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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S의 천재 스파이 (12)화 (12/208)

NIS의 천재 스파이 (12)

‘마카오에는 우리 한국 공관이 없어.’

차은성은 곤혹스러웠다. 외교 행낭과 같은 방법으로 장비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외교 행낭과 같은 경로가 아닌 일반 경로로 장비가 운송된다면, 십중팔구 공항에서 문제가 생긴다.

삼합회가 즉각 자신을 주목할 것이다.

그것은 총기도 마찬가지다.

그 때문에 마카오 현지에서 모든 것을 자체 조달해야 한다.

‘그것이 과연 가능할까?’

차은성이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생각했다.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

‘무기 밀매업자들이 모르는 이와는 절대 거리를 하려 하지 않을 텐데. 그들이 믿을 수 있는 이를 중개자로…….’

차은성은 답답했다.

인맥도 인맥이지만 자금 역시 문제다. 마카오의 은행은 사실상 카지노와 연결되어 있다.

카지노의 주인들은 삼합회!

즉, 마카오의 은행도 삼합회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말이다.

차은성은 마카오 입국을 생각했다.

‘보나 마나 한국에서 마카오로 입국하는 이들을 필히 체크하는 한편, 국안부나 경찰의 도움을 받아 뒤를 캐려고 할 텐데…….’

박영광이 위장 신분을 만들어 주었지만, 마냥 믿을 수만은 없다.

‘국안부가 삼합회의 뒤를 봐 준다면 위장 신분이 드러나는 것은 시간문제인데.’

차은성은 죽은 두 요원을 생각했다. 그들의 죽음 뒤에 국안부나 마카오 경찰이 있을지 모른다.

‘보복이…… 곤란한데. 회사에서 이번에도 승인받지 않은 행동을 하면…….’

상대가 중국 국안부나 마카오 경찰이라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으득.

차은성이 이를 갈았다.

‘1차장!’

홍콩에서 마카오로 그가 보낸 두 요원이 죽을 수도 있다고 조금이라도 생각해 보았을까?

아니, 죽은 두 요원을 애도하고 그들의 죽음에 책임을 느꼈을지 의문이다.

‘그럴 인간 같았으면 구승찬 그놈을 데리고 오라고 오퍼를 내리지도 않았겠지.’

차은성은 치미는 화를 억지로 내리눌렀다.

회사 직원도 아니고 재벌 3세 뽕쟁이를 공권력이라고 할 수 있는 회사 시스템을 통해 구해 오려고 하다니.

“하아아아아.”

차은성이 길게 숨을 내쉴 때였다.

몇몇 이들이 일등석으로 들어왔다.

저벅저벅.

그들은 이내 흩어지기 시작하더니 몇몇 좌석에 앉았다.

그런데 앉는 좌석의 위치가 묘하다. 앉은 차은성을 중앙에 두고, 역삼각형으로 에워싸는 것 같다.

*    *    *

스윽.

서른 초반의 여성이 차은성의 왼쪽 좌석에 앉으며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차은성이 감은 눈을 뜨며 앉은 자세를 고쳤다. 그러곤 돌아보며 말없이 고개를 까닥였다.

꽤 글래머다.

여성이 말을 걸었다.

“저는 송해영이라고 해요.”

차은성은 귀찮다는 기색을 지으며 돌아보던 고개를 바로 했다.

말없이 다시 눈을 감으려는데.

“차 팀장님을 이렇게 보게 되어 반가워요.”

송해영의 말에 차은성이 순간 깜짝 놀랐다. 놀라 눈을 크게 뜨며 여성을 다시 돌아봤다.

경계와 주의가 어우러진 작은 눈빛을 반짝였다.

쌩긋 웃는 송해영.

“내곡동 출신이라서요.”

“퇴직자?”

차은성이 묻자.

송해영이 좌석에 몸을 기대며 앞을 바라보았다.

“다들 평가가 후하던데요.”

차은성이 넌지시 말했다.

