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NIS의 천재 스파이 (78)화 (78/208)

NIS의 천재 스파이 (78)

차은성이 주저하는 사이, 상대가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

―너무 걱정하지 마. 다크 웹을 통하면 세상 그 누구도 몰라.

차은성은 잠시 고민하다가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

―조심해. 알겠지?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혼용문이 무엇을 말하는지 알아야 한다. 자신의 팀원들이 죽임을 당하는 데 크게 일조한 이중 스파이!

누군지 반드시 알고 싶었다.

―응. 나중에 다시 연락할게. 그럼.

―그래.

상대가 메신저의 접속을 끊고 나갔다.

“휴.”

차은성은 짤막한 한숨을 쉬며 메신저를 나왔다. 이어 천천히 앉은 의자에 몸을 기댔다.

그간 적잖은 도움을 받았다.

박영광을 통해 전달받은 정보가 미진하거나 개인적으로 추가 정보가 필요할 때마다 도움을 청했다.

대신 상대의 계좌에 상당한 돈을 입금했다. 해당 돈은 상대의 생활비였다.

세상과 사람들과 아예 접촉을 끊고 고립된 단독생활을 하는 친구다. 하지만 사람이기에 먹어야 살 수 있다. 그 때문에 인터넷 쇼핑 등을 이용.

택배로 각종 먹을거리를 제공받는다. 결국 돈이 필요하다.

*    *    *

잠시 뒤.

차은성은 보안 프로그램을 작동. 노트북상에 남아 있는 모든 흔적을 지웠다.

완벽하게!

*    *    *

이틀 후.

차은성은 박영광을 통해 류성찬과 주희영을 불렀다. 그리고 두 사람에게 가사 도우미에 관한 조사 및 미행을 부탁했다.

“눈치 안 채게!”

단단히 주의를 주었다. 또한 이번 일을 함구하라고 당부했다.

“그 누구에게도 말해선 안 돼!”

“네, 팀장.”

“알겠어요.”

류성찬과 주희영이 대답과 함께 앉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다시 이틀이 지났을 때, 메시지가 왔다.

―Foreign car. 감찰. Dive.

몇몇 단어로 이루어진 단문.

차은성은 단문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중 스파이를 알아내려고 은밀히 내부 감찰 중인데. 정재승 국장의 원룸에서 보았던 노트에 해당 사항이 쓰여 있다니.

“설마!”

차은성은 믿기지 않았다. 박영광의 촉이 맞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망연자실하지 않을 수 없었다.

“화, 확인이 필요해.”

차은성은 더듬거리며 피가 나도록 힘껏 입술을 깨물었다.

*    *    *

며칠 후.

정재승 국장의 원룸으로 가사 도우미가 오는 날에 맞춰 차은성이 ×× 원룸으로 갔다.

그러곤 빈 원룸으로 들어가…… 도움을 받아 급조한, 그럴듯한 혼용문을 노트에 적어 두었다.

이후.

몰래카메라를 설치. 폰의 액정 화면을 통해 원룸 내부를 지켜봤다.

*    *    *

이윽고.

가사 도우미가 문을 열고 원룸으로 들어왔다.

얼마 후.

놀랍게도 가사 도우미가 청소를 하는 척하며 노트를 집어 들더니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그러곤 이내 한 페이지를 찢더니 곱게 접어 호주머니에 쏙 집어넣었다.

그 광경에 차은성은 당혹스러운 눈빛을 띠었다.

그 누구도 이런 식의 정보 전달은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단순히 가사 도우미로 여겼을 것이다.

다들 정재승 국장에게 주목. 그가 누군가와 접촉, 정보를 전달할 것이라는 선입견에 빠질 것이 틀림없다.

*    *    *

정리정돈에 이어 청소를 끝내고 밑반찬을 몇 만든 가사 도우미.

오후 5시쯤 원룸을 나왔다.

*    *    *

꽤 시간이 지나.

가사 도우미는 세종로 인근에 있는 한 식당으로 들어갔다. 그러곤 일찍 저녁을 먹었다.

연후.

식사를 끝내고.

입가를 훔친 냅킨과 호주머니에서 꺼낸, 접은 페이지를 함께 둘둘 싸더니 테이블에 슬쩍 놔두었다.

이어 가사 도우미가 계산을 하고 식당을 나가자, 종업원이 테이블로 와 정리하며 닦았다.

그 과정에서 냅킨과 접은 페이지가 눈 깜짝할 사이에.

종업원의 앞치마 속으로 쏘옥 들어갔다.

*    *    *

두어 시간 후.

