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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S의 천재 스파이 (7)화 (7/208)

NIS의 천재 스파이 (7)

“내버려 둬도 될까?”

“우리가 그자와 무슨 관계라고. 구해 줘.”

“하긴.”

“그자가 죽건 말건 우리와 아무 상관 없어.”

니콜라이가 씩 웃었다.

“내일부터는……하루 온종일 그자를 졸졸 따라다니지 않아도 될 거야. 하하하.”

동료가 픽 웃더니 다리를 돌아봤다.

“조금 불쌍한데.”

“뭐가 불쌍해?”

“그렇잖아. 여자에게 실연당하고 저렇게 술에 취해…….”

“나약한 놈이야.”

니콜라이가 단정 지었다.

“나약하다고?”

동료가 돌아봤다.

“술김에 자살한 게 틀림없어.”

니콜라이가 말하며 뒤돌아서더니 품속에서 폰을 꺼냈다.

동료가 니콜라이에게 물었다.

“어디다 전화하는 거야?”

니콜라이가 동료를 힐긋 봤다.

“메조프 님에게 보고해야지.”

“아…….”

동료가 알겠다는 기색을 짓는 사이, 니콜라이가 메조프에게 전화를 걸었다.

*    *    *

‘더, 더럽게 춥네.’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차은성은 움직이지 않았다.

영하 40도 이하의 날씨다. 강물은 이만저만 찬 것이 아니었다. 온몸이 쪼그라드는 것 같다.

‘이대로는 몇 분 못 버텨!’

차은성은 이를 악물었다.

으득.

움직일 수 없다.

죽은 시체처럼 강물에 둥둥 떠 흘러가야만 한다.

미행하던 자들이 자신이 죽었다고 확신할 때까지.

미리 연락이 된 이들이 기다리고 있을 지점에 도착할 때까지.

‘체온이 1도 내려가면 신진대사 12~13%가 줄고…… 혈관이 수축하며…… 최악의 경우, 심정지가…….’

차은성은 차디찬 강물에 오래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하며 자신에게 곧 들이닥칠 상황을 상기했다.

*    *    *

잠시 뒤.

차은성은 강물의 흐름에 따라 둥둥 흘러갔다.

이윽고 한 다리 아래에 이르렀다.

“왔다!”

“서둘러!”

다리 밑에서 기다리던 두 남자가 급히 뛰어갔다.

그들은 미리 준비해 둔 보트에 이르러 재빨리 보트의 앞뒤에 앉았다.

그러곤 서둘러 노를 저어 흘러오는 차은성에게 다가갔다.

*    *    *

얼마 후.

부우우웅.

밤의 도로를 주행 중인 승용차 뒷좌석.

“으으…….”

온몸을 두꺼운 털가죽으로 감싼 차은성이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조수석에 앉은 이, 콜로딘이 돌아봤다.

“괜찮습니까?”

물음에 차은성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가온된 수액을 정맥주사 하고 에피네프린 주사액을 맞았다. 그러니 시간이 걸리긴 하겠지만 몸은 정상으로 돌아올 것이다.

‘빌어먹을!’

하마터면 죽을 뻔했다. 조금만 더 강에 있었다면, 아마 모르긴 해도 심정지가 왔을 것이다.

‘세르게이에게 너무 싸게 불렀어. 조금 비싸게 불렀어야 했는데.’

차은성은 세르게이를 생각하며 우를 돌아봤다.

차창 밖, 밤의 시가지!

차은성은 몸을 떨며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타냐라는 FSB 요원이 가지고 있는 것!

FSB 내부에 있는 오열!

세르게이와 합의한 것을 지켜야 한다.

*    *    *

다음 날.

디미토르프 서쪽, 시 경계선.

북극권이 가까워서일까? 아니면 백야 현상일까?

해질녘임에도 밝았다.

각종 차량이 줄지어 서 있었다. 차량들은 경찰 검문검색 차례가 오기를 기다렸다.

하필이면 근무 교대 시간과 겹쳤다. 그 바람에 검문검색이 더뎌졌다.

그러자 운전자를 포함, 각 차량에 탑승한 이들이 성냈다.

빠앙…… 빠아앙.

클랙슨을 울리고 차창 밖으로 머리를 내밀며 고래고래 소리쳤다.

자연 소란이 일었다.

“빨리 좀 합시다!”

“벌써 며칠째야!”

“살인범인지 마약범인지 찾는다고…….”

“언제까지 기다려야 합니까?”

사람들의 항의는 무척 드셌다. 그들을 상대하는 경찰들은 매우 고압적이었고.

경찰들은 항의하는 이들을 위협하려는 듯 소지한 총기를 슬쩍슬쩍 내보였다.

경찰의 위협에, 항의하던 이들 중 일부가 몸을 움찔거리며 눈치를 보았다.

*    *    *

잠시 후.

한 대의 대형 트럭이 섰다.

끼익.

몇몇 경찰이 트럭으로 다가왔다.

