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S의 천재 스파이 (13)
미션 마카오
비상구.
차은성이 급히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차 팀장님.”
송해영이 차은성을 부르며 서둘러 따라 들어갔다.
굳이 손을 대지 않아도 개폐 장치에 의해 자동으로 문이 닫혔다.
탁.
문이 닫힌 순간.
휘익.
벼락이 치는 것처럼 빠르게.
차은성이 뒤돌았다. 그의 돌발적인 행동에 송해영이 일순 멈칫 섰다.
순간이었다.
차은성이 송해영의 면전에 이르고.
탓.
오른발로 그녀의 왼발을 후려 찼다.
“악!”
송해영이 단발의 비명을 질렀다.
놀람과 당황.
두 감정이 그녀의 얼굴에서 얽혔다.
그새.
차은성이 오른손으로 송해영의 턱을 우로 밀고 왼손으로 그녀의 머리를 좌로 밀어젖혔다.
눈 깜짝할 사이에.
차은성의 완력에 의해 목이 비틀어진 송해영.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아악!”
그런 한편으로 바닥에 왼발 무릎을 꿇었다.
차은성에 의해 일직선에 가깝게 틀어진 목.
간당간당하다.
차은성이 조금만 힘을 주면 송해영의 목이 부러지고, 그럼 그녀는 즉사다.
즉각적이고 과감하며 단순한 차은성의 살인 수법이다.
사람을 죽이는 데 있어 특별한 기술이나 수법은 필요하지 않다.
살인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살해하는 자의 마음이다!
당황해 어쩔 줄을 모르는 송해영이었다. 당면한 상황은 꿈에서도 상상해 보지 못한 것이다.
한편, 차은성이 송해영에게 차갑게 말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조금만 더 힘을 주면, 당신 목이 꺾여. 그럼 즉사지.”
차은성의 눈에서 싸늘한 빛이 감돌았다.
“차, 차아…….”
“단 한 번도 필드를 뛰어 보지 못한 얼치기 주제에.”
차은성이 화를 억누른 어조로 설명해 주었다.
구승찬의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삼합회에 요원 두 명이 죽은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송해영과 일행들이 2, 3시간 안에 태광 그룹의 사람임을 삼합회가 알게 된다는 것을.
삼합회가 죽이고자 한다면.
송해영과 일행들이 마카오에서 1시간 내에 시체로 발견된다는 것을.
방금 전 자신의 위장 신분을 박살 내고 삼합회로 하여금 자신을 추적할 수 있는 단서를 송해영이 제공하였음을.
기타 등등.
차은성의 설명이 빠르게 이어졌다.
강제로 목이 비틀어진 송해영.
엄청 당황한 얼굴이었다. 두 눈동자 한가득 후회의 빛이 넘실거렸다.
‘그, 그런…….’
내심 어쩔 줄을 모르며 반신반의했다.
설마?
국정원 출신이라는 경력 때문에 태광 그룹 보안실에 특채되었다. 하는 일은 국정원과 비교하여 딱히 달라진 것은 없었다.
다만 보수가 셀 뿐.
필드를 뛰어 보지 못한 송해영은 차은성의 설명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송해영을 내근직으로 돌린 국정원의 모 선임 직원.
안목이 탁월하다.
송해영은 필드를 뛸 능력이 전무하다.
차은성이 목을 비튼 송해영을 죽일 듯 노려봤다.
“날 아는 척하지 말라고 했지!”
차은성이 흉흉한 눈빛을 희번덕였다. 경고를 우습게 안 것을 강하게 질타했다.
“차, 차 팀…….”
“경고를 무시하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 주지.”
차은성이 말과 함께 양손에 힘주었다.
뚜, 뚝.
알아듣기 어려울 정도로 목이 틀어지는 작은 소리가 들렸다.
목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송해영이 눈을 부릅떴다.
‘서, 설마!’
차은성이 자신을 죽이려고 한다!
그 현실에 송해영은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여기서 죽는다?
죽음이 성큼 눈앞에 다가온 것에, 송해영은 그녀도 모르는 사이.
덜덜.
몸을 떨었다.
차은성이 진심으로 송해영을 죽일 작정인지.
아님.
단순히 겁만 주려는 것인지.
불분명한 그때였다.
덜컥.
문을 열며 세 남자가 차례로 들어왔다.
“과장님.”
“무슨 일이 있는…….”
“여기는 왜?”
순간.
세 남자가 움칫움칫했다.
눈에 보이는 광경. 송해영의 목을 양손으로 비튼 차은성.
조건반사적으로 그들이 움직이려 하였다.
* * *
차은성은 세 남자의 등장에 재빨리 송해영의 목에서 양팔을 뗐다. 그러곤 바람처럼 세 남자에게 달려들었다.