한 여성이 식당에 들어와 주문했다.

연후.

종업원이 푸드 수레를 끌고 그녀가 앉은 테이블로 다가갔다. 그러곤 각종 반찬을 하나둘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그 과정에서 예의 둘둘 싼 것이 슬쩍 테이블에 내려놓아졌다.

여인은 젓가락을 집어 드는 척하며 재빨리 예의 둘둘 싼 것을 챙겼다.

그 모습이 매우 자연스러웠다. 소매치기가 생각날 정도로 손동작이 매우 재빨랐다.

*    *    *

얼마 후.

식사를 끝낸 여성이 일어나 계산을 한 다음 식당을 나갔다.

그녀는 거리를 걸으며, 그 누구의 의심도 사지 않을 매우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주변을 살폈다.

누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건 아닌지.

자신에게 혹 미행이 붙진 않았는지.

매우 주의했다.

잠시 뒤.

여성은 미 문화원으로 걸어 들어갔다.

*    *    *

이틀 후.

차은성이 예의 여성에 관한 신원 조회를 박영광에게 부탁했고.

박영광이 회신을 보내왔다.

중국계 미국인으로 CIA 한국 지부 소속이었다.

“성찬이를 통해서 네기 보낸 사진들과 영상들로 봐서는…… 틀림없는 것 같다.”

박영광이 조금 떨리는 어조로 말했다. 그도 아니길 바랐던 모양이다. 하지만 촉이 정재승 국장이 이중 스파이라고 무언으로 말하고 있었다.

“…….”

차은성은 침묵했다.

“애썼다.”

박영광이 그렇게 말하며 전화를 끊었다.

차은성 역시 아니길 바랐지만. 현실은…….

*    *    *

그날 오후. NIS 원장실.

1인용 소파에 앉은, 군 장성 출신의 박희오.

“음…….”

다문 입술 사이로 침음을 흘렸다. 그의 얼굴에서 믿을 수 없다는 감정이 물결치고 있었다.

“말도 안 됩니다!”

우측 3인용 소파에 앉은, 국내를 총괄하는 2차장 선우종이 소리쳤다.

맞은편.

좌측 3인용 소파에 앉은 5국장 주철현이 참담한 심정을 담은 어조로 말했다.

“증거를 보셨지 않습니까?”

슬쩍 눈짓으로 테이블을 가리켰다.

테이블에는 다수의 사진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그리고 몇몇 SD 메모리 카드가 놓여 있었다.

“모함입니다, 원장님. 정 국장을 쳐 내려는 음몹니다.”

선우종이 언성을 높였다.

그러자 주철현이 그를 바라보며 마주 언성을 높였다.

“2차장님!”

선우종이 고개를 홱 돌렸다. 그러곤 주철현을 향해 고함쳤다.

“누구야? 누가 정 국장을 상대로 이런 더러운 모략극을 꾸민 거야! 대체 어느 놈이!”

선우종은 정재승 국장이 이중 스파이라는 것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 그만큼 정재승 국장을 아끼고 신뢰하기 때문이다. 해서 누군가가 NIS에서 정재승 국장을 내치려고, 모함한다고, 모종의 음모를 꾸민다고 여겼다.

해당 음모에 앞장선 5국장 주철현. 그에 대한 감정이 좋을 리 없다.

선우종이 주철현에게 수회에 걸쳐 폭언을 퍼부었다.

주철현은 묵묵히 폭언을 들으며 간간이 말했다.

“그렇게 말하셔도…… 정 선배가 이중 스파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주철현이 고개를 숙여 재차 테이블을 보았다.

“명백한 증거들이 차고 넘칩니다.”

그러자.

“다 조작이야. 이건 전부 다 조작한 거라고!”

선우종이 성난 어조로 소리치며 상체를 숙이더니 테이블에 있는 사진과 카드들을 마구 집어 들어 매우 신경질적으로 주철현에게 집어 던졌다.

주철현은 가만히 앉아 침묵했다. 던지면 던지는 대로 다 맞았다. 그 역시 정재승 국장이 이중 스파이라는 것을, 지금 이 순간 마음 한구석으로 부정하고 있었다.

설마!

아니야!

라고.

*    *    *

한편.

박희오 원장은 눈을 내리감고 굳게 입을 다물었다.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 정재승 국장이 이중 스파이라니.

부인하고 싶다!

아니라고!

고래고래 소리치고 싶은 심정이다. 하지만 명백한 증거가 하나둘이 아니다.

“하아아아아.”

