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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S의 천재 스파이 (14)화 (14/208)

NIS의 천재 스파이 (14)

―……내가 모를 것 같으냐? 휴우…… 1차장 이 새끼. 아주 사람을 말려 죽이려고 해…… 구승찬을 최대한 빨리 서울로 데리고 오지, 뭐 때문에 시간을 질질 끄냐고. 아주 지랄지랄 한다.

―1차장. 기본 작전 수칙을 아는 겁니까, 모르는 겁니까? ……회사의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하고 모든 장비와 총기를 제가 알아서 확보해야 합니다. 그리고 탈출 계획을 세우고, 관련 세팅도 제가 혼자서 다 해야 한단 말입니다.

―1차장에게 그런 건 전혀 고려의 대상이 아니야. 그 자식은 오직 결과만 중요할 뿐이라고.

―도대체 그런 인간이 어떻게 1차장이 된 겁니까?

―대가리들의 장난질이지. ㅋㅋㅋ

―그런데 태광 사람들이 절 따라붙은 건 알고 계십니까?

―내가 알았다면 가만 놔뒀을 것 같아? 기를 쓰고 말리지.

―이런 작전은 처음입니다. 임무 수행 위험도가 최고 레벨이라고요.

―안다. 정 안 되면, 포기하고 그냥 돌아와.

―그럼, 요원들 추가 파견은 없는 겁니까?

―…….

박영광이 침묵했다.

노트북 화면을 바라보는 차은성이 와락 인상 썼다.

“이!”

자신이 철수한다고 해서, 요원들을 마카오로 보내는 일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추가로 요원들을 또 보낼 것이 뻔한 1차장이다.

최악의 인간이 앉아 있어서는 안 되는 자리에 앉아, 매우 중대하고 중요한 상황에 영향을 미치면.

필히!

최악의 상황이 발생한다.

*    *    *

박영광과의 연락을 끊고 스트레스 때문에 차은성은 강한 흡연 욕구를 느꼈다. 하지만 차은성은 흡연하지 않았다.

몸에 밴 담배 냄새는 간혹 필드 요원을 죽음으로 이끌기도 하기 때문이다. 몸에 밴 담배 냄새가 숨어 있는 위치를 적에게 알린다.

“휴우우.”

차은성은 땅이 꺼져라 깊은 한숨을 쉬며 콜라를 집어 들었다.

꿀꺽꿀꺽.

차은성은 차가운 탄산음료로 치미는 화를 달랬다.

*    *    *

다음 날.

주택가 안쪽에 위치한 개인 주택 앞에 선 차은성.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주위를 살폈다.

해질녘 주택가는 한산했다. 오가는 사람들이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    *    *

잠시 뒤.

끼이익.

사는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차은성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순간.

차은성이 눈에 보이는 내부에 멈칫 섰다.

“빌어먹을!”

난장판이다.

습격이 있었는지, 집 안 가구와 집기들이 사방에 널려 있다.

벽에는 총알구멍이 숭숭 나 있고, 바닥에는 혈흔이 여기저기 떨어져 있다.

차은성은 서두르는 한편, 조심스럽게 내부 곳곳을 살폈다. 이어 실내를 디 둘러본 후, 다시 원위치로 돌아왔다.

연후, 가장 가까이에 있는 혈흔으로 걸어갔다. 이르러 무릎을 꿇으며 손을 뻗었다.

스윽.

손가락에 혈흔을 묻힌 후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며 혈흔을 살폈다.

흐릿하게 손가락에 묻은 혈흔은 바짝 말라 있었다.

“으음. 적어도 하루, 아니면 이틀 정도 된 것 같은데.”

차은성이 중얼거리며 주변을 둘러봤다.

“어떻게 구승찬이 숨어 있는 곳을 알아냈지?”

의아했다.

구승찬의 부친 구대성 사장은 의외로 인맥과 자금. 그리고 수완이 상당한 자다.

회사에서 자신에 관한 정보를 빼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뭐 보나 마나 1차장이 정보 유출의 뒤에 있겠지만…….

구대성이 하나밖에 없는 아들 구승찬을 살리기 위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했다.

한국 공관이 없는 마카오에서 구승찬이 죽지 않고 지금까지 살아서 숨어 있을 수 있었던 것은 부친 구대성 덕분이다. 그 때문에 단도회가 구승찬이 숨어 있는 곳을 알아내지 못했다.

문득 송해영이 생각났다.

“혹시!”

송해영과 그녀 팀이라고 할 수 있는 일행.

삼합회가 그들을 파악하고 그들을 즉각 죽이지 않고 그들의 뒤를 밟았다면.

