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NIS의 천재 스파이 (60)화 (60/208)

NIS의 천재 스파이 (60)

차은성이 카드를 챙기며 말했다.

“이번은 이렇게 넘어가지만, 추후에 다시 뒤통수를 치면!”

차은성이 말끝에 힘주었다.

“뒷문을 닫아걸 수도 있습니다.”

“아주 대놓고 협박하는군. 은성.”

“뒤통수를 친 측이 할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만.”

말문이 막힌 하르비였다.

‘급습했을 때!’

팀원들은 몰라도 차은성은 죽였어야 했다. 죽이지 못하여 지금과 같은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그래도 보복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군.’

하르비는 마음을 놓았다.

보복하고자, 현 상황을 충분히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놓고도 남을 차은성이다.

해당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

*    *    *

“아름아.”

“네, 팀장.”

“이거 가져가서 바이러스와 다른 이상한 프로그램이 있는지 체크해 봐.”

“네.”

“그리고 아무 이상이 없으면 본사로 전송해.”

“예, 팀장.”

김아름이 차은성이 내민 SD 카드를 건네받았다.

*    *    *

차은성은 테이블에 앉아 노트북 화면을 바라보며 키보드를 두드렸다.

타타타탁.

하르비에게서 받은 SD 카드에 내장된 정보와 카이바 대령과 합의한 무샤드 왕자의 친필 서한.

두 정보에 관한 것을 메일로 박영광에게 보냈다.

그리 오래지 않아 박영광이 차은성의 폰으로 짧은 메시지를 보내왔다.

―수고했다.

차은성은 메시지에 씨익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    *    *

서울 래이언트 호텔 로열 스위트룸.

두 사람이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한성 그룹 회장 한우종. NIS 원장 박희오.

한우종 회장은 손에 서류를 들고 연이어 들춰 보고 있었다.

박희오 원장은 커피를 마시며 그런 한우종 회장을 말없이 지켜봤다.

얼마 후.

한우종 회장이 서류를 테이블에 내려놨다. 이어 커피 잔을 들더니.

벌컥, 벌컥.

단숨에 들이마셨다. 연후 빈 잔을 내려놓으며 박희오 원장을 바라보았다.

“충격적이군요.”

놀랍다!

한우종 회장이 그런 감정을 입에 올렸다.

씨익.

그러자 박희오 원장이 말없이 미소 지으며 커피를 몇 모금 마셨다.

한우종 회장이 다소 안도하는 어조로 말했다.

“NIS 덕분에 미연에 막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박희오 원장이 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막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만.”

“네?”

한우종 회장이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하는 눈치다.

박희오 원장은 살며시 미소 지으며 말을 이었다.

“저는 회장님께서 해당 정보를 역이용해 주셨으면 합니다.”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습니다만.”

한우종 회장이 의문을 내비쳤다. 그러자 박희오 원장이 천천히 무엇인가를 말하기 시작했다.

잠깐이란 시간이 지나고 설명이 끝나자.

“하하하하하.”

한우종 회장이 룸이 떠나가라 크게 웃어 젖혔다.

박희오 원장은 말없이 미소 짓더니 천천히 입을 떼었다.

“어떠십니까? 회장님. 저희 계획대로 따라 주시겠습니까?”

“하하하하.”

한우종 회장이 웃음을 그치며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렴요. 따르겠습니다. 이거 상상만 해도 아주 통쾌해집니다. 하하하하.”

“보안에 각별한 주의를 해 주셨으면 합니다만.”

“물론입니다. 이런 일은 외부로 새어 나가서는 안 되지요.”

“그리고 한성 그룹 내에 사람들의 이목을 끌지 않을 그럴듯한 부서를 하나를 만들어 주셨으면 합니다.”

“혹 전담 데스크 팀을 염두에 두고 계신 겁니까? 원장님.”

박희오 원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조치해 두겠습니다.”

“그리고 저희 직원들은 아무래도 해당 분야에 다소 어둡습니다.”

“그 점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희 한성 그룹에 관련 전문가들이 꽤 많으니까요.”

한우종 회장의 말에 박희오 원장이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이번 일은 보안이 매우 중요합니다.”

“동의합니다. 절대 밖으로 새어 나가면 안 되겠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한우종 회장이 박희오 원장의 눈치를 보았다. 뭔가 말하고 싶은 것이 있는 모양이다.

“말씀하십시오.”

“혹 청와대와 교감이 있습니까?”