그중 한 경찰이 걸음을 멈추고 서더니 운전석에 앉은 기사를 올려다봤다.

그러자 기사가 차창 밖으로 얼굴을 내밀더니 손을 들어 머리에 푹 눌러쓴 빵모자를 슬쩍 들췄다.

“수고하십니다.”

“신분증.”

“아, 예에에.”

기사가 이내 차창 밖으로 신분증을 내밀자 경찰이 재깍 받아 들었다. 그러곤 꼼꼼하게 신분증을 살피며 질문했다.

“어디로 가지?”

“아, 예. 디미토르프의 체인 매장에 제품을 내려놓고…… 비로첸스크에 들른 후 벨리카노프로 갑니다.”

기사가 의외로 상세하게 경로를 말했다. 의외로 협조적이었다.

그동안 다른 몇몇 경찰이 트럭을 살폈다. 트럭 화물칸에는 실린 짐이 별로 없었고 누군가가 숨어 있지도 않았다.

한편, 트럭 바닥을 살피던 두 명의 경찰이 고개를 돌리며 소리쳤다.

“이상 없습니다.”

그사이, 한 경찰이 트럭의 연료 탱크를 살폈다. 탱크 위에 눈이 조금 쌓여 있었고 손을 대 보니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경찰이 마개를 보았다.

왼쪽으로 돌리면 오픈이라 충동적으로 손을 뻗어 돌려 보았으나 마개는 요지부동이었다. 얼마나 꽁꽁 얼었는지 움직일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젠장!”

경찰이 짜증 냈다.

간혹 마약사범들이나 밀수업자들이 연료 탱크에 마약이나 밀수품을 숨기곤 한다. 그리고 러시아 대륙 각지로 퍼트린다.

그 점 때문에 연료 탱크를 열어 보려고 했다. 이내 경찰이 연료 탱크에 대한 관심을 끊었다.

만약 연료 탱크에 누군가가 뭘 넣었다면 마개가 열려야 한다. 꽁꽁 얼어 버린 것이 분명한 마개는 누구도 열지 않았다고 무언으로 말하고 있다. 그러니 신경 쓸 필요가 없다.

경찰은 그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돌렸다.

“이상 없습니다.”

소리쳤다.

*    *    *

잠깐이란 시간이 지나고.

기사에게 신분증을 돌려준 경찰이 뒤로 두 걸음 물러났다.

“통과.”

소리치며 왼손을 들어 앞을 가리켰다.

“스파시바.”

기사가 미소 지으며 고개를 까닥였다.

부릉.

이내 트럭이 천천히 앞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얼마 후.

트럭이 도로를 따라 주행 중이었다.

운전석에 앉은 기사가 머리에 쓴 빵모자를 벗었다.

휙.

그러곤 우측 조수석으로 모자를 던져 버렸다.

연후.

손으로 코를 쥐더니 좌우로 흔들기 시작했다. 그러자 곧 코가 툭 떨어져 나왔다. 그런 다음, 다시 턱 아래를 잡더니 천천히 얼굴 가죽을 벗기 시작했다.

찌이…… 찌이이익.

천천히 얼굴이 드러났다.

차은성은 왼손으로 핸들을 잡고 오른손을 뻗어 미러를 자신에게 돌렸다.

그러곤 미러에 비친 자신의 얼굴과 앞을 번갈아 보았다. 이어 얼굴에 남아 있는 변장 흔적들을 하나씩 떼어 내고 지웠다.

연후.

다시 양손으로 핸들을 쥐며 씩 웃었다.

“후후.”

사람의 얼굴은 생각보다 간사한 부분이 꽤 많다. 아주 작은 변화로도 사람들에게 혼동을 주기 쉽다.

안경. 뺨의 점 하나. 인위적인 광대뼈, 턱의 변형 등.

살짝만 손을 보면 사람의 인상이 확연히 달라진다.

거기에 더해, 영화의 특수 분장이나 특수 효과와 같은 기술이 더해지면 감쪽같다. 사람의 눈을 속이는 것은 누워서 떡 먹기다.

차은성은 앞을 바라보았다.

좌우에 산더미처럼 쌓인 눈 사이로.

시원하게.

앞으로 도로가 뻗어 있다.

*    *    *

자정을 1시간가량 남겨 둔 시간.

디미토르프 인근에 있는, 유태인 집단 거주지 비로첸스크.

서너 명의 사내가 급히 폐공장의 출입문을 열었다.

드르르르륵.

열린 출입문으로 이내 트럭이 낮은 엔진 소리를 내며 들어가기 시작했다.

부르릉.

각종 생산 라인을 모두 철거한 것 같다. 공장 내부는 휑한 느낌이 들 정도로 매우 넓었다.

얼핏 봐서는 무슨 격납고 같았다.

공장 내에는 수십여 명의 이들이 흩어져 각자의 위치에 서서 트럭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윽고 트럭이 공장 내부 정중앙에 이르러 섰다.

끼이익.