박희오 원장이 길게 숨을 내쉬더니 천천히 눈을 떴다.

“원장님!”

선우종이 그를 불렀다.

그러자 박희오 원장이 천천히 왼손을 가슴 어름으로 들었다.

조용히!

선우종이 멈칫했다. 그렇게 손동작으로 선우종을 침묵시킨 박희오 원장이 주철현을 바라보았다.

“누가 조사했나?”

주철현이 잠깐 주저하더니 대답했다.

“보안 때문에…… 아르티펙스 차은성 팀장에게 맡겼습니다.”

주철현이 말하자마자 선우종이 박희오 원장을 쳐다보며 고함쳤다.

“원장님. 그놈은 한조 그룹 한필승 회장을 저격한 놈입니다.”

“증거도 없이 모함하지 마십시오. 2차장님.”

주철현이 선우종을 쳐다보며 화난 어조로 소리쳤다. 그러자 선우종이 돌아보며 마주 소리쳤다.

“누구의 지시를 받고 이런 말도 안 되는 모략에 앞장서는 거야! 이렇게 해서 네가 뭘 얻는다고!”

“말이 심하십니다! 2차장님!”

주철현이 화냈다.

그러자 박희오 원장이 상체를 숙여 오른손 바닥으로 테이블을 타앙! 내리쳤다.

“둘 다! 입! 다물어어어!”

방이 떠나가라 소리치는 박희오 원장.

엄청 역정 냈다. 그의 기세에 선우종과 주철현이 몸을 움찔하며 돌아봤다.

“지금부터 아무 말 하지 마!”

박희오 원장이 눈을 부릅떴다. 이만저만 화난 것이 아니다. 당장이라도 선우종과 주철현을 잡아먹을 것 같은 눈이었다.

“…….”

선우종과 주철현이 침묵하자 박희오 원장이 마구 바닥에 흩어져 나뒹구는 다수의 사진과 카드들을 보았다.

천천히.

박희오 원장의 입이 떨어졌다.

“차은성 부르고.”

“…….”

“감찰실에 알려 정 국장을 감찰 및 심문하라고 해. 해당 심문 과정에, 조사를 맡은 차은성 팀장이 참여하여…… 내가 직접 보고 판단할 테니, 둘 다 아무 말 하지 말고 입 다물어!”

“…….”

“…….”

“그리고 이 일은 철저히 대외비로 처리해. 절대! 외부로 알려져서는 안 돼! 직원들도 몰라야 해!”

박희오 원장이 철두철미한 보안을 입에 올렸다.

“네.”

주철현이 대답하며 머리를 숙였다.

선우종이 주철현을 죽일 듯 노려보더니 마지못해 고개를 숙였다.

몇 시간 후.

일련의 은밀하고 신속한 조치가 뒤따랐다.

*    *    *

창문 하나 없는 고즈넉한 공간.

의자에 앉은 정재승 국장.

가만히 전면 벽의 유리를 바라보았다.

한일자로 입을 다문 정재승 국장은 무표정했다.

잠시 뒤.

……끼익.

나직한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그러자 정재승 국장이 문을 돌아봤다.

힐긋.

왼손에 황색 종이 파일을 든 차은성.

딸깍.

문을 닫은 후 정재승 국장을 바라보더니 정중하게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그러자 정재승 국장이 의아한 눈빛을 띠었다.

*    *    *

정재승 국장이 맞은편 의자에 앉는 차은성을 바라보았다.

“처음 보는 얼굴인데.”

차은성이 의자를 당겨 앉으며 파일을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차은성이라고 합니다.”

순간.

정재승 국장의 눈꼬리가 미미하게 위아래로 흔들렸다.

차은성이 누구인지 아는 눈치다.

그사이.

차은성이 천천히 파일을 열었다. 이어 정재승 국장이 볼 수 있도록 빙글 돌리더니.

쑤욱.

내밀었다.

그러자 정재승 국장이 파일을 보더니 질끈 눈을 내리감았다.

“왜입니까? 국장님.”

차은성의 물음에 정재승 국장은 침묵했다.

“…….”

“누구보다도 두터운 신뢰를 한 몸에 받는 국장님이십니다.”

“…….”

“도대체!”

“…….”

“무슨 이유로?”

차은성이 언성을 높였다.

“CIA에 회사 내부 기밀 정보를 흘리신 겁니까?”

“…….”

“국장님!”

차은성이 소리쳐 불렀다.

“난.”

“…….”

“전혀 알지 못하는 일이네.”

정재승 국장이 단호한 어조로 딱 잘라 말하며 혐의를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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