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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S의 천재 스파이 (61)화 (61/208)

NIS의 천재 스파이 (61)

마담 화이트

며칠 후.

카이바 대령을 전면에 내세운 무샤드 왕자가 매우 발 빠르게 움직였다.

항복한 달튼과 부하들을 통해 메이저와 마제드 왕자의 연결 고리를 밝히는 한편.

그들이 연수하여 자신을 죽이려 하였음을 대내외에 공표했다.

메이저들의 음모와 해당 음모를 이용. 자신을 제거하고 왕이 되려고 한 마제드 왕자. 그 증거라고 할 수 있는 달튼과 용병들.

한동안 와히브, 사우디 토후국들이 해당 암살 관련 사건으로 떠들썩했다.

그 와중에 김아름, 황민준, 우형광이 차례대로 리야드로 이동. 리야드 국제공항을 통해 서울로 돌아갔다.

차은성은 뒷마무리한 후 리야드 공항으로 이동했다.

*    *    *

달튼과 부하들이 항복하기 하루 전 자정.

노태준이 화장실로 들어서더니 곧바로 세면대로 가 섰다.

쏴아아아아.

수도를 틀고 허리를 숙이며 양손으로 물을 떴다. 얼굴에 막 물을 끼얹으려는데 누군가 화장실로 들어오는 기척이 들렸다.

천천히 상체를 펴는 노태준은 순간 정면 거울을 보곤 깜짝 놀랐다.

“어?”

거울에 비친 서른 후반 어름의 여인 역시 놀란 모양이다. 황급히 머리를 숙이며 뒤돌아섰다.

“미, 미안합니다.”

노태준이 부끄러워하는 그녀를 보곤 픽 웃고 말았다. 아마도 화장실을 착각하고 잘못 들어온 것 같다.

노태준이 다시 상체를 숙이며 양손으로 물을 떴다. 막 얼굴에 물을 끼얹으려고 하는데 싸한 느낌이 들었다.

노태준이 멈칫하더니 천천히 우를 뒤돌아봤다.

순간.

노태준의 눈동자가 화등잔만 하게 부릅떠졌다. 거의 동시에 얼굴 가득히 경악이란 감정이 번졌다.

눈에 보이는 소음기!

방금 전 부끄러워하던 여인. 그녀가 자신을 향해 총구를 겨눴다.

“…….”

노태준은 멍했다.

지금 이 순간, 눈앞에 죽음이 성큼 다가와 서 있다.

총구를 겨눈 여인.

저승사자라고 말해도 무방할 것이다.

순간.

퓻…… 퍽.

노태준의 머리가 뒤젖혀지더니 이내 스르르 바닥으로 허물어지듯 쓰러졌다.

여인.

소음기가 장착된 총기로 노태준을 사살한 화이트.

총을 내리며 무심하게 뒤돌아섰다.

*    *    *

드륵.

병실 문이 열리는 소리에 연지가 돌아봤다.

“아빠. 그만 집으로 돌아가…….”

연지는 미처 다 말하지 못했다.

퓻.

이내 힘없이 침대에 쓰러졌다.

털썩.

화이트는 연지를 보며 입가에 흐릿한 미소를 지었다.

씩.

이어 천천히 뒤돌아섰다.

*    *    *

복도를 천천히 걸어가는 화이트가 누군가와 통화했다.

“흔적을 지워 줘요.”

“…….”

“최대한 빨리! 깔끔하게!”

통보하듯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한 화이트. 이내 통화를 끝내고 수중의 총과 이어 폰을 상의에 집어넣었다.

*    *    *

며칠 후.

영종도에서 서울로 이어지는 도로.

부우우웅.

택시가 주행 중이다.

뒷좌석에 앉은 황민준은 시트에 몸을 기대며 눈을 감았다.

‘피곤해.’

와히브에서 작전하였으며, 와히브에서 리야드로 이동. 서울행 항공기 티켓을 끊고 장시간 탑승 대기해야 했다. 그리고 인천국제공항까지 장시간 비행했다. 그 때문에 무척 피곤했다.

몸이 물에 푹 젖은 솜처럼 너무 무거웠다. 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여 빨리 집에 도착하고 싶은 마음에 택시를 이용했다.

*    *    *

……퍽.

알아듣기 어려울 정도로 작은 소리가 들려 택시 기사가 무심코 실내 미러를 봤다. 순간.

택시 기사가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허어억!”

뒷좌석에 탄 손님 황민준.

