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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S의 천재 스파이 (29)화 (29/208)

NIS의 천재 스파이 (29)

당신은 당신의 길을! 나는 나의 길을!

“취리히 공항 영상을 확보해서…… 피어싱을 하고 있더군요. 그런데 베이징 공항에 도착한 안하랑은 피어싱을 하고 있지 않았습니다. 즉, 평양으로 들어가기 전에 피어싱을 뺐다는 말이 되죠.”

“아…… 그래서 제게 피어싱을 한 흔적이 있는지 알아보라고 말한 거군요. 팀장.”

김아름의 말에.

황민준, 우형광, 노태준이 돌아봤다.

차은성이 김아름을 바라보며 슬쩍 미소 지었다.

“맞아. 그런데 없었지.”

“네. 피어싱을 한 흔적이 없었어요.”

김아름의 말에 차은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없겠지. 전혀 다른 사람이니깐.”

“팀장. 그 말은?”

노태준이 차은성을 돌아봤다.

“훗.”

차은성이 실소했다.

“호위총국이 꽤 신경을 쓰긴 했지만, 성형에 있어서는 우리 한국을 따라올 수 없습니다. 비교하면 조잡한 수준이니까요.”

자신감에 찬 어조로 말했다.

“그리고 성형을 했다면,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내 눈은 속일 수 없습니다.”

“하긴. 라센느를 경영하는 넌데…… 뷰티와 미용에 있어서는 네 눈을 속일 수 없지.”

노태준이 미소 지었다.

그러자 황민준과 우형광이 사살당한 안하랑을 보았다.

차은성 역시 돌아봤다.

“얼굴 성형에 이어 턱을 깎고 코를 다시 했지만, 자연스럽지가 않았습니다. 사람의 손길이 탄 흔적이 역력했죠. 특히 코는 아무리 상형을 잘하는 의사라고 해도, 그 흔적을 완벽하게 감추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미세하게나마 흔적이 남을 수밖에 없죠. 아무리 의학이 발달했다고는 하지만 한계란 분명히 있는 거니까요.”

“…….”

“그리고 옮긴 안가가 습격당했습니다.”

“그럼, 안가 이동 명령이?”

노태준이 놀란 어조로 말하며 차은성을 보았다.

씩.

차은성이 미소 지었다.

“혹 이중 스파이가 아닐까 싶어 국장보가 그런 명령을 내린 겁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습격당했죠.”

“그때 뒤에 남은 게, 혹시 그 때문에……?”

노태준의 말에 차은성이 고개를 까닥였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국장보가 취두부라는 암호를 보내왔었습니다.”

“취두부라면…… 악취가 심한 중국 음식 맞죠? 팀장.”

김아름이 차은성을 쳐다봤다.

“맞아. 의심스럽다는 경고였어.”

“그렇게 된 거군.”

차은성이 재차 안하랑을 보았다.

“저년 때문에 이정래 팀장 이하 요원들이 몇 명이나 죽었는지 모릅니다. 게다가 하마터면 랴오닝과 지린 방면의 조직망이 와해될 뻔했습니다.”

격한 목소리였다.

“그래서?”

“빌어먹을! 이중 스파이에게 속다니.”

황민준, 우형광 역시 격한 눈빛을 띠었다.

“천만다행이다. 자칫 잘못했으면 우리 손으로 이중 스파이를 서울로 데려갈 뻔했어. 게다가 조직망이 와해되었더라면.”

노태준이 가슴을 쓸어내리는지 안도의 눈빛을 띠었다.

“아름아.”

“네. 팀장.”

“확인해 봐.”

차은성이 김아름에게 칩을 내밀었다.

“악성 바이러스나 트로이 목마와 같은 숨겨진 다른 바이러스가 있을 수 있으니깐 확인에 신경 써. 그리고 가짜 정보일 가능성이 크지만, 혹시 몰라. 진짜 정보일지도…….”

“가능성이 낮은데요. 팀장.”

김아름이 생긋 웃으며 차은성에게 걸어갔다.

“여기서 머뭇거릴 시간이 없어.”

노태준이 말하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불안한 모양이다.

차은성이 노태준을 돌아봤다. 이어 면전에 이르러 칩을 받아 든 김아름을 돌아봤다.

“열기구 내에서 확인 가능하지?”

“네.”

“그럼 일단은 열기구에 타자.”

“네.”

김아름이 고개를 끄덕였다.

*    *    *

1시간쯤 후.