차은성은 혼자이고 상대해야 이들은 셋이다. 최대한 빨리 상대하는 이들의 숫자를 줄여야 한다.
* * *
휙.
차은성이 옆으로 몸을 젖혀 첫 번째 남자의 주먹을 피했다. 이어 왼팔 겨드랑이에, 주먹을 날린 그의 팔을 꼈다.
그러곤 왼팔을 곧게 펴며, 낀 팔을 아래에서 밀어 올렸다. 그러자 주먹을 날린 이의 팔이 일순 나무토막처럼 뻣뻣해졌다.
이어, 차은성의 오른팔이 아래에서 뻣뻣해진 팔을 쳐올렸다.
퍼억…… 두둑.
단숨에 팔이 부러졌다.
“끄아아악!”
부러진 팔의 고통에, 첫 번째 남자가 턱을 쳐들며 비명을 질렀다.
* * *
차은성은 상체를 숙였다.
쉭.
두 번째 사내의 주먹이 순식간에 숙인 차은성의 등을 스쳤다.
이내 차은성이 사내의 좌측으로 몸을 빼냈다. 그러곤 왼 주먹으로 사내의 턱을 아래에서 쳐올렸다.
콰앙!
* * *
빙글.
차은성이 몸을 돌리며 오른팔을 접었다. 팔꿈치를 뒤돌려 세 번째 사내의 얼굴을 가격했다.
쾅!
연후.
차은성이 자세를 바로 하며 왼발로 사내의 오른발을 걷어찼다.
동시에 왼손으로 사내의 머리를 움켜쥐었다. 그리고 우로 힘껏 젖혔다.
순간.
빙그르.
사내가 원을 그리더니 우측 바닥으로 쓰러졌다.
쿠당.
차은성이 즉각 오른발로 그의 얼굴을 가격했다.
콰앙.
눈 깜짝할 사이에.
차은성이 세 사람을 쓰러뜨렸다.
천천히.
차은성이 송해영을 돌아봤다.
바닥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은 송해영. 잔뜩 겁먹은 모습이었다.
“넌!”
“…….”
“굳이 내가 죽이지 않더라도 몇 시간 안에 삼합회 놈들에게 죽어.”
“…….”
“놈들이 고통 없이 널 죽여 줄 거라고 생각하지 마!”
“…….”
“놈들은 널 폭행하고 집단 강간하며 고문할 거야. 넌 네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말하지 않을 수 없을 거야……. 그렇게 서서히 죽을 것이고. 운이 좋아 죽지 않는다고 해도, 놈들이 널 마카오 뒷골목 어느 색음굴이나 사창가 같은 곳에 팔아 버릴 거야. 그럼 죽을 때까지 강제로 몸을 파는 처지가 될 거야. 그 누구도 널 구해 주지 않아.”
차은성이 싸늘한 목소리로 송해영에게 현실을 말해 주었다.
덜덜덜.
송해영의 떨림이 거세졌다.
차은성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넌!”
“…….”
“네 발로 지옥으로 온 거야.”
차은성이 돌아섰다. 이내 짐을 챙겨 문밖으로 휑하니 나가 버렸다.
* * *
멍한 송해영.
큰 충격을 받은 모양이다. 거의 넋 나간 얼굴이었다.
* * *
마카오 도착 당일.
차은성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안전한 장소, 안가의 확보였다.
삼합회가 알지 못하고 추적하기 매우 어려우며, 마음 놓고 편히 쉴 수 있는 곳.
적어도 두세 곳이 필요하다.
그런 한편으로 장시간 밖에 나가지 않아도 될 정도로 충분한 음식과 물을 사들였다.
혹 삼합회에게 자신을 추적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하지는 않을까, 바짝 조심했다.
* * *
타앙…… 타아앙…….
총성이 연이어 울렸다.
양손으로 글록을 받쳐 들고 사격 중인 차은성.
좌측에 서 있는 노인이 눈을 반짝이며 사격하는 차은성을 지켜봤다.
잠깐이란 시간이 지나고, 차은성이 글록을 내려놓고 고글을 벗었다.
그러자 지켜보던 노인이 물었다.
“어떻습니까?”
차은성이 노인을 돌아봤다.
“신형이었으면 좋겠습니다만.”
노인이 씩 웃었다.
“음지에서 신형을 찾는다라…….”
“전 주인의 죄를 덤터기 쓰고 싶진 않으니까요.”
차은성의 말에 노인이 눈웃음쳤다.
“그 점은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비록 중고지만 모든 흔적은 깔끔하게 지웠으니까요.”
자신감에 찬 대꾸였다.
그러자 차은성이 담담하게 말했다.