좌로 누웠고 이마의 구멍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우측 차창에는 작은 구멍이 뚫려 있었고 구멍 주변에는 가느다란 몇몇 실금이 나 있다.

“으아아아아!”

택시 기사가 비명을 지르며 급히 브레이크를 밟았다.

끼이이익!

*    *    *

도심으로 들어선 공항버스.

뒤쪽에 앉은 우형광이 우를 돌아봤다. 차창 너머의 서울 도심 풍경! 자주 보았기에 매우 낯익다.

“어느새 늦봄이구나.”

우형광이 나직이 중얼거렸다.

그 순간.

쿠와아아앙!

지축을 울리는 폭음과 함께 버스의 뒤쪽이 산산이 부서졌다. 동시에 화염이 하늘 높이 치솟았다. 그런 한편으로 사방으로 파편들이 마구 튀었다.

끼익, 끼이익.

버스 주변에서 주행 중이던 차량들이 너도나도 황황급급히 섰다. 사방에서 급브레이크를 밟는 소리가 연이어 울렸다.

뒤쪽이 날아간 버스는 무게중심을 잃고 뒤로 기울어졌다.

“으아아악!”

“꺄아아악!”

버스 승객들과 인근 인도에 있는 이들이 마구 비명을 질렀다.

폭발에 다들 자신도 모르게 몸을 움츠리거나 엎드리며 버스를 돌아봤다. 다들 놀라고 사색이 된 얼굴이었다.

*    *    *

한편.

버스에서는 매연 같은 검은 연기들이 피어올랐다.

“아악!”

“사, 살려 주세요.”

“사람…… 사, 살려!”

승객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움을 청했다. 그러자 사방에서 사람들이 황황급급히 모여들었다. 그들 중 몇몇은 급히 폰을 꺼내 119를 눌렀다.

*    *    *

공항 여자 화장실.

두 여성밖에 없었다.

김아름은 종종걸음으로 비어 있는 칸을 찾아 들어갔다.

잠깐이란 시간이 흐르고.

김아름은 열심히 밀어내기 한판 중이었다.

김아름이 앉은 칸 바깥에 선글라스를 쓴 한 여인이 서 있었다. 그녀는 코트 자락을 들치더니.

삽시간에.

퓨퓨퓨퓨퓨퓨퓻!

소음기가 달린 미니 머신 건을 꺼내더니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퍼퍼퍼퍼퍼퍽!

여인은 김아름이 있는 칸에 총탄을 마구 퍼부었다. 그녀에게서 망설임이나 주저와 같은 감정은 찾아볼 수 없었다. 무슨 철천지원수에게 총격을 가하듯 무지막지했다.

칸에 뻥뻥 뚫린 다수의 구멍이 생겼다.

“꺄악!”

“꺅!”

화장실에 있던 두 여인이 해당 광경에 놀라 비명을 질렀다. 상상도 하지 못한 광경에 그녀들은 기겁하며 뒤돌아섰다.

여인, 마담 화이트가 돌아서며 총구를 그녀들에게 돌렸다.

퓨퓨퓨퓻.

미니 머신 건이 불을 토하고.

“아악.”

“악!”

총격을 당한 두 여인이 앞으로 꼬꾸라졌다.

털썩털썩.

그녀들은 화장실 바닥에 쓰러져 움직이지 않았다.

화이트는 다시 칸으로 돌아섰다.

*    *    *

열어젖힌 칸.

앉은 김아름의 몸이 우로 기울어졌다. 머리가 칸의 벽에 닿았다.

김아름의 가슴에는 총탄이 박힌 구멍들이 있었고 해당 구멍에서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화이트는 머신 건을 김아름의 머리로 내밀었다. 그러곤 거침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퓨퓨퓻.

확인 사살!

이어 화이트는 칸에서 물러나며 문을 닫았다.

*    *    *

화장실을 나온 화이트가 주변을 살피며 빠른 걸음으로 오가는 이들 사이로 걸어갔다.

스며들듯이.

*    *    *

이틀 후. 인천국제공항의 한 사무실.

차은성이 낡은 철제 의자에 앉아 있었다.

앞에 있는 테이블 좌측에 박영광이 앉아 있었다. 박영광은 밖을 바라보며 담배를 피웠다. 그러며 팀원들이 죽었음을 차은성에게 말해 주었다.

충격!

그 말 외에 달리 표현할 말이 없을 것 같다.

노태준, 연지. 황민준, 우형광, 김아름.