“송해영과 일행들이 구승찬이 숨어 있는 곳으로 단도회를 안내했다면?”

실내 상황이 설명된다.

“설마, 죽거나 잡힌 건가?”

차은성이 중얼거리며 암담한 눈빛을 띠었다. 우려한 최악의 상황 중 하나가 생길지 모른다.

‘으음.’

확인해 봐야 할 것 같다.

구승찬이 단도회 수중으로 떨어졌는지. 운 좋게 도망쳐 다른 곳에 지금 깊이 숨어 있는지…….

*    *    *

밖으로 나온 차은성이 주택가를 천천히 지나갔다.

‘음…….’

다문 입술 사이로 나직한 침음이 흘러나왔다.

꼬리가 붙었다.

아마도 단도회 조직원 같은데. 아까 들어갔던 집을 감시하고 있었던 것 같다.

‘일행이 더 있다고 생각한 건가? 아님, 구승찬을 놓쳐서? 그도 아님, 날 기다린 건가?’

차은성은 불안했다.

우려한 대로 송해영 때문에 자신이 노출된 것은 아닐지…….

차은성은 걸으며 우를 흘낏거렸다.

골목.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완만한 걸음으로 차은성이 골목으로 돌아섰다.

*    *    *

그리 오래지 않아.

타, 탁.

두 사람이 급히 뛰어오는 소리가 골목에 울렸다.

좌측 벽에 몸을 착 붙인 차은성.

귀를 쫑긋거렸다. 소리를 통해, 뛰어오는 두 남자와의 거리를 머릿속으로 가늠했다.

‘……2미터 ……1미터 ……지금!’

차은성이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다 우로 돌아섰다.

*    *    *

화악.

골목이 갈라지는 교차점 우측에서 돌연 튀어나온 차은성.

즉각.

놀라 멈칫거리는 두 사내에게 달려들었다.

휘익.

차은성이 우측 사내의 얼굴을 향해 오른손을 뻗었다.

뻐억.

꽤 충격이 큰 듯 우측 사내가 비틀거렸다.

차은성은 기민했다.

좌로 돌아서며 오른발을 축으로 왼발을 차올렸다.

빠악.

가경당한 좌측 사내가 창졸간에 바닥에 쓰러졌다.

기습이 성공했다.

차은성이 왼발을 내리며 우로 돌아섰다.

그러곤 반대로.

왼발을 축으로 오른발로 우측 사내의 허리를 찼다.

퍼억.

우측 사내의 비틀거림이 한층 거세졌다.

차은성이 오른발을 거두고, 우측 사내에게 근접했다. 그러곤 난타하듯이 양 주먹으로 우측 사내를 두들겨 팼다.

퍼퍼퍼퍽.

배, 가슴, 얼굴을 가리지 않고 빠르게 가격하는 데 집중했다.

털썩.

차은성의 가격을 견디지 못한 우측 사내가 결국 바닥에 쓰러졌다.

정신을 잃은 듯 우측 사내는 일어나지도, 움직이지도 않았다.

*    *    *

그사이.

쓰러졌던 좌측 사내가 일어났다. 충격이 상당한 듯 똑바로 서지 못했다.

차은성이 돌아섰다.

삽시.

퍼억!

차은성의 왼 주먹이 좌측 사내의 배를 깊숙이 파고들었다.

“꺼어억.”

고통에 젖은 신음을 흘리며 사내가 상체를 숙였다.

그새, 차은성이 오른팔을 굽혔다. 그러곤 팔꿈치로 숙인 상체를 내리찍었다.

퍽!

이어, 오른발을 축으로 왼발 무릎으로 좌측 사내의 얼굴을 차올렸다.

빡!

사내가 상체를 숙인 채 힘없이 바닥으로 허물어졌다.

풀썩.

*    *    *

차은성은 서둘러 두 사내의 품속을 뒤졌다.

지갑, 나이프, 폰 등.

꽤 다양한 것들이 나왔다. 그것만으로 두 사내가 단도회 조직원이라는 것을 알 수는 없었다.

차은성이 눈살을 찌푸리더니 이내 눈을 반짝였다.

생각나는 것이 있다.

속한 조직의 일원임을 입증하는 문신!

차은성은 두 사내의 손목과 목덜미 등 문신이 있을 법한 부위들을 살폈다. 이내 두 사내의 문신이 눈에 띄었다.

차은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단도회 조직원이었어.”

차은성이 일어나며 자세를 바로 하며 주위를 돌아봤다.

……타다다다.

멀리서 꽤 많은 수의 이가 뛰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흠.”