“이번 일은 나 혼자 하는 것으로…….”

“이미 두 사람이 죽었어요. 그리고 저는 현직 종사자가 아니에요. 아, 그렇다고 블랙은 아니고요. 단지 제가 모시는 분이 아드님이 걱정스러워…….”

“태광 중공업?”

송해영이 상체를 숙여 앞에 있는 좌석 뒤에서 잡지를 집어 들었다.

“태광 그룹 보안과장이 현재 제 직함이에요.”

아이가 없는 차은성이었다.

“좌측에 있는…… 707 출신이고, 우측은…… 해군 특수전 여단 출신이에요. 그리고 뒤에…… 수방사 헌병대…… 이번에 차 팀장님과 함께 도련님을…….”

송해영의 말에.

차은성은 황당이라는 감정을 느낄 정도로 어이가 없었다. 그 때문에 그만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태광 중공업 사장 구대성.

얼마나 수완이 좋은지, 기가 막히게도 회사 내부 정보를 일부 빼돌린 것 같다.

그렇지 않다면 지금 자신이 탑승한 것을 알 리 없다.

게다가 사적인 팀을 붙여 같이 움직이며 구승찬을 서울로 데려와라!

구대성이 마치 그렇게 자신에게 명령하는 것 같아 불쑥 불쾌감이 치솟았다.

세상 무서운 것이 없고, 자신이 무슨 무소불위의 절대 권력을 가지고 있는 양.

어처구니없는 짓거리를 서슴지 않는다.

국가기관이나 회사에 대한 존중과 같은 것은 찾아볼 수가 없다.

‘돈이면 다 된다?’

구대성을 생각하며 차은성은 심중의 불쾌감을 억눌렀다.

그런 차은성의 마음도 모른 채 송해영이 잡지를 보며 말을 이었다.

“저희 태광에서 일등석 항공권을 전량 매입하여 우리밖에 일등석 승객은 없어요. 편하게 도련님을 모셔 오라는 회장님의 각별한 후의라고…… 저희 태광 그룹에서 전폭적인 지원과 도움을 아끼지…….”

점입가경이다.

차은성은 임무 수행 위험도가 급상승함을 느꼈다.

머릿속에서 불이 들어온 경고등이 요란하게 울리는 것 같았다.

애애애애애애앵.

무슨 119 사이렌처럼 말이다.

‘이 여자!’

퇴직자이긴 한 것 같은데, 아무래도 필드 경험이 없는 내근직 출신 같다.

단 한 번이라도 필드에서 뛰어 보았다면 지금 자신이 무슨 미친 짓을 하고 있는지 알 테니깐 말이다.

어이가 없어도 이리 없을 수가 없다. 황당함이 차고 넘친다.

무슨 놀이를 하러 마카오에 가는 것도 아니고.

천하태평이다.

상황 인지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

무슨 해외 출장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다.

자신들이 마카오에게 사람을 죽일 각오가 되어 있는지, 그럴 실력을 갖추고 있는지 의문이다.

아니, 자신들이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과연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차은성이 잡지를 보는 송해영을 보았다.

‘어떻게 하지?’

마음속으로 생각하는데.

“레이디스 앤 젠틀맨…….”

기내 방송이 들렸다.

*    *    *

이륙 후.

얼마 되지 않아 직원들이 기내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런데…….

“모든 비용은 저희 그룹에서 부담하니깐 마음껏.”

송해영이 호의 아닌 호의를 베풀었다.

차은성은 왼손을 들어 팔걸이에 올리며 머리를 좌로 기울였다.

‘골치 아프군.’

얼굴을 찡그리며 송해영을 힐긋거렸다.

앞 테이블에 있는 샴페인과 간단한 견과류.

태광 그룹이 모든 경비를 부담하기 때문일까?

즐기고 있다!

차은성이 송해영의 일행을 슬쩍 둘러봤다.

세 남자.

707, 해군 특수전 여단, 수방사 헌병대.

