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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S의 천재 스파이 (27)화 (27/208)

NIS의 천재 스파이 (27)

시가를 끈 냉용해가 앉은 박조윤 중위를 쏘아보았다.

“중국 땅에서 북의 사람들이 제 나라인 양 설치는 꼴은 못 봐!”

안가였던 아파트를 급습한 것을 감안한, 강한 어조의 경고였다.

박조윤 중위가 지지 않겠다고 무언으로 말하는 듯 냉랭한 눈으로 냉용해를 보았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 텃세를 부린다.

박조윤 중위가 마음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눈치다.

달리 생각해 보면 틀린 말이 아니다.

엄연히 중국 땅이다. 그런데 북한 호위총국 요원들이 제 나라인 양 날뛴다? 중국인이라면 누구나 싫어할 것이고,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그와 같은 것을 염두에 둔 듯 박조윤 중위가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사이.

냉용해가 박조윤 중위를 질타하듯이 거듭 주의를 주었다.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박조윤 중위가 천천히 입을 뗐다.

“국공 내전 말기에.”

일순.

냉용해가 의아한 눈빛을 띠었다. 박조윤 중위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그렇게 위대한 마오 주석이 사면초가의 상황에 놓여 죽기 일보 직전에 처했을 때.”

“…….”

“우리 주석께서 인민군을 보내 마오 주석을 살려 주셨소. 그런데!”

박조윤 중위가 말끝을 높이며 냉용해를 매섭게 쳐다보았다.

“생명의 은인인 우리에게 이럴 수 있소?”

박조윤 중위의 말에 냉용해가 당황하며 뭐라 말하려는데.

*    *    *

“비켜!”

“이보시오!”

“올라가!”

몇몇 고함이 들리더니 무장 공안들이 우르르 3층으로 올라왔다.

*    *    *

얼마 후.

냉용해는 머리끝까지 화가 났다.

“야! 이 개에……새끼야!”

3층이 떠나가라 외치며 앞에 서 있는 공안부장 류덕환의 뺨따귀를 후려쳤다.

……짜아악!

얼마나 세게 쳤는지, 류덕환의 얼굴은 물론 몸이 우로 돌아갔다. 이어 류덕환이 신음하며 몸을 비틀거렸다.

“으…….”

뺨따귀 맞고 기분 좋을 사람은 없다!

류덕환이 왼손을 들어 뺨에 대며 몸을 바로 했다. 그러곤 죽일 듯이 냉용해를 노려봤다.

‘이!’

마음 같아서는 정말 죽이고 싶다. 명색이 공안부장이다. 지금 주변에 부하인 수십여 명의 무장 공안이 서 있다. 아무리 국안부 간부라고 해도 너무하지 않는가?

류덕환이 그런 마음을 담아 목소리를 높였다.

“나는 장춘 공안부장 류…….”

하지만 말을 끝맺지 못했다.

화를 주체하지 못한 냉용해가 벼락이 치듯이 빠르게 권총을 꺼내더니 류덕환의 이마에 총구를 댔다.

격발 직전이었다.

“이 멍청한 자식이!”

냉용해는 당장이라고 방아쇠를 당기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 수 없었다.

상대는 공안부장이다. 공안 간부다. 죽였다가는 문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류덕환이 한 짓을 생각하면 정말이지 당장이라도 방아쇠를 당기고 싶다.

*    *    *

박조윤 중위가 두 부하와 함께 계단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푸하하하하.”

의도적으로 크게 웃었다.

비웃음이다.

*    *    *

총구를 류덕환의 이마에 댄 냉용해의 얼굴이 이지러졌다.

박조윤의 비웃음이 그득 담긴 웃음을 들었기 때문이다.

“이!”

잇몸을 드러내며 이를 악물었다.

망신, 망신. 이런 망신이 없다.

가짜에게 속아 검문검색을 통과하도록 도움을 주었다. 그리고 박조윤 중위와 만나 중국 땅에서 함부로 설치지 말라고 경고하려고 한 자신의 의도를 망쳐 버렸다.

뻔하다.

지금쯤이면 장춘을 벗어나 열심히 도주 중일 것이다. 속으로 얼마나 자신을 비웃고 있을까?

그것을 생각하자 냉용해는 걷잡을 수 없는 화에 치가 떨렸다.

*    *    *

두 부하가 냉용해에게 다가와 조심스럽게 말했다.

“대주. 공안부장입니다.”

“이미 주워 담을 수 없는, 엎질러진 물입니다. 대주.”

두 부하는 매우 불안했다.

대주 냉용해가 정말 방아쇠를 당길까, 내심 두려웠다.

*    *    *

냉용해가 류덕환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소리쳐 말해 주었다.

그러자 류덕환의 안색이 창백해지더니 몸을 가늘게 떨기 시작했다.

바르르.

아미에 댄 총구가 주는 차가운 감촉.

자신이 얼마나 멍청한 짓을 했는지, 이제야 가슴에 와닿는 류덕환이었다.

