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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S의 천재 스파이 (25)화 (25/208)

NIS의 천재 스파이 (25)

“너나 너희 팀에 오퍼를 내리지 않으려고 했는데.”

박영광이 담배를 피우며 말했다.

“다른 팀은 죄다 현재 작전 중이고, 새로 조직 중인 3팀은 아직 현장에 투입하기에는 역부족이야.”

“우리가 운이 좋은 겁니까? 나쁜 겁니까?”

“좋게 생각해.”

“오더가 안하랑이라는 여자를 장춘에서 빼내는 겁니까? 아님, 서울로 데려오는 겁니까?”

박영광이 다시 담배 연기를 뿜었다.

후우우우.

이어 말했다.

“국안부 뇌전대가 움직였다고 말했잖아.”

“하긴, 걔네들이 움직였다면 장춘에서 빼내도 아무 의미가 없긴 하죠.”

“은성이 너하고는 좀 악연이지.”

“악연 정도가 아니죠. 날 보기만 해도 죽이려고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걸요.”

차은성의 말에 박영광이 실소하며 입에 담배를 물었다.

“네게 몇 번 당한 게, 아주 악에 박친 모양이구나.”

“그쪽이야 당하는 입장이니 그럴 수도 있죠.”

차은성의 말에 박영광이 진중한 어조로 말했다.

“안중만 대좌가 건네주기로 한 정보를 안하랑이 가지고 있다.”

“서울에 무사히 도착하면 내놓겠다!”

“그렇지.”

박영광이 이내 연기를 뿜더니 피우던 담배 꽁초를 발치에 툭 떨어뜨렸다.

“쉽지 않을 거야.”

이어 발로 꽁초를 비며 껐다.

“당연히 쉽지 않죠. 호위총국 9과. 그 악명이 자자한 사냥개들이 미친 듯이 달려들 테니까요. 게다가 타국 정보 요원 제거를 전문으로 하는 국안부 5과 뇌전대까지!”

차은성이 에둘러 힘들다는 속내를 밝혔다.

“제가 이번 일을 맡았다는 걸 뇌전대주 냉용해가 알면 아마 절 죽이려고 이성을 반쯤 잃을 겁니다.”

“그래서 무섭냐?”

박영광이 차은성을 돌아봤다.

“네. 무섭죠. 호위총국에다가 국안부 뇌전대를 동시에 상대해야 하는데, 안 무서우면 그게 이상한 겁니다.”

“그래서?”

“별수 있습니까? 거절해도 안 받아 줄 게 뻔한데.”

차은성의 말에 박영광이 소리 없이 미소 지었다.

씨익.

차은성이 폰을 집어넣었다.

“감이 안 좋아요.”

“왜?”

“호위총국이라면 충성심 하나는 보증수표나 마찬가지잖습니까?”

“…….”

“아무리 내부 파워 게임에서 밀렸다고 해도, 대좌 정도 되는 사람이 그리 쉽게 탈북을 생각했다는 것이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황장엽도 망명했다.”

“할 말 없습니다.”

“안중만 대좌가 탈북을 결심한 데에는 딸 안하랑이 결정적이었어.”

“흠. 아버지가 되어서 딸이 정치범 수용소로 끌려가는 건 죽어도 못 보죠.”

박영광이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이번 임무 난이도가 최고치야.”

“준비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베이징을 통해 장춘으로 갈 생각이 아닌 거냐?”

“그랬다가는 국안부에 바로 들킬 겁니다. 그리고 따로 이것저것 준비해야 할 것이 꽤 많습니다.”

“…….”

“……혹 북한의 고육계나 반간계 같은 이중 공작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니 한번 자세히 알아보세요.”

“이미 알아봤어.”

“다시 알아보세요. 어떤 정보를 건네려는 건지 모르지만. 만약 그 안하랑이란 여자가 이중 스파이라면 지린이나 랴오닝 방면의 회사 조직망이 일시에 와해될 수도 있습니다.”

차은성의 말에 박영광이 움찔했다.

“이미 회사 내부에서도 검토해 봤겠지만. 북한, 그것도 호위총국이 나서서 이중 공작을 하는 거라면 쉽게 드러나지 않을 겁니다.”

차은성이 앉은 벤치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어떤 정보인지 모르겠지만 국안부가 개입한 것을 보면, 어떤 형태로든 북한과…… 안가 이동시켜서 한번 확인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차은성이 말하며 우로 돌아섰다.

“국안부의 이중 스파이가 우리 내부에서 활동 중일지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

박영광은 입을 다물었다.

차은성의 말이 일리가 있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는 말이 있다.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다.

