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S의 천재 스파이 (57)
“누가……?”
무샤드 왕자가 의문의 눈빛을 반짝이며 카이바 대령을 보았다.
“누구인지는 모르나, 분명한 것은 왕자님의 적은 아니라는 겁니다. 그리고 그들이 왕자님에게 그렇게 주의를 준 것은 보면, 아무래도 셰일 메이저들이 조만간 일을 저지를 것 같습니다만.”
카이바 대령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경호를 강화해!”
무샤드 왕자가 황급히 소리쳤다.
“네. 그리고…….”
카이바 대령이 대답하며 말끝을 흐렸다. 뭔가 말하고 싶은 것이 있음을 넌지시 내비쳤다.
알아챈 무샤드 왕자.
“대령!”
힘주어 불렀다.
그러자 카이바 대령이 신중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저희 WMI의 정보력으로는 메이저들의 동향과 그들이 무엇을 획책하고 있는지…… 손잡은 마제드 왕자님과 어떤 교감이 오가는지 알아내기가 어렵습니다. 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만. 외부 도움이 필요합니다. 왕자님.”
“외부 도움?”
무샤드 왕자가 의아한 눈빛을 띠었다.
“네. 메이저들의 움직임을 손바닥 손금 보듯 훤히 알 수 있는 타국 정보기관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카이바 대령의 말에 무샤드 왕자가 무심코 말했다.
“CIA?”
“아닙니다!”
카이바 대령이 즉시 부정했다.
“아니라고?”
무샤드 왕자의 반문에.
“네.”
카이바 대령이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으로써 은근 자신의 말을 강조했다.
“그들 메이저를 백업해 주는 것이 바로 CIA입니다. 왕자님. 그들은 한통속입니다.”
“흠. 하긴.”
무샤드 왕자가 카이바 대령의 말에 동의했다.
“그럼?”
무샤드 왕자가 묻자 카이바 대령이 매우 신중하게 대답했다.
“이스라엘입니다.”
“뭐?”
무샤드 왕자가 크게 놀란 어조로 반문했다.
“저희가 있는 중동과 메이저가 있는 미국. 이 두 지역을 커버해야 합니다. 왕자님. 또한 CIA를 견제해야 합니다. 그럴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정보기관은 중동에서 오직 이스라엘의 모사드밖에 없습니다.”
카이바 대령이 냉정한 어조로 대답했다.
무샤드 왕자는 아무 말 하지 않았다.
“…….”
침묵하며 심중 생각했다.
“왕자님!”
카이바 대령이 무샤드 왕자를 불렀다.
“대령.”
“네.”
“이스라엘. 특히 모사드를 언급하는 것이 얼마나 민감한 일인지 모르지 않을 텐데.”
무샤드 왕자의 말에.
“제가 그걸 왜 모르겠습니까? 왕자님.”
카이바 대령이 강한 어조로 대답했다.
“…….”
“왕명 없이 이스라엘이나 모사드와 접촉하는 것은 사실상 반역죕니다.”
“…….”
“왕자님을 암살하려는 메이저들의 음모를 분쇄하려면 관련 정보를 신속하게 입수해야 합니다. 하지만 저희 WMI의 능력으로는 CIA를 견제하고 메이저들의 동향을 감시하며 관련 정보를 입수하는 것은 역부족입니다.”
카이바 대령이 말하며 고개를 살짝 숙였다 들었다.
―죄송합니다. 저희의 능력이 부족합니다.
무샤드 왕자는 말없이 카이바 대령을 바라보았다. 자신을 죽이려는 암살 시도를 막으려는 카이바 대령의 마음을 모를 수 없다.
“대령.”
“네. 왕자님.”
“내가 모든 책임을 질 테니, 대령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일을 하시오.”
“왕자님…….”
“다만 마제드 형님의 눈에 띄지 않게 조심하시오.”
“…….”
“대령처럼. WMI 내에 마제드 형님의 사람이 틀림없이 있을 테니깐 말이오.”
“예에.”
카이바 대령이 대답하며 머리를 깊이 숙였다.
무샤드 왕자의 말이 틀린 말은 아니다.