‘내, 내가…….’

가짜에게 속아, 해서는 안 될 짓을 하고 말았다. 게다가 국안부 뇌전대의 활동을 방해했다. 이는 명백한 이적 행위다. 이후, 목이 붙어 있을지. 계속 공안부장을 할 수 있을지. 이만저만 불안한 것이 아니다.

*    *    *

잠시 뒤.

레스토랑을 나온 냉용해가 차에 타며 급히 말했다.

“베이징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모든 도시와 마을에 당장 연락해! ……검문검색을 철저히 강화하라고. 지급으로…….”

“네.”

두 부하 중 한 명이 대답하며 조수석에 탔다. 다른 부하 한 명은 운전석을 향해 급히 뛰어갔다.

뒷좌석에 앉은 냉용해. 부아가 치밀 정도로 엄청 화냈다.

빠드득.

부서져라 이를 갈며 중얼거렸다.

“이렇게 어이없이 당하다니.”

중얼거리는 냉용해.

심중 황당함을 느꼈다. 장춘 외곽의 검문검색이 이렇게 어처구니없이 뚫리다니.

돌연.

“그래.”

냉용해가 수긍하는 듯한 어조로 재차 중얼거렸다.

“내 상대가 귀수라는 걸 깜빡했어.”

“…….”

“이 정도는 해 줘야 귀수지. 아암. 그렇고말고.”

냉용해가 다시 중얼거리며 형형한 안광을 희번덕였다.

*    *    *

두 부하가 연거푸 중얼거리는 냉용해를 힐금거렸다.

두 사람은 매우 불안한 눈빛을 띠었다.

상관 냉용해가 반 정도 이성을 잃은 것은 아닌지, 내심 무척 걱정했다.

*    *    *

이내.

부르릉.

시동이 걸리고 차가 레스토랑을 떠나 도로로 들어섰다.

*    *    *

이틀 후. 고산지대 입구.

끼익.

중고 SUV가 정차했다. 차 문이 거의 동시에 열리고 차은성, 김아름 등 일행이 내렸다.

차은성이 주위를 둘러봤다.

“민준아.”

“네, 팀장.”

“빨리 찾아봐.”

“네.”

황민준이 대답하며 옆으로 돌아섰다.

“이쪽이야.”

우형광이 황민준에게 소리치며 좌로 돌아섰다.

*    *    *

김아름은 안하랑과 나란히 서서 이런저런 잡담을 주고받았다. 불안에 떠는 안하랑을 안심시키려는 의도가 한눈에 보이는 모습이었다.

*    *    *

주위를 둘러보는 차은성의 곁으로 노태준이 걸어와 섰다.

“시간을 벌긴 벌었는데…… 놈들이 우리 뒤를 바짝 따라붙을 거야.”

“불안하세요? 선배.”

차은성이 물었다.

“상대가 뇌전대에다가 호위총국 9과의 사냥개들이야. 불안한 게 당연한 거라고.”

차은성은 미소 지었다.

“걱정할 것 없습니다. 선배.”

“류덕환을 이용한 거 때문에?”

노태준의 물음에 차은성이 고개를 까닥였다.

“잠깐이야. 그 정도로는 시간을 벌기 어려워.”

차은성이 노태준을 돌아봤다.

“과연 그럴까요?”

말하며 씩 미소 지었다. 어딘가 모르게 장난스러운 차은성이었다.

“너…….”

차은성이 시선을 돌려 주변을 다시 둘러봤다.

“……아마 박조윤이나 뇌전대주 냉용해는 베이징을 제일 먼저 생각할 겁니다.”

“…….”

“뭐, 틀린 생각은 아닙니다.”

“…….”

“장춘에서 러시아로 가려면 너무 멀죠. 그리고 몽골 쪽은 끝없이 광활한 초원이라…… 마치 사막을 걸어가는 것과 별반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할 겁니다. 실제로 몽골로 가다가 죽은 탈북민들이 한두 명이 아닙니다.”

“…….”

“그러니 우리가 베이징으로 갔다고 생각할 겁니다.”

“흠. 설득력이 있긴 있지만, 이내 우리가 베이징으로 가지 않았다는 걸 알 텐데.”

노태준의 말에.

주위를 둘러보던 차은성이 다시 돌아봤다.

“당근이죠.”

말하며 웃었다.

차은성이 장난치는 것 같아 노태준이 앓는 소리를 흘렸다.

“끄응.”

차은성이 이어 말했다.

“냉용해는 꽤 유능한 친굽니다.”

“친구 좋아하시네.”

노태준의 말에 차은성이 픽 실소하며 뒤돌아봤다.

중고 SUV를 배경으로 나란히 서 있는 김아름과 안하랑.

차은성은 시야에 보이는 모습에 묘한 눈빛을 띠었다.

*    *    *

잠시 뒤.

김아름이 자연스럽게 차은성을 스쳐 지나가며 무엇인가를 빠르게 말했다.

