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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S의 천재 스파이 (54)화 (54/208)

NIS의 천재 스파이 (54)

“경찰이 자기네 청장을 죽인 널 가만히 내버려 둘까?”

“…….”

“네가 범인이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건 뭐든 다 하려고 할 거야. 그 과정에서 회사와 부딪치기도 하겠지.”

“…….”

“NIS 요원이 경찰청장을 죽였다!”

“…….”

“신문이나 방송에 그런 기사가 나가는 순간, 회사는 도마 위에 오른다. 그리고 언론과 정계에 의해 아주 난도질당하겠지. 어쩌면 회사가 날아갈지도 몰라.”

“그런 일은 없습니다. 다만 명칭만 바뀌고 몇몇 사람이 물갈이될 뿐입니다.”

차은성의 말에 노태준이 말했다.

“나라를 위해 사람을 죽였을망정, 내 사적인 감정으로 사람을 죽인 적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어.”

“선배…….”

차은성이 나직이 노태준을 불렀다.

“민경구 청장을 죽이고 싶은 마음은 너보다 내가 더해. 하지만 안 돼!”

“선배!”

차은성이 언성을 높였다.

“네 아버지.”

노태준이 아버지를 언급하자 차은성이 일순 흠칫하며 뜻밖이라는 눈빛을 띠었다.

“돌아가시면서 회사를 원망했을까? 나라를 원망했을까?”

“…….”

“아니었을 거야.”

“…….”

“널 걱정했을 거야.”

“…….”

“은성아. 이번 한 번만 참자. 나라를 위해. 회사를 위해. 나라를 위해 순직한 선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노태준의 말에 차은성이 천천히 입을 뗐다.

“후회하실지도 모릅니다. 선배.”

차은성의 말에 노태준이 힘없이 미소 지었다.

‘후회는 이미 하고 있어.’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노태준이 주철현 국장을 생각했다. 설득당한 순간, 모든 것이 끝난다고 봐야 한다.

“그럴지도 몰라. 아니, 후회할 거야. 하지만 자식의 잘못을 부모를 죽임으로써 묻는 것은 아니야.”

“…….”

“민해경.”

“…….”

“아직 어린 미성년자야.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죽여 없애 버리고 싶지만. 그렇게 해도 내 마음이 편해질 것 같지가 않아.”

“…….”

“적어도 한 번의 기회는 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 나도 자식을 키우는 아버지야. 자식을 잃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어렴풋이나마 알아.”

“…….”

“그 한 번의 기회에도 불구하고 변화가 없다면, 반성도 없이 똑같은 짓을 다시 한다면!”

“…….”

“그때!”

“…….”

“손을 써도 늦지는 않아.”

“선배…….”

“죽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야. 그리고 민경구는 고위 공직자야.”

“선배. 왜 마음에 없는 말씀을 구구절절하게 해요?”

차은성이 언성을 높였다.

“차라리 국장이 참으라고 명령했고, 그 명령을 어길 수 없어 참는다고 말씀하세요. 예에에.”

“은성아…….”

차은성이 우로 돌아섰다.

“국장이 절 찾아와서 무리하게 오더를 내렸습니다.”

차은성은 묘소들을 눈으로 쭉 훑었다.

“나라를 위해 순직했지만 그 어디에도 관련 기록이 남아 있지 않고, 훈장 쪼가리 하나 없고, 보훈 대상자 명단에 이름도 올라가지 않습니다. 그리고 서서히 시간과 함께 잊히죠.”

“…….”

“애초부터 뭘 바라고 입사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국가에서 최소한 순직한 이들에게…….”

차은성은 말을 잇지 못했다.

국가에서 순직한 이들을 위해 해 준 것이 단 하나도 없다. 그럼에도 지금 이 순간, 세상 어딘가에서 나라를 위해 활동하는 이들이 있다.

나라를 위해서라는 미명하에, 사람을 죽이는 죄책감을 누르고 서슴없이 살인을 하는 이들!

그들은 때로는 역으로 죽임을 당하기도 한다.

*    *    *

노태준이 떨 연지가 있는 병원으로 가고, 차은성은 들끓는 분노라는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집으로 돌아와 의식을 잃을 정도로 술을 마셨다. 온 집안이 난장판이 되도록 마시고 또 마셨다.