불과 며칠 전만 해도 살아 있었던 팀원들이다. 그런데 이제 다시는 볼 수 없다. 다들 타의에 의해 생을 달리했다.

앉은 차은성의 몸이 가늘게 떨렸다.

바르르.

치솟는 분노를 참기 너무나도 힘들다. 팀원들을 죽인 이들에 대한 살의를 주체할 수가 없다.

빠드득!

차은성은 부서져라 힘껏 이를 악물었다.

후우우우.

박영광은 하얀 담배 연기를 뿜으며 차은성을 힐금거렸다.

“단독 범행인지, 아니면 조직적인 범행인지. 아직 밝혀진 것이 하나도 없어.”

박영광이 입에 담배를 물었다.

“흔적이 없어. 너무 깨끗해. 아무래도 프로가 개입한 것 같은데…….”

박영광이 말끝을 흐렸다.

잘 훈련되고 풍부한 현장 경험이 있는 베테랑 요원들을 차례대로 죽였다.

팀원들의 동선을 명확하게 알고 있었다는 말이다.

박영광이 재차 힐금거리는 차은성.

무표정했다.

일절 감정을 내보이지 않았다. 은연중에 온몸으로 싸늘한 기운을 뿌리며 힘껏 이를 악물었다. 혼신의 힘을 다해 참고 있음을 한눈에 알 수 있는 모습이었다.

차은성은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멍하니 앞만 바라보며 눈을 깜빡였다.

후우우.

박영광이 하얀 담배 연기를 뿜었다.

“현재 조사 중인데, 이렇다 할 소득이 없어. 흔적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고…… 애들을 죽인 것을 보면 어떻게 움직이는지 동선을 훤히 알고 있었던 것 같은데.”

“…….”

“게다가 우리가 너무 늦게 알았어. 누군가가 관련 정보를 가지고 장난을 친 것 같아. 우리가 최대한 늦게 알도록 말이야.”

박영광이 아쉬운 눈빛을 띠었다.

“조금만 빨리 알았다면 형광이와 아름이는 살릴 수도 있었을 텐데.”

답답하다.

박영광이 그런 감정을 나타냈다.

회사 내에 팀원을 죽이는 데 도움을 준 협력자가 있다.

‘배신자!’가 말이다.

“예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래. 비밀리에 내사 중인데, 소득이…… 빌어 처먹을!”

박영광이 화내며 신경질적으로 담배를 바닥에 집어 던졌다.

차은성은 입을 떼지 않았다. 계속 침묵하며 형형한 분노의 눈빛을 희번덕였다.

박영광이 입에 담배를 물며 돌아봤다.

“팀원들 다 죽고, 남은 사람은 팀장인 은성이 너밖에 없어.”

“…….”

“보나 마나 널 노릴 거야.”

천천히 차은성이 입을 뗐다.

“미끼가 되어라? 그 말씀이십니까?”

박영광은 아무 말 하지 않았다.

“…….”

차은성이 정면을 보며 서늘한 어조로 말했다.

“되죠. 팀원들을 죽인 자든, 자들이든. 그런 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내 팀의 팀원들 모두 죽임을 당했다는 겁니다.”

차은성이 격렬한 분노를 온몸으로 쏟아 냈다.

*    *    *

입국장.

화이트는 입국장으로 들어서는 이들을 바라보았다. 다들 여행용 캐리어를 질질 끌며 각자의 발걸음을 재촉 중이었다.

‘아직인가? ……흠.’

예정된 시각에 항공기가 도착했다. 차은성이 해당 항공기에 탑승했다면 곧 나올 것이다.

‘다음 항공기까지만!’

화이트는 남은 한 사람. 차은성까지 깔끔하게 처리하고 싶었다. 한데 상황이 여의치 않다.

아르티펙스 팀원들을 죽인 것을 NIS가 알아챘다. 그 때문에 지금 한창 그녀를 추적 중이다.

JK. 시먼스를 매체로 협력자가 더 이상 도와줄 수 없다고 알려 왔다. NIS가 맹렬하게 조사 및 추적 중이니, 가능한 빨리 출국하라고 종용했다.

‘틀린 말이 아니긴 하지만.’

화이트의 눈이 반짝였다.

요원이 한두 사람도 아니고 여럿이 죽었다. 1개 팀이 사실상 와해되어 버렸다. 그러니 NIS가 가만히 있을 리 없다. 그들이 자신의 꼬리를 밟기 전에, 서둘러 한국을 떠나는 것이 좋긴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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