이복형으로서 왕위 계승 서열 2위인 마제드 왕자다. 메이저와 손을 잡은 것도, 무샤드 왕자를 제거하고 왕위를 계승하고자 하는 권력욕 때문이다. 그런 마제드 왕자를 따르는 이들이 상당하다.
* * *
한편.
무샤드 왕자가 카이바 대령을 바라보며 강한 의지가 충만한 눈빛을 번득였다.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무샤드 왕자는 자신을 암살하고자 하는 이들에 대한 분노로 가늘게 몸을 떨었다.
바르르.
* * *
98인치 대형 LED 모니터 앞에 서 있는 차은성.
모니터에 뜬, 분할된 각 영상에 만족스러운 눈빛을 띠었다.
하르비를 통해 협력을 이끌어 낸 후, 우형광으로 하여금 암살의 최적 포인트 세 곳을 선별하게 했다.
이후.
김아름으로 하여금 드론으로 해당 세 포인트를 감시하게 하는 한편.
황민준과 우형광으로 하여금 각기 한 포인트씩 맡아 잠복 및 동일하게 감시하게 했다.
틀림없이.
CMC가 암살을 위해 해당 세 포인트 중 한 곳을 사전 답사할 것이다.
그런 차은성의 판단은 적중했다. 덕분에 달튼을 중심으로 한 암살 팀을 저지할 수 있었다.
* * *
차은성이 우측 상단의 한 영상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아름아.”
“네, 팀장.”
“C18. 영상 화질이 좀 떨어지는 것 같은데.”
“죄송해요. 팀장. 고프로라서 그래요.”
“고프로라면 유튜버 방송용, 그 고프로?”
“네. 최대 시야각으로 특정 한 방향에 맞춰…… 와히브에서 전에 쓰던 카메라와 같은 고해상도의 장비를 구할 수가 없어서…… 아무리 카메라를 구입 후 재조립하며 다른 부품을 쓴다고 해도…… 이스라엘 쪽에 우리가 어떤 장비를 사용하는지 정보를 주는 것 같아, 부득이하게 고프로 같은 장비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어요.”
“알았다.”
차은성은 수긍했다.
팀이 어떤 장비를 사용하는지, 이스라엘 측에 노출시킬 수는 없다.
“대신!”
김아름이 말했다.
“…….”
“전문 사진작가들이 사용하는…… 조금 업그레이드를 시키면 그럭저럭 쓸 만해요……. 괜찮으시면 카메라를 교체해서 영상을 보다 더…….”
“그건 아름이 네가 알아서 해.”
“네. 팀장.”
차은성은 김아름에게 재량권을 주었다. 이어 모니터를 돌아봤다.
분할된 각 영상.
차은성은 천천히 영상을 훑으며 이상한 점이 있는지 세세하게 살폈다.
그리 오래지 않아.
차은성의 눈이 반짝였다.
각 분할 영상에서 보이는 몇몇 이들.
다들 전통 의상을 입었다. 그런데 특정 한 장소에서 별다른 행동 변화 없이 장시간 서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아름아.”
차은성이 돌아봤다.
“네, 팀장.”
“여기하고 저기…… 앞의 영상들을 확인해 봐. 아무래도 외부 경계 인력 같은데…….”
“예에. 확인해 볼게요.”
김아름이 대답하며 키보드를 두드렸다.
얼마 후.
김아름이 차은성을 돌아봤다.
“팀장.”
“응?”
“팀장 말대로 2시간 이상 한 장소에서 계속 머무르며 별다른 움직임이 없어요. 아무래도 팀장의 생각이 맞는 것 같아요.”
김아름의 말에 차은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생각대로다. 의외로 CMC가 치밀하다. 초병을 세워 두듯이 외부에 경계 인력을 배치해 두었다. 그들의 속내는 뻔하다. 일종의 조기 경보 체계다.
외부에서 그들의 아지트를 공격하려고 할 때, 조금이라도 빨리 해당 급습을 알아채려는 것이다.
“아름아.”
“네.”
“민준이하고 형광이에게 해당 사항을 알려 주고, 그들을 주의하는 한편, 가까이 접근하지 말라고 해.”
“네에.”
김아름이 대답하며 황민준과 우형광에게 연락하기 시작했다.