냉용해와 소수의 대원. 그리고 수가 눈에 띄게 줄어든 특수부대원들이 뒤늦게 현장에 당도했다.

그들은 사살당한 안하랑을 보곤 깜짝 놀랐다.

“빨리 주위를 살펴봐.”

“네.”

“흔적이 보이는 대로 즉시 보고하고.”

“예에.”

냉용해의 명령에 대원들과 부대원들이 대답과 함께 급히 주위로 흩어졌다.

“왜지?”

냉용해는 안하랑을 보며 의문의 어조로 중얼거렸다.

“데리고 가던 요인을 왜 죽였지?”

이해가 되지 않는 그였다.

“이렇게 사살할 거면 왜 장춘에서 빼낸 거지?”

냉용해는 알 수 없어 연이어 중얼거리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해가 안 된다!

“젠장. 조금만 빨리 왔더라도!”

냉용해가 매우 아쉬운 눈빛을 띠었다.

드론이 돌연 추락하지만 않았어도…….

*    *    *

고산지대로 이어진 비포장도로를 두 대의 중고 랜드로버 차량이 질주 중이었다.

부아아앙.

해당 차량에는 박조윤 중위와 부하들이 나누어 탑승했다.

뒷좌석에 앉은 박조윤 중위는 불안하고 초조했다.

‘빌어먹을!’

레스토랑을 나온 직후부터 전파 발신이 끊겼다. 그리고 활동 중인 장춘과 인근이 북한이 아니라 중국 땅이다. 그러다 보니 정보 수집에 있어 어려움이 적잖았다. 게다가 중국 공안이나 국안부가 비협조적이라, 그들의 움직임은 냉용해나 뇌전대보다 느릴 수밖에 없었다.

“더 밟아! 속도를 내란 말이야!”

박조윤 중위의 다그침에.

“네에.”

운전하던 부하가 서둘러 액셀을 힘주어 밟았다. 그러자 이내 RPM이 상승하고 한층 더 속도를 냈다.

부우우웅.

*    *    *

고공에서 유유히 몽골로 향하는 열기구.

앉아 노트북을 보던 김아름이 칩을 빼내더니.

“팀장.”

차은성을 불렀다.

그러자 서 있던 차은성이 뒤돌아봤다.

“가짠데요. 그리고 팀장이 말한 대로 위치 발신 프로그램과 악성 바이러스가 숨겨져 있었어요. ……회사 서버와 연결했더라면…… 서버의 모든 정보가 몽땅 유출되었을 거예요.”

“버려.”

차은성이 냉랭한 어조로 말하자 김아름이 주저 없이 등 뒤로 칩을 던졌다.

휙.

허공으로 던져진 칩은 이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 모습에 노태준이 말했다.

“이번 오퍼레이션은 헛수고한 셈인가?”

“에이, 선배. 그래도 랴오닝과 지린 방면의 조직망은 지켰잖아요.”

“그래도 피해가 커. 이정래 팀장을 비롯하여 우리 요원들이 죽었다고.”

황민준이 말하며 은근 분하다는 속내를 내비쳤다.

“민준이 말이 맞아. 이번에 피해가 컸어.”

“후우.”

차은성에 이어 노태준이 숨을 내쉬더니.

“북한 놈들, 나날이 발전하는 것 같아. 예전보다 더 교묘하고 지능적이야.”

“놈들도 바보는 아니죠. 실패에서 배운다고. 경험이 하나둘 쌓이면서…… 조심하지 않으면 놈들 역공작에 우리가 당하는 수가 있어요.”

차은성의 말에 황민준과 우형광이 말없이 고개를 까닥였다.

“그런데…….”

노태준이 입을 떼며 차은성을 돌아봤다.

“안하랑이 이중 스파이라면, 장춘에 있을 때 왜 처리하지 않고 이제까지 동행한 거냐?”

궁금한 모양이다.

노태준의 말에, 김아름, 황민준, 우형광이 차은성을 바라보았다.

씩.

차은성이 밋밋한 미소를 지었다.

“선배.”

“응.”

“궁금해요?”

“궁금해.”

노태준이 말하며 고개를 까닥였다.

그러자 차은성이 장난쳤다. 노태준에게 손을 내밀며 툭 말을 던졌다.

“궁금하면 500원!”

순간.

“팀장!”

김아름, 황민준, 우형광이 큰 목소리로 차은성을 불렀다.

노태준이 어이없다는 투로 말했다.

“언제 적 개그야?”

차은성이 빙긋 웃더니 설명하기 시작했다.

“의심은 가는데 확신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동행했다?”