차은성이 침음을 흘렸다.

“왠지 덫에 들어온 기분인데.”

중얼거리며 뒤돌아섰다.

*    *    *

잠시 뒤.

차은성이 주택가 이면 도로와 이어진 골목으로 막 들어섰을 때다.

스윽.

좌측에서 누군가가 나타나더니 앞을 막아섰다.

험한 얼굴. 탄탄한 체구.

힘깨나 쓸 법한 사내가 고개를 옆으로 두어 번 까닥였다.

뚜, 뚝.

뼈가 움직이는 듯한, 낮고 작은 소리가 울렸다.

*    *    *

차은성이 걸음을 멈추고 섰다.

“쯧. 한 수 하신다?”

사내를 본 차은성이 중얼거리는 동안.

사내가 등 뒤에서 정글도 같은 칼을 꺼냈다.

날이 넙적하고 두툼한 칼!

얼마나 날을 세웠는지, 보기만 해도 몸이 절로 움찔거려지는 것 같다.

사내가 오른손에 칼을 들고 천천히 차은성에게 걸어갔다.

“순순히…….”

심한 광동 사투리라 알아듣기 힘들었다. 하지만 사내가 적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명백히 알 수 있었다.

차은성은 주저 없이 걸어오는 사내에게 달려들었다.

휘이이.

사내가 차은성의 행동에 망설임 없이 수중에 쥔 칼을 내리쳤다.

쉬이잇.

차은성을 단숨에 죽이려는 것 같다. 칼이 우 사선으로 허공을 스치며 차은성의 좌측 목덜미를 파고들려 했다.

그러자 차은성이 멈칫하더니 재빨리 좌로 몸을 틀었다. 이어 왼팔을 세워 칼을 쥔 사내의 오른팔을 막았다.

턱.

팔과 팔이 순간 부딪쳤다.

차은성이 접은 오른 팔꿈치로 일순 사내의 명치를 때렸다.

콰직.

그러자 사내가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악!”

신속하게.

차은성이 오른팔을 펴고 손바닥 끝으로 사내의 턱을 올려쳤다.

덜컥.

충격에 사내의 턱이 들렸다.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사내가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턱의 가격으로 그만 혀를 씹었는지, 사내의 비명이 없었다.

그사이.

차은성이 자세를 바로 하며 오른발을 들었다. 그리고 한 걸음 물러난 사내의 가슴을 걷어찼다.

퍼억.

그러자 사내가 뒤로 나동그라졌다.

꽈당.

즉시.

차은성이 사내에게 달려들었다. 그러자 사내가 그 와중에 칼을 휘둘렀다.

휘익.

칼이 반원의 동선으로 허공을 스쳤다.

흠칫한 차은성이 재빨리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하마터면 무릎 아래가 베일 뻔했다.

차은성이 물러나는 사이.

사내가 일어났다. 그러곤 신경질적으로 손에 쥔 칼을 옆으로 던지더니 자세를 잡으며 주먹을 쥐었다.

“응?”

차은성은 어리둥절했다.

봐하니 중국 권술 중 하나를 익힌 것 같다. 전형적인 권술 자세다.

사내가 차은성을 마주 보며 몸을 움츠렸다.

“훗.”

차은성이 실소했다.

나쁘지 않은 자세다. 몸을 움츠리며 무게중심을 낮췄다. 그래서일까? 자세가 꽤 안정적이다. 적어도 수년 동안 부지런히 수련한 것 같다.

‘그래 봐야.’

차은성은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자신감에 찬 눈빛을 띠었다.

차은성이 자세를 잡으며 사내를 보았다.

풋워크처럼 날렵하게 좌우로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며 차은성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순간.

휙.

차은성이 사내에게 달려들었다. 그러자 사내가 움칫하더니 급히 방어 자세를 취했다.

휙.

차은성은 뒤돌아서더니 달아나려 하였다.

“야아…… 이…….”

사내가 차은성을 향해 뭐라 고함쳤다. 아무래도 욕하는 것 같다.

사내는 급히 차은성을 뒤쫓았다. 이내 그가 차은성에게 가까이 다가섰을 때.

휘익.

차은성이 돌연 뒤돌아섰다.

왼발에 체중을 실으며 뒤돌아 찼다. 오른발이 반원을 그리며 허공을 스쳤다.

뻐억!

오른발이 정확하게 사내의 얼굴 우측을 가격했다.

순간 시속 약 200Km.

순간 파워 약 1,040K.

그 힘이 작용한 차은성의 발차기 한 방에 사내가 맥없이 바닥에 쓰러졌다.

털퍼덕.

혼절했는지 움직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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