차은성은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산악용 오토바이에 올라탔다.

*    *    *

며칠 후.

고산지대로 이어지는 비포장도로를 다수의 군용 차량이 맹렬한 속도로 질주하고 있었다.

“더 밟아!”

뒷좌석에 앉은 냉용해가 입을 크게 벌렸다. 그러자 입안 깊숙이 자리한 목젖이 좌우로 격렬하게 흔들렸다.

조수석에 앉은 부하가 뒤돌아봤다.

“대주. 이 이상 속도를 내다가는 사고가 날 수도 있습니다.”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해!”

냉용해가 고함쳤다. 그의 서슬이 이만저만 퍼런 것이 아니다. 때문에 부하가 입을 다물고 말았다.

“그놈들과 거리가 얼마나 벌어졌는데!”

냉용해는 거의 이성을 잃고 있었다.

“놈이 베이징으로 간 줄 알고 허탕을 쳤어. 간신히 선양 군구의 도움을 받았지만. 정찰 드론을 띄워. 간신히 놈의 꼬리를 잡았는데 어떻게 천천히 가아아!”

차량 안이 떠나가라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냉용해였다. 그가 운전하는 부하를 바라보며 다그쳤다.

“밟아! 더 밟아!”

“네, 네에.”

운전하는 부하가 주눅이 든 어조로 급히 대답하며 오른발로 액셀을 힘껏 밟았다.

부아아아앙.

그러자 차량이 한층 빠르게 앞으로 치고 나갔다. 이어 차량이 위아래로 심하게 들썩였다.

냉용해가 탄 차량 뒤에서, 중무장한 무장 공안들이 탄 두 대의 트럭과 두 대의 군용 차량이 도로를 질주 중이었다.

*    *    *

몇 시간 후.

바닥에 엎드린 차은성이 망원경의 조도를 조절했다. 그러자 망원경의 영상이 차츰 또렷해졌다.

“후후.”

망원경에 보이는 영상.

다수의 군용 차량이 서고, 중무장한 무장 공안들이 트럭에서 뛰어내렸다.

그사이.

냉용해를 비롯하여 뇌전대 대원들이 자동 권총을 쥐고 조심스럽게 중고 SUV로 접근 중이었다.

*    *    *

한 뇌전대원이 천천히 왼손으로 SUV의 뒷좌석 문을 열었다.

덜컥.

그 순간.

툭…… 떼그르르.

차 문 틈새에 끼워져 있던 수류탄이 땅에 떨어져 굴렀다.

삽시.

“허어억!”

대원이 사색이 되었다. 다급하게 뒤돌아서며 다른 대원들에게 소리쳤다.

“수, 수류…….”

대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콰아아앙!

수류탄이 폭발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대원과 SUV 차량이 폭발에 휘말렸다.

수류탄이 하나둘이 아니었던 듯 폭발이 두서너 번에 걸쳐 이어졌다.

콰, 콰…… 콰앙!

그렇게 되자 가까이에서 SUV를 에워싼 다른 대원들이 폭발의 영향을 받았다.

폭발과 파편에 당해 몇몇 대원이 뭘 어떻게 할 겨를도 없이 즉사하고 말았다.

그들 외에 다른 대원들은 폭발에 떠밀려 뒤로 날아갔다. 그러곤 땅바닥에 쓰러지더니 떼굴떼굴 굴렀다.

그들의 뒤에서 SUV를 포위하고 접근하던 무장 공안들이 놀라, 급급히 바닥에 몸을 납작 엎드렸다.

*    *    *

조금 전 막 폭발이 일어났을 때.

“대주!”

“위험합니다!”

두 대원이 서 있는 냉용해를 덮쳤다. 그들에 의해 바닥에 엎드린 냉용해가 입을 크게 벌렸다.

“으아아아아아!”

분노에 찬 고성이 메아리쳤다.

*    *    *

망원경을 내리고 차은성이 서둘러 일어났다.

“후후.”

뒤돌아서며 나직이 웃었다.

“이것으로 시간을 조금 벌었군.”

차은성이 바삐 걸어갔다.

잠깐의 시간이 지나고.

바아아아앙.

차은성이 탄 산악 오토바이가 고산지대를 향해 질주했다.

부아아앙.

힘찬 엔진음을 뒤로 흘리면서…….

*    *    *

“어디에 있는 거야?”

박조윤 중위는 테이블 앞에 서서 지도를 내려다봤다.

베이징으로 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며칠 동안 종적을 찾으려 하였으나 찾지 못했다.

“이!”

박조윤이 인상을 쓸 때였다.

“중위님.”

한 부하가 귀에서 폰을 떼며 박조윤 중위를 돌아봤다.

*    *    *

이틀 후.

고공에서 한 대의 드론이 유유히 날아가고 있었다.

찰깍, 찰깍.

드론의 하부에 위치한 카메라가 일정한 간격으로 우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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