“네, 선배. 안하랑이 이중 스파이가 맞다면, 틀림없이 호위총국 애들이 우리를 공격할 테니까요.”

“동행하는 안하랑이 우리 위치를 알릴 것이다?”

“네.”

노태준의 말에 차은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호위총국 애들이 우리를 공격할 것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저 나름 몰래 계획을 세워 뒀는데, 뜻밖에도 국안부 뇌전대 애들이 우리를 공격하더군요.”

“계획과 어긋났군.”

“네. 그래서 혼란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아름이가 피어싱을 한 흔적이 없다고 말해서 확신했습니다. 다른 사람이라고요.”

“하긴. 피어싱을 하면 흔적이 꽤 오래가지.”

“맞습니다.”

차은성이 말하며 김아름, 황민준, 우형광을 돌아봤다.

“이번 오퍼레이션은 여러모로 변수가 많았어. 너희들을 믿고 모든 것을 말해 주었어야 했지만.”

“…….”

“만에 하나……너희들을 통해 안하랑이 이상한 느낌이나 뭔가 낌새를 챘다면!”

“…….”

“상황이 꼬일 가능성이 커!”

“…….”

“너희들과 관련 정보를 공유하지 못한 점!”

“…….”

“이해해 주었으면 한다.”

차은성의 말에.

“괜찮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었다면, 아마 우리도 모르게 내색했을지도 몰라요.”

“뭐, 할 수 없죠. 팀장이 우리에게 말해 주지 않을 때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겠습니까?”

황민준, 김아름, 우형광의 말에 차은성이 말없이 미소 지었다.

씨익.

노태준이 차은성, 황민준, 김아름, 우형광을 지켜보며 살며시 웃었다.

*    *    *

잠시 뒤.

차은성은 시선을 돌렸다. 푸른 하늘과 하얀 구름들이 한가득 눈에 들어왔다.

*    *    *

한 달쯤 후.

“해상 테크는 어떻게 됐어?”

“네, 회장님. 20% 조금 넘는 지분을 확보했습니다.”

“돈을 얼마나 쏟아부었는데 겨우 20%야.”

한조 그룹 회장 한필승이 역정 냈다.

책상너머에 서 있는 그룹 기획실장 송길승이 머리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회장님. 하지만 정해주 해상 정밀 사장으로부터…… 잘만 하면!”

이어 머리를 들며 눈을 반짝였다.

“……주가 상승을 기대하는 기관투자가들과 큰손들. 그리고 개미들이 모두 저희 한조 그룹에 우호적인 포지션을 취하고 있습니다. 기재부에서도 저희의 M&A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M&A가 땅 짚고 헤엄치기다! 그 말인가?”

한필승 회장이 묻자.

“네!”

송길승이 자신만만한 어조로 대답했다.

한필승 회장이 소리 없이 웃더니.

“좋아! 나쁘지 않아. 정해주 사장과 잘 협상해 봐.”

“네, 회장님. 필히 만족스러운 결과를 보고드리겠습니다.”

“당연히 그래야지.”

“그럼.”

송길승 실장이 머리를 숙였다.

“가서 일 봐.”

“네.”

송길승 실장이 머리를 들며 좌로 돌아섰다.

문으로 걸어가는 그를 한필승 회장이 바라보며 입가에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    *    *

라센느 입구.

“그럼 이만.”

“아, 네에. 수고하셨어요.”

인사말을 건네며 변종수가 고개를 꺄웃거렸다.

“뭐지?”

중얼거리며 손에 쥔 박스를 보았다. 알지 못하는 외국어가 뭐라고 적혀 있었다.

*    *    *

종이컵의 커피를 마시며 창가에 서 있는 차은성.

늦겨울의 쓸쓸한 창밖 풍경에 살며시 젖었다.

“은성아.”

차은성이 종이컵을 창틀에 내려놓으며 돌아봤다.

“이거, 네 앞으로 온 거 같은데?”

변종수가 내미는 박스를 본 차은성. 순간 눈이 반짝였다.

“맞아?”

변종수가 묻자 차은성이 고개를 까닥이며 박스를 건네받았다.

“어디서 온 건데?”

“이탈리아.”

“이탈리아?”

“응. 내가 몇 달 전에 주문 제작을 부탁했었어.”

“어디에?”

“드비어스사.”

“어머나!”

변종수가 놀라며 오른손을 들어 입을 가렸다.

“짱! 유명한 데잖아!”

차은성은 무표정하게 말없이 박스를 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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