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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S의 천재 스파이 (55)

미션 와히브

“……와히브의 원유 증산은 필연적으로 국제 유가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김아름, 황민준, 우형광이 눈을 반짝이며 차은성의 설명을 경청했다.

“……그 때문에 현재 원유 증산을 진두지휘하는…… 차기 왕위 계승자이자 석유와 국방 등 와히브의 주요 권력을 장악한 제1왕위 계승권자인 와히브 빈 무샤드 압둘라 왕자를 암살!”

“…….”

“그들에게 협조적인 왕위 계승 서열 2위인 와히브 빈 마제드 압둘라 왕자를 차기 왕으로 밀어 올리려 한다.”

“…….”

“문제는 무샤드 왕자가 우리 한국과 13억 달러에 달하는 무기 판대 계약 직전이라는 것이다.”

“…….”

“만약 무샤드 왕자가 죽어 버리면 13억 달러의 무기 판매는 허공으로 날아간다. 그 때문에 계약 체결이 끝날 때까지 무샤드 왕자는 무조건 살아 있어야 한다.”

차은성의 설명이 끝나자 황민준이 돌아봤다.

“팀장.”

“…….”

“저흰 요원 구조 팀입니다. 공작 팀이 아닌데 이런 임무는 좀 아니지 않습니까?”

황민준은 평소 오더가 내려오는 임무와 현 임무가 성질이 다름을 에돌려 말했다.

차은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팀원들에게 상황을 설명하려 했다.

그런데.

“그걸 몰라서 물어?”

우형광이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태준 선배가 빠진 것만 봐도 알 수 있잖아. 정상적인 작전이 아니라고!”

마음에 들지 않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우리가 사고 칠까 싶어 일부러 이런 오더를 내린 거잖아.”

우형광이 언성을 높였다. 그러자 김아름이 차은성을 돌아봤다.

“팀장. 태준 선배나 연지, 괜찮겠죠?”

“괜찮을 거야.”

차은성이 대꾸하며 천천히 전후 사정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런 이유로 태준 선배가 이번 작전에서 빠졌다.”

“…….”

김아름, 황민준, 우형광은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분위기가 빠르게 무거워졌다.

차은성이 천천히 팀원들을 둘러봤다.

“최대한 빨리 이번 작전을 끝내고 서울로 돌아간다!”

“…….”

“다른 의견 있는 사람.”

차은성의 말에 김아름, 황민준, 우형광은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다들 침묵함으로써 차은성의 말에 동의했다.

차은성의 눈이 반짝였다.

“통상 작전에 들어가면 회사와 해당 작전 지역의 지사와 모든 연락을 차단 및 단절한다.”

“…….”

“현재 우린 수중에 가진 것이 하나도 없다. 게다가 와히브는 우리에게는 생소하기 이를 데 없는 곳이다. 우리 공관도 없고, 회사의 지사도, 주재원도 없다.”

“…….”

“회사는 가능한 오랫동안 우리를 와히브에 잡아 두려고 한다. 그러니 신속하고 원활한 지원을 기대하긴 어렵다.”

“…….”

“기가 막히지만 우리로서는 달리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차은성의 말에 김아름, 황민준, 우형광이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우리 상대가 셰일 오일 메이저가 고용한 CMC라는 것을 알지만, 그자들이 와히브 어디에 있는지, 몇 명이나 와 있는지, 그들이 가진 장비가 무엇인지, 어떤 무기로 무장했는지, 현재 그들의 동향과 암살 계획 등 관련 정보가 하나도 없다.”

낯선 타지에서 맨주먹으로 작전을 해야 하는 기분!

참담하기 이를 데 없다.

김아름, 황민준, 우형광은 말이 없었다. 세 사람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최악의 상황!

그렇게 말해도 무방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우린 주어진 작전을 성공시켜야 한다.”

차은성은 작전 성공을 은근 강조했다.

김아름, 황민준, 우형광이 차은성을 보며 형형한 눈빛을 번쩍였다.

반드시!

보란 듯이!

작전을 성공시킨다!

김아름, 황민준, 우형광이 그런 무언의 각오를 내비쳤다.

차은성이 진중하기 이를 데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정보, 장비, 무기는 내가 책임지고 조달한다!”

