 국장이 고소했다.

“나쁜 생각은 아니네만. 그놈들의 아버지들이 다들 한 끗발 하는 것이 문제네.”

“물론 절대 가만히 안 있을 겁니다. 하지만…….”

차은성이 눈을 반짝이며 무엇인가를 말하기 시작했다.

임범철 국장은 경청하며 마주 눈을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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