그러자 서 있던 이들이 우르르 트럭으로 달려들었다. 이내 트럭에 이르자마자 각자 맡은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마치 트럭이 무슨 각설탕 같고, 사람들이 각설탕에 달라붙은 개미 떼 같았다.

*    *    *

덜컥.

차 문을 열고 차은성이 껑충 뛰어내렸다. 그러고는 착지하자마자 앞으로 걸어갔다.

저벅저벅.

정면.

수 미터 떨어진 곳에 일자의 넓은 테이블이 있고, 그 테이블을 뒤로하고 세르게이와 몇몇 이들이 서 있었다.

“은성.”

걸어오는 차은성을 본 세르게이가 빙긋 미소 지었다.

이내 차은성이 그에게 이르자 세르게이가 돌연 다가서더니.

덥석.

양손을 벌리며 차은성을 가슴에 끌어안았다.

멈칫하던 차은성이 일순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뭐, 뭐야?’

차은성은 세르게이의 오버 액션에 당황했다.

탁탁.

세르게이가 양손으로 차은성의 등을 두드렸다.

“은성. 하하하하.”

매우 기뻐했다.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차은성이 세르게이를 돌아봤다.

“세르게이.”

“…….”

“혹.”

“성적 취향이 게이 쪽이라면, 사양하고 싶군요.”

순간.

세르게이가 흠칫하더니 급히 차은성을 밀어냈다. 그러곤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며 당황한 눈빛을 띠었다.

“은성.”

차은성이 씩 웃으며 왼손을 가슴 어름으로 들었다 내렸다.

“됐고. 따뜻한 커피를 좀 마셨으면 하는데.”

“커피라면 얼마든지.”

세르게이가 말하며 옆으로 비켜섰다.

*    *    *

잠깐이란 시간이 지나고.

차은성은 종이컵에 담긴 뜨거운 커피를 후후 입김을 불어 가며 마셨다.

세르게이가 우측에 서서 트럭을 바라보았다.

다섯 명의 이가 장비를 가지고 트럭에서 연료 탱크를 뜯어냈다. 그리고 바닥에 탱크를 내려놓고 급히 개봉 작업 중이었다.

“어떻게 타냐를 연료 탱크에 숨겨서 데리고 올 생각을 했지, 은성?”

세르게이가 돌아보며 물었다.

후룩.

차은성이 커피를 마시며 대꾸했다.

“트럭의 다른 부분에 타냐가 들어갈 만한 공간을 만들 시간적 여유가 없었습니다, 세르게이. 그리고 타냐가 과거 체조 선수로 활동한 적이 있더군요.”

전날 세르게이가 제공한 일련의 정보를 돌려 언급했다.

“그녀의 유연성이라면 충분히 연료 탱크에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세르게이가 고개를 까닥였다.

“그랬나? 하지만 연료 탱크에 타냐를 숨겨 디미토르프에서 빠져나오자면, 아무래도 연료가 부족했을 텐데.”

“비로첸스크에 올 수 있는 최소한의 연료만 있으면 됩니다, 세르게이.”

차은성의 말에 세르게이가 살며시 씩 미소 지었다.

“하지만 연료 탱크 내의 산소가 문제됐을 것 같은데…….”

“세르게이.”

“…….”

“요리사가 제일 싫어하는 것 중 하나가 말입니다.”

“…….”

“자신의 요리 레시피를, 아무 대가의 지불도 없이 그냥 알려 달라는 겁니다.”

노하우.

알려고 하지 마라!

차은성의 말에 세르게이가 픽 웃었다.

“은성.”

“…….”

“요즘 알프스 공기가 아주 비싸게 팔리던데.”

세르게이의 말에 차은성의 얼굴이 일순 와락 일그러졌다.

“세르게이!”

소리쳐 부르며 돌아봤다.

세르게이가 자신을 상대로 슬쩍 장난을 쳤음을 알아챘다.

트럭의 연료 탱크 작업을 차은성 혼자 하지 않았다.

타냐를 디미토르프에서 빼내는 일련의 과정이, 아마 세르게이에게 보고되었을 것이다.

어색한 티가 나서일까?

세르게이가 화제를 돌렸다.

“은성. 자네가 이고르 패밀리의 감시와 미행을 피하기 위해 강에 뛰어들었다는 보고를 받았네.”

“그럼 내가 목숨을 걸었다는 것도 알겠군요, 세르게이.”

돌아본 고개를 바로 하는 차은성의 말에 세르게이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게 생각하네.”

차은성이 의미심장한 눈빛을 띠었다.

“세르게이.”

“…….”

“그 고마움을.”

“…….”

“계좌에 입금하는 금액으로 표현할 의향은 없습니까?”

순간.

“하하하하.”

세르게이가 크게 웃었다.

무엇이 즐거운지.

무엇이 기분이 좋은지.

잠깐 동안 세르게이의 웃음이 이어졌다.

*    *    *

그리 오래지 않아.

공장으로 일단의 승용차들이 들어왔다. 그들은 그 어떤 제지도 받지 않았다. 오히려 몇몇 사람의 안내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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