‘이중 스파이라…….’

걸어가는 차은성을 바라보는 박영광의 눈이 반짝였다.

모르는 일이다.

이중 스파이는 늘 결정적인 상황에서 은밀히 활동. 뼈아픈 피해를 안겨 주니깐.

“은성이 녀석의 감이라면…….”

박영광이 나직이 뇌까렸다.

필드를 뛰는 요원들은 때로는 자신의 감을 믿고 따른다. 그 감이 맞을 때도 있고 틀릴 때도 있다.

*    *    *

이틀 후.

빌딩 한 면을 독차지한 유리벽에 한 사람이 서 있었다.

또각또각.

정장 차림을 한 여성.

그녀는 왼손에 서류를 들고 차분한 걸음으로 복도를 걷고 있었다.

진려군.

잠깐이란 시간이 지나고.

서 있는 냉용해의 좌측에 진려군이 서 있었다.

“부탁한 거.”

“고마워.”

서류를 받아 드는 냉용해.

진려군이 물었다.

“집착이 너무 심한 거 아니야?”

“집착이라고 말해도 좋아. 분명한 건, 놈이 이번 일에 끼어들었다는 거지.”

“제한된 정보를 네게 주었다는 걸 위에서 알면!”

냉용해가 씩 웃었다.

“걱정 마. 너와 내가 입을 다무는데 누가 알아?”

“됐고, 최대한 빨리 보고 돌려줘.”

진려군의 말에 냉용해가 고개를 끄덕였다.

“……방첩국으로 들어온 정보 중에…… 북쪽에서 호위총국 9과의 박조윤 중좌와 최정예 팀 하나를 보낸다고 해.”

“용케 위에서 받아들였네.”

“당 원로들을 통해서 북이 부탁했나 봐……. 노친네들이 북을 아직도 무슨 순망치한의 혁명 동지쯤으로…….”

“그래도 마구 퍼 주지 않는 것만 해도 어디야.”

“됐고.”

“…….”

“이번에는 귀수!”

“…….”

“그놈을 잡거나, 꼭 죽여.”

“당연히!”

냉용해가 굳건한 어조로 대꾸했다.

“아직 얼굴도 못 본…… 소문만 무성한 한국 국정원의 베테랑 스파이들 중…….”

진려군의 말에 냉용해는 무반응이었다. 강렬한 안광을 번득이며 그에게 숙적이라고 말해도 무방한 귀수! 차은성을 생각했다.

*    *    *

장춘. 중심지에 위치한 고급 아파트 단지.

땡.

벨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저벅저벅.

차은성, 김아름, 노태준 순으로 세 남녀가 복도로 걸어 나왔다. 그러곤 이내 좌로 돌아섰다.

세 남녀는 행동에 거침이 없이 복도를 똑바로 걸어갔다.

*    *    *

덜컹.

창살문에 이어 철문이 열리자 세 남녀가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왼손에 태블릿을 쥔 한 여성이 다가왔다.

잠시.

요원 확인 절차가 이어졌다.

연후.

차은성, 김아름, 노태준이 아파트 거실로 들어섰다.

그들의 눈에 일단의 이들이 들어왔다.

다들 흩어져 각자의 일에 한창이었다.

차은성, 김아름, 노태준에게 걸어가던 중년인이 일순 놀랐다.

“어? 선배!”

그의 눈이 서 있는 노태준에게 고정되었다.

노태준이 중년인을 보곤 멋쩍은 듯 웃었다.

“여기서 널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정래야.”

“저야말로 여기서 선배를 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장춘 파견 팀 팀장 이정래.

그와 노태준이 반가워하는 모습을 차은성이 말없이 지켜봤다.

김아름은 차은성의 좌측 뒤에 가만히 서 있었다.

잠깐이란 시간이 지났다.

“연지 잘 있죠?”

“잘 있어.”

이정래에게 대꾸하며 노태준이 눈짓으로 차은성을 가리켰다.

“아…….”

이정래가 차은성을 돌아봤다.

“실수했군요. 팀장 이정랩니다.”

“차은성입니다.”

차은성이 다가선 이정래와 짤막한 인사를 주고받았다.

연후.

차은성이 주변을 둘러봤다.

“안하랑은?”

“저쪽 방에 있습니다.”

이정래가 눈짓으로 우측 방을 가리켰다. 그러자 차은성이 뒤돌아봤다.

“아름아.”

“네.”

“가서 옷 갈아입히고 가발과 신발도…… 최대한 빨리 이동 준비 시켜.”

“네.”

김아름이 대답하며 예의 방으로 돌아섰다.

“잠시 저 좀 보시죠.”