꽤 알아주는 특수부대 출신들이라고 송해영이 얼마 전에 말했다. 하지만 필드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다.

차은성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절대! 함께 하고 싶지 않아!’

강한 거부감을 느꼈다.

*    *    *

마카오 국제공항.

항공기에서 내리기 전에, 차은성이 바닥에 깔릴 것 같은 매우 낮고 작은 어조로 송해영에게 주의를 주었다.

“……마카오에 있는 동안, 어떤 상황에서도,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날 아는 척하지 말아 주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내 일에 끼어들거나 방해한다면!”

차은성이 송해영에게 경고했다.

“당신이나 일행을 내가 죽여 버릴 겁니다!”

슬쩍 살기를 내보이며 차가운 눈빛을 띠었다.

그러자 송해영이 크게 당황했다. 상상도 하지 못한 차은성의 말에 그녀는 뭐라 답하지 못했다.

그녀를 뒤로하고, 차은성이 자신의 짐을 챙겨 항공기에서 내렸다.

*    *    *

입국 절차를 모두 마치고 입국장 밖으로 나왔다. 마카오 공항 내부는 매우 부산했다.

아시아의 라스베이거스라 그런지 사람들이 매우 붐볐다.

차은성은 버스를 타기 위해 바삐 서둘렀다.

그런데.

“차 팀장님.”

뒤에서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송해영.

그녀다.

“차가 준비되어 있어요. 저쪽으로 가시죠.”

그녀는 내게 호의를 베푼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그녀의 언행은 지금 날 위험에 빠트리고 있다.

‘이!’

차은성은 화가 치밀었다.

자신을 죽음의 위기에 빠트리는 송해영이다.

2, 3시간 안에.

그녀와 일행이 태광 그룹 사람이라는 것을 삼합회가 알게 될 것이다.

지금 공항 곳곳에 설치된 각종 카메라가 작동 중이다. 송해영과 차은성이 한 화면에 잡힌 영상!

송해영이 태광 그룹 사람이라는 것을 삼합회가 알게 되면, 그녀를 통해 차은성을 추적하는 것은 금방이다.

위장 신분으로 입국한 것이 바로 들킨다.

차은성은 필드에 무지한, 경고를 뭐같이 안 송해영 때문에 강한 위기감을 느꼈다.

송해영을 뒤돌아보지 않았다. 그녀는 모르는 척하며 여유 있게 앞으로 걸어갔다. 그런 한편으로 급히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공항 내 곳곳에 설치된 보안 카메라들을 피할 수 있는 사각을 황급히 찾으려 했다.

*    *    *

그새.

송해영이 의이해하며 차은성에게 걸어갔다. 그녀에게서 긴장감은 찾아볼 수 없었다.

사안의 심각성이나 중요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마카오가 어떤 곳인지.

삼합회가 얼마나 무서운 이들인지.

필드라 부르는 현장이 어떤지.

모르는 것 같았다.

틀림없다. 책상에서 서류 작업이나 했을 것이다.

아마 지금껏 단 한 번도 사람을 죽여 본 적이 없을 것이다. 아니, 상대에게 죽임을 당하기 직전의 공포를 단 한 번도 느껴 보지 못했을 것이다.

국익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필드라 부르는 현장에서 뛰는 요원들.

죽어서도 그들의 신원은 철저히 감추어져야 한다. 신원이 드러나면 그들이 무엇을 했고 어떻게 죽었는지 자연 드러나게 된다.

개중에는 국익에 매우 중대한 위협이 되는 작전이나 사안이 있을 수 있다.

아닌 말로.

지난 정부들이 감추고 싶은, 치명적인 치부가 드러날지도 모른다.

그와 같은 우려 때문에 필드 요원들은 때로는 속한 국정원에 의해 쥐도 새도 모르게 제거되기도 한다.

심한 경우.

이중 스파이로 몰려 쥐도 새도 모르게 죽임을 당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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