“가늠좌를 재조정해 주시고, 방아쇠를 좀 더 민감하게 조정해 주었으면 합니다.”
“속사를 염두에 두신 겁니까?”
노인의 물음에 차은성이 고개를 까닥였다.
“그리고 탄창 세 개, 소음기, 방탄조끼가 필요한데.”
“흠. 탄창 세 개, 소음기, 방탄조끼라……. 그 외에 필요하신 건?”
“나이프.”
“…….”
“혹 휴대하기 간편한 수류탄 같은 폭발물이 있다면 그것도.”
차은성의 말에 노인이 다소 놀랍다는 어조로 말했다.
“전쟁을 하려고 하십니까?”
“프로의 룰!”
차은성이 간결하게 대꾸했다.
파는 자나 사는 자.
그 어떤 경우에라도 공히 서로에 관해 말하지 않는다!
어기면 죽는다!
“따라오시죠.”
노인이 말하며 뒤돌아섰다.
차은성이 눈을 가늘게 뜨더니 천천히 노인을 뒤따르기 시작했다.
* * *
방.
좌우와 정면 벽에 각종 나이프와 다양한 살상 무기들이 걸려 있었다.
차은성은 왼편으로 돌아섰다.
눈에 들어오는 벽면.
각종 나이프가 진열되어 있었다.
차은성은 말없이 눈으로 나이프들을 훑어봤다.
순간이란 시간이 지나고.
차은성의 눈이 한 나이프에 꽂혔다.
짐승의 송곳니처럼 휘어진 작은 나이프.
상대의 손목과 목을 자르는 용도 외에, 일종의 투척용 나이프로 쓰인다.
차은성을 지켜보는 노인이 넌지시 물었다.
“마음에 드십니까?”
“취향이 독특하군요.”
“…….”
“무굴 제국의 전사들이 사용하던 바라크의 이빨을 저렇게 진열해 두다니.”
노인이 살며시 미소 지었다.
“간혹 암살을 업으로 하는 고객들이 찾으시는 터라, 준비해 두었습니다.”
노인의 말을 들으며 차은성이 남은 나이프를 훑어봤다.
잠깐이란 시간이 지나고.
“훗.”
차은성이 살짝 실소했다.
“박물관에 있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무엇인지 아십니까?”
노인이 차은성을 시험하려는 눈치다.
“슈팅 나이프.”
차은성이 거침없이 말하며 돌아봤다.
“KGB의 고전 명작을 여기서 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노인이 빙긋 웃었다.
“남다른 데가 있으신 분이군요.”
노인의 말을 들으며 차은성이 정면 벽으로 걸어갔다.
확실히 노인의 취향이 매우 독특하다.
* * *
얼마 후.
노인과 차은성이 마주 보며 섰다.
“계산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암호 화폐!”
“좋지요. 추적도 어렵고, 그 가치 역시……. 말씀하신 가늠쇠와 방아쇠 재조정은 하루 정도 걸립니다만.”
“내일. 계산과 함께 인수!”
“좋습니다. 그때, 고르신 다른 것도 함께 드리도록 하지요.”
노인의 말에 차은성이 뒤돌아서며 툭 말을 던졌다.
“룰을 지키지 않으면!”
“죽지요!”
노인의 대꾸에 차은성이 묵묵히 걸음을 내디뎠다.
뚜벅뚜벅.
노인이 걸어가는 차은성을 바라보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못 보던 잔데…….”
신뢰할 만한 이가 소개했다. 한데 아무리 봐도 암살을 업으로 하는 킬러나 히트맨 같다.
* * *
다음 날.
총기와 그 밖의 것을 수령했다.
연후.
차은성은 마카오의 지리 숙지에 나섰다. 팀이 있었다면 역할 분담을 했을 테지만. 혼자이니 모든 것을 스스로 챙길 수밖에 없다.
구× 지도를 기본으로 차를 렌트하여 마카오의 핵심 교통 포인트들을 체크했다. 그리고 마카오 패스를 구입, 버스에 탑승하여 각 노선을 둘러봤다.
버스의 운전석은 우측에 있었다. 한국과 반대였다.
그 후.
의문을 풀어 줄 추가 정보를 구매 의뢰를 넣고, 구승찬을 마카오에서 탈출시킬 별도의 세팅에 들어갔다.
이런저런 일을 모두 마쳤을 때, 일주일이란 시간이 지나간 뒤였다.
* * *
테이블에 앉은 차은성이 메신저를 이용, 박영광과 대화 중이었다.
―작전 수칙, 모르십니까? 오퍼레이션 중에는 연락을 최소화하고, 반드시 필요한 경우나 상황이 아니면 연락해서는 안 되는 거 모르십니까?
차은성이 신경질적으로 노트북의 키보드를 두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