스스로 총대를 멜 것임을 밝히자.

“팀장!”

“팀장!”

김아름, 황민준, 우형광이 급히 차은성을 부르며 걱정스러운 눈빛을 띠었다.

“아무 말 하지 마라!”

“…….”

“난! ……팀장이다!”

차은성이 굳건한 어조로 말하며 김아름, 황민준, 우형광 순으로 마주 보았다.

연후.

김아름을 보았다.

“아름아.”

“네. 팀장.”

“이번 작전의 성공 여부는 네게 달렸다.”

“네?”

김아름이 어리둥절해했다.

씨익.

차은성이 말없이 미소 지었다.

*    *    *

잠시 뒤.

차은성이 황민준을 보았다.

“민준이 넌 CMC의 이들이 어디에 있는지, 그들의 인원이 몇 명이고 어떤 장비를 가지고 있는지 등등 관련 정보를 알아내는 한편, 그들의 동향을 파악 및 감시해라.”

“…….”

“참고로, 어쩌면 CIA가 CMC의 뒤를 봐 주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그 점을 염두에 두고 신중하게 감시해야 한다.”

차은성의 말에 황민준이 말했다.

“팀장. 저는 그들에 관한 정보가 하나도 없습니다. 어디에 있는지 알아야 파악을 하든, 감시를 하든, 하죠.”

차은성이 말없이 미소 지었다.

“알아.”

“네?”

황민준이 어안이 벙벙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차은성은 우형광을 돌아봤다.

“형광이 넌 무샤드 왕자의 동선을 훑어. 어디에서 어떤 방식으로 무샤드 왕자를 죽일 수 있는지, 각 암살 포인트를 체크해.”

“팀장. 저도 민준 선배처럼 무샤드 왕자의 동선을 하나도 모르는데요.”

우형광이 어이없다는 눈으로 차은성을 보았다.

그러자 차은성이 김아름을 돌아봤다.

뭔가 생각나는 것이 있는지, 김아름이 흠칫거리더니 말을 더듬었다.

“티, 팀장. 설마 저더러 그 모든 정보를 알아내라는 건 아니죠?”

“힘들겠지?”

차은성이 반문하자.

“팀장. 지사의 도움이 있어도 될까 말까인데. 그 모든 정보를 제가 어디서 알아내요. 아닌 말로, 지금 수중에 장비가 하나도 없다고요. 그리고 장비가 있다고 해도, 제가 와히브에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감도 잡을 수 없는데, 무슨 수로 당장 필요한 정보를 어디서…….”

김아름이 답답함을 내보이며 말끝을 흐렸다.

그러자 차은성이 눈빛을 반짝였다.

“그래서 이번 작전의 성공 여부가 네게 달렸다고 말한 거야.”

김아름이 금방이라도 울먹일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팀장……. 무슨 말인지 알겠지만 저로서는 지금 당장 뭘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어요!”

김아름이 하소연하자 차은성이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내가 그걸 모를 것 같니? 아름아.”

차은성의 말에 김아름이 반색했다.

“팀장!”

“내가 뭘 어떻게 할지 말해 줄 테니깐 아름이 넌 백업만 잘해 주면 돼.”

“그건 자신 있어요.”

김아름의 씩씩한 대답에 차은성이 황민준과 우형광을 돌아봤다.

“너희들도.”

“네, 팀장.”

“말만 하십시오. 팀장.”

황민준과 우형광의 대답에 차은성이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씩.

처음부터 예상한 일이다. 그야말로 맨주먹으로 작전을 시작해야 할 판이다.

*    *    *

다음 날 ×× 커피 전문점.

작은 원탁 테이블에 두 사람이 마주 보며 앉았다.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며 두 사람은 간간이 커피를 마셨다.

“의왼데.”

머리에 쑤마그를 쓰고 싸웁을 입은 중년인 알 하르비가 말하며 맞은편에 앉은 차은성을 보았다.

차은성이 잔을 들어 커피를 홀짝였다.

“도움이 필요합니다. 하르비.”

“도움?”

“네.”

“훗.”

하르비가 실소하더니 물었다.

“내가 왜 자네를 도와야 하지?”

“알 텐데요.”

“안다고?”