박희오 원장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니다. 대통령께 보고되었고 재가가 된 일입니다.”

“그렇담 마음을 놓아도 되겠군요. 한데 혹 저희가 뒤통수를 맞는 일이…….”

한우종 회장이 말하며 우려의 눈빛을 반짝였다. 이용만 당하고 버려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박희오 원장이 말없이 고개를 좌우로 내저었다.

아니다!

한우종 회장이 안심하는 듯 입가에 의미심장한 작은 미소를 짓더니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모종의 합의를 본 두 사람이다.

*    *    *

사흘 후.

무기 평가 시험장으로 이어지는 도로.

다수의 차량이 주행 중이었다.

부웅…… 부우우웅.

차륜형 장갑차를 선두로 두 대의 검은 세단, 정중앙의 리무진. 리무진을 뒤따르는 두 대의 검은 세단, 열 명 안팎이 탑승한 군용 트럭.

해당 차량 행렬이 매우 빠른 속도로 도로를 주행 중이었다.

*    *    *

도로 우측.

상당히 떨어진 지면에 배를 깔고 달튼이 망원경으로 차량 행렬을 지켜보고 있었다.

헤드셋을 쓴 달튼의 왼쪽 뺨에는 작은 마이크가 쏘옥 삐져나와 있었다.

‘맞네!’

무샤드 왕자가 중국에서 온 드론 시제품의 성능 평가를 위해 비밀리에 시험장으로 이동한다는 정보를 전달받았다.

그에게는 마지막 기회다 싶어 만전을 기했다.

달튼은 망원경으로 차량 행렬을 보며 중얼거렸다.

“선팅이라. 제법 머리를 쓰긴 했지만. 후후.”

웃었다.

저격을 염두에 두었는지 차창을 짙게 선팅 했다. 그 때문에 차내가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저격을 염두에 두고 저격수의 시야를 차단하려는 것 같다.

“큭큭. 방탄차를 상대로 저격이 통할 리가 없긴 하지.”

달튼이 중얼거리며 눈을 반짝이더니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맨 마지막 세단이아! 반복한다. 표적은 맨 마지막 세단이다.”

혹 실수할까 봐 달튼이 표적을 거듭 입에 올렸다.

전달받은 정보에 따르면, 무샤드 왕자가 만약을 대비해 제일 후미에 있는 세단에 탔다고 한다.

그사이.

통신망에서 부하들의 대답이 들렸다.

“알겠습니다. 소령님.”

“네에.”

“표적 파괴 후 장갑차와 무장 병력이 탑승한 트럭을 잡는다.”

“라저.”

“예썰.”

다들 자신감에 차 있다.

달튼이 흡족한 눈빛을 띠며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긴장이 된다.

그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이다.

달튼은 망원경을 조작. 영상을 줌인으로 당기며 소리쳤다.

“발사!”

이내.

슈와아아아아.

대전차미사일이 하얀 연기를 꼬리처럼 허공에 흩뿌리며 날아갔다.

눈 깜짝할 사이에 허공을 지난 미사일이 후미의 세단을 직격했다.

순간.

쿠와아앙!

맨 마지막 세단이 폭발하며 허공으로 껑충 튀더니 이내 도로 바닥으로 쿠웅 떨어졌다. 삽시간에 세단에서 화염이 치솟고 다수의 파편이 사방으로 마구 튀었다.

그사이.

장갑차를 필두로 리무진과 세단들. 그리고 트럭이 급히 섰다.

끼익…… 끼이익.

급브레이크를 밟는 몇몇 소리가 창졸간 메아리쳤다.

*    *    *

달튼이 무척 들뜬 어조로 연이어 소리쳤다.

“장갑차! 트럭!”

“예썰.”

“예에.”

부하들의 대답에 이어 다시 대전차미사일이 튀어 나갔다.

슈, 슈와아아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두 기의 미사일이 섬광이라도 된 것처럼 단숨에 허공을 지나쳤다.

도로에 가까이 다다르자 두 미사일이 좌우로 갈라지더니 장갑차와 트럭으로 향했다.

순식간이었다.

콰아앙.

장갑차가 폭발하고 무장 병력이 탄 트럭 역시 폭발했다.

그사이.

급정지한 세단들과 리무진에서 다수의 무장 병력이 우르르 하차했다. 열다섯 명 안팎의 그들은 미사일이 날아온 전방을 향해 황급히 뛰기 시작했다.

다다다다다.