*    *    *

쏴아아아아.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물줄기를 온몸으로 맞는 차은성.

두 손을 들어 머리를 뒤로 쓸어 넘겼다. 이어 고개를 들며 눈을 내리감았다.

적당히 데워진 온수가 얼굴을 때리고, 상쾌함에 차은성이 살며시 씨익 미소 지었다.

*    *    *

자정이 넘은 시각.

민경구 청장을 쉬 잠을 이루지 못했다. 낮에 보았던 노태준이 너무 신경 쓰였다.

“휴우우.”

민경구 청장은 한숨을 쉬며 입에 담배를 하나 물었다. 이어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천천히 담배를 피우며 창밖을 바라보는 민경구 청장.

“이대로 해경이를 내버려 두는 것은 아니지 싶은데.”

딸이 바라는 대로 국외로 보내 주는 것이 어쩌면 나을지도 모른다. 계속 사고를 치다가는 언제고 어떻게 할 수 없는 외통수와 같은 상황에 직면하게 될지도 모른다.

후우우.

하얀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민경구 청장이 노태준을 생각했다.

그가 자신을 죽이려고 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머릿속에서 떨칠 수가 없다.

“내 자식이 소중하면 남의 자식도 소중하다는 말이 있는데.”

민경구 청장이 가만히 중얼거리며 입에 담배를 물었다.

딸을 잘못 키웠다!

민경구 청장은 담배를 피우며 자책했다.

찰나.

……쨍!

낮은 소리와 동시에 창문에 작은 구멍이 생겼다. 동시에 구멍 주변으로 거미줄 같은 가느다란 금들이 또한 생겼다.

퍽!

민경구 청장은 왼쪽 가슴에 무엇인가가 박히는 느낌과 함께 견딜 수 없는 고통을 느꼈다.

“으아아아악!”

민경구 청장은 입이 찢어져라 크게 벌렸다. 그의 비명은 무척이나 컸다.

*    *    *

몇 시간 후. 경찰청.

“그게 무슨 소리야?”

바삐 복도를 걸어가는 임범철 국장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좌측에서 따라붙으며 빠르게 보고 중인 문상혁 과장.

“심장에 박히긴 박혔는데…… 의사 말로는 고통을 줄 수는 있어도……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는 소견을…… 누군지 모르지만, 사격 실력이 놀라울 정도로 탁월한 것 같다는…….”

문상혁 과장의 보고에 임범철 국장이 걸음을 멈췄다. 그러자 뒤따르던 몇몇 정복 경찰 간부들이 뒤이어 걸음을 멈췄다.

“설마?”

임범철 국장이 중얼거렸다.

“네. 아무래도 경고인 것 같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청장님을 저격. 죽일 수 있다는 메시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문상혁 과장의 말에 임범철 국장이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눈을 부릅떴다.

자연스럽게.

임범철 국장이 노태준을 생각했다.

‘설마?’

민경구 청장을 저격. 경고한 것이 노태준이 아닐까?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는 임범철 국장을 문상혁 과장이 불렀다.

“국장님.”

“아…….”

“현재 청장님이 입원하신 병원에 일개 중대 병력을 파견…… 드나드는 이들을 엄중히 검문검색 중입니다. 그리고 경호에도 만전을 기하며 언론에 알려지지 않도록…….”

문상혁 과장의 말에 임범철 국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잘했네. 일단 언론이 모르게…… 수고하게. 난 긴급회의가 있어서 말이야.”

“네.”

문상혁 과정이 대답하며 두어 걸음 옆으로 물러났다.

임범철 국장이 다시 걷자 정복 경찰 간부들이 뒤따랐다.

‘다행인 건가?’

복도를 걸어가며 임범철 국장이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민경구 청장이 다행히 죽지 않았다. 죽었다면,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 초래되었을 것이다.

‘휴우우. 간신히 사건을 덮고 조용히 넘어가나 했는데.’

민경구 청장이 자택에서 저격당했다. 해당 사안은 관련 경찰 간부들 외에 다른 이들이 알아서는 안 된다.

특히 기자들은!

임범철 국장은 바삐 복도를 걸어가며 생각했다.