차은성은 모니터의 분할 영상을 자세히 바라보았다.
‘위치 하나는 끝내주네.’
CMC의 아지트 위치가 보통 절묘한 것이 아니다. 절로 요충지라는 말이 생각날 정도다.
유사시 전후좌우. 어디로든 도주가 가능한 위치다.
반대로 생각하면.
유사시 사방에서 적들이 들이닥칠 수 있는 위치이기도 하다.
그 점을 염두에 두고 외부에 경계 인력을 배치해 둔 것 같은데.
“으음.”
모니터를 보며 차은성이 침음을 흘렸다.
CMC의 현장 책임자가 누구인지 모르지만 군사 교리와 전술에 상당히 밝은 자 같다.
“역시 용병이란 건가?”
차은성이 나직이 중얼거렸다.
CMC는 용병 기업이다. 전 세계 분쟁 지역은 물론, 지금과 같은 은밀하고도 더러운 일을 의뢰받아 처리하곤 한다.
* * *
“뭐라고요?”
달튼이 당황한 어조로 말했다.
그러자 폰 너머에서 CIA 리야드 지부의 연락책이 주의를 촉구했다.
“미확인 정보에 따르면…… 중국 MSS 요원들이 비밀리에 와히브에 들어와…… 아마도 자신들을 감추고 무샤드 왕자에게 경고를 한 것 같은…….”
달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전날 방해받은 암살 작전을 생각했다. 조금만 빨리 정보를 주었더라면…….
달튼은 아쉬움을 느끼는 사이.
폰 너머에서 연락책이 나름 짐작하는 MSS의 개입 이유를 말했다.
또한 이스라엘이 무샤드 왕자의 암살에 관심을 가졌음을 말하며 경고했다.
주의해라!
달튼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암살 작전이 실패로 돌아가고, 무샤드 왕자가 지금 암살을 경계하고 있다.
그런데 MSS가 개입하고 이스라엘 역시 개입하려 한다.
일이 뜻하지 않게 심하게 꼬이는 기분에 달튼은 울화가 치밀었다.
서두르면 필히 탈이 생긴다!
‘애초에!’
의뢰주인 메이저들의 다그침에 자신이 휘둘리지 않았어야 했다. 클라이언트의 요구에, 그들이 아직 지불하지 않은 남은 대금 때문에 응해 준 것이 악수였다.
연락책이 말했다.
“이스라엘은 마제드 왕자가 왕이 되는 것을 달갑게 여기지…… 길게 상황을 끌고 가면 암살이 실패할 확률이 커질 테니…….”
조기에 암살 공작을 마무리 지으라고 말했다.
의뢰주와 동일한 연락책의 재촉에 달튼은 매우 성난 표정을 지었다.
‘Son Of A Bitch!’
마음속으로 거칠게 욕하며 눈을 부라렸다. 자신이 그토록 반대했건만, 우겨다짐으로 밀어붙이며 재촉하는 바람에 모든 것이 꼬였다.
암살이 실패로 돌아가면 의뢰주인 메이저들이 분명 자신을 탓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그리고 남은 대금도 지불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 회사에서 자신에게 모든 책임을 지라고 할 것이다.
달튼은 뻔히 예상되는 일련의 상황에 치미는 울화를 참기 어려웠다. 하지만 그렇다고 울화를 쏟아 낼 수는 없는 노릇이라 억지로 울화를 누르며 말했다.
“그쪽에서 드론으로…….”
달튼은 드론에 장착된 헬 파이어 미사일로 무샤드 왕자가 탄 차량이나 궁전 내에 서 있는 무샤드 왕자를 죽여 줄 수 없는지 넌지시 물어보았다.
이란 혁명 수비대 사령관 솔레이마니를 드론으로 제거한 예가 있다.
연락책은 대번에 정색하며 딱 잘라 말했다.
“우린 개입하지 않아!”
완강한 거절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와히브는 사우디의 토후국 중 하나다. 만에 하나 CIA가 개입한 정황이나 증거가 나올 경우, 사우디와 미국 사이에 외교적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 때문에 CIA가 백업을 해 줄 뿐 전면에 나서지 않으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