“네.”

“…….”

“아만이 무샤드 왕자의 암살에 관한 정보를 모를 리가 있습니까? ……알고 있으니 당신이 지금 이렇게 내 앞에 앉아 있는 거겠죠.”

“은성.”

하르비가 진중한 어조로 차은성을 부르며 주변을 경계했다.

“솔직히, 연락했을 때 당신이 이렇게 나올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나 때문에 확신한다는 뜻으로 들리는데. 맞나?”

“하르비.”

차은성이 목소리를 착 깔았다.

“…….”

“이리저리 말 돌리고 싶지 않습니다.”

“…….”

“제가 알기로는 빈 마제드 왕자는 반유태주의잡니다. 그가 와히브의 왕이 되는 것을 이스라엘이 바란다면, 도와 달라고 더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

“……정치보다는 경제적인 실익을 챙기려는…… 이스라엘에 관심이나 감정이 없는 무샤드 왕자가 와히브의 왕이 되는 것이 이스라엘의 국익에 부합된다! 그렇게 판단되면 절 도와주시죠.”

차은성이 기대의 눈빛을 띠었다.

“흠. 무샤드 왕자의 암살을 막고 싶은 모양이로군.”

“다 알면서 모르는 척하지 마십시오. 하르비.”

“후후. 하긴 13억 불이 상당히 많은 돈이긴 하지.”

“CIA와 셰일 오일 메이저들 때문에 아만이 직접 나서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르비. 아마도 내부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아직 결정이 나지 않았을 겁니다.”

“…….”

“당신들의 일을 우리가 대신 해 주겠다는 겁니다.”

“흠.”

차은성의 제안에 하르비가 침음을 흘렸다.

“아만으로서도 나쁠 것이 없지 않습니까?”

“…….”

“마제드 왕자가 와히브의 왕이 되는 날에는 중동 정세의 변화가 불가피해집니다. 그 변화가 아무래도 이스라엘에게는 부정적일 겁니다.”

“…….”

“하지만 무샤드 왕자가 와히브의 왕이 된다면 중동 정세에 변화가 거의 없을 겁니다. 즉, 이스라엘에게는 마제드 왕자보다는 무샤드 왕자가 와히브의 왕이 되는 것이 이익이란 겁니다.”

“우리 아만이나 한국의 NIS나, 둘 다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데…….”

하르비가 말끝을 흐리며 의심스러운 눈으로 차은성을 보았다.

모사드나 NIS나 이번 일에 있어 노출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하르비가 에둘러 그것을 언급했다.

차은성이 살며시 미소 지었다.

“중국이 최근 무샤드 왕자와 대규모의 원유 매매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또한 중국에서 드론을 수입하기 위해 무샤드 왕자가 물밑 협상 중이죠.”

차은성의 말에 하르비가 눈을 반짝였다.

“MSS로 위장할 생각인 건가?”

하르비의 물음에 차은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역정보를 흘려…… MSS가 무샤드 왕자의 암살을 막으려는 충분한 이유가 됩니다. 설사 CIA가 알게 된다고 해도 흘린 역정보 때문에 MSS라고 생각할 겁니다.”

“흠. 나쁘진 않군. 인종적으로 우린 MSS로 위장하기 힘들지만 자네들은 가능하겠군.”

차은성이 씩 웃더니 물었다.

“도와주시겠습니까?”

“…….”

하르비는 잠시 침묵하며 생각했다.

차은성은 그런 하르비를 지켜보았다.

잠깐이란 시간이 지나고.

하르비가 차은성에게 말했다.

“일단, 자네가 뭘 원하는지 들어 보고 나서 결정하도록 하지.”

“하르비.”

“무턱대고 결정하기에는 꽤 사안이 중요하지 않나?”

“…….”

차은성이 하르비를 보며 마음속으로 고민했다. 결국…….

“정보, 무기, 장비, 자금 등 활동에 필요한 일쳅니다.”

“뭐?”

하르비가 반문하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우린 몸빵 할 테니, 나머진 너희가 다 책임져!

차은성은 그런 무언의 요구를 하며 담담하게 하르비를 마주 보았다.

‘이왕 받는 거.’

왕창 뜯어내자!

차은성의 속내는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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