민경구 청장의 저격 사건.

외부로 알려져서는 안 된다. 알려지면 NIS와의 합의 및 노태준과 연지가 드러나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런 이유로 임범철 국장은 어떻게 덮어야 할지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자칫하면 2차장 선우종과의 합의가 무산된다. 그리고 NIS와 경찰 사이에 심각한 갈등과 분규가 야기될지도 모른다. 보나 마나다. 경찰과 NIS. 두 국가기관의 관계가 매우 험악해질 것이다. 해당 상황은 무조건 피해야 한다. 두 국가기관 사이가 틀어지는 것은 절대 안 된다!

그런 이유로 복도를 걸어가는 임범철 국장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    *    *

며칠 후, 기내.

차은성은 일등석에 앉아 지그시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장시간 비행해야 한다. 하여 잠을 청했다.

‘으음.’

박영광이 생각난다.

민경구 청장을 자신이 저격한 것이 아닌지 의심하고 따져 물었다. 아무 말 하지 않았다.

‘기억이 안 나!’

차은성은 당일 기억이 나지 않는 것에 심중 매우 당황했다.

―민경구 청장 저격. 네 짓이지? 이 미친놈아!

박영광의 성난 얼굴이 아른거린다.

‘휴우우우.’

차은성은 마음속으로 한숨을 길게 쉬며 앉은 시트에 몸을 기댔다. 단기 기억 상실에 걸린 것처럼 아무리 기억해 내려고 해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날 밤의 기억이 없다.

차은성은 두려움을 느꼈다. 분명 그동안 약을 먹어 왔다. 단 한 번도 거른 적이 없다. 그런데 기억이 없다.

차은성의 안색이 급격히 흐려졌다.

불안하다!

*    *    *

사우디 토후국 와히브.

“네.”

마흔 중반으로 보이는 중년인이 책상 좌측에 몸을 기댄 채 통화 중이었다.

“승인이 떨어진 겁니까?”

“…….”

“알겠습니다. 그럼 지금 즉시 작전에 들어가겠습니다.”

“…….”

“너무 빠듯합니다. 그렇게 서두를 일이 아니잖습니까?”

“…….”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렇게 빨리는 무립니다. 자칫 저희가 노출될 수도 있습니다. 설마 그걸 바라시는 것은 아니시겠죠?”

“…….”

“압니다. 하지만 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충분한 준비 시간이 필요합니다.”

“…….”

“서두르면 반드시 탈이 생깁니다. 다 아시잖습니까?”

“…….”

“돈이 문제가 아닙니다.”

중년인이 다소 언성을 높였다.

“작전이라는 것이 앞뒤를 충분히 따져 보고 만반의 계획을 세워야 성공 확률이 높아지지 않습니까? 그렇게 억지로 밀어붙여서 될 일이 아니란 말입니다.”

“…….”

“빌어먹을! ……알겠습니다. 알겠다고요! 말씀하신 날짜 안에 처리하겠습니다!”

중년인이 고함치더니 수화기를 거칠게 내려놨다.

콰앙.

이어 정면을 바라보며 고함쳤다.

“뻑 큐!”

상당히 화가 난 것 같다.

*    *    *

와히브 모처 지하실.

타원형의 테이블에 네 사람이 서 있었다.

차은성, 김아름, 황민준, 우형광.

노태준은 이번 작전에서 열외 되었다.

차은성이 김아름, 황민준, 우형광을 둘러보며 작전 개요를 설명했다.

“……몇 해 전에 대규모 유전이 발견 및 개발된 이후 와히브는 국가 재정을 거의 100% 원유에 의지하고 있다.”

“…….”

“……최근 악화된 국가 재정 때문에 와히브는 원유 생산량을 늘려 악화된 국가 재정의 반전을 도모하려고…… 중국에 대규모의 원유를 판매하는 한편으로 지속적인 원유 생산량 증산을…….”

“…….”

“셰일 오일 메이저들은 고유가를 희망한다. 이는 고유가에서 셰일 오일이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저유가 상황이 닥치면 셰일 오일은 경쟁력을 상실하고, 관련 메이저들은 흔한 말로 깡통 들고 길바닥에 나앉아 구걸해야 된다.”

차은성이 눈을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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