이정래가 차은성에게 말하자 차은성이 그를 쳐다봤다.

*    *    *

잠시 뒤.

이정래와 차은성이 창가에 서서 나직한 어조로 대화를 나눴다.

“……전갈을 받았습니다. 국장보님이…… 취두부! ……그렇게 전달하면 아실 거라고 하셨습니다.”

이정래의 말에 차은성이 살며시 이맛살을 찌푸렸다. 이내 몇몇 주름이 잡혔다.

창밖을 보던 이정래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거실을 둘러보는 그의 눈에서 우려의 빛이 어른거렸다.

“정보가 새고 있는 겁니까?”

조심스럽게 물었다.

“글쎄요.”

“별안간 이동 명령이 떨어졌습니다. 내부에서 정보가 새지 않았다면, 굳이 이동 명령이 떨어질 것 같지 않습니다만.”

의외로 눈치가 빠른 이정래 팀장이다.

“글쎄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저 명령받은 대로, 안하랑을 이송할 뿐이라서요.”

“…….”

이정래는 입을 다물었다.

*    *    *

얼마 후.

차은성, 김아름, 노태준, 안하랑이 아파트 밖으로 나왔다. 막 주차해 둔 차에 타려는데.

돌연.

콰아아아앙!

폭음이 들렸다.

네 남녀는 물론, 주변에서 오가던 행인들이 일제히 멈칫하더니 급히 폭음이 들린 아파트를 돌아봤다.

뭉클뭉클.

검은 연기가 하늘로 피어올랐다.

후두두둑.

아파트에서 잔해로 보이는 것들이 아래로 떨어졌다. 부서진 창문 파편들이 비 오듯 역시 아래로 떨어졌다.

그런 한편으로, 활활 타오르는 화염이 밖으로 뻗어 나왔다.

그 광경에.

“팀장!”

김아름과 노태준이 거의 동시에 차은성을 돌아봤다.

“빨리 출발해!”

차은성이 김아름을 돌아보며 언성을 높였다.

그새 안하랑이 몸을 가늘게 떨며 두려워하고 있었다. 아파트를 나오는 것이 한발만 늦었어도 죽었을 것이다.

“선배!”

차은성이 노태준을 돌아봤다.

“예정대로!”

노태준이 재빨리 대꾸했다.

“알았다. 그런데 넌?”

“이곳 상황을 좀 살펴본 후 합류하겠습니다.”

“괜찮겠냐?”

“어서 가세요.”

“알았다.”

노태준이 말과 함께 운전석으로 급히 걸어갔다.

그사이.

김아름이 안하랑을 부축, 차로 급히 걸어갔다.

*    *    *

화르르르.

화염이 방을 그득 메우며 모든 것을 불태웠다.

“쿨럭, 쿨럭.”

“중좌 동지.”

“어케 합네까?”

팀원들이 팀장인 박조윤 중좌를 쳐다봤다.

“이 지독한!”

사복을 입은 박조윤 중좌가 이를 악물었다.

안가를 급습했다. 잠깐 동안 총격전이 오가더니 이정래 포함, 안가에 있던 국정원 요원들이 자폭을 선택했다.

미리 자폭을 염두에 두고 준비를 해 둔 것 같다. 그 때문에 팀원들 중 서너 명이 즉사하고 말았다.

애애애애애앵!

누가 눌렀는지, 화염이나 연기에 자동으로 경보기가 울린 것인지 알 순 없지만, 화재 경보 벨이 요란하게 울렸다.

“철수해.”

박조윤 중좌가 말하며 손에 쥔 총을 상의에 집어넣었다.

그러자 팀원들이 총을 감추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빨리! 물러나! 국안부 놈들이나 공안이 오면 골치 아파져.”

박조윤이 팀원들을 재촉했다.

“네.”

“네.”

팀원들이 대답하며 급히 비상계단으로 뛰기 시작했다.

다다다다다.

*    *    *

박조윤은 화염에 휩싸인 아파트를 돌아봤다.

“종간나 새끼들!”

적어도 한두 명은 잡았어야 했는데, 죄다 자폭해 버리는 바람에 잡지 못했다.

*    *    *

그리 오래지 않아.

공안들이 도착. 주변을 차단하며 아파트 내로 진입했다.

차은성은 화염이 보이고 검은 연기들이 계속해서 피어나는 아파트를 올려다봤다.

‘흐……으음!’

마음속으로 침음을 흘리며 지그시 이를 악물었다.

빠득.

머릿속에서, 죽었을 것으로 짐작되는 이정래의 말이 맴돌았다.

취두부!

박영광이 이정래를 통해 그렇게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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