얼핏 보면.

적진을 향해 돌격하는 광경에 다름 아니다.

*    *    *

“응?”

달튼은 어안이 벙벙했다. 무샤드 왕자의 경호원들이 세단과 리무진에서 급히 하차해야 하는데, 뜻밖에도 무장 병력들이 하차하는 모습을 보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이내.

“흑!”

달튼이 크게 헛바람을 삼키며 대경한 표정을 지었다.

“하, 함정!”

당했다!

관통하듯 뇌리를 꿰뚫는 상념에 달튼이 일순간 멍해졌다.

전달받은 정보가 의도적으로 흘린 역정보일 가능성이 크다. 그 말은 자신들로 하여금 암살 작전을 하도록 유인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단들과 리무진에서 무장 병력들이 하차한 것이 그 증거다.

달튼은 급히 소리쳤다.

“퇴각! 퇴각!”

미친 듯이 연거푸 소리쳤다.

그러자 통신망에서 부하들이 엉뚱한 말을 쏟아 냈다.

“소령님. 무장 병력이 달려오고 있습니다.”

“교전에 들어갑니까?”

“네? 퇴각이라니요? 소령님.”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부하들이 직면한 상황을 각자 판단해 버렸다. 세단들과 리무진에서 내린 무장 병력은 열다섯 명 안팎이다.

부하들이 충분히 상대할 수 있는 전력이고 병력이었기 때문일까? 부하들이 퇴각하기보다는 맞서 싸우려 했다.

달튼은 악을 썼다.

“퇴각! 퇴각하라고!”

통신망이 일순 혼란에 빠졌다.

부하들이 잘못 들었나 싶어 명령을 확인하려고 했다.

달튼이 목청이 터져라 계속 퇴각하라고 명령하는 사이.

*    *    *

투투투투투투.

고공에서 두 기의 헬기가 나타났다.

AW 109 다목적 헬기.

좌우 측면이 활짝 개방되어 있고 각기 한 사람이 앉아 있었다. 그들은 중기관총을 내리고 아래에 있는 달튼과 부하들에게 맹렬한 사격을 퍼부었다.

타타타타탕.

귀가 멍해질 정도로 강렬한 총성이 메아리치고 허공으로 탄피가 마구 튀었다.

빗줄기가 연상되는 총격이 우박처럼 내리쏟아졌다.

퍼퍼퍼퍼퍼퍽.

지면 곳곳이 마구 튀었다.

“으아아악!”

“끄억!”

“아악!”

총격에 당한 부하들이 비명을 지르며 나자빠졌다.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달튼은 미사일을 찾았다.

“대공미사일! 대공미사일. 사수! 뭐하고 있어. 쏴! 쏘란 말이야아아아!”

목이 쉬어라 소리치고 또 소리쳤다.

통신망에서 미사일 사수의 대답이 들렸다.

“이미 사격 준비 중입니…….”

사수의 대답이 돌연 끊김과 동시에 주변 곳곳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쿠앙…… 콰앙…….

지면이 일직선으로 하늘을 향해 솟구치는 것 같았다.

폭발은 하나둘이 아니었다.

부하들을 꿀꺽 한입에 집어삼키며 사람의 몸을 갈기갈기 찢어 놓고 흩어 놓았다.

그런 한편으로 폭발에 부하들이 힘없이 뒤로 튕겨 나갔다. 그러곤 힘없이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매우 혼란스러웠다!

폭발에 달튼이 무의식적으로 반응했다. 몸을 바닥에 바짝 엎드리며 머리를 숙였다.

‘이, 이건…….’

고개를 들어 급히 주위를 둘러봤다.

눈에 보이는 것이 없다!

전차도, 장갑차도, 유탄 발사기를 든 보병도…….

“설마?”

달튼이 놀라 허공을 올려다보았다. 짐작 가는 것이 있다.

드론!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저 높은 고공에서 아마 드론이 지금 비행 중일 것이다.

무샤드 왕자가 성능 평가 시험을 참관하고자 한 중국제 드론.

이미 이륙. 도로 인근을 비행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자신들을 향해 미사일을 퍼붓는 것이다.

한두 대가 뜬 것이 아닐 것이다.

“갓 뎀!”

달튼이 목이 터져라 소리쳤다. 꼼짝없이 덫에 걸려 버렸다. 꼼짝달싹할 수 없는 덫에 완벽하게 걸리고 말았다. 빠져나갈 